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암컷 북극 땅다람쥐 ‘독수공방’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암컷 북극 땅다람쥐가 독수공방하는 날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로 인해 암컷이 수컷보다 10일이나 일찍 겨울잠에서 깬다는 결과다. 코리 윌리엄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5월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지난 25년간 알래스카 지역에서 발생한 기후 변화가 대표적인 동면 동물인 북극 땅다람쥐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유독 빠른 북극 지역 온난화로 생긴 변화
지난 100여 년간 지구는 꾸준히 달궈졌지만, 지구 전체의 온도가 균일하게 상승한 것은 아니다. 북극해(Arctic Ocean)의 영향을 받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뜨거워졌다. 일례로, 2018년 2월 북극의 온도는 평년보다 무려 30℃ 이상 높았고, 이 이상고온 현상은 61시간이나 지속됐다. 이처럼 북극 지역의 온난화가 유독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상을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s)’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극 지역의 빠른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후 변화가 북극 종의 생리적 반응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알래스카의 두 지점에서 장기간 대기와 토양 온도 데이터를 수집했다.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구 동토층 위의 활성층(동결과 융해가 반복되는 상층부)은 온난화로 인해 가을에 늦게 얼고, 한겨울에도 이전보다 춥지 않으며 봄에는 일찍 녹았다. 불과 25년 만에 토양이 1m 깊이에서 얼어붙는 시간이 약 10일 단축되는 변화가 발생했다. 매우 빠른 속도의 변화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북극 땅다람쥐 199마리가 동면하는 동안 복부 및 피부 온도를 측정했다. 북극 땅다람쥐 암컷이 깨어나는 때는 초봄에 얼어붙은 땅이 녹는 시기와 일치했다. 즉, 온난화에 따라 동면을 끝내는 시기가 점차 앞당겨졌다. 반면, 수컷의 동면에는 변화가 없었다. 암컷 북극 땅다람쥐는 25년 전보다 10일이나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두고 봐야
동면 시기 변화는 장단점이 모두 있다. 북극 땅다람쥐는 혹독한 알래스카의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반년 이상 동면한다. 조직이 얼지 않도록 열을 내기 위해 축적된 지방을 소비한다. 동면이 짧아지면 이 지방 소비가 줄어든다. 또, 봄에 일찍 일어나면 뿌리, 새싹, 씨앗 등 먹이를 더 빨리 찾기 시작할 수 있다. 원래는 굶주린 채 짝짓기 했지만 에너지를 덜 소비한 상태에서 먹이를 많이 구하는 만큼, 생존율이 높아지고 더 건강한 새끼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
문제는 동면 패턴 변화로 인해 암컷과 수컷의 짝짓기 시기가 많지 않게 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수컷은 암컷보다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동면 동안 낮아진 성호르몬 수치를 높여 짝짓기가 가능한 상태까지 준비하기 위해서다. 온난화로 인해 암수컷의 짝짓기 시기가 일치하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북극 땅다람쥐는 여우, 늑대, 독수리 등 많은 포식자의 먹잇감인데, 지상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노출이 길어져 그만큼 먹힐 위험도 커진다.
윌리엄스 교수는 “동면 패턴 변화가 개체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에너지가 덜 필요해 생존에 도움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포식자들이 기후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 땅다람쥐, 우주여행 비결도 알려준다
북극 땅다람쥐는 동면 동물 가운데에서도 특히 신비로운 동물로 꼽힌다. 이 동물은 8월이면 겨울에 접어들어 최저 5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을 피해 땅을 파고 겨울잠에 들 채비를 한다. 이곳에 약 80cm 깊이의 땅굴을 파고, 이곳에서 8개월간 기나긴 잠에 빠져든다. 놀라운 점은 체온이 영하 3℃까지 떨어져도 혈액이 얼어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동면 동물의 경우 체온이 1~2℃ 낮아지는 정도다. 이보다 더 떨어지면 혈액이 냉각되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얼어 죽는다. 그런데 북극 땅다람쥐는 체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혈액이 얼지 않는다.
일부 과학자들은 혈액이 얼지 않는 비결을 알아내 인간의 장거리 우주여행을 위한 단서를 찾으려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인간은 체온이 2℃만 낮아져도 장기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북극 땅다람쥐의 생존 비결을 알아내 적용한다면 수십 년이 걸리는 유인 우주탐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권예슬 리포터 ㅣ 저작권자 생명과학 사이언스타임즈 (2023-08-03) ⓒ Sciencetimes (원문출처)
출처: [BRIC Bio통신원]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53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