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송면중학교 학생들과 2년째 독서모임을 해오고 있다.
지난 해, 학교에서 단체로 책방 견학을 왔을 때 책방에 오는 게 너무 즐겁고 책 읽는 것도 즐겁다고 말한 학생들이 기특해 혹시 독서모임을 해 볼 생각 없느냐고 물었던 게 계기가 되었다.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한다면 내가 멘토로 함께해주겠다고 했더니 당장 모임을 꾸렸다. 그렇게 다섯 명의 중학생들과 한 달에 한 번 책 읽는 모임을 시작했다. 어른들의 간섭이 전혀 없이 스스로 모임을 꾸리고, 시간을 정하고, 읽고 싶은 책도 함께 의논해서 선정하면 내가 약간의 조언을 덧붙여 최종적으로 읽을 책을 확정한다. 중학 2학년 봄부터 시작한 모임이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될 때까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다.
방학에는 늘 1박2일로 책방에서 독서캠프를 갖는다. 책방에서 하룻밤 머물며 추억을 쌓는데 이 역시 다들 너무 즐거워해 벌써 세 번째 방학 캠프를 진행하게 됐다. 프로그램은 특별할 게 없다. 첫째날 오후에 모이면 1차로 책 모임을 하고, 저녁을 스스로 손으로 준비한다. 함께 의논해서 저녁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집에서 재료를 가져와서는 청소년 다섯이 주방을 차지하고 요리를 한다.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의도와 달리 첫번째 캠프 때 3분 카레를 사와서 '이건 요리가 아니라, 너무 심한 거 아냐'....라고 했더니 두번째 캠프 때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인터넷을 참조해가며 처음으로 만들어보는 요리라고 했다. 이번 캠프 때는 간장비빔국수와 감자채전, 그리고 만두를 준비해왔다.
국수를 삶고 양념장을 만들고, 감자채를 썰어서 전을 부치기까지....나는 옆에서 간혹 추임새만 넣어줄 뿐,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서 만드는 저녁 식사. 책방지기 부부도 이 저녁을 함께 얻어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저녁 식사 후에는 오늘의 주제 책 "시인 동주"와 연결해 "동주" 영화를 다함께 보았다. 책으로 읽을 때 상상하기 어려웠던 당대 시대상과 모습을 영화로 보니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간단히 소감을 나눈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지만....미리 준비해온 봉숭아물을 들이고, 수다를 나누다 늦게서야 잠이 들었을 거다.
다음날 아침식사는 책방지기가 준비해준다. 캠프에서 해결하는 두 끼 식사 중 한 끼는 청소년이, 한 끼는 책방지기가 담당하는 셈이다.
토스트와 야채,과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에 "시인 동주"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윤동주 시를 한 편씩 낭송하고 어젯밤 영화와 연결해 독후감상문 쓰기를 했다.
그리고 12시에 마무리.
24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진행되는 짧은 캠프이지만,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이번 캠프는 영상을 촬영해서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뿔뿔이 다른 학교로 흩어지면 아마도 독서모임을 지속하기가 어려울테니....앞으로 한 학기 모임만이 남았다. 2년 동안 몸도 마음도 성장했고, 성장한 만큼 책을 읽는 깊이도 깊어졌으며, 글쓰는 실력도 상당히 늘었다.
누가 등 떠밀어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받는 일도 아니지만 아이들의 성장이 주는 기쁨과 보람이 책방지기에겐 큰 보답이다. 책읽기를 즐기고, 글을 쓰는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은 참 반갑고 설레는 일이다.
https://youtu.be/S4SuQx6bl_Q?si=gyNTTql8f-Ns8x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