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물러설 줄 모르는 '히팅머신' 김택민
역시 돌격대장 김택민의 파이팅은 놀라웠다. 지난 3월 30일 포천종합체육관에서 열렸던 한국 수퍼페더급 타이틀 1차 방어에서 전율의 역전 KO승을 거둔 투혼의 파이터 김택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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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부상이 생각보다 심해 보이는데 괜찮습니까?
“다행히 안구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한동안 선글라스 끼고 다녀야 할 듯 합니다. 상대인 <?XML:NAMESPACE PREFIX = ST1 /><?XML:NAMESPACE PREFIX = ST1 />김태석이 저보다 리치도 길고 아마추어 전적도 상당해서 쉽지 않을 시합일 줄 각오는 했었습니다만, 2라운드에 눈 부상을 당한 이후로 경기 끝나도록 상대방이 4명으로 보였습니다. 상대가 안 보이니 더더욱 접근전을 벌여야만 했지요. ‘아, 이번 시합은 이렇게 지는 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5라운드에 상대방 다리가 풀리는걸 느꼈습니다. 전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체력이나 근성이 더 우선이라고 믿거든요. 부상으로 지게 돼서 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임했던 경기를 이겨서인지 경기 끝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막 지르고 말았습니다.”
1차방어전 경기 모습(왼쪽 검은색 트렁크가 김택민)
눈 부상으로 거리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쫓아가서 난타전을 전개한 김택민의 쓰나미 같은 연타 공격에 김태석은 결국 링에 주저 앉아버리고야 말았다. 아마추어 전적까지 통틀어서도 단 한번도 다운 당한 적이 없었던 김태석의 첫 다운이자 KO패였다. 한국 복싱사상 가장 화끈했던 공격력이 마치 ‘독일병정’ 같았던 김태식의 부활을 보는듯한 화끈한 경기에 관중들은 전율했다.
“경기가 끝나고 아저씨 팬 한 분이 오셔서는 지갑에 있는 돈 전부라면서 13만원을 주고 가셨어요. 제가 챔피언을 획득했던 지난 경기 때부터 팬이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뿌듯했습니다. 제 복싱철학이 질 때 지더라도 도망가지 말고 화끈한 경기를 보여주자 거든요. 절대로 답답한 경기를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군 입대로 2년 반의 공백을 가졌고, 제대한 지 석 달 만에 한국 타이틀전을 했는데도 KO로 이겼군요. 군대에서는 훈련할 여건이 되었었나요?
“대학교 1학년때 신인왕전 우승을 했지만 그 후 시합이 안 잡혀서 군대 입대를 자원했습니다. 강원도 철원 6사단에 있었고 졸병 때는 당연히 운동할 여건이 안됐었죠. 병장 달고서 막사 뒤편에 말뚝을 박고 노끈이랑 전선줄로 링 줄을 대신했습니다. 휴가 나와서 샌드백이며 글러브를 가져다가 후임병들에게 복싱을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제가 가르친 상대를 상대해서 훈련한 결과 석 달 만에 꿈에 그리던 한국챔피언이 되었죠. 그때 그 전우들이 그립습니다.”
복싱을 시작한 동기와 복싱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시작하게 된 동기는 좀 부끄럽습니다. 중학교 때 싸움을 좀 했습니다. 말하자면 학교 짱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니까 덩치 큰 녀석들에게 안 통하더군요. 키와 힘으로 밀리니까. 그래서, 복싱 도장을 찾아갔습니다. 한 3개월 하니까 효과가 있었죠. 주먹이 세져서가 아니라, 일단 체력이 느니까 상대방 주먹을 안 맞고 피하고 1~2분만 있으면, 상대방이 제 풀에 지쳐버리고 말더군요. 복싱경기에서는 고작 1라운드뿐인 3분 동안 일반인들이 싸움을 하기에는 정말 긴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철부지 개구쟁이 싸움꾼이었던 제게 복싱이라는 운동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싸움과 달리 악감정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격려와 위로가 오가는 사나이들의 진정한 스포츠라고 느꼈습니다. 한 번 경험하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훈련 스케줄과 체중 조절 방법을 소개해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청계산을 뛰어 올라갑니다. 매봉 정상까지 한 30분 걸리는데 훈련 목표는 ‘어제보다 더 빨리, 더 힘들게’ 입니다. 스톱워치 시간을 저장해놓았다가 전날 기록보다 단 1초라도 빨리 뛰도록 노력하는 거지요. 팔굽혀펴기도 어제 90개를 했으면 오늘은 95개, 100개를 하구요. 낮에는 <?XML:NAMESPACE PREFIX = ST2 /><?XML:NAMESPACE PREFIX = ST2 />양재천을 10km 뛰고 저녁에 체육관에 가서 2시간 훈련합니다. 체중조절은 쉽지 않은 편입니다. 평소 체중이 69kg 정도라서 10kg를 빼야 하는데, 경기 3주전부터 감량에 들어갑니다. 전 거의 안 먹고 운동합니다. 하루 식사는 계란 후라이 1개와 쌀밥 두 숟가락입니다.”
하루에 공기밥 두 그릇이 아니라 두 숟가락이라니요?
“예, 두 그릇이 아니라 두 숟가락입니다. 공기밥 두 그릇은 1주일 동안 먹는 총량에 해당합니다. 더 이상은 보관이 안되죠. 물은 그날 그날 체중을 재봐서 감량 목표치에 도달했으면 한잔 내지 두잔 마시는 식입니다. 그나마도 이번 경기 때는 체중이 안 빠져서 1주일전부터 거의 하나도 못 먹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도 아직 만 나이 스물 넷이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챔피언이 되었으니 동양챔피언, 세계챔피언이 되는 꿈이야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일 것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무어라 계획을 세우기도 막막합니다. 복싱계가 아시다시피 침체되어 있잖아요. 게다가 나라 경제도 어렵고. 그래도 전 20대는 복싱에 매진해보렵니다. 대학교는 휴학을 한 상태니까 아니다 싶으면 복학을 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겁니다. 복싱 훈련하듯이 한 3년 열심히 준비하면 안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복싱 팬이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요즘 듣기 싫은 질문이 있습니다. 저보고 파이팅 넘친다고 칭찬해주시는 듯 하다가 말미에 가서는 ‘이종격투기 진출은 언제 할거냐?’ 고 묻는 거지요. 왜 복싱선수 다음 단계가 이종격투기라고 생각하는지 어이가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고 대중적인 스포츠는 축구이고, 그 다음이 복싱입니다. 복싱선수 인구와 이종격투기 선수 인구를 비교해 보면 됩니다. 팬들도 마찬가지고요. 이종격투기는 고작 3라운드 하지만 복싱은 신인왕전도 4라운드 뜁니다. 세계타이틀전은 12라운드 뜁니다. 복싱 은퇴한 선수도 아닌 한국챔피언으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제게 이종격투기 권유는 저뿐만 아니라 복싱에 대한 무례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제게 맞지 말고 멋있게 경기를 풀어가라고 하는 충고도 좀 사양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복싱은 비록 공짜로 들어온 관중이라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화끈한 정면승부를 하자는 것입니다. 승패를 떠나서 화끈하고 후련한 경기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를 마치며
3시간여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래저래 WBA 전 챔피언 김태식을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타고난 거리의 싸움꾼이었다가 복싱에 입문한 것도 같았고, 무엇보다도 화끈한 경기, 공격적인 인파이팅만을 신봉하는 복싱스타일이 흡사했기 때문이다.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을듯한 연타공격으로 침몰시키는 경기 스타일이 얼마나 흡사한지 경기를 보면 단박에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감량의 고통과 피나는 훈련으로 임한 경기, 그것도 한국타이틀매치를 통해 손에 쥔 금액이 한국타이틀 획득 시에 60만원, 1차 방어에 114만원이라는 건 너무 작았다. 치료비도 안 돼 보이는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시작한 복싱만을 생각하며 관중을 위한 경기를 추구하겠다는 스물 셋 청년의 당찬 눈빛이 자꾸 아른거린다.
김택민(金澤旻)
- 출생 : 1985.11.21
- 학력 : 경원중, 동호공고,
서울산업대 금형설계 2학년 휴학 중
- 소속 : 록키체육관
- 신장 : 172Cm
- 매니저 : 진좌일
- 스탠스 : 오소독스
- 타이틀 : 한국 슈퍼페더급 챔피언
- 총전적 : 11전 9승(6KO) 2패
- 싸이주소 : www.cyworld.com/tackmin /이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