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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위 20개 제품의 총 매출액은 1280억 달러(146조 6200억원)로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향후 의약품시장은 2016년부터 연 6%씩 성장해 2022년에는 전체 시장규모가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의약품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Luca Dezzani 노바티스 글로벌 메디컬 책임자가 최근 블로그에 올린 '2017 글로벌 탑 20 의약품(Top 20 Drugs in the World 2017)' 자료를 살펴봤다. 아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위에 드는 의약품은 14개의 회사로부터 생산된 제품이다. 자가면역질환, 암, 당뇨병, 감염질환이 주를 이룬다.
상위 20에 드는 의약품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면역관문억제제(ICI)인 '옵디보'의 출현이다. 옵디보는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흑색종에서 승인을 받은 이후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옵디와 같은 'PD-1 항체'인 MSD '키트루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올해 2분기 8억 8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분기와 대비해 50.9% 성장세를 보였다. 옵디보의 2분기 매출액은 11억9500만 달러로 이둘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항암분야에서 면역치료요법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면역관문억제제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벨류에이트파마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에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매출이 각각 99억1200만 달러, 9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 Luca Dezzani 노바티스 글로벌 메디컬 책임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로벌 의약품 상위 20위에는 어떤 제품이 포함됐을까? 다음은 이들 제품이 어떤 물질을 타깃하는지, 그리고 제약시장에서의 현상태 및 향후 전망 등이다. (순위, 제품명, 성분명으로 표기)
1. 휴미라(아달리무맙, adalimumab)
휴미라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를 억제하는 인간항체다.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과 중등증(moderate) 내지 중증(severe) 류미티스 관절염을 가진 환자에 처방된다. 휴미라는 2016년에 가장 많이 처방된 약으로 1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애브비가 생산한다. 휴미라는 미국에서 2016년, 유럽에서는 2018년에 특허가 만료된다. 큰 시장규모를 가지는 만큼,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만 10개 이상으로 향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 하보니(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Ledipasvir/sofosbuvir)
길리어드의 하보니는 C형감염(HCV), 에이즈감염(HIV)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는 약이다. 소발디는 레디파스비르와 소포스부비르로 구성돼, 각각 유전물질 RNA를 합성하는데 필요한 단백질 NS5A와 RNA 중합효소인 NS5B를 저해하는 작용을 한다. 지난해 소발디의 매출액은 90억 달러로 2030년까지 특허권이 유지돼 꾸준한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3. 엔브렐(에타너셉트, Etanercept)
엔브렐은 휴미라와 같은 TNF-α 계열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단 휴미라가 TNF-α를 직접 저해한다면, 엔브렐은 TNF-α가 결합하는 'TNF-α 수용체2'에 인간항체의 불변부위인 IgG의 Fc 부분이 한 결합한 형태다. 염증인자인 TNF-α에 결합해 이후의 신호전달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다. 엔브렐은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및 염증성 질환을 포함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에 처방된다. 엔브렐은 미국 암젠과 유럽의 화이자가 공동판매한다. 일본시장에서 엔브렐을 판매하기 위해 화이자는 다케다와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4. 리툭산(리툭시맙, 맙테라, Rituximab, MabThera)
바이오젠, 로슈가 공동판매하는 리툭산은 악성 B세포의 표면에 발현하는 CD20을 타깃하는 항체다. 비호지킨 림프종, 만성림프구성림프종 치료제로 항암제이면서 동시에 류마티스관절염을 포함한 일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쓰인다. 리툭시맙은 2015년 대비 지난해에 2.74%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셀트리온, 산도즈, 화이자, 암젠 등이 리툭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5.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Infliximab)
레미케이드는 휴미라, 엔브렐과 같은 TNF-α 계열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휴미라와 같이 TNF-α에 결합하는 항체치료제로 인간항체가 아닌 키메릭(chimeric)항체라는 차이점이 있다. J&J와 머크가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11% 감소했다. 2015년 주요 유럽시장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었고,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품목으로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6.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
셀젠의 레블리미드는 탈리도마이드 유사체로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다. 레블리미드는 2015년 대비 매출액이 20% 이상 증가했으며, 2027년까지 특허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향후 셀젠의 포토폴리오에 핵심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7. 아바스틴(베바씨주맙, Bevacizumab)
로슈의 아바스틴은 종양성장에 영양분 및 산소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신혈관생성 촉진인자인 '혈관내피 성장인자-a(VEGF-a)'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체다. 아바스틴은 말기 직장암, 유방암, 폐암, 자궁경부암 및 난소암,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에 처방되는 항암제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지역(+18%)에서 폐암을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서 2019년에 특허가 만료될 예정으로 암젠/엘러간, 베링거, 삼성바이오에피스, 화이자 등이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8. 허셉틴(트라스투주맙, Trastuzumab)
로슈가 개발한 허셉틴은 유방암 및 위암 환자에 처방되는 항암제다. 허셉틴은 유방암에서 과발현해 암세포의 성장∙전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HER2에 결합하는 항체로, HER2가 이량체(dimer)를 형성하는 것을 막아 종양성장을 억제한다. 허셉틴, 퍼제타의 병용치료는 환자가 약을 투여받는 기간이 길어 중국,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다.
9. 자누비아/자누메트(시타글립틴, Sitagliptin)
머크가 생산하는 자누비아는 제2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다. 자누비아는 DPP-4(dipeptidyl peptidase-4)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로 하루 한번 경구투여한다. DPP-4는 췌장에서 인슐린생성을 촉진하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로, 자누비아는 이 작용을 억제해 당뇨병환자의 혈중 인슐린농도를 높인다. 자누비아는 미국, 유럽 및 캐나다에서 판매가 증가하는 반면, 베네수엘라에서는 매출이 감소했다. 자누비아는 2016년에 전년 대비 2%의 성장세를 보여, 61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10. 란투스(인슐린 글라진, Insulin glargine)
사노피의 란투스는 지속형(long-acting) 인간 인슐린유사체로 하루 한번 투여하는 주사제다. 2014년 8월에 미국특허가 만료되고 2015년 일라이릴리가 FDA로부터 란투스 바이오시밀러인 베이사글라를 승인받았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던 당뇨병약인 란투스는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2016년에도 전년과 대비해 매출액이 11% 감소했다.
11. 프리베나13(폐렴구균 13가-접합백신, Pneumococcal 13-valent Conjugate Vaccine)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은 폐렴구균질환은 백신이다. 페렴구균질환은 5세를 지나면서 발병률이 크게 감소하지만 50세부터 다시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4분기에 FDA에서 65세 이상의 성인에 백신접종을 권고한 이후, 같은해 57억2000만 달러에서 2015년 39.9%가 증가한 62억500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린 바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도에 대비 백신대상 인구가 줄어들고 소아에 대한 정부의 백신구매시점이 늦어지면서 예상 매출액이 약 4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12. 자렐토(리바록사반, Rivaroxaban)
바이엘-존슨앤존스가 개발한 자렐토는 경구투여 항응고제로 2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자렐토는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유리 Xa 및 Xa-프로트롬빈분해효소(prothrombinase) 결합체를 억제하는 매우 선택적인 Xa 저해제다. 자렐토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systemic embolism) 리스크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구체적으로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 PE)을 예방 및 재발위험을 감소시킨다.
13.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aflibercept)
리제네론, 바이엘의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다. 앞서 언급된 아바스틴이 VEFG-A에 결합하는 분자량이 149kDa 크기의 항체라면, 아일리아는 VEGF-A, VEGF-B, 태반성장인자(PIGF)의 다양한 성장인자에 결합하는 융합단백질로 상대적으로 작은 97kDa의 크기를 갖는다. 아일리아 2014년 FDA로부터 망막질환으로 승인받으면서 2015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39억8000만 달러였으며, 같은해 미국에서의 순매출액 증가율은 24.2%까지 다다랐다. 이어 지난해 50억500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며 전년 대비 27%의 성장률을 보였다. 아일리아의 미국 특허만료일은 2027년으로 항-VEGF치료제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14. 리리카(프레가발린, Pregabalin)
화이자의 리리카는 항경련제 및 중추신경계(CNS) 진정제다. 프레가발린은 일반적으로 뇌전증,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과 관련된 신경병증통증, 대상포진후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섬유근육통 (fibromyalgia), 척수손상통증 환자 등에 처방된다. 프레가발린은 전압성-칼슘이온통로(voltage-gated calcium channel)의 α2-δ 단위체(subunit)에 결합한다. 그 결과 신경세포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 생성 및 분비가 증가, 주변부의 신경전달이 억제된다. 프레가발린의 미국 특허만료 시점은 2018년으로 이전까지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15. 뉴라스타(페그필그라스팀 & 필그라스팀, Pegfilgrastim & Filgrastim)
암젠, 교와하코기린이 개발한 뉴라스타는 인간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의 지속성을 늘린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다. 호중구는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데, 항암치료를 받으면 호중구 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른 환자의 감염부작용을 막기 위해 뉴라스타를 투여한다. 뉴라스타의 미국특허는 2015년 6월에 만료됐으며, 제품매출은 지난해 4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16. 애드베어(플루티카손 & 살메테롤, Fluticasone & Salmeterol)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애드베어는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다. 애드베어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s) 호르몬인 플루티카손과 지속성 β2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작용제다. 애드베어는 2015년에 매출액이 전년 대비 5.32%, 지난해는 12.96%이 감소했다. 2016년에 미국특허가 만료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매출액이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7. 코팍손(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 Glatiramer acetate)
테바가 개발한 코팍손은 피하주사제형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다. 코팍손은 4개의 아미노산로 만들어진 중합체다. 코팍손의 자세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면역체계를 재정비해 T세포가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신경세포를 감싸는 마이엘린(myelin)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는다고 알려져 있다. 코팍손은 2014년 미국특허가 만료돼 향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지난해 테바 전체 매출액의 19%를 차지하면서 영업이익에 상당부분을 기여했다.
18. 소발디(소포스부비어, sofosbuvir)
길리어드의 소발디는 C형간염(HCV) 치료제다. 소발디는 항바이러스제 복합성분으로 구성된, 하루 한번 경구투여하는 약물이다. 소발디는 전체 항바이러스(antiviral) 제품의 전체 매출액에서 2016, 2015, 2014년에 각각 14%, 17%, 45%를 차지했다. 지난해 소발디는 미국에서 19억 달러, 유럽에서 8억9100만 달러, 일본에서 6억3500만 달러, 그외 지역에서 5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 치료를 받은 C형간염 환자는 85% 정도가 만성적으로 질환을 앓았으나 소발디는 90% 이상의 완치율을 자랑하며 시장에 등장했다. 모순적이게도 환자 완치율이 높아지면서,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5년에는 전년대비 매출액이 48.78%, 지난해는 전년대비 24.04% 감소율을 나타냈다.
19. 텍피데라(디메틸푸마르산염, Dimethyl fumarate)
바이오젠이 개발한 텍피데라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유전자 전사를 조절하는 인자인 Nrf2(nuclear factor-like 2) 관련 신호전달과정을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작년 미국시장에서 텍피데라의 가격 및 판매량이 증가하고,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 진입하면서 전년도와 대비해 매출액이 9% 증가했다.
20. 옵디보(니볼루맙, Nivolumab)
옵디보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로 면역관문분자인 'PD-1'을 겨냥하는 완전인간항체(fully human antibody)다. 2014년 FDA로부터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승인을 받은 후 두경부암, 폐암, 신장암, 호지킨림프종에서 잇따라 승인 받으면서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향후 BMS는 추가적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치료반응을 안 보이는 환자(non-responder)가 여전히 70~80%에서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병용투여에 집중해 시장확대에 주력할 것이라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