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산
곡성 곤방산(727m)
섬진강가의 지리산 조망 좋은 큰봉
신숭겸 장군의 덕양서원과 송정리 심청이야기마을이 기점
곤방산은 곡성의 진산 동악산과 곡성의 최고봉인 통명산의 그늘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산이다. 하지만 최근 곡성군 오곡면에서 등산로를 개발했다. 고려의 충신 신숭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덕양서원에서 천덕산과 곤방산으로 이어진 등산로다. 이 코스는 오곡면 덕산리 덕양서원과 날머리의 심청이야기마을, 더불어 보성강이 섬진강에 합류하는 압록유원지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관광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코스다. 특히 산행 후 푸른 하늘을 품고 섬진강을 따라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타고 즐기는 기분은 두고두고 멋진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또한 농촌체험과 민박을 즐길 수도 있고 가족캠핑, 문화유적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곡성의 박혜범씨에 의하면 고려 개국 공신 신숭겸 장군의 얼을 기리는 사당이 있는 오지리 주산을 천덕산이라고 한 것은 '임금(天)이 큰 덕을 베푸는 산' 이란 뜻이라고 했다. 천덕산(551.7m)은 덕양서원 뒷산으로 곤방산(727m)에 능선이 이어져 있다. 곤방산의 위성봉인 셈이다.
김학근 곡성문화원장과 오곡면사무소 홍문현 계장의 고증에 의하면, 곤방산은 50년 전만 해도 웅방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풍수지리상 장군대좌 명당이 있어 8명의 재상과 장군, 3명의 왕후가 태어날 길지라서 조선팔도의 풍수가들이 몰려와서 서로 묘를 쓰다 보니 묘소가 많다고 한다. 웅방산은 단군과 웅녀의 설화와 통하는 성산으로 여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곤방산 이름은 옛날 중국의 이름 높은 풍수지리가였던 주사춘으로부터 유래한다. 주사춘은 남원으로 유배와 가난한 방씨 집에 은거하며, 짚신을 삼아서 연명하다가 3년 후에 귀양이 풀렸다. 그가 귀국하면서 주생면에 방씨의 선산을 잡아 준 뒤 자손들은 벼슬도 하고 부자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욕심이 난 방씨가 중국으로 주사춘을 찾아가 명당을 부채에 그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압록강에서 강풍을 만나 부채를 잃어버리고 귀국한 뒤, 10년 동안 주사춘이 부채에 그려줬던 명당을 찾아 헤맸지만 헛수고였다. 그 뒤부터 방씨를 피곤하게 한 산이라는 의미로 곤방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김 원장과 홍 계장, 그리고 필자는 조그마한 산줄기를 천덕산과 곤방산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지리산처럼, 산 전체를 지칭할 때는 천덕산, 가장 높은 주봉은 큰봉(727m), 지도상에 곤방산으로 표기된 곳은 곤방봉(715m), 덕양서원 뒷산은 천덕봉(551.7m)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산줄기는 호남정맥 연산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곡성지맥이 기우산과 차일봉을 지나 통명산에 이르면 북쪽으로 동악산 줄기를 갈라놓고, 주부산에서 동쪽으로 천덕산을 솟구친 뒤 섬진강에서 끝을 맺는다. 물줄기는 섬진강으로 합류한다.
이번에는 곡성군 오곡면에서 만든 1코스를 호남지리탐사회(회장 김정길)와 전주명품산악회(회장 김문규)가 합동으로 답사했다. 덕양서원과 압계서원 안내판, 등산안내도가 있는 오지리 당산마을에 도착하면 냇가에 돌로 만든 용이 여의주를 물고 인사를 한다.
남쪽의 콘크리트 길을 따라가면 완계정사 팻말이 있는 콘크리트 숲길과 홍수와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사방댐을 만난다. 냇가 옆길 따라 오르면 죽당동 팻말과 완계폭포 표지석이 마중 나온다. 곧이어 고즈넉한 신숭겸 장군을 모신 덕양서원에 닿는다. 서원 옆 대나무 숲과 사과밭 옆 넓은 길을 지나면 나무계단을 오르게 된다. 송림이 울창하고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훼손이 안됐다. 송이버섯재배지라서 줄을 쳐 놓았다.
잠시 후 서쪽 미산리에서 올라오는 길을 지나면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편백숲과 송림이 우거진 실크로드 능선길을 걷는다. 느티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는 오름길을 가면 천덕산과 큰봉이 다가오고 곡성시가지 뒤로 고리봉, 문덕봉이 한눈에 잡힌다. 천덕산에 닿으면 북동쪽 팔각정에서 오는 길이 있다(당산에서 1시간20분 소요).
오찬을 즐기고 노란 솔가루가 뿌려진 양탄자 길을 가면 발걸음이 부드럽다. 큰봉 헬기장에 닿으면 훌륭한 조망대다(당산에서 2시간 소요). 동쪽은 곤방봉 뒤로 지리산이 한눈에 잡히고, 북쪽은 곡성시가지 뒤로 고리봉과 문덕봉, 서쪽 동악산과 통명산이 지척이다. 헬기장에서 조금 더 가면, 해발이 가장 높은 큰봉(727m)에 닿는다. 지도상에는 동쪽 714.8m봉을 곤방산으로 표기해 놓았으나 큰봉이 12m가 더 높은 곤방산 주봉이다.
서쪽은 통점재(1.4km)를 거쳐서 통명산과 호남정맥으로 이어진다. 동쪽 714.8m봉을 향해 가면 전망 좋은 곳에 뒷면이 암벽으로 돼 있는 전위봉(705m)이다. 향나무가 묘소를 에워 싼 광산김씨 묘소가 있고, 전망이 좋아서 지리산 반야봉과 천왕봉이 한눈에 잡힌다. 잠시 후 삼각점과 이정표 그리고 장군대좌의 명당이 있다는 풍수지리설 때문인지 묘소 10여 기가 자리 잡고 있는 714.8m봉에 닿는다(당산에서 2시간30분 소요).
조망을 즐기고 밧줄이 매어 있는 급경사 내리막길을 가면 지리산이 동쪽으로 다가오고, 또다시 묘소 2기가 있는 전망대에서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심청마을을 만난다(큰봉에서 1시간20분 소요). 이곳에서 17번 도로가 있는 송정리까지(1.1km)는 도보로 20분쯤 소요된다. 이곳까지 큰 버스가 들어올 수 있다. 큰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어귀에는 심봉사와 심청의 조형물이 있다. 집들이 초가지붕에 에어컨과 기름보일러를 설치한 구조라서 영 부조화다. 이왕이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고 부채나 죽부인이 갖춰진 옛날 집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산행길잡이
○오지리 당산마을~(1.0)~덕양서원~(2.7)~천덕산~(2.0)~큰봉~(1.4)~714.8m봉~(2.8)~심청마을~(1.1)~송정루 <총 11.0km, 4시간30분 소요>
○봉조리 괴불터~(3.0)~곤방봉~(1.4)~큰봉~(2.0)~천덕봉~(2.7)~덕양서원~(1.0)~오지리 당산마을 <총 10.1km, 4시간 소요>
*볼거리
○증기기관차 전라선 폐선을 활용해서 섬진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관광용 증기기관열차와 레일바이크를 운행한다. 구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10km) 1일 5회 운행한다. 연인과 가족끼리 섬진강을 따라 행복을 꿈꾸며 철길을 달리는 레일파크(1.6km)는 2~4인용이 있다. 현장구매 및 인터넷구매(www.gstrain.co.kr, 061-363-9900)를 할 수 있다.
○곡성심청축제 곤방산 동쪽 하산지점에는 송정리 심청이야기마을이 조성돼 있다. 그리고 마을코스모스 등 가을꽃이 어우러진 섬진강기차마을에서는 1,700년 전 곡성출신 만고효녀 심청의 효를 재조명하는 심청축제가 매년 9월 하순부터 10월 초순 사이에 열린다.
*교통
서울에서 곡성 간 열차가 1일 13회 운행한다. 직행버스는 광주~곡성 1일 27회, 남원~곡성 1일 12회, 구례~곡성 1일 35회 운행한다. 군내버스는 곡성~오곡 간 수시운행하며 곡성~압록 간 수시운행한다. 곡성~봉조리 간 1일 4회 운행한다. 곡성개인택시(061-363-4342).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광주~곡성~오곡면~오지리 당산, 오곡면~송정리~신이정(좌회전)~봉조리 괴불터~통점재, 전주~남원~곡성~(17번 국도)~오곡면 오지리 당산, 오곡면~(17번 국도)~송정리~신이정(좌회전)~봉조리 괴불터~통점재
*먹을거리
보성강이 섬진강에 합류하는 압록유원지는 대나무와 섬진강이 어우러져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여름철 기족단위 물놀이나 캠핑지로 각광받는다. 백운산장(362-2890), 사계절 횟집(362-1933), 어울목 횟집(362-8932) 등의 식당이 있으며 메뉴는 참게매운탕(45,000원), 메기찜(50,000원), 은어회(30,000원) 등이 있다.
글쓴이: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
참조:곤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