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과 비碑”
역사에 조연은 없다
[바람과 구름과 비碑]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 최천중 휘하에 모여드는 이들은 하나같이 혁명가로 될 태생적 기질을 품고 태어났다. 그래서 역사에 조연은 없다 했다. 하룻밤 자고 나면 권력의 풍향이 뒤바뀌는 난세에 역모나 사화에 연루되어 일문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천재일우로 혼자 살아남았거나, 천주학 혹은 동학에 연루되어 다른 식구들은 죽고 혼자만 목숨을 부지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배경을 등지고 태어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최천중이다.
그는 조실부모했으나, 천행으로 외가에 살면서 서당에 나가 공부할 수 있었지만 신분사회인 조선에서는 결코 출사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 길로 공부를 접는다. 18세 되던 해에 산수도인을 따라가 10년간 명산승지를 돌아다니며 관상술과 점술을 익힌다. 그 후 속세로 나온 최천중은 나라의 기운이 쇠하고 있음을 명찰하고, 이상 국가를 세울 계획으로 재물을 모으는 동시에 천하의 인재와 기재들을 품어 안는다. 최천중과 기이하고도 절박한 남녀의 인연을 맺은 뒤 그의 절대적인 조언자 겸 조력자가 된 황봉련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여인이다. 그 외에 등장하는 소설 속 수많은 인물들은 다들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을 지닌 채로 최천중의 대의에 합류하였고 불평등의 신분사회에 이렇게 욕구불만의 주변의 인물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려는 한마음으로 일어서는 것이 [바람과 구름과 비碑]의 중심 서사이다보니 요즘세태에 절묘하게 매칭 되어 안방을 달구기에 충분했다.
나의 운명은 내가 지배하리라!
“덩굴나무가 아무리 컸기로소니 정자나무가 될 순 없으나, 덩굴이 정자나무를 만나기만 하면그 정자나무를 타고 그 크기만큼은 올라갈 수 있을 것 아니겠소. 덩굴나무가 정자나무를 타고 오르듯, 나는 내가 만든 용의 꼬리를 잡고 하늘에 오를 작정이오.” 민족의 명운이 바람 앞 촛불처럼 간당간당하던 조선 말, 시대의 모순을 혁파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치밀한 전략하에 일기당천의 인재들을 모아가는 킹메이커의 거대한 야망과 모험!! 이들의 운명은 내가 지배하리라는 깃발을 들었던 것이다.
민족의 명운이 바람 앞 촛불처럼 간당간당하던 조선 말, 시대의 모순을 혁파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치밀한 전략 하에 일기당천의 인재들을 모아가는 킹메이커의 거대한 야망과 모험!! 철종 14년, 훗날 대원군이 되는 이하응이 야심을 감춘 채 장동 김문 일가의 문전을 전전하며 유랑걸식을 하고 있던 시기. 관상사 최천중은 곧 망하게 될 조선 왕조의 왕권을 이어, 시대의 모순을 혁파하고 새로운 왕국을 세울 자식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관상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던 그는 주류의 시각으로 보면 세상으로부터 일탈 한 존재이다. 화려한 언사로 권문호족의 마음을 홀려 재산을 훑어내고, 천하를 도모하고자 ‘삼전도장’이라는 근 거지를 마련하여 전국의 각양각색한 인재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 첫 걸음은 자신의 사주를 바탕으로 절호의 상대를 만나 왕재(王才)를 만드는 일이다. 어느 날 여주 신륵사에 불공을 드리러 온 부인을 보고 그 여인이 바로 왕재를 품을 사람임을 알아보면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TV조선 토일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이하 '바람구름비')의 지난 21일 방송은 분당 최고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전광렬(흥선대원군 이하응 역)과 김승수(김병운)는 보는 이들을 전율하게 만드는 카리스마의 명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매회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신경전을 살펴보면, - 이하응 승(勝) : 김병운의 엄청난 탈세비리를 폭로! '장동김문'에 닥친 첫 위기. - 김병운 승(勝) : 전세역전! 상황을 뒤집으며 이하응을 역모죄로 몰아 넣는다 - 이하응VS김병운 무승부 : 서로의 속내를 숨긴 채 기회를 엿보는 두 책사! 한편, 이하응은 장동김문의 눈에 띄지 않으려 허허실실 웃으며 아부를 하는가 하면, 기생 치맛자락 밑을 기어가는 수치까지 감수하며 미래를 위해 도모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닭살을 돋게 했다. 이에 김병운은 이하응의 속내를 뚫어보려 고 토끼눈이 되고, 두 사람의 막상막하 신경전에 극의 텐션이 치솟으며 시청률을 배가 시겼다. 이렇듯 '바람구름비'에서 권력다툼을 벌이는 두 세력의 회호리와 광풍을 몰아 박진감 넘치는 모습은 전광렬, 김승수 두 배우의 명연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기획의도
고종과 홍선 군이라는 불세출의 인물과 명성황후라는 의대의 왕비가 원력을 놓고 다투었던 역사적 사실 뒤편에는 우리가 모르는 숨은 '킹 메이커'가 있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드라마가 [바람과 구름과 비]. 이것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한 남자가 '명리'라는 특별한 무기를 활용해 새로운 왕을 세우며 킹 메이커가 되는 이야기 다. 누군가는 맹신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거대한 사기로 치부해버리는 그것. 소위 사주팔자라 불리는 우리의 운명이 정말로 존재라는 걸까? 대체 팔자 여덟 글자가 무엇 이길 래 운명을 결정한다는 걸까? '명리'에 대한 현대인의 호기심을 흥미진진하고 코믹한 드라마 속 에피소드와 비극적 역사적 사건을 모두 동원해 풀어낸 것이 본드라마의 깊은 뜻이다.
첫댓글 이병주의 소설을 드라마화 했어요. 조선일보에 연재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왕위쟁탈전을 역술가인 주인공이 운명을 읽고 있어 극을 흥미진진 하게 하네요.
이병주가 조선일보 연재글을 매일 기다리며 흥미있게 읽었지요. 그 때는 혈기가 있던 때라 내가 마치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