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76학번 조강철입니다.
이번에 박건주 회장님의 회장직 종료 선언과 동시에
동문회 발우 보관자로 느닷없이 지목되어 회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동문회 발우보관자라는 회장직이 우리가 어렸을적 수건 돌리기 게임하듯 뒤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슬쩍 수건을 놓는 그 사람이 술래가 되듯이 그런식으로 정해져 버려서 황당한 술래가 된 기분으로
회장직을 맡게 됐음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왜냐면 저 역시 그간의 동문활동에
거의 무관심 했음은 물론 신행활동도 공부도 거리가 멀다시피 살아온지라
동문 회장직에 대해 청문회라도 한다치면 요즘 장관 청문회에서 개그가 되버린 윤진숙의
몰라요 꽈에 해당됨을 피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우리 전불동의 전통이 발우를 받게 되면 울며 겨자를 먹든 말든 보듬어야
되는거라 하니 얄잘 없이 동문회를 어찌 할것인가 그날로부터 슬금슬금
머리가 눌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동문회는 그간 명맥을 유지해 오기는 했으나 활동상황은 미미하거나
아예 끊겼다 말았다 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런데는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읊조려보면 이런것이 아닐까 합니다.
대불련은 졸업후 각자가 절의 신도가 되어 신행활동을 하며 불교가 시대와 사회에
기여하는데 젊은불자로서의 사명을 다해보자 였습니다.
그런데 절에는 우리같은 불자를 만족시켜주는 법회가 없습니다.
절이 신도를 리드해 나가는 리더십도 없고 구속력도 없습니다. 자연히
신도들은 소속감도 없습니다. 절을 지키는 신도들은 할머니들과 보살들 뿐입니다.
우리 동문들도 절을 정해놓고 법회를 보며 정기적으로 신도 역을 하는 분은
극히 소수에 불과 합니다. 그럼에도 자기 마음에 둔 절에 초파일날 등이나 켜는 걸로
그 절의 신도라 스스로 일컬읍니다. 하지만 절에서는 그들을 손님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동문들은 동문법회라 하여 자체적으로 법회를 꾸려 간다고 했으나
그 법회가 재미가 별로 였습니다. 대불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경전을 공부하는 방법을
구사 하기도 하고 끝나면 곡차도 기울이기도 하지만 법회 자체가 늘상 구태의연하고
감동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말하자면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와
등산을 가든 놀이를 하든 그 가치와 재미에 훨씬 못미친다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법회라도 참석할려면 나름 큰 희생과 생색으로 집회에 참석하는 양이니 법회가 존속치 못 할
계기만 이루어지면 손쉽게 냅두고 말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유명무실하고 완전 비활동에 빠진 동문회를 재기시키고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될까 동문회장이 바톤터치가 된 이싯점에서 신중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며칠전 4월 27일, 앞으로 동문회 활동의 중심이 될만한 학번대의 조보익동문과 최정훈동문에게
연락하여 몇몇이라도 모여 그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하였는데 모두 14분이 모여져서 아주 긴한
대화를 나누게 된것 입니다. 그때 참석하신 동문제위는 조강철, 박남철,장춘석,조민호, 조보익, 김경미,
구자훈,남기정,염준구,정은경,서금련,최정훈,한은영 등이었습니다. 너무너무 고맙고 희망적인
모임이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최대한 이야기를 듣고 수렴하여 동문회 운영 방향을 잡고 법회 운영방식도 새로운
방법을 모색코자 하였으나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평소 늘상 고민했던바도 아니고 갑자기
좋은 방안이 생각나는것도 아니고 어디 다른데서 이루어지는 멋진 법회 프로그램이라도 있어
보고 듣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그도 없고...우선 동문들과 만난지 오랜만이라 앞에 음식 굽고 먹고
반가운 이야기가 우선인지라 이야기 집중도도 생기지 않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 제가 대충의 가이드를 제시하고 몇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던져보아 반응을 살피는등 하다보니
여러 동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제가 말이 조금 많아지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 옆에서
듣던 박남철은 내게 행님이 혼자 말을 많이 한다고 지청구를 놓기도 했습니다, 제2의 건주형이라고까지
한방 날리기도 했으니요.그렇습니다. 최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야 하나 효율을 좆고 중구난방의 이야기를
추수릴 필요도 있었기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려니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법회운영이나 동문회 운영에 있어 최대한 동문 각자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서는
듣는 모임에서 말하는 모임, 따르는 모임에서 이끄는 모임으로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느니 만큼
이런게 주도면밀하게 정리되면 자연히 리더가 따로없는 동문 대중의 운영이 될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날 동문들의 이야기를 대체로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법회가 재미 없었다. 즐거웠으면 좋겠다.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가족법회였으면 좋겠다.
법회가 딱딱하지 않고 문화적인 요소가 많았으면 좋겠다.
동문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나 기회도 없이 법회가 끝난다.
일방적이지 않은 법회였으면 좋겠다.
야외법회등 놀러가는 법회도 있었으면 좋겠다. 등등....
모임을 법회로 하자면 역시 법회가 재미를 제공해야 함이 중요한듯 합니다.
그렇다고 재미만을 좇다보면 포퓰리즘을 면치 못하고 종교성도 빈약해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회 프로그램을 재미와 종교적 감화를 같이 얻을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봅니다.
두시간 정도의 법회시간이면 한시간은 종교의식과 설법으로, 나머지 한시간은 회원들과의
교류, 대화,각자 공부와 생활가운데 생겼던 질문과 동문법우들의 답변(즉문즉설),봉사활동등의 보고...
종교의식도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방식 보다는 요가,체조,향공,종교음악,명상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진정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종교적 감성을 충분히 받아 갈 수 있도록 고민 해 볼 것입니다.
보성 대원사 현장스님의 수련법회를 벤치마킹 하면 좋은 프로그램을 착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동문이 우리들끼리 모여 우리들 위안과 즐거움, 공부로 그치지 않고 종교인으로서
실천적 행위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적극 찾아볼 참입니다. 결코 거창하고 과시적이지 않으며
그를 통해 진정한 공부가 될 수도 있는 봉사활동에 점진적으로 동문들의 동참을 유도해 나갈 생각입니다,
법회는 광주에서 달뜨는 산이라고 불리는 월산동... 에 자리잡은 덕림사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왕년 80년대 초에 근 3년정도 불교학생회가 법회를 한 적도 있는 절입니다.
그 곳 주지스님은 대선스님 입니다. 기골이 장대한 훈남으로 생기셨는데 젊은불자들을 간절히
환영하는 선승이십니다. 이분은 선방을 주로 많이 거치신 분이고 매우 리얼한 사고로 대중을 이해하시는
분인것 같습니다. 여기 오시기전 10여년을 대만 동남아.영국등지에서 승려로서 생활하신지라
시대적 감각도 젊은 불자들과 충분히 교감하시리라 봅니다.
덕림사에서 우리 동문회가 둥지를 틀고 법회를 보게 되면 당연히 덕림사의 신도가 되기도 하겠습니다.
혹자는 자신이 동문회에 참석하는 것이지 덕림사의 신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현재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지고 문제투성이의 불교계 현실에
대불련 젊은 불자들이 한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것은 대불련 동문들이 사찰의 신도로 활동함이
지극히 미미하고 그러므로 발언할 권리도 없다는데 있으니까요. 저나 다른 많은 분들도 불교신자이기는
하지만 사찰에서는 단지 초파일때 오는 손님정도의 대상일 뿐이니 그렇습니다.
스님께서는 저의 동문활동을 덕림사에서 하게됨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절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물론 그분은 누구에게도 절의 주인이 되라고 말씀 하십니다.
우리가 이 싯점에서 일말의 소속감을 갖고자 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복잡히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그런분이 계시다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시고 동문회만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이제 앞으로 우리 동문법회가 진행될때마다 항상 미진한것을 보완해 나가기로 하고 그것 역시 동문들의
적극적인 발의로 행해지기를 바랍니다. 첫번째 동문법회는 5월중 25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일정을 동문여러분께 알릴 것입니다. 법회는 월 1회로 하고 세째주 토요일 10시로 구상하고있습니다.
끝으로 동문회의 부회장으로는 박남철(78)동문이고 총무는 잠정적으로 최정훈(88)동문으로 하겠습니다.
동문 주소록을 보완하고 있으니 주변 연락이 닿지 않은 동문의 전번과 주소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동문 모든분은 이제부터라도 동문카페를 자주 찾아 주시고
페이스북도 활용하여 서로간의 소통을 했으면 합니다. 카페를 방문하신분은 꼭 필히 인삿말이라도
한말씀을 남기시는것을 의무로 해 주실것을 부탁합니다.여타 동문들의 카페참여,바로보기, 동문들과 페북 친구맺기
는 우리 동문회를 활성화 하는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것 입니다. 이건 돈 안드는 우리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인데
우리 불자들은 단수가 너무 높아 이걸 우습게 아는 경향이 걱정입니다.
사족이 길었습니다. 많은걸 한방에 다 말하려니 그랬습니다. 이만 합장 올립니다. 조 강철 드림.
첫댓글 조회장님, 능력은 조금도 녹슬지 않으셨습니다. 경하드립니다^^ㅎㅎ
그날 만나서 나눈 얘기를 하나도 바쁘리지 않으시고 그대로 옮겨놓으셨군요! 써ㄹ프라이즈---!!
만나서 즐거운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잼있는 겜도 함 해보면서 한없이 웃고 떠들어 보는,
굳이 법회란 틀을 빌리지 않더라도... 회장님을 늘 응원합니다~~~~~ -81' 김경미 올림-
고맙습니다. 뭔가를 도모하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요, 그럴러면 모이자!~소리칠때 그소리를 들어야 되는데 그 단추 꿰는것도 쉽지가 않은거죠. 일단 제 말씀을 들어보시는것이 순서이니 좀 들어보기를 전파 부탁해용~^^
잘 읽었습니다.(너무 길어....) 앞으로 뭔가가 이루어질 듯 한 분위기군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 싶은데... 이 짬밥에 어림도 없겠군요.
시간상 정독이 안됐을성 싶으니 다시한번 읽어주실것을 바랍니다. 나 그것 쓰니라 독수리 부리 다 뭉게져 부렀당게요^^
ㅎㅎㅎ
험한 세상이 위대한 도사를 만들게 되는군요
회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아무쪼록 우리 회가 경험한 앞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잘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살아보니 가족이건 친구건 모임이건 화목과 조화가 제일 중요하고, 똑똑하고 잘난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더군요. 사람에게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남의 말을 많이 들어라는 뜻이므로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보다는 핵심을 찌르는 미언대의도 중요한 듯합니다. 어쨌든 모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려는 회장님이 나오셨으니 모두 합심하고 상대의 허물은 덮어주기도 하고 충고하기도 하면서 잘 되었으면 합니다.
중심이 확실하신 전대불교학생회 지도교수님(뿌사리)의 가이드가 있으니 대충 치고 나가더라도 걱정이 덜 합니다.동문회는
최대한 동문대중의 뜻을 받들거나 동문대중이 나서서 운영되도록 힘쓰겠습니다.핵심을 찌르는 미언대의 항상 부탁 드립니다.^~^*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급히 가기보다는 조금은 릴렉스해 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많은 성과보다는 동문회에서 편안함과 포근함을 기대해도 될런지요? 간만에 덕림사라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