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행복하면 교실이 행복해진다.

[이종국]

   행복 이야기, 행복 찾기. 요즘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교육부 업무 구호도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교육’입니다.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딱딱한 느낌의 정의이지만, 행복에 관하여 이처럼 명확하게 정의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도 많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교사들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왜 행복해야 할까요? 황창연 신부는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한국 한국인-669회, 2013.2.2.토요일. KBS1 방영).’라고 말했습니다. 교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행복한 교사는 웃으면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교사는 학생들에게 화를 내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행복교육’의 시작은 ‘교사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교육 경력에 운 좋게도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시즌2’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교실에 설치된 카메라로 교실 속 제 모습을 녹화한 후, 영상을 바라보니 충격이었습니다. 교실 속 제 모습은 제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더 충격적인 점은 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오는 것이 전혀 행복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쉬는 시간만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혹시 선생님의 제자들이 미래에 선생님을 어떤 선생님으로 회상할까요?”

“......”

   2012년 4월 21일 토요일, EBS 스튜디오에서 전문가(보평초등학교 교장 서길원)가 제게 물었지만, 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교사로서 처음으로 진정한 반성을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연수도 신청해서 열심히 이수하였고 수업준비도 하고, 학교에서도 부지런히 일도 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건 바로 교사인 나와 학생들의 행복이었습니다. 내 교실에서, 내 수업 속에서 학생들과 내가 서로 행복해하는 것. 이것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교사로서의 행복은 교실에 있다(보평초등학교 교장 서길원).’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모름지기 교사는 교실에서 모든 역량을 펼쳐야 합니다. 대신 그 역량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교실에서만큼은 교사와 학생이 행복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학생들과 아침에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하면서 학생들과 짧게나마 눈을 맞추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과 아침에 인사하는 것이 정말 어색했습니다. 교사가 어색해하니 학생들은 아침에 인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끄러움을 털어버리고 아침에 반가운 표정으로 학생들을 맞이하기 시작하니, 학생들도 아침에 밝은 표정으로 저와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학생들과 인사하면서 교사로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은 정말 좋았습니다. 전날 저를 속상하게 했던 학생도 다음 날 아침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면, 그 학생에 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마음이 아이스크림 녹는 것처럼 녹아버립니다. 덧붙여 학교 차원에서 15시까지 업무를 안해도 되도록 배려해 주었고, 수업 중에 전화나 호출을 최대한 자제해 주었습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은 곁에서 힘껏 격려해주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교사 개인의 노력과 학교 차원에서의 배려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교사가 행복하니 학생들도 행복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대한 신뢰하게 합니다.

   Maurice Maeterlinck가 지은 『파랑새』를 읽어보면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의 행복은 ‘교실’에 있고, ‘학생’들에게 있습니다. 교사의 행복을 교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면, 교사의 행복을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단지 교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부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 교사부터 직접 실천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 등 걸림돌이 많습니다.

   교사로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힘들고 고된 과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교육정책 및 제도, 업무,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의 문제 등으로 인해 교사가 행복해지기는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견뎌내고 찾아낸 행복이야말로 더욱 값진 행복이 아닐까요? 『파랑새』의 틸틸과 미틸 남매처럼 우리 교사들도 교실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면 합니다.

손균욱(목포하당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