<희랍어 시간>을 읽고- 엄은희
7-9 장
<요약 및 밑줄>
*그에 비하면 언어는 수십 배 육체적인 접속이었다. 페와 목구멍과 혀와 입술을 움직여, 공기를 흔들어 상대에게 날아간다. 혀가 마르고 침이 튀고 입술이 갈라진다. 그 육체적인 것을 견디기 어렵다고 느낄 때 그녀는 오히려 말이 많아졌다. 긴 문어체의 문장으로, 유동하는 구어의 생명을 업애며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커졌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수록 점점 사변적으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는 시기에는, 혼자있는 시간에도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없었다. (p55)
*오래전에 끓어올랐던 증오는 끓어오른 채 그 자리 멈춰 있고, 오래전에 부풀어오랐던 고통은 부풀어오른 채 더이상 수포가 터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물지 않았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p62)
어릴 때 말을 잃었던 적이 있는 여자는 이혼을 하고 아이 양육권을 박탈당하는 시점에 다시 말을 잃는다. 하던 일도 중단하고 아카데미에서 희랍어를 배우는 것이 유일한 세상과 연이다. 수업 시간에도 작문을 하고 듣기만 할뿐 좀처럼 말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마도 유전적 이유로 시력이 멀어가는 남자는 아랍어 강사이다. 쌍둥이로 태어나 독일로 가지만 어느 순간 다시 한국으로 혼자 귀국한다. 그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지고 다시 그의 시점, 그리고 삼인칭 시점에서 다시 그들을 살핀다. 할 수 있던 말을 잊은 그녀 보이던 시각이 점점 나빠지는 그다.
<소감>
약간의 요령이 생겼다 생각했다. 그(한강)가 풍기는 모호함_처음에는 옅은 안개로 시작된다. 곧 내가 어디있는지도 소설의 줄거리조차 찾아갈 수 없는 안개 제조기를 소설 속에 감춰둔 것 같다._을 이번만큼은 잘 피해갈 것이며 등장인물과 대책없이 결합되어 힘들어하지 않고 깊게 빠지지 않으리라. <바람이 분다, 가라>를 읽을 때는 날씨가 한몫했다 스스로 결론 내렸다. 책을 읽는 내내 비가 내려 기온이 뚝 떨어졌고 인주와 정희는 살얼음판을 변변한 외투도 없이 종종대고 걷고 있는 겪이었다. 책을 읽는내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들과 같이 잰걸음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깊이 듣고 평범한 일상이 흔들려 감정적으로 동요되고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오니 자동차 계기판 온도가 3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쨍쨍하게 더운 날씨의 연속이었다. 오후 2시쯤 도착한 <아랍어 시간> 을 읽는데 춥다. 소름이 돋고 발이 시린 것 같다. 내일을 생각하면 자야하는데 불을 껐다 켰다를 반복한다. 한강이 펼쳐논 안개 속에 갇혔다. 잠이 오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어찌 이렇게 애처로운가. 벗어날 수 없는 천형을 받은 것처럼 삶이 무겁다. 한강의 주인공들에겐 공감을 넘어선 마치 기숙사 사감처럼 인물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인물들의 답답함이 어찌보면 나의 내면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자각도 든다. 문제를 멀리 떨어져 보지 않은채 뭉개고 앉아있는 듯한.
남자가 여동생 란에게 했던 말인 거 같다. 확실하지 않다.
*사실, 건강이 걱정스러운 사람은 오히려 너야. 너는 불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지 않니. 무엇에든 몰두하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서. 결국엔 병을 얻고 마는 사람이지 않니.(p85)
그와 그녀는 병을 얻을 줄 알면서도 또 살아가기를 결정한다. 함께.
첫댓글 안녕하세요?
이번에 한강 읽기 함께 하게된 엄은희입니다.
등업 부탁드립니다.
이곳에 밖에 글쓰기를 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