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중·고생의 두발과 교복자율화가 확정됨은 물론, 경남 의령군 궁유지서의 우범곤 순경이 카빈과 수류탄을 들고 인근 4개 마을의 주민 56명을 사살, 세상에 충격을 준 한해였다. 또 건국 이후 최고경제사범이라는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거액어음사기사건과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고, 팔레스타인 난민학살이 자행되고,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발사되고, 끝으로 비운의 복서 김득구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레이 '붐붐'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사망한 것도 바로 그해의 일이었다."
1982년,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난, 1982년 무엇을 했지?
난, 초등학교 3학년..
늘 졸린 눈을 비비며..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줄 맞추어서 학교에 가고..
또 학교에서 오고..
때 되면 소풍가고, 운동회하고, 그런 나의 1982년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 1982년 프로야구 개막이 있었다.
나에게는 당시..
큰 의미부여가 안되었다.
아직 야구에 큰 관심을 가지던 나이가 아니었고...
프로야구의 개념에 내 속엔 없었다.
프로야구 개막의 몇달이 지나고 나서야...
승패의 숫자로 순위를 정하는 것에 재미가 있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 꼴찌팀 삼미슈퍼스타즈를 기억하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당시 중학교를 갓 입학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런 삼미슈퍼스타즈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이다.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프로야구..
하지만, 삼미슈퍼스타즈의 패배는..
주인공에게 심한 좌절과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3년 반만에 프로에 적응을 하지 못한
삼미 슈퍼스타즈는 팀 해체가 된다.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배를 보면서 사춘기를 보면서 자란 주인공과
그의 단짝 친구 조성훈에게 그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런 좌절과 열등감은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은..
일류대의 소속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그리곤 일류대에 합격을 한다.
그리고 그는 본격적으로 소속에 의해 바뀌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일류 소속을 가진 그의 목표는 단지 졸업만 하면 되는 것이다.
대학에서 그 이외에 다른 것은 그에게 없었다.
1998년 일류대 소속의 힘으로 대기업에서 일하던 주인공은..
IMF 한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당시 일본에서 살다가 돌아온 조성훈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 결성을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그리곤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정신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를 본받아..
새로운 평범야구를 선보인다.
평범함 야구를 구사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패배...
평범하면 프로에서는 살아 남지 못한다는 무서운 진리..
가볍고, 눈웃음을 치게 하는 매력만점의 소설이지만,
그냥 그럽게 가볍게만 넘길 주제는 아니다.
난 과연 승률이 얼마나 될까?
승률이 좋다고 달라지는 무엇이 있을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승률 1할2푼5리는 되는걸까?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라는 문구가 너무 맘에 든다.
난 그동안..
치기 힘든 공만 치고, 잡기 힘든 공만 잡으려고 한건 아닌지..
자성해본다.
그리고, 그렇게 친공으로 그렇게 잡은 공으로..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소속을 가지긴 했지만,
이 소속에서.. 평범지향주의자 나에게는
치기 힘든 공, 잡기 힘든 공만 날아온다.
어쩌면..
나도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팀을 해체해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