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비전] 9:50
어제 불사용과 관련해 이야기가 나왔던 '동장님 찾아뵙기' 임무와 관련해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별 선생님께서 '직접 동장님께 연락을 드려볼 테니 찾아뵐 수 있으면 오늘 찾아뵙는 게 좋겠다'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동장님을 설득하기 위해 단단히 편지를 쓰고 연습을 해두어야겠습니다.
말씀을 드릴 때 되도록이면 불편한 부탁이 되지 않도록, 요리를 다 해가고 음식이 식을 경우에만 잠깐식 사용하는 것으로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동장님을 찾아뵙는 김에 원래는 내일 뵙기로 했던 통장님도 오늘 뵙는 게 낫겠다고 하셔서 알아봐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원래는 오늘 윷놀이를 배우기로 했지만, 오늘은 동장님, 통장님을 뵙고 윷놀이는 내일 배우기로 결정했습니다. 두근두근 떨립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유리 선생님과 하은 선생님이 당일날 행사를 함께 도와주기로 하셨습니다. 걱정이 되었는데 어찌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공원에서 불사용을 하면 규모가 점차 커질 것 같습니다. 신림동 주민분들이 많이 방문하실 수 있으니
아이들과 당일 붙일 양해문을 작성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원래 전을 부치기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딱 데우기만 하려면 떡볶이가 어떨지 제안하셨습니다.
마침 어제 지현 선생님과 아이들끼리 떡볶이를 만들어 먹자고 이야기했는데 메뉴가 떡볶이로 정해진 것이 운명 같았습니다.
전, 호떡, 호빵, 어묵 등의 생각 끝에 어묵과 떡볶이로 음식이 확정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후에 현 자신에 대한 나눔을 했습니다.
지현 선생님의 나눔이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종결 평가 때 꼭 말씀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저도 곰곰이 생각해두어야겠습니다.
[기획단 6번째 만남] 13:30
오늘은 정아가 일이 있어 아쉽게 못 오게 되었습니다. 기획단의 최고 공로자인 희서 현서 자매가 와주었네요.
기획단 회의 최초로 참석자가 가장 적은 날입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만남 중에 가장 할 일을 많이 했습니다. 역시 대단합니다.
윷놀이 말판
어제 현서가 한 개, 희서가 한 개를 만들어 윷놀이 말판은 총 2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있는 말판이 너무 헐어서 다 새로 만들어야 할 듯합니다.
벌써 아이들은 또 만들 생각에 지친듯하지만, 부족한 아이들의 일손을 채우기 위해 조금 더 힘을 냈습니다.
정아가 만들던 미완성 윷놀이 말판은 내일 정아가 오면 완성하면 좋겠지요?
편지 쓰기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통장님, 동장님께 편지 쓰는 작업입니다.
동장님은 희서가, 통장님은 현서가 편지를 쓰기로 정하고 아이들이 고민하며 써 나갑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보단, 너희가 부탁드리는 게 훨씬 가능성이 높을 거야!"
아이들에게 말하니 부담을 느꼈는지, 더욱 신중하게 써 나갑니다.
아이들에게 한번 보여달라고 하니 꽁꽁 숨기고, 낭독해서 들려달라고 말하니 아이들이 더 꽁꽁 숨겨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찍어서 추후에 보니, 아이들이 가진 그 순수함이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희서의 작품들을 볼 때면 인성이 바르다는 것을 늘 새롭게 깨닫고는 합니다.
인사 - 자기소개 - 편지의 의도 - 부탁 - 약속 - 감사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깔끔한 전개입니다.
아무래도 저보다 글을 훨씬 잘 쓰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도 '전통놀이팀 올림'으로 작성한 것을 보고 정말 격식 높은 친구임을 깨닫습니다.
또한 본인을 전통놀이팀으로 소개한 것에서 전통놀이팀의 소속감이 희서에게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사회사업을 할 때는 우리 모두를 지칭하는 어떤 '팀'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획단 이름표 만들기
전통놀이팀 기획단으로서 당일에 이름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아이들에게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공유 공간에 지난번에 사용했던 이름표가 있어서 재활용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예쁘게 꾸며서 이름표를 만듭니다.
참여하지 못한 하늘이의 이름표를 대신 만들고, 유리 선생님과 하은 선생님, 이정희 과장님, 박은희 선생님, 별 선생님 것까지 만들었습니다.
내일 정아가 오면 정아 것을 만들고, 강우가 곧 오면 강우 것도 만들어야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명찰 개수가 모자랄 것 같습니다.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양해문쓰기
오전에 생각해둔 양해문을 함께 작성했습니다. 사실 복지 요결 온라인 강독회에서 철암과 추동의 사례를 들었을 때 아이들이 직접 만든
양해문을 붙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도 마을잔치이면서 놀이터에서 놀이를 할 예정이라 꽤나 민원이 많이 들어올 것 같아 양해문을 만들었습니다.
양해문 문구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여러 가지 힌트를 주었더니 희서가 척척 잘 작성했습니다.
현서는 아직 스스로 작성하기에는 어렵다며 제게 "선생님 거 보고 따라 써도 돼요?"라고 묻는 데 보통 예의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은 그냥 가져가서 작성할 텐데, 이렇게 하나하나 제게 물어주니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더욱 묻고 의논해야겠습니다.
딱지 팽이 규칙 대신 쓰기
양해문을 얼른 다 써버린 희서는 강우가 못 쓴 활동 규칙을 대신 써줍니다. 강우랑 희서는 매우 친합니다. 같은 반 친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시 아이들의 마음은 반대일까요? 희서에 휴대폰에는 강우가 '박원수'라고 저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희서가 먼저 "제가 대신 쓸게요" 말합니다. 역시 아이들의 의리는 강력한 것 같습니다.
현수막 만들기
대망의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지현 선생님이 가져다준 현수막을 재활용해서 전지를 붙여 사용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비록 2명밖에 없지만, 아이들이 척척 할 일을 해내어서 약속했던 4시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희서가 멋지게 도안을 그리고 현서와 저는 옆에서 색칠을 돕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창의적인 것 같습니다. 희서는 평소 좋아하는 치킨이를 치키오니태우스 1세로 만들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합니다.
현서는 파스텔로 색을 칠하다가 손을 파랗게 물들였습니다. 촉감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마스크까지 파랗게 되었네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욱이나 색연필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초등학생 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재미를 지금 되어서 다시 느끼니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지현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막내도 이런 데 있으면 보내고 싶다. 집에서는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공감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마음껏 노는 것이 아니라 선행학습, 공부에만 몰두하기도 바쁘지요.
아이들이 여기 와서 보람, 기쁨, 재미를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다시 한번 기쁩니다.
별 선생님과 동장님 만남 연습하기
별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동장님을 뵈었을 때 뭐라고 말씀드리면 좋을지 연습해 보자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편지를 쓰는데 까지는 괜찮았는데, 막상 말을 하려고 하니 어색한 것 같습니다. 저 같아도 그럴 것 같습니다.
희서가 짧게 말하며 편지를 척 건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웃었습니다. 저런 멘트를 어디서 배웠을까요? 정말 똑똑한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연습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동장님. 저는 새들 놀이터 쪽에 사는 박희서입니다. 저희가 1월 16일에 마을잔치를 하는데, 먹거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음식이 식을 것 같아서 가스버너를 써도 괜찮을까요? 음식은 다 만들어서 가고 식었을 때만 사용하겠습니다.'
희서가 잘 할 수 있겠지요? 적어도 제가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을 것 같습니다.
동장님과의 만남 16:00
두근두근 동장님을 만나기 위해 주민센터로 향했습니다.
동장님은 역시 바쁘게 다른 손님을 맞이하고 계시군요. 잠깐 방에서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동장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희서가 꽤나 떨려 보이지만 별 선생님이 살짝 자리를 마련해 주니, 차근차근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동장님. 저는 새들 놀이터 쪽에 사는 박희서 입니다. 저희가 마을잔치를 하는데, 음식을 하려고 해서 부르스타를 써도 될까요?'
기특한 눈빛이지만, 진지하게 말씀을 들으시는 동장님. 고민을 잠시간 하시더니 '얼마나 하는 거죠?' 물으십니다.
'2시간이요' 대답 드리니 동장님이 웃으시며 사용하라고 하십니다.
아이들은 긴장했지만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더 질문할 거 없어?' 하시며 '새들 놀이터도 조만간 새로 고쳐야 하는데, 너네는 어떻게 바뀌면 좋겠니?' 여쭈십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괜찮아요' 말합니다. 역시 아이들은 노
희서가 당당하게 편지를 드렸습니다. 동장님이 더욱 기특해 하시면서 '그날 시간 맞춰서 꼭 갈게요' 약속해 주십니다.
주민센터 밖을 나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희서를 껴안으며 '네가 해냈어!! 난 한마디도 못하겠던데 정말 대단하더라' 말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줄 알았던 희서가 같이 팔을 올려 안아주며 기뻐하니 제가 더 기뻐졌습니다.
통장님과의 만남
별 선생님은 바로 통장님께 전화드려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마침 주민센터 앞을 지나고 계시네요!
얼른 뛰어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현서를 앞세워 별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쑥스러운지 한마디 않고 편지만 쓰윽- 내밉니다.
통장님이 무척이나 고마워하시며 아이들을 안아주십니다.
그런데 이때, 또 다른 통장님께서 우연찮게 지나가십니다.
저희는 또 인사를 드리면서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두 분께서 열심히 대화를 나누시면서, 별 선생님께서 간장 떡볶이로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리니
식재료가 무엇이 필요한지 가르쳐주십니다.
역시 손이 크신 통장님은 "그것 갖고 되겠어?" 말씀하시며 50인분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신다고 하십니다.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다 아이들 덕분입니다. 실습생으로서 현장의 기쁨을 많이 누리는 것 같아 감사한 나날입니다.
포스터 초대권 회수 확인
새들 놀이터 앞에 사는 희서와 현서를 데려다주기 위해 놀이터로 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놀이터에 붙였던 현서의 포스터 초대장이 다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이걸 보고 많은 관심을 가져준 덕분일까요?
이걸 본 현서와 희서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선생님 경로당 것도 보러가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한껏 신이나서 경로당을 먼저 달려갑니다.
"선생님 여기도 네 개나 가져갔어요!"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현서가 말합니다.
내일이나 모레는 다른 곳도 둘러봐야겠습니다. 잔치에 얼마나 와주실까요?
무지개
이렇게 집에 들어가기는 아쉬웠는지, 현서와 희서가 "선생님, 조금만 놀면 안 돼요?" 말합니다.
어제 단단히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이 될 수는 없기에
별 선생님은 먼저 가시고, 저와 지현 선생님이 함께 30분 정도 무지개를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아이들을 상대로 저도 모르게 필사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놀고 들어가니 기분이 좋습니다.
내일은 정아가 와줄까요?
내일도 무지개를 하고 놀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