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자가 무엇인지 아세요?
유관순의 죽음이 던지는 의미
정연수
3.1절을 국경일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의 국경일은 그 의미를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일본의 만행을 기억해야 한다고 소리 높일 때마다 기겁하는 이 땅의 권력자들이 있습니다. 또 왜 과거에 얽매이는 지 모르겠다면서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우연하게 위의 두사진과 설명을 보았습니다. "사진은 3.1절 만세운동 후 서대문형무소에 감금된 유관순 열사의 당시 모습과 모진 고문으로 석방을 이틀 앞두고 순국한 열사의 시신이 보관되었던 상자입니다"는 글을 보는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뒤 당시 이화학당의 교장 프라이저씨가 국제여론에 호소하여 시신을 인도 받았다고 합니다. 인도 받은 시신은 석유상자 속에 토막난채 보관되어 있었고 말입니다.
17살의 연약한 몸으로 모진 고문을 당하며 질렀을 비명, 그리고 무참히 꺾인 생명, 그 생명없는 시신은 토막이 나고, 그리고 토막난 시신은 석유상자 속에 팽개쳐지는 모습들이 어떤 영상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유관순 누나를 배웠고, 또 유관순 누나의 노래를 불렀지만 정작 일본의 만행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유관순 누나의 애국심은 배웠지만, 정작 일본인의 간악하고 잔인한 행위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유관순 누나에 대한 노래보다, 유관순 누나의 '대한독립만세'외침보다 위의 두 사진을 교과서에 실어줬다면 우리는 역사를 보다 쉽고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애국심이 아니라, 왜 일본을 경계해야 하고, 왜 일본을 증오해야 하는지를 금세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마 교과서 제작자들은 위의 사진이 혐오스럽다고 하여, 엽기적이라하여 싣지 못한다는 변명을 늘어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누나는, 우리의 민족은 사진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사진보다 더 지독한 참변을 당해 왔습니다.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일본의 장관도 얘기하고, 한일대사도 당당하게 얘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보는 눈을 가져야겠습니다.
독도는 일본 땅이어도 괜찮습니다. 우리 땅인 독도를 일본이 가져가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땅을 뺏기위해 목숨까지 뺏어가고, 과거의 진실까지 뺏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침략에 무력했던 시대가 불과 100년 전입니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100년의 역사는 친일파의 죄값이 청산되지 않은채 권력을 장악한 친일파들에 의해 진실이 숨겨지거나 왜곡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은 다시 100년 전처럼 독도를 위해, 영토의 확장을 제국주의 근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누군가 위의 두 사진 같은 진실을 우리 국민들에게 감추며 교육하지 않았나 의심이 듭니다. 아직도 친일의 역사는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친일파 인명사전조차 만들어지 못하는 나라이다 보니, 나라를 팔아넘겼던 이완용의 후손같은 자들이 일제로부터 받은 땅을 되찾기 위해 법적 투쟁을 벌이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과거는 용서해줘야 하고, 친일로 민족을 팔아넘긴 자의 삶 또한 용서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제의 과거를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용서란 그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용서해주겠다는 사람만 많지, 용서받을 사람은 없는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친일했다고 용서를 빌 때, 일본이라면 과거의 식민지압박을 인정하고 용서를 바랄 때 용서를 해줄 텐데 말입니다. 이런 판국에 우리는 무슨 과거를 잊고, 용서하자는 겁니까. 용서받을 사람이 없는 현실 속에서 말입니다.
부끄러운 3.1절입니다. 오늘 유관순의 사진을 보면서 커다란 충격에 빠졌습니다. 약한 나라를 살아가는 비애를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애국이라든가, 민족이라든가에 대한 개념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맹목적인 애국과 민족이란 용어를 경계할 것입니다. 애국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폭력이 밉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애국자라서가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한민족이어서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이 유린된 그 진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비로소 처음 보게 된 그 사진을 통해 이 나라는 나에게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연약한 소녀 유관순의 죽음을 통해 제국주의의 참상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입니다.
한창 연애하기도 바쁜 그 나이에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목숨을 던지게 만든 그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녀에게는 연애를 할 낭만의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시대, 부모의 어리광이 더 필요한 나이에 그녀를 투사로 만든 이 현실을 원망하는 것입니다. 17살의 꽃다운 유관순을 투사로 만들고, 급기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일본의 욕심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일본제국주의, 그 욕심들이 이 지구에서 영원히 추방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위대란 이름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를 식민지화 해버렸습니다. 이라크에도 수 많은 유관순이가 살고 있을 것이며, 수많은 유관순이가 죽어갈 것입니다. 비단 일본과 미국 뿐아니라 우리의 한국군도 이라크의 유관순이를 죽이러 갔습니다.
총칼로 무장한 미국이여, 일본이여, 한국이여! 부디 이라크의 유관순을 고문하더라도, 죽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죽이더라도 제발 토막은 내지 말아주었면 합니다. 토막은 내더라도 그 시신을 부디 석유상자에 속에 쳐담아 두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유관순 누나, 이제 유관순 누나는 열사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유언은 너무나 애국적이어서 더 슬퍼집니다. 누가 그 꽃다운 소녀의 가슴에 투사의 불길을 질렀던 것입니까?
"내 손톱이 빠져 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더 이상은 그러한 유언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투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관순이 이 지구상의 마지막 열사였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빨리 이 땅의 친일파를 용서하고, 일본제국주의를 용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에게도 일본과 한국과 미국의 침략을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화성소식은 아니나 잊고 있는것이 있지 안을까 싶어서 올립니다. 수정이나 삭제를 원하시면 메일 주십시요! 정연수님은 태백문협 지회장으로 태백을 위해 헌신하시는 시인입니다.
가슴이 무거워집니다..답답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