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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따른 자아 인식의 변모양상
- 『헤이, 막걸리』를 중심으로
전영순
들어가며
시에 드러나는 공간은 시의 정황이나 사건이 성립되는 장소로서 시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것이 어떤 의미로든 인간과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시에 나타나는 공간은 시인의 시 세계와 인식의 정도와 체험 공간과 밀접하다. ‘백제’ 660년이란 역사적 공간을 時空을 넘나들며 ‘백제시’로 승화시킨 문효치 시인의 제15집 『헤이, 막걸리』를 중심으로 공간에 따른 자아의식의 변모양상을 살펴보려고 한다.
문효치 시인은 1943년 전라북도 옥구 출생으로 1966년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한다. 시력 57년간 15권의 시집과 1권의 시조집, 2권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그는 서정주 시인의 시세계의 영향을 받아 한국 전통 서정성을 바탕으로 참신한 시선으로 우주와 조응한다. 서정주의 시세계관을 높이 평가하며 시가 갖추어야 할 요소부터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언어로 이미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백제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획득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고유한 시세계를 구축한다. “문효치 시인은 백제로서 부활했고, 그의 스승인 미당의 ‘신라’에 버금가는 영토를 확보했다.”
그는 작품활동뿐만 아니라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다수의 문학상이 한국문학과 한국 문단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을 말한다.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한 그는 고령에도 인간의 삶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자연을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먹은 술, 내 육신으로 넘쳐 들어와/그 맑음으로/어둠을 닦아 내고”「백제시-석조石槽」 일부,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아, 나도 어지럽게/새 세상 만나러/돌아 돌아”간다 -「헤이, 막걸리」일부 천 오백년 물보다 더 맑은 술(묵은 술)을 곰삭혀 제15권 『에이, 막걸리』(2024)를 출간했다. 본고는 최근에 출간한 『에이, 막걸리』(2024)에 나타난 특징과 양상을 짧게 비평하려고 한다.
2. 펼치며
『에이, 막걸리』는 문효치 시인이 82세에 출간한 시집이다. 『에이, 막걸리』는 백제란 역사적 공간과 초월적 공간에서 유량을 마치고 작금의 백제인으로서의 귀향이다.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물이 종착역으로 향하는 모천, 본향, 회귀본능이란 양상이 작품에 나타난다. 그간에 연구를 살펴보고 『에이, 막걸리』에 나타난 장소성과 시인의 자아의식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연구 자료에 따르면 1976년(제1시집)부터 2011년(제10시집)까지 백제시에 대한 작품세계를 조명한 것이 대부분이다. 근래 연구 또한 ‘백제 시의 이미지 연구’, ‘백제 시에 나타난 표상’ 도 백제란 역사적 공간을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그만큼 문효치는 백제란 역사적 공간이, 그를 백제란 시세계로 인도하여 함몰시킨 후 부활시킨다, 백제는, 백제 시는, 문효치의 브랜드로 자리할 만큼 거대한 창작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자 역사의 공간이다.
부끄럼 많고 내성적인 시인은 몰락한 지주의 후손이자 월북자의 아들이라고 또래 아이들에게 외면당해 슬프고 쓸쓸하게 초등학교를 보냈다. 교편을 잡고 있던 아버지가 6.25 때 인민군에 입대한 후 돌아오지 않았다. 대학 때 ROTC 2년간 군사교육을 받고 임관식 무렵 신원조회로 장교로 임관을 못 하고 하사로 입대해 동기생 소대장을 비롯해 수사기관 방첩대에서 감시와 조사를 받았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으며 군생활했다. 제대 후에도 10여 년간 불면증 소화불량 부정맥 등으로 30여 킬로 피폐한 상태 지내고 있을 때 1971년 공주 무령왕릉 발굴 소식은 하나의 빛으로 다가왔다. 뉴스를 접한 시인은 단걸음에 무령왕릉 유물전시회에 간다. 1500년 전 유물로 시인은 백제시를 대표하는 시인이 된다.
패망한 백제와 약자인 자신과 공감의 선상에서 출발하는 백제시, 힘 있는 자에 대한 저항 의식과 삶에 대한 희망을 찾기 시작하는 준비단계의 백제시, 죽음 극복과 자아 성찰의 실행단계라 할 수 있는 백제시, 마지막으로 정서적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백제의 영원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완성 단계의 백제시를 구축한다. 문효치 시인에게 백제는 “양도할 수 없는 상징이고, 그만의 사유와 감각의 기원이고, 독자적인 시사적 브랜드”이자 표상이다. 시인은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백제시를 쓰면서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고 정서적 안정을 얻은 만큼 백제는 시인에게 있어 공시적으로 거대한 시공간이다.
먼저 상재한 15권의 시집을 잠깐 언급한 후 『에이, 막걸리』를 살펴보자.
백제시를 소재로 한 시집별 분류를 보면 1시집~7시집은 백제의 혼, 8시집~13시집은 한국을 벗어나 일본에서 백제의 흔적을 발견한다. 1시집에서 13시집의 그 주제가 대부분 백제의 영원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13권, 제14권은 백제란 시공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내 앞에 끊임없이 출몰하는 것들, 때로는 반짝이고 때로는 어둠 속에 숨기도 하는 것들, 보이다가도 보이지 않는 것, 그것들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손에 잡힐 듯하다가 빠져나가는 것들을 위하여”-『어이할까』에서 시인의 말과 바람 불 때마다/내 가슴 속에 날아와 쌓인/꽃잎들 어이할까//몸서리치는 저 향과 빛깔//그립다가 아픔이 되는/꽃잎들 어이할까// 「어이할까」 전문-, 제14시집 『바위 가라사대』 저 가슴/얼마나 날카로운 정으로/쪼아대기에//얼마나 센 칼로/썰어내기에//달그늘 짙어지는/밤이면 밤마다//어흐흥 어흐흥/울어대는가//어루만지던 산도/돌아서서 눈물 훔친다//-「바위1」 전문-은 백제의 역사와 시인의 시세계가 맞닿는다. 백제란 공간과 현실 세계에서 맞닥뜨려 고뇌하기 시작한다.
제15시집 『에이, 막걸리』는 백제란 역사적 공간에서 벗어나 현세의 공간, 옛 백제 땅으로 귀화이다. 상상력이 동반된 초월적 세계, 유랑 의식에서 현실계로 돌아와 변화무쌍과 인생 허무에서 한 잔의 막걸리로 인생 3막, ‘비치는 햇빛이나 흘러가는 시간이 쓸쓸하다. 센 아픔도 못 견딜 고독도 아닌 이 허전함의 함정, 그러나 잘 보면 이것의 저 안쪽에서 연푸른 싹이 온건한 반가움으로 움터 올라온다. 한 잔의 막걸리 같은 내 시여, 내 자위여. 『헤이, 막걸리』, 시인의 말처럼.
2-1. 헤테로토피아의 세계 인식
장소에 대한 인식은 시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생각게 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인간의 삶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인간은 현실을 배제하고 살 수 없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사고나 내면 의식이 드러난다. 작가가 표현한 작품 속 의식의 흐름에 따라 독자는 상상한다. 내용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의식 흐름에 따라 독자는 해독한다. 『헤이, 막걸리』를 통해 문효치 시인이 어떻게 세계를 의식하고 있는지? 미셀 푸고의 헤테로토피아 세계를 들여다보자.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술병이 돌아간다
술이 돌아간다
바람개비가 돌 때
한 사내가 돌아간다
술은 돌아 돌아
어디로 흘러가는가
계곡물이 흘러간다
술이 흘러간다
한 사내가 흘러간다
세상의 심층
내장의 어느 계류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
아, 나도 어지럽게
새 세상 만나러
돌아 돌아 간다
- 「헤이, 막걸리」 전문-
미셀 푸고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랫동안 망각 속에 있다가 시공이 완전히 합일된 공간의 담장 속에 있을 때 세계 인식이 제대로 가능하다고 한다. 문효치의 현실계의 유량은 바람개비처럼, 술병처럼 돌다가 물처럼 흘러간다. 장자의 화접몽을 연상케한다. 내가 돌고 있는지? 술병이 돌고 있는지? 바람개비가 돌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다. 나도, 바람개비도, 술병도, 그저 돌고 있을 뿐이다. ‘평생을 바쳐/해보란 말/하다 보면 세상을 밝히는/해가 된다는 말’이다 -「해」 전문-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찾지 못했을 뿐이다
나비는 허공을 방황하면서 꽃을 찾고
곰은 숲을 헤매면서 집으로 간다
길은 숨어서
네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길」 전문-
인생사 별거 아니니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다만 우리가 찾지 못했을 뿐이다. 인생을 통탈했거나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인생을 논하고 이해할 수 있다. 길은 숨어서 네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시인이 말하는 길은 지혜로 갈고닦은 진리의 길이다.
2-2. 자연물과의 와해, 탄생
윤회사상에 있어 죽음은 곧 탄생이다. 생물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이 있다. 문효치 또한 자연에 순응하며 살다가 태어난 곳, 백제의 땅으로 물로 귀화한다. 『헤이, 막걸리』는 치열한 삶을 살다가 죽음이란 세계와 와해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격동의 세월이 폭포로 솟구쳤다가 유순히 물을 따라간다.
물은 죽음을 향해 달린다/삶이란 무색 무미의 맹물인 것을// 태어나자마자 도움닫기를 한다/급기야 벼랑 앞에 다다를 때/ 혼신을 다해 두 발을 박차고/허공에 몸을 날린다// 감은 눈에서 번쩍하는 순간/아찔한 통증과 함께/ 잠시 스치는 통쾌함//그리고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맹물일 뿐이므로///-「또 폭포」전문
죽음을 향해 달리는 삶, 물은 무색 무미의 맹물, H2O. 순수 그 자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물, 인생은 늘 어떤 대상(물상)과 조우한다. 대상에 따라 순탄한 항해를 할 수도 있고 절벽이나 급류에 휩쓸려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한다. 어떤 순간이든 잘 견뎌내면 아찔한 통증은 사라지고 통쾌한 맹물처럼 유순해진다. 바다 위에 붉은색 뱃길을 낸다. 인천에서 희망으로, 군산에서 사랑으로, 포항에서 극락으로, 마음으로 붉은 선을 그으며 바다 위에 꿈을 그렸다. 「지도를 보며」일부. 희로애락이 함께하는 삶이 죽음 앞에서 기억에 장치는 사라진다. 맹물처럼.
저 내던져진 돌멩이에/별빛이 들어와 살고 있다//돌에 박혀 웃고 있다//돌이 구르는 대로 함께 구른다/돌이 발길에 차이면/함께 차여 여울에 빠진다//그 아픔이 오죽하랴/상처에서 금빛이 난다//우주를 떠나온 별빛/이리저리 방황하다가/저 돌멩이 속에 들어왔다//돌맹이 싱글벙글 또 구른다-「돌맹이」전문
소싯적 세계지도를 보다가 바다가 육지보다 넓다는 것을 터득한 시인은 내던져진 돌멩이에 별빛이 박혀 웃다가 돌, 우주를 떠나온 별빛이 방황하다가 들어온 돌과 함께 구른다.
누구를 위해/이 가지 끝에 매달려 있어야만 하는가//누구를 향해/이 한자리에서 웃고 있어야만 하는가//하늘이 저렇게 넓고 푸르러/날고 싶은데,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데//처마 밑에 매달려 있는 풍경은/ 마음대로 울기나 하지/나도 울고 싶어도 요렇게 웃어야만 하는가//마침내 웃을 힘마저 사그러지면/함묵으로 그냥 떨어져야 할 뿐/떨어져서 웃는 척하고 있어야 할 뿐///-「동백꽃」전문
자연물과 함께한 시인은 어느 날 문득 처마에 매달려 있는 풍경에 자신을 대입시킨다. 풍경은 하늘을 향해 마음대로 날고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기라도 하지, 시인은 지금껏 누구를 위해 가지 끝에 매달려 떠나고 싶어도, 울고 싶어도 웃어야만 했던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범과 질서 앞에 자유로운 영혼을 억눌려야만 하는 사회인의 내면의 세계를 고백한다.
‘아름다운 날엔/꽃도 날아오른다/팔랑팔랑/노랑 날개를 저어/참 매력 있는 세상으로/저 지평선을 향해/꿈을 싣고 날아가는/꽃들이 물들고 있는’ 날도 있고, ‘이제는 한 달에 열 번 화내던 것/한 번쯤으로 줄이고//일 년에 스무 번 욕하던 일/두 번쯤으로 끝내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했을 터/ 밟으면 밟히는 대로’ 살아야할 때가 왔다는 것을 감지한다. 지나가는 바람이 고와 사진을 찍었는데, 허리 굽은 노파가 찍혔다. 대숲 아래/ 동그랗게 놓여 있는 집/ 막, 문을 열고 어정쩡 서 있는 ... 것이 마치 시인의 자화상은 아닌지? 반추한다. 앞에서 자연물과 대비한 장자의 胡蝶夢中家萬里 杜鵑枝上月三更(호접몽중가만리 두견지상월삼경)을 연상케 한다. 사진 속에 찍힌 허리 굽은 노파와 시인이 동일선상에 있다.
2-3. 여정으로부터 귀향
백제의 시인 문효치가 백제의 영원성을 안고 백제로 귀향한다.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다만 찾지 못했을 뿐이다//나비는 허공을 방황하면서 꽃을 찾고/곰은 숲을 헤매면서 집으로 간다//길은 숨어서/네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길」 전문
긴 여정에서 시인은 시인을 기다리고 있는 집을 향해 길을 향한다. 길은 여정이요, 집은 심신이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이다. 안식처는 바로 미셀 푸고가 말하는 헤테로토피아의 장소성이다. 시인은 시인의 생가로 돌아와 자연과 동거한다.
나는 서월정 대숲의 모기/목발을 짚고 다닌다//가물과 더운 어느 날/하도 배가 고파//김 씨 아저씨 왼쪽 종아리/그 포동한 살에 내려/막 피 한 모금 마시려다가// 솥뚜껑 같은 손바닥/ 내리치는 바람에/간신히 피해 목숨을 건졌지만/그 서슬에 뒷다리 얻어맞고/그만 골절상이라//잘 먹고 잘살아/비만의 몸에/넘쳐나는 혈액/조금만 나눠 먹으려 했지만//나에게 돌아온 건/뼈가 으스러지는 아픔/생명의 위협뿐//우왕좌왕 쩔룩쩔룩/지리멸렬 허둥지둥/세상 참 더럽다/// -「모기」 전문
시인은 일순(一瞬) 모기로 형상화한다. 시인-모기, 형상화한 모기로 세상을 간파하려고 하나 돌파하지 못하고 인근 서월정에 머문다. 여기서 공간은 시인-화자, 인간-인생, 삶과 죽음의 공간이다. 수십 년 도회지에서 생활하다가 시인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것처럼 생명의 존재들이 본성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처럼 회귀성, 시인의 삶의 현장이 잘 나타난 시다. 귀화의 현장이다.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인간의 욕망은 저녁에 느꼈던 포만감이 아침이면 허기로 변한다.
기왕 허기를 채울 바에야 맛있고 손쉽게 쟁취할 수 있는 먹잇감을 찾는다. 배가 고픈 화자는 배회하다가 포동하게 살찐 김 씨 왼쪽 종아리에 자리 잡는다. 겨우 한 모금 마시려 하는데 내리치는 솥뚜껑만 한 손바닥에 걸려 뒷다리를 얻어맞고 골절상을 당한다. 타인의 떡이 커 보이는, 잘 먹고 잘살아 비만의 몸에 넘쳐나는 혈액을 나눠 가지려다가 화자에게 돌아온 것은 뼈가 으스러지는 아픔이다. 자본주의의 부와 실, 노동의 양과 질이 비례할 수 없는 현실을 고발한다. 한탕주의의 비애이다.
나의 감나무가 저기에 있다네/땅에 추락한 햇빛이/줄기를 타고 오른다네/나도 햇빛의 발길을 따라/나무에 오른다네/나무 잎새는 내 사랑이라네/저마다 반짝이는 눈으로/나를 바라본다네//나의 나무는 감나무라네/햇빛을 잡아당겨 자르고 뭉쳐서/붉은 감을 만들고 있다네/그 감속에 내 유년이 익어가고 있다네/감나무가 서 있는 곳이/내 살과 같은 나의 땅이라네/감나무는 땅을 먹고 산다네-「저 감나무」전문-
얼마나 그리워하던 터전인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그때 그 감나무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시인을 기다리고 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꿋꿋하게 살아온 시인과 빛이 물아일체 되어 줄기를 뻗어 감나무에 오르고 있다. 추락하지 않고 희망의 빛이 줄기를 뻗어 상승한다. 감나무와 시인이 하나 되어 인내와 사랑으로 나의 땅, 백제에서 익어가고 있다. 불을 밝히며 향기로운 새해 아침을 맞는다.
아침은 향기롭다//태양이 솟아오른다/언제나 곱고 그리운 얼굴/우리의 이름을 부른다//하늘로부터 오는 전기/온누리를 밝힌다/우리의 마음도 밝힌다//사라지는 그늘/자취를 감추는 어둠//여기저기 탄생의 몸짓/새로운 생명의 웃음소리//모든 길은 열려 있고/모두의 발걸음은 분주하다//진리와 진실/또는 이해와 용서//세상은 다시 따뜻한 손/우리를 잡아 주고 있다///
-「새해 아침」 전문-
문효치 시인의 본향으로의 귀향은 향기로운 새해 아침이다. 문효치 시인의 시세계는 아픔이 곰삭아 빛이 된다. 빛은 진리와 진실, 이해와 용서로 온누리를 따뜻하게 한다.
3. 나오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헤이, 막걸리』는 백제란 역사적 공간에서 장소적 공간, 자아 인식에서 세계 인식으로의 이동이다. 『헤이, 막걸리』 또한 백제란 장소적 공간을 확보한다. 백제로서의 귀향, 공간적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셀 푸고의 인간은 현실을 배제할 수 없다. 공간적 특성에 따른 시인의 자아 인식이 세계 인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백제란 언어의 집에서 본향으로 향한 자아 인식이 잘 드러낸 작품이다.
장소에 대한 인식이 시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생각게 하는 중요한 단초가되는 만큼 백제는 문효치 시인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인간의 삶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인간은 현실을 배제하고 살 수 없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사고나 내면 의식이 드러난다. 작가가 표현한 작품 속 의식의 흐름에 따라 독자는 상상한다.
미셀 푸고의 헤테로토피아 세계를 문효치의 백제란 공간표상과 자아의식의 변모양상을 『헤이, 막걸리』를 통해 살펴봤다. 역사적 공간과 장소, 시적 세계의 자아 인식과 세계 인식의 변모는 장소와 시인의 자아가 작품에 투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연구자들이 연구할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전영순
등단: 『미네르바』(2016 시), 『에세이문예』(2010 평론), 『한국문인』(2006 수필)
저서: 시집:『가을은 입술에서 온다』외, 평론집:『한국근현대 문제작가 평론집』, 에세이집: 『들길』·『영산홍 꽃불이 아프다』·『아메리칸 드림』
수상: 시예술아카데미상·충북예총우수예술인상, 설총문학상·한국에세이평론상 등문학활동: 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 회원, 계간지 미네르바 편집위원 겸 부회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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