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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 이경식 옮김/ 비즈니스북스
정광모
기업가이자 뉴욕 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과 같은 플랫폼 제국을 분석한 책이다. 이 거대 IT 제국들이 미국과 세계에서 휘두르는 힘과 영향력이 주제다. 2008년 이후로 이 네 개 기업은 역사상 그 어떤 기업보다 더 많은 가치와 영향력을 쌓아왔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무려 2조 8,000억 달러로 인도와 영국 그리고 프랑스의 GDP보다 많다. 구글은 전체 검색 부문의 92퍼센트를 차지하며 페이스북은 월 20억 명이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한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날로 더 커지며 많은 기업을 집어삼키고 있다.
한국인의 삶과 한국 기업도 점점 이 IT 제국의 자장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네 개의 거인기업이 불공정하게 싸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거인기업의 무자비하고 올바르지 못한 공세를 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1갤런의 휘발유를 소비할 때 연합군은 38갤런을 사용하며 밀어붙여 독일군은 결국 탱크 연료가 떨어져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예에 비교한다.
이 네 개의 IT 제국에서 아마존을 보자. 저자는 아마존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파괴적인 최상위 포식자’로 묘사하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 아마존이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아 그 파괴력을 실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통계를 보자. 미국 가구의 44퍼센트는 권총을 소지하고 있고, 52퍼센트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이용자다. 2016년에 일어난 온라인 성장 중 절반과 소매유통 부문 성장의 21퍼센트는 아마존 덕분이라고 한다.(34쪽)
아마존은 소매유통의 왕이다. 1994년 설립된 아마존은 22년이 지난 2016년 1,2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1962년 설립해 35년 만인 1997년 월마트가 기록한 매출액 1,120억 달러보다 더 많은 액수다. 아마존이 얼마나 급속하게 성장했는가를 알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소매유통업 역사를 간략히 짚어보자. 한국의 소매유통업에도 이 역사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전통 소매점이 있다. 이 부문을 지배한 것은 인접성이다. 소비자가 직접 가게에 가서 물건을 구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 가게는 보통 가족이 운영했고, 지역사회 공동체의 온갖 소식을 전하면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 다음에 백화점이 등장했다. 런던의 해러즈와 셀프리지스가 원조다. 매장 직원은 고객에게 친구이자 쇼핑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다음으로 몰MALL이 등장했다.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자동차와 냉장고가 보급되자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더 먼 곳까지 이동해 물건을 잔뜩 사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소비자의 매장 방문 횟수는 줄어들었으며 더 큰 규모의 매장, 더 많은 선택, 더 낮은 가격이라는 여러 조건이 가능해졌다.
몰은 점점 진화해 1960년대 초반에 창고형 대형할인점이 나타났다. 대형할인점은 소매유통업의 기본 틀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유통업체가 상품의 대량 구매로 얻는 비용 절감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혁명적이었다.
그리고 1980년대의 전문유통점이 있다. 고급 홈웨어 판매점 포터리 반과 고급 가구점 리스토레이션 하드웨어가 대표적이다. 대다수 소비자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기를 원한다. 전문유통점은 그 점을 노렸다.
마지막으로 전자 상거래가 있다. 1990년대의 전자상거래는 대부분의 인터넷 회사에 수지가 맞지 않는 형편없는 사업이었다. 아마존이 나타나 모든 것을 잡아먹기 전까지만 해도 소매유통업은 두드러지게 고약한 사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20세기의 대표적인 소매유통업체의 시가총액은 어마어마한 수준에서 보잘것없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서 영업하는 아마존은 현실세계에 매장 건물을 짓거나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데 따르는 시간적 지연 없이 바로 수천만 명의 고객에게 곧바로 다가간다.(41~50쪽)
소비재 제품을 파는 모든 회사는 독자적인 인프라를 따로 구축할 필요 없이 이용료를 내고 아마존의 인프라를 빌려 쓸 수 있고 이 편이 비용이 적게 든다. 그 어떤 기업도 아마존과 경쟁할 만한 규모나 소비자 신뢰, 막대한 투자금, 로봇을 갖추지 못했다.(93쪽)
이제 애플로 넘어가보자. 저자는 애플을 ‘자기만의 우주를 만든 고가 사치품 전자 기기’로 규정하면서 글로벌 명품으로 부른다.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에서 부부가 복면을 쓰고 파티장으로 들어가 소총으로 14명을 죽이고 2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범인들은 4시간 뒤 경찰에게 사살되었다. 경찰은 범인의 아이폰을 확보한 다음, 연방법원에 애플이 범인의 아이폰 암호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고 연방법원은 애플에게 문제의 아이폰 암호를 풀라는 내용의 명령서를 발부했다. 애플은 이 명령을 거부했다.(104쪽)
이 사건은 공권력과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대단한 논쟁을 낳았는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애플에 우호적이었다. 저자는 애플과 아이폰이 일종의 성역으로 자리잡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신화적인 회사다.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가 누리는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다른 많은 기자와 저술가와 달리 애플을 사치품 브랜드로 본다. 저자는 포르쉐에서 프라다에 이르는 이들 사치품회사에는 공통적인 핵심 특성 다섯 개가 있다고 말한다. 1. 우상화한 창업자 2. 장인정신 3. 수직적 통합_직영 매장 4. 세계무대로 확산 5. 프리미엄 가격이다.
정보화 시대에 기술기업은 나이를 빨리 먹는다. 기술기업이 왕좌를 차지하면 수많은 경쟁자가 따라 붙는다. 애플은 스스로 가장 위대한 선지자 기업에서 가장 위대한 운영자 기업으로 변신했다. 사치품 브랜드로 전환해 수명을 연장한 셈이다.(138쪽)
저자는 애플을 비롯한 네 개의 거인기업은 각각 하나의 독립적인 사업으로 출발했다고 말한다. 애플은 기계류, 아마존은 매장, 구글은 검색엔진 그리고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로 각각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기업 중 애플은 사치품 브랜드로 고고하게 서 있고 나머지 세 기업은 서로의 영역을 노리며 경쟁하고 있다.(145쪽) 그러면서 애플은 회사에 엄청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저자는 애플의 명성을 드높이고 장기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무료 대학교 설립을 제안한다. 미국은 소득 상위 20 퍼센트에 속하는 미국인 자녀 중 88퍼센트가 대학에 진학한다. 반면 하위 20퍼센트 소득 가구의 자녀 중에서는 겨우 8퍼센트만 대학에 진학한다. 애플은 우주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현금을 지니고 있으니 무료 대학교 설립도 가능하지 않을까.
페이스북을 보자. 페이스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축구팬은 35억 명이지만 지구의 절반이 축구라는 게임에 매료되기까지 150년 이상이 걸렸다. 반면 2004년 2월 창립한 페이스북과 그 자매 플랫폼들은 곧 축구가 세운 기록을 뛰어넘을 듯 하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1억 명 기준을 가장 빨리 돌파한 다섯 개 플랫폼 가운데 세 개를 소유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왓츠앱, 인스타그램이다. 사람들은(미국인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하루에 35분씩 페이스북에 시간을 바친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60분으로 껑충 뛴다. 사람들이 이들 메신저 앱에 소비하는 시간은 가족과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먹고 마시는 시간보다 많다.(152쪽)
18억 6,000만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에게는 각각 개인 페이지가 있고 거기에는 여러 해에 걸친 개인 콘텐츠가 들어 있다. 만일 광고업자가 특정 개인을 목표로 삼고 싶어 하면 페이스북은 그 특성과 연관이 있는 행동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다. 모바일 앱 덕분에 페이스북은 2017년 현재 디스플레이 광고의 세계 최대 판매자다.
현재 우리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포스트 목적은 주로 자신을 홍보하는 데 있다. 당신의 페이스북 자아는 그래픽 편집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려 당신과 당신의 삶을 에어브러시로 수정한 이미지다. 실제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밝게 윤이 나도록 수정한 것이 페이스북의 사용자 이미지다. 페이스북은 잔뜩 치장하고 뽐을 내기 위한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절정의 순간, 기억하거나 기억되고 싶은 순간과 관련된 포스트를 올린다. 자신의 이혼서류 사진이나 지난 화요일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지쳤는지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올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용자들은 미술관의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셈이지만 페이스북 운영자는 속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진실을 바라보는데, 이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싣는 광고업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도록 만드는 미끼다.(157쪽) 인간은 이미지를 단어에 비해 6만 배 빨리 받아들인다.(171쪽) 페이스북이 실행하는 혁신 가운데 많은 것이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다.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돈 한 푼 받지 않고 페이스북을 위해 일한다는 얘기다. 반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원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돈을 쓴다.
이 넷 거인 기업은 제각각 자기만의 뚜렷한 역할을 보여주며 다양한 경로로 현재 위치에 올라섰다. 구글은 25년 전만 해도 아예 존재하지 않던 범주를 지배하고 있다. 아마존은 독보적일 만큼 효율적인 운영 기술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앞세워 경쟁자들을 압도한 반면, 애플은 제품 혁신을 이끌어 최고 수준의 리더십을 확보했다.
저자는 묻는다. 제 5의 거인기업은 어디서 나올까? 저자는 반드시 디지털 시대 산업에서 나오거나 대학을 중퇴한 특이한 인물이 그 기업을 이끌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제 5의 거인 기업이 미국에서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으며 현재의 네 개 거인기업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IBM은 1950년대와 1960년대 내내 전자업계를 지배했지만 결국 컨설팅 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HP는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기술 기업이었으나 허약한 리더십 때문에 몰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에 세계를 지배하는 괴물로 보였지만 지금은 위력을 잃었다.(310쪽)
지금은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휘두르는 막강한 힘은 표본과 통계의 종말이 가까워졌음을 뜻한다. 지금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전체 고객의 쇼핑 양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할인가격 책정, 재고 변화, 매장의 상품 배치 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그것도 하루 24시간, 365일 내내 말이다. 예컨대 구글은 특정 개인과 관련된 것은 아니어도 특정 집단과 관련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구글보다 더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일상을 추적한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신상과 관련된 데이터에 접속할 수있 는데 이는 사용자 스스로가 공개한 정보다.
제 5의 거인기업은 데이터 관련 능력을 꼭 갖춰야 한다. 저자는 알리바바를 첫 번째 후보로 꼽는다. 알리바바는 다른 소매유통업체의 시장 기능을 수행하는 전례 없는 사업 모델을 운영한다. 색다른 고객 경험을 주는 테슬라도 있다.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창인 우버도 있다. 우버 서비스는 81개국 581개 이상의 도시에서 이용이 가능하고 그 운송 시장에서 택시 등을 상대로 대부분 이기고 있다.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떨까? 저자는 가장 가능성 높은 업체로 에어비앤비를 꼽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갑자기 당신의 미래를 논하면서 자기계발의 장으로 뛰어든다. 20대 청년에게 정서적 성숙이 중요하며 민첩함AGILE, 호기심 같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재능을 말한다. 웬만하면 대학에 가라거나 자격증은 당신의 가치를 높여준다거나 성취도 반복 가능한 습관이다 같은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저자의 충고 중에서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내 생각에 ‘도시로 거점을 옮겨라’인 것 같다. 중세에 도시는 자유를 불렀지만 현대의 도시는 부와 정보, 권력, 기회가 집중된 곳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유명한 인물에게 도움을 구하고 또 도움을 주라고 권한다. 그리고 갤러웨이 교수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과 애플 같은 네 개의 거인기업을 알아야만 비로소 우리가 사는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와 우리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튼튼하게 보장할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디지털 경제에 휩쓸린 한국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기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고객과 소통 가능한 ‘사람’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평범한 충고이지만 거대한 디지털 기업 시대에서 별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