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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03
S#1. 부원장실 (아침)
전회와 이어지며...
무릎을 꿇은 준혁, 굴욕감에 이를 악물고 몸을 부르르 떠는데...
용길 :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이렇게 자원을 해줘서 고마워. 내려가서 병원 좀 잘 띄워봐.
준혁, 천천히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 나간다.
S#2. 부원장실 밖
준혁, 흥분한 얼굴로 나와 허둥지둥 걸어간다.
S#3. 주완의 교수실
주완, 기분 좋은 얼굴로 전화를 끊고
상일, 들어온다.
상일 : 과장님, 회진 가실 시간입니다.
주완 : 어, 가야지.
상일 : 뭐, 기분 좋으신 일 있으신 것 같습니다.
주완 : 아니 뭐...(하다) 참, 홍선생 요즘 어때?
상일 : 무슨 말씀이신지...?
주완 : 내가 일일이 말은 안했지만 홍선생 애쓰는 거 잘 알아.
상일 : 아닙니다. 과장님께 많이 배웠기 때문에 이만큼이나 왔습니다.
주완 : 허허, 내가 뭘 가르쳐준 게 있다고...
상일 : 집어 주셔야 배우는 건가요. 그동안 저희를 끌어주시는 모습만으로도 아직 배울 게 한참이죠.
주완 : 그렇게 생각했다니 나도 좀 더 홍선생한테 신경 써야겠는 걸 하하 ...좀 더 참고 노력해봐.
그럼 좋은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오게 돼.
상일 : (잘은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과장님.
주완 : 음. (일어나며) 회진 가지 (나가고)
S#4. 병원 일각
의기양양한 주완, 상일과 걸어오다 황급히 걸어오는 준혁과 마주친다.
주완 : (표정을 감추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준혁 : (기가 막히고) 그렇게 됐습니다.
주완 : 그리고 자넨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왜 나하고 상의하지 않는 거야?
준혁 : 죄송합니다...
상일 : (눈치 보며 한 걸음 다른 쪽으로 가고)
주완 : 안 가겠다고 그 난리를 피울 땐 언제고...
준혁 : (상일 앞에서 창피하기도 하고) ...
주완 : 왜 말이 없나?
준혁 :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인사를 꾸벅하고 가버리는)
주완, 준혁의 뒷모습을 불쾌한 듯 바라보는데...
상일, 갸우뚱 해지고.
S#5. 야외 주차장
준혁, 신경질적으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이윽고 급발진 하는데, 후진해서 화단으로 차가 올라간다.
준혁, 짜증나서 지르는 소리, 차 밖으로 들린다.
우당탕 화단에 걸쳤던 차바퀴가 내려오며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S#6. 연구실
도영, 은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은혜 : 이러다간 이 연구실도 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도영 : 그렇게 까지야... 방법을 강구해 봐야지.
은혜 : 쥐 한 마리 살 돈도 없이 무슨 연구를 계속 해요...?
제약회사 직원(30대 남),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오고...
제약 : 안녕하세요?
제약직원, 외국 내과 저널을 한 권씩 그들 앞에 놓고 제약회사 스티커 붙은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는다.
제약 : 저희 새 항암제 Ex708은 임상 결과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도영 : 현재까지 지원자 17명에 투여했는데, 결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할 거 같애. 아, 잠깐 시간 있어?
제약 : 네, 있습니다.
S#7. 병원일각
도영, 제약 직원과 대화 중이다.
제약 : 정식으로 연구비를 지원 받으시려면 양식을 갖추셔야 하거든요.
혹시 사장님 앞에서 직접 브리핑하실 의향은 있으세요? 그게 빠를 듯싶은데...
도영 : 난 상관없어.
제약 : 잘 됐네요. 사장님께서 진작부터 만나보고 싶어 하셨거든요.
도영 : 날, 왜?
제약 : 항암제 임상 테스트도 제일 성실하게 해주시고...
도영 : 그야 당연히 하는 일이고...
제약 : 다른 분들처럼 컴퓨터 바꿔 달라, 법인카드 좀 빌려 달라, 이러시지도 않고...
도영 : (쓴 웃음) ...
제약 : 아무튼... 제가 시간 한번 잡아 보겠습니다.
도영 : (끄덕이고)
S#8. 민원장실
준혁, 민원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민원장 : 역시... 부원장이 될 만한 위인이야. 하하하.
준혁 :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아버님.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전 여기서 끝장입니다.
민원장 : 그렇게 안 봤는데 자네 배포가 좀 작구만. 그럴 거면서 왜 부원장이 오진한 환자를 손댔어?
준혁 : 그건... 드문 수술이라... 꼭 해보고 싶어서...
민원장 : 풋! 이래서 내가 자네를 좋아해. 의학에 그 정도 열정이 없이 외과과장이 된다면... 그야말로 껍데기뿐인 거지.
하하하... 하여튼 뒤는 내가 맡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실례가 안 되게끔 하는 깔끔한 방법이 있어.
준혁 : 그게 뭡니까, 아버님?
민원장 : (눙치며) 그런 거 있어. 동기동창생의 우정이 어느 정돈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따 저녁이나 먹으러 와. 그때 자연히 알게 될 거야.
준혁 : (모르겠다) ...?
민원장 : 그건 그렇고. (수첩을 꺼내며) 그 바보 산수 얼마 주고 샀다고?
준혁 : 네....30혼데 호당 백만원해서 3천인데 10% 할인해서 2천 7백 줬습니다.
민원장, 끄덕이며 수첩에 적는다.
우용길씨 그림 2천 7백
S#9. 용길의 집
용길 처, 포장 된 그림을 수정에게 돌려준다.
용길 처 : 참 좋은 그림인데... 아깝네...
수정 : 그냥 받으시면 안돼요?
용길 처 : 사실 나도 받으면서 조금 찜찜했어.
잘 알다시피 우리 부원장께서 대가성이란 말만 들어도 기겁을 하시는 분이잖아.
수정 : 그런 거 없구요. 그냥 조그만 성읜데...
용길 처 : 누가 아니래... 어휴... 적당히 둥글둥글 사셔야는데, 결벽증 환자처럼 깐깐하시니... 살면서 나도 가끔은 힘들어.
수정 : 제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걸로 할게요. 언제든 부원장님 노여움 풀리시면 말씀하세요.
용길 처 : (기다렸다는 듯) 그래, 그럴게. 장선생도 참... 뭘루 그렇게 우리 부원장님께 밉보인 거야?
괜히 우리까지 난처하게... 자기가 혼 좀 내줘.
수정 : (한숨) 그러게 말이에요.
S#10. 병원 일각
용길, 걸어오는데 주완이 다가와 보조를 맞추며 걷는다.
주완 : 역시... 부원장님은 대단하십니다...
용길 : 네? 뭐가 말인가요?
주완 : 아, 아닙니다. 근데 저... 장교수가 갑자기 왜 그런 건가요?
용길 : (능청스런) 본인이 얘길 안하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이과장님과 무슨 일이 있었나 했는데...
주완 : (당황) 네? 아, 저하고는... 뭐... 별로...
용길 : (웃는) 하하 농담입니다. 본인이 제 발로 찾아와서 자원을 하더군요. 일단 받았는데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
제가 행정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식의 괜한 오해가 생기기라도 할까봐...
주완 : 아... 그걸 걱정하셨죠. 제가 좀 나서야겠네요. 제가 의국원들한테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하겠습니다.
용길 : (끄덕이며) 이거 제 소관도 아닌...외과 문제에 엮여서...
주완 : 하하... 그런 셈이 됐네요. 이제부터 나머지 일은 걱정하지 마십쇼.
주완, 용길 눈빛을 교환하고...
S#11. 중환자실
주완, 윤진의 랩 차트를 보고 있다.
주변에 유미라 외 의국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상일 : 회복 속도도 빠르고, 특이 소견도 없습니다. 내일쯤 일반 병동으로 옮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주완 : (끄덕이며) 그래...
윤진 : 지금 가면 안돼요? 여긴 갑갑하고...다들 너무 관심을 주셔서 좀 부담스러운데...
유미라, 의국원들 민망하고...
건하, 민승을 슬쩍 본다.
주완 : 하루만 더 있다. 그리고 신경들 써줘서 고마워. 흠... (뒤 돌아 의국원들 둘러보며) 오늘 다 모여서 저녁이나 하지?
건하, 상일, 민승, 동일 등 뜬그멊다는 표정인데...
건하 : 저... 회식은 다음 주 학회 끝나고 하시는 게...
주완 : 그래...(생각하는 듯하다) 그냥 오늘 하지, 뭐. 이왕 말 나온 김에...
모두들,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주완, 입은 웃고 있지만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들을 본다.
S#12. 일식집 근처
민원장과 준혁이 걸어온다.
민원장 : 상대가 쌘 놈이면, 이쪽에선 더 쌘 놈을 붙이면 되는 거야. 절대 강자라는 건 없어.
반드시 천적이라는 게 있는 게 마련이니까.
준혁 : (안심이 되는) 네... 천적...
환자복에 겉옷을 걸쳐 입은 환자가 인사를 한다.
민원장 : (인상 찌푸리고) 아, 그 환자복 좀 입고 다니지 말라니까... (하다가 필상을 발견) 어이구, 형님!
땀에 쩔은 등산복에 배낭을 걸친 꾀죄죄한 유필상이 MP3를 듣고 서 있다.
유필상 : (큰 소리고) 아! 민원장! (손 내밀고)
민원장 : 들어가 계시지 않구요?
유필상 : (이어폰 가리키며) 이거 끝나면 들어 갈려구 그랬지. (이어폰 뺀다)
민원장과 유필상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준혁, 어이가 없다.
S#13. 한식당 (밤)
주완, 중앙에 앉아있고, 삼십 명 정도의 의국원들이 절도 있게 좌우로 앉아있다.
의국원들 다수는 의사 가운 차림이다.
상일, 주완의 잔을 채우고... 각자 서로의 잔을 채우고 있다.
주완 : 다들 왔나?
상일 : 수술이 안 끝난 팀하고, 당직 빼곤 다 왔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런) 장준혁 교수님이 개인적인 일 때문에 못 오신다고...
주완 : 음... 좀 바쁠 거야. 브랜치로 내려가기로 했으니까.
모두들, 놀라서 웅성거리고...
건하, 민승과 동일을 번갈아 보고...
주완 : 흠흠... 한 잔 하지. (잔을 들면)
모두들, 잔을 든다.
주완 : (마시려다 말고) 참...
모두들, 잔을 내린다.
주완 : 혹시 이 건을 가지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까봐 말하는데... 한시적으로 내려 보내는 거야.
내가 떠날 때가 되면 다시 올라오게 할 거니까 이상한 생각들 할 거 없어.
모두들 : 네...
주완, 술 마시려다 다시 잔 내리면, 의사들도 따라 내린다.
주완 : (상일 보며) 인수인계 차질 없이 진행해.
상일 : 네...
주완, 다시 잔 들고 마시려다 잠시 생각을 하면,
모두들, 잔을 든 채 대기하고 있다.
생각에 빠진 주완, 말을 하려다 그냥 마시려고 하다가 다시 멈추는데...
민승, 입에 넣었던 술을 삼키지도 넘기지도 못하다 얼른 잔에 뱉고.
모두들, 마시지 못하고 주완의 잔의 움직임에 따라 그들의 잔도 따라 움직이는데...
S#14. 일식집
민원장, 유필상, 준혁 술자리에 앉아있다.
유필상, 두툼한 등산 양말을 벗는데,
준혁, 악취로 표정이 구겨진다.
민원장 : 오늘은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유필상 : 북한산. 시구문을 시작으로 12문 중주를 했어요. 거의 10시간 걸리대. 땀 냄새가 좀 나죠?
민원장 : 뭘요, 참 대단하십니다. 형님.
유필상 : 몸 좀 만들어서 내년에 히말라야 원정대 따라가려고. 하하하...
민원장 : 사위 녀석 입니다. 인사 드려. 우리 의사회 회장님이셔.
준혁 : (마뜩찮은) 장준혁입니다.
유필상 : 그래, 얘기 들었다. 우리 오늘 끝까지 가는 거야. 아... 산에 다니니까 술이 너무 쌔져서 하하하.
중간에 도망 가면 안 돼. 하하하...
민원장 : 아이고... 이제 우린 죽었습니다. 하하하...
준혁 : (곤혹스러운데) ...
유필상에게 핸드폰이 온다.
유필상 : (액정을 멀찌감치 보고) 우용길이네... 니네 병원 부원장이지?
준혁 : (정신이 번쩍 들고) ....!
유필상 : 아... 용길아! 하하하... 어, 산에 있어서 안 터진 거 같아야. 왠일이야?
...야, 야, 야... 너 자꾸 그러면, 입 싹 닦고 담부터는 안 도와준다. 허허허, 그래, 그래야지.
준혁, 슬그머니 양반다리를 풀고 무릎을 꿇는 자세로 앉는데...
S#15. 한식당 화장실
적당히 취한 건하와 민승, 볼 일 보고 있다.
건하 : 술잔을 들었으면 일단 마시고 말씀을 하시던지... 이건 마신 건지 안 마신건지 구분이 안가네...
민승 : (슬쩍 아래를 보고) 근데 나오는 건 많은데요?
건하 : 목이 타서 물을 하도 마셔서 그렇지 임마.
민승 : 근데 한시적이라고는 해도 장교수님이 내려가신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건하 : 이상하지. 이상하구 말구.
민승 : 이제 그럼 우린 이주완 과장님 줄만 잡고 있어야는 건가...?
건하 : 줄은 무슨. 곧 퇴임인데 끊어질 줄은 잡아 뭐하게?
민승 : 아! 그렇지. ...그럼 나 우리 의국장님 줄만 꽉 잡고 갈랍니다.
상일, 들어온다.
것도 모르고 낄낄거리고 떠드는 건하와 민승.
상일 : 말 들 좀 가려서 하지...
건하 : 아후 놀래라. 기척 좀 하시지...(옷 추리고)
민승 : (옷 추리며) 농담입니다, 농담... 편~히 일 보십쇼.
후다닥 나가는 두 사람.
상일, 볼 일 보면서 애들 말을 새겨보듯 곰곰이...
S#16. 일식집 (본방 땐 /룸싸롱 룸 안/ 씬이었음.)
준혁, 유필상, 민원장 적당이들 취한 상태다.
유필상 : 준혁아.
준혁 : (군기 들어) 네, 회장님....
유필상 : 내 말 명심해. 이제부턴 전쟁이야, 전쟁!
준혁 : 네...전쟁... (결의에 차고)
유필상 : 내가 뒤에서 바짝 밀어 줄 테니까...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있어.
준혁 : 네.. 명심하겠습니다.
민원장 : 형님이 있어서 우린 안심입니다. 그치 않냐?
유필상 : (술병을 들고) 한 잔 받아라.
준혁 : (두 손으로 다소곳이) ...
유필상 : 쭉 넘기고...노래 한 곡 해봐.
준혁 : 네...?
민원장 : (준혁 등을 두드리며) 그래, 한 곡조 시원하게 뽑아봐.
준혁 : (하는 수없이) 네...
준혁, 반주가 나오면 송창식의 ‘푸르른 날’을 부르기 시작한다.
유필상, 미원장과 그때부터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준혁, 그들에게 신경이 쓰이지만, 노래하느라 듣지 못하는데...
준혁, ‘네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하는데서...
S#17. 룸싸롱 밖
마담의 배웅을 받으며 나오는 일행들...
유필상 : 야...이 자식... 노래 잘하네. 노래 잘해.
준혁 : 감사합니다.
유필상 : 짜식...잘하는데...아주 잘해...하하하...(갑자기 금딱지 시계를 푼다) 야, 임마... 너 이거 차.
준혁 : 에?
민원장 : (황당하고) 저...형님...
유필상 : 노래 잘해서 주는 거야. 야, 받아... 안 받어? 손 떨어져, 임마.
준혁 : (당혹스러우면서도) 아, 예... 감사합니다.
유필상 : 그거 비싼 거야, 잘 간직해.
민원장 : 지금 차, 지금...
준혁 : (얼결에 차고 있던 걸 풀고 차는) ...
유필상 : 용길이는 걱정하지마. 그 새낄 요리할 수 있는 놈은 이 지구상에 나 밖에 없어. 알지?
준혁 : 네...
민원장 : 자, 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하곤 준혁에게 윙크)
준혁 : (90도로 인사하며) 회장님, 들어가십시오.
준혁, 모범 택시를 타고 가는 유필상과 민원장을 배웅하면, 긴장이 확 풀리고...
S#18. 병원 복도
준혁, 어두운 복도 저 끝에서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S#19. 연구실
취한 준혁, 들어오면 실험하던 도영, 돌아본다.
준혁 : (웃는) 불이 켜져 있어서...
도영 : 한잔 했나보네. 커피 줄까?
준혁 : 좋지. (하고 앉는)
시간경과
도영, 준혁에게 커피를 건네고 하던 실험을 계속한다.
준혁 : (마시곤) 왜 이렇게 인생이 힘든 거냐?
도영 : (돌아보기 않은 채) 쓸데없는데 신경 써서 더 그렇겠지. 의사로서만 충실해봐. 그럼, 조금은 덜 힘들테니까...
준혁 : 난 그렇게는 못 살아.
도영 : 그럼, 앞으로 더 힘들겠지.
준혁 : (기분이 상하고) ...내가 잘 못 온 거 같다.
준혁, 일어나 나가는데 도영, 일에 열중하고 있다.
도영, 문 닫는 소리에 돌아보는데...
S#20. 도시 거리 일각 (밤)
지나는 차들의 불빛만 간간히 비추고 있고
대부분의 상점들 문 닫은 어두운 거리를 걷고 있는 준혁.
조금 취한 느릿한 걸음으로 거리를 걷는다.
어느 음식점 닫힌 셔터에 붙어있는 홍보물 문구에 눈이 멈춘다.
“여기에 인생을 걸겠습니다."
준혁, 문구를 보는 눈이 성글해지는...피식 웃고는 다시 길을 걷는다.
S#21. 희재의 오피스텔
희재, 잠에서 덜 깬 듯 부스스한 상태로 문을 열면 준혁, 서 있다.
희재 : 아앙... 지금 몇 시야?
준혁 : (들어오고) ...
희재 : 무슨 일 있었어?
준혁 : ...
희재 : (상황을 대충 짐작) 이리 와. (준혁을 잡아끈다)
S#22. 희재의 침실
준혁, 정면을 보며 옆으로 누워있고, 그 뒤에서 희재가 껴안고 있다.
준혁, 눈을 뜨고 있고, 희재는 눈을 감고 있다.
희재 : 편히 한숨 자. 좀 자고나면 좋아질 거야.
준혁 : (눈 감으며 한숨쉬고) ....
희재 : (눈을 만져서 감은 것을 확인하고 씩 웃는)
준혁, 다시 눈을 뜨고...
F.O
S#23. 준혁의 거실
반납 받은 바보 산수화가 걸려있다.
준혁, 들어오다 그림을 발견한다.
준혁 : 자기야... 수정아 어딨어?
수정 : (욕실에서 나오며) 어 왔어? 수술은 잘 끝났구?
준혁 : (겉옷 벗으며) 응...저 그림 다시 포장해 놔. 돌려줄 거야.
수정 : 정말? (인상 쓴다) 포장은 하겠는데... 나보고 다시 갖다 주란 소린 하지 마. 어제 얼마나 민망했는지 알아?
준혁 : 미안해...
수정 : 잘 좀 해. 그래야 나도 신나서 내조를 하지. 이게 뭐야? (찡그린다.)
준혁 : 알았어. 잘 할테니까 (볼 잡으며) 찡그리지 말구.
수정 : (손 치우며) 아 아퍼~ (하다 시계 발견하곤) 어, 이거 뭐야?
준혁 : 어... 말하자면 길어. (방으로 들어가며)
수정 : (따라 들어가며) 뭔데? 어서 났어... 그 촌스런 걸? 당장 풀러.
준혁 : (돌아서며) 촌스러워도 요기에 내 미래가 달렸어 아주 중요한 거야.
준혁, 웃으며 들어가고.
따라가는 수정,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갸우뚱...
S#24. 병원 로비
출근하는 준혁, 우뚝 멈춰선다.
용길과 주완, 대화하며 걸어오고 있다.
준혁, 인사하면...
주완 : 어제 회식땐 왜 안나왔어?
준혁 ; 네... 일이 좀 있어서요.
주완 : 따로 송별회 할 시간이 없을텐데...
준혁 : ...! 뭐... 자주 왔다갔다 할 텐데요. 괜찮습니다.
용길 : 인수인계는 잘 하고 있나?
준혁 : 네? 이제... 해야죠.
용길 : 부부가 함께 내려갈 생각이야?
준혁 : 아직 얘길 못해서... 거기까지 생각 못했습니다.
주완 : 혼자 갈 거면, 교직원 아파트도 괜찮을 거야. 한달에 10만원만 내면 되잖아.
그렇게 지내다 주말에 한번 씩 올라오고 그럼 되지.
준혁 : (맘 불편한) 네...
유필상 : (나타나며) 어이, 부원장님....
용길 : 어? 왠일이십니까? 의사회 회장님께서...
준혁 : (화색 돌고) ...
주완 : ...?
유필상 : 우리 부원장님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하하하...
용길 : 아, 의사회 회장으로 있는 유필상 회장입니다. 여기는 이주완 외과 과장님이시고, 여긴 장준혁 교수...
유필상 : 아... (준혁과 악수하며) 장준혁 교수... 훌륭하신 분을 이제야 봽네. 명성이 자자합니다.
준혁 : 아, 과찬의 말씀입니다.
유필상 : (생각난 듯) 아, 이과장님...전에 뵀었죠. (이주완과 악수하고) 반갑습니다.
주완 : (뻘쭘한데) ....
준혁, 용길을 중심으로 좌우에 서서 악수를 하는 주완과 유필상을 보는데...
S#25. 휴게실
차 마시고 있는 네 사람
유필상 : 장교수가 차기 외과과장이라면서요?
준혁 : 아, 아닙니다.
유필상 : 뭐가 아니에요. 이과장님께서 밀어주실 거고, 또 여기 부원장님도 나 몰라라 하실 분이 아니고...
또 우리 동문회에서 팍팍 밀어줄 건데... 뭐가 안 됩니까, 안 그렇습니까, 들? (하고 용길과 주완을 보면)
주완 : 흠...
준혁 : (유필상 보라는 듯 손목시계를 보는) ....
용길 : 무슨 소리야.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교수 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투명하게 선출 돼야지.
유필상 : 누가 뭐래? 내 말은 그 과정을 거쳐서 여기 장준혁 교수가 선출 돼야 당연하다는 거지. 안 그러면, 사기지.
(주완을 보며) 안 그렇습니까?
주완 : (당황하는) 흠흠...뭐...그렇죠. 허허허...
준혁 : (슬며시 미소를 짓는) ...
용길 : 흰소리 그만 하고...무슨 일로 왔어?
S#26. 원장실
용길, 탁상 달력을 보고 있고, 그 뒤에 유필상이 서 있다.
용길 : (달력 보여주며) 봐...스케줄 있잖아.
유필상 : (보곤) 제약회사 신약 발표회... 이런 영양가도 없는 데 가서 머리 수 채우지 말고...
우리 의사회 소속 회원들한테 멋진 강연이나 하나 해줘.
용길 : 아이, 참...
유필상 : 내가 오죽하면 이렇게 찾아와서 부탁할까.
용길 : 벌써 간다고 해놨는데...
유필상 : 나도 벌써 니가 강의해준다고 해놨어. 재약회사건 내가 취소해 줄까? 이 회사 내 밥이거든.
용길 : (기가 막힌) ...나둬. 내가 할테니까...
유필상 : 역시 넌 내 친구다. 사실 노인학에 대해 너 만큼 정통한 의사가 또 어딨냐?
용길 : 참 내... (웃는)
유칠상, 뒤에서 씨익 웃으며 용길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
S#27. 교수실 복도
주완, 준혁 걸어오고 있다.
주완 : 그 의사회 회장인가하는 친구... 좀 경박하구만...
준혁 : (기분 좋은) 재밌고... 좋으신 분 같았습니다.
주완 : (불쾌한 표정으로 준혁을 보는) ...
준혁 :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원래 그런 사람도 있는 거죠.
주완,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데...
준혁 : 전 인수인계 준비하겠습니다.
준혁, 돌아서며 씩 웃고 손목시계를 보며 톡톡 쳐 보며 가고.
S#28. 의국
건하, 민승, 동일 의국 트리오, 대화 중이다.
민승 : 장교수님같은 실력자를 브랜치로 보낸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건하 : 글쎄...잘은 몰라도 뭔가 있긴 있는데...
동일 : 잠깐 내려갔다가 오신다고 했잖아요?
건하 : 그걸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민승 : 근데 장교수님이 떨어져 나가면... 누가 차기 과장이 된다는 거지?
혹시...(건하헤게 바짝 붙어) 외부에서 땡겨 오는 거 아닐까요?
준혁, 들어온다.
황급히 놀라 일어나 인사하는 의국원들.
준혁 : 어제 내 송별회 어땠어?
건하 : 네? ...어제 그건 그냥 회식이였는데요...
준혁 : 그래? ...어쨌든 잘 했음 됐구. 의국장은 나 좀 잠깐 보자.
건하 : 네
S#29. 와인바
준혁 : 참... 내 20년 경력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게 되다니...
건하 : 아, 말도 안 됩니다. 정말...
준혁 : (떠보는) 나야 이렇게 됐다 치고... 그 여파가 의국장한테까지 미칠 걸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거야.
내가 과장이 되면, 제일 먼저 의국장을 임상 조교수로 임명할 생각이였는데...
이제 아무 것도 기약할 수가 없게 됐네...
건하 : (찡하다) 교수님! 제가 의국원들 단속해서 이 사태를 뒤집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준혁 : 아, 그러지마. 그러다 의국장한테까지 피해 가면 어떡해?
건하 : 저한테는 교수님이 날아가시는 것보다 더 큰 피해는 없습니다. 아무튼 제가 요령껏 할 테니 맡겨주십쇼.
준혁 : (슬쩍) 그러다 되려 발목 잡히게 되지 않을까...?
건하 : 발목... 절대 안 잡히겠습니다.
준혁 : (만족해서) 그럼, 의국 일은 의국장에게 전적으로 일임할게. 고마워.
건하 :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과장님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러는지 모르지만...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게 돼 있습니다.
준혁 : 과연 누굴까...? 분명히 이 과장 모교 출신일텐데...
건하 : (생각하다) 아! (머리를 쥐어박으며) 그게 그런 거였구나.
준혁 : 뭐가?
건하 : 며칠 전에 이과장님이 프린트한 걸 제가 본 적 있거든요.
무슨 프로필이었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 보니... 과장 후보들 이력서였던 거 같은데요.
준혁 : (놀라는) 뭐? 후보가 누군데?
건하 : 채 보지도 못하고 뺏겼어요.
준혁 : 그래... (갑자기 심각해지는)
S#30. 중환자실
주완 처, 윤진과 실랑이 중이다.
주완 처 : 왜 이렇게 속을 썩이니? 유선생, 얘기 좀 해줘요.
미라 : 어머니 말씀 들으세요. 일반실 가면 어머니께서 더 불편하실거예요.
윤진 : 간호사 선생님들이 다 알아서 해줘. 엄마 있다고 내가 더 빨리 낫는 것도 아니잖아.
주완 처 : (얄밉지만) 그럼, 간병 안 할 테니까... 특실로 가.
윤진 : 글쎄 싫대두...
주완 처 : 사람들 욕해. 아버지가 명색이 외과 과장인데... 넌 어떻게 늘 너 편한대로만 할라 그래?
윤진 : 나 환자야. 환자가 편할 수 있는 게 먼저지. 그쵸, 유선생님~?
미라, 웃다가 주완 처에게 들키자 입을 다문다.
S#31. 병원 테라스
도영, 걸어오다 문득 멈춰 서면...
진주 모, 휠체어에 앉은 소아 간암 환자 진주가 TV를 보고 있다.
도영, 가다가 진주 모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휠체어를 뒤에서 밀고 간다.
진주, 아이.. 하며 돌아보면,
엄마는 뒤에서 웃고 있고 도영은 반대편 쪽으로 몸을 피해 안 들키고...
진주,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도영은 그 반대쪽으로 몸을 피한다.
진주 : 내과 선생님이시죠.
도영 : (앞에 나타나고) 딩동댕!
진주 : (씩 웃는다)
도영 : 나와 있으면 안 좋아요, 꼬마 아가씨. 자, 들어가자. (밀고 가는데)
진주 ; 이쪽 아니에요. (혼자 밀고 다른 쪽으로 간다)
도영 : (진주 모 보면) ...?
진주 모 : 소아과에서 외과로 옮겼어요.
도영 : 아... 수술 때문에요?
진주 모 : 항암치료 결과 봐서 종양이 줄어들면 수술도 가능할 수 있다고 소아과 과장님께서 옮겨주셨어요.
이번엔 잘 됐으면 좋겠는데...
도영 : 좋은 결과 있겠죠. 또, 진주가 워낙 밝고 낙천적이라... 환자 마음가짐도 병을 치유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하고는 진주에게 가서 휠체어 뒤에서 장난친다)
S#32. 외과 병동
도영,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휠체어 밀고 온다.
유미라, 스테이션에서 손을 흔들어 준다.
그걸 본 진주, 동전을 손에 쥔 채 흔들어 보이다가 마술로 샥- 사라지게 한다.
유미라 : (놀란 척) 와...멋진데...(엄지손가락 치켜 보이고)
S#33. 일반 병실
도영,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면 윤진과 윤진 모가 있다.
윤진 : (반가운) 선생님...
도영 : 아, 윤진씨...여기 계세요?
윤진 모 : 그렇게 특실로 가자는데...지 아버지 체면은 생각도 않네요, 글쎄...
도영 : 다른 분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괜찮아요. 잘하셨어요.
윤지 : (애교로) 그져어...
도영 : 그리고...여기 꼬마 마술사가 옆에 있어서 재밌을 거예요. 진주야 인사해. 이윤진 언니야.
윤진 : 안녕? 너 마술사니? 한번 보여 줄래?
진주 : 언니 착해요?
윤진 : 어? 왜...?
도영 : 착한 사람한테만 보여주거든요. 언니 착해. 보여드려.
진주 : (시범 보인다)
윤진 : (깜짝 놀라고) 와 신기해. 근데 어떡하지? 언니 사실은 안 착한데...
진주 : (울상이 되는 표정을 짓고)
도영, 윤진 서로 보며 미소 짓고...
S#34. 이주완 교수실
주완, 유정진과 대화 중이다.
유정진 : 유필상 회장... 잘 알죠. 부원장님하곤 막역한 사이입니다.
주완 : 그렇게 천박한 놈인 줄 몰랐어.
유정진 : 그래도 그 양반 아니었음 우용길 교수님이 부원장이 될 수 없었죠.
주완 : 아, 그래?
유정진 : 의사회 회장에다 의대 동문회장이니 마당발도 그런 마당발이 없거든요. 진료 부원장 선출할 때...
동문회를 동원해서 투표권이 있는 교수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해서 몰표를 만들어 줬잖아요.
주완 : 아... (겸연쩍은) 참...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그런 능력을 가진 분이네. 그런데 진료 부원장님과 친하다... (미소 떠오르고)
유정진 ; (일어나며)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
주완 : 그럼, 이따 와인 바에서 봐요.
준혁,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준혁 : (인사하고) 아, 유과장님 계셨습니까?...(주완에게) 희수연 예산안 가져왔습니다.
주완 : 어... 잠깐만... 화장실 좀 갔다 오고...
주완, 유정진 나가고 준혁 혼자 남는다.
준혁, 책상을 바라보다 천천히 다가간다.
책상에 놓여있는 문서들을 떠들어 보기 시작한다.
S#35. 화장실 근처
주완, 유정진 걸어오고 있다.
유정진 : 벌써부터 긴장됩니다. 왠지 병원에서 말 못할 뭔가 특별한 얘기를 하실 거 같아서요.
주완 : 하하하...부담 가질 거 없어. 평소에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게 고마워서...한잔 하자는 거예요.
유정진 : 그럼, 이따가... (가고)
주완 : (인사하고 화장실 쪽으로)
S#36. 이주완 교수실
점점 대담해지는 준혁.... 서랍을 열어보지만 잠겨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 쪽을 돌아본다.
S#37. 화장실 안
주완,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주완 처를 만난다.
주완 : 어디가?
주완 처 : 옷 가지러 집에요.
주완 : 우리 병원은 간병 안 해도 돼. 알잖아?
주완 처 : 어떻게 그래요? 사람들 눈이 없대요?
주완 :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마.
주완 처 : 몰라요. 오늘 하루 더 있어 보구요. 나 가요.
주완, 바라보다가 뒤돌아 가는데...
S#38. 이주완 교수실
책상 문서들을 다 찾아본 준혁. 마우스로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한다.
모니터에 팍스 화면이 사라지고... 파일들이 실행된다.
준혁, 좀처럼 찾을 수 없고... 초조해 지기 시작하는데...
S#39. 교수실 복도
주완, 걸어오고 있다.
S#40. 이주완 교수실
준혁, 아예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검색하고 있다.
그러다 뭔가 발견한 듯... 반사적으로 문 쪽을 한 번 쳐다보고...
S#41. 교수실 복도
이윽고, 문 앞에 도착한 주완, 문을 여는데 안쪽에서 잠긴 듯 안 열린다.
의아해 하면서 다시 손잡이를 팍팍 비트는데 문이 확 열린다.
주완 : (깜짝 놀라) 뭐야?
준혁 : 문이 잠겼네요. 문 안 잠그셨죠?
주완 : (황당한) 내가 왜?
준혁 : 왜 잠겼지? (손잡이를 이리저리 비틀어 보는)
주완, 기가 막혀 바라보다 안으로 들어가고...
S#42. 주완 교수실
준혁, 주완을 따라 들어온다.
준혁 : (결재 서류를 건네고) 고윤수 교수님 희수연 예산안입니다.
주완 : (열어보며) ...초청장은?
준혁 : 아직 문안을 못 만들었습니다. 곧 올리겠습니다. 그럼 전 나가보겠습니다.
준혁, 인사하고 나가는데
주완, 왠지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
책상에 가서 서랍을 여는데 잠겨있다.
안도하는데, 모니터 화면이 바뀌어져 있는 걸 발견한다.
순간, 불안해진 주완 교수실을 뛰처 나간다.
S#43. 의국
프린터에서 인쇄물이 나오고 있다.
주완, 허겁지겁 들어와 프린트 물을 꺼내들면...
건하와 민승이 벙쪄서 보고 있다.
민승 : 중환자실 랩차튼데요.
주완 : (보면 이력서가 아니다) ...혹시 장교수 안 왔나?
건하 : 안 오셨는데요.
주완 : 흠흠... (프린트물을 건네주고) 수고들 해.
민승 : 과장님께서 찾으신다고 할까요?
주완 : 아니, 됐어. (뒷짐 지고 천천히 나가고)
건하, 민승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인데...
S#44. 준혁의 교수실
책상에 앉은 준혁, 컴퓨터를 다루고 있다.
모니터에 준혁의 메일 계정이 보이고....
답장 형식으로 온 메일.. 제목 교수 추천 건!
준혁, 메일을 클릭한 후 메일을 보면.....
“이주완 선배님, 부탁하신 후보자들입니다......”
이윽고 준혁, 첨부 파일을 클릭하면...이력서가 떠오르고...
그것을 보던 준혁, 표정이 굳어 가는데...
S#45. 제약회사 앞
도영, 경비원에게 얘기를 하려는데...
제약 : (마중 나와) 최교수님... 들어오십시오.
제약 직원, 도영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S#46. 회의실
도영, 사장에게 브리핑을 막 끝낸 상태다.
벽의 스크린에는 연구 그래픽이 투사되고 있다.
연구 계획서 보고 있는 사장.
도영 : 암세포를 배양해서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찾아내는 방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장 : (계획서 보며, 끄덕이고) 음...
제약 : 최교수님은 암세포 배양기술에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계십니다.
사장 : 실례지만... 우리 개발 이사진들 앞에서 다시 한번 브리핑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도영 : 물론이죠. 언제든지 좋습니다...
사장 : (직원에게) 팀장급 이상 모두 회의실로 좀 오라고 해.
제약 : (좋아서) 네.... (하곤, 도영에게 잘됐다는 듯 눈짓을 해 보인다.)
S#47. 와인 바 (저녁)
주완 : 그러고보니... 유과장이 흉부외과장이 된지도 벌써 6년이 지났네.
유정진 : 그땐 이과장님의 힘이 컸습니다. 저에게 오늘이 있는 것도 다 이과장님 덕분입니다.
주완 : (멈춰서) 아, 이제 그런 말 좀 하지 맙시다. 우리 사이에 그런 걸 가지고...
유정진 : 그래도 사실은 사실 아닙니까.
희재 : 아, 오셨어요. 저 쪽으로 모실까요? (안내하고)
주완 : 하여튼... 유과장이 우리 과에 협조도 잘해주시고, 참 좋았습니다.
희재 : 무슨 말씀을 그렇게 정답게 하세요.
자리에 앉은 주와과 유정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주완 : 그런데 문드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나 퇴임 후에도 협조가 원활할까...
유정진 : 아아... 장준혁 교수라면... 글쎄요. 사실 좀 자신 없네요. 하하하.
주완 : 아, 그럴 겁니다. 그 친구가 의사로서는 됐을지 몰라도 인간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많아서...
퇴임을 앞두고 그게 젤 염려가 돼...
유정진 : 그런 책임감까지 느끼시다니... 역시 이과장님이십니다.
주완 : 맘 같아선 내가 키운 친구를 올려주고 싶지만, 우리 대학병원의 장래를 생각하면 양심이 허락질 않아요.
이럴 때 유과장님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유정진 : 흠... 저야 뭐... 저 같으면 솔직히 대안을 생각했겠죠.
주완 : (끄덕이며) 아... 그렇게까지 말하니... 이런 말을 해도 되겠지...
흠... 실은 후임 문제로 고민하던 차에 적당한 인물을 추천을 받았아요.
유정진 : 아... 누굽니까? 이번엔 제가 도울 차례니 말씀해 보세요.
누구든 제가 교수회의에서 추천하도로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주완 : 아... 정말입니까? 아, 내가 천군만마를 얻은 거 같아. 하하하... (정색하고) 혹시 들어봤는지 모르겠지만...
희재, 안주를 내와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S#48. 도영의 주방
도영 처, 도영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있다.
도영 처 : 벌써 일반실로 옮겼으면 윤진이 회복이 빠른 거 아냐?
도영 : 어,,, 한번 안 와봐?
도영 처 : 가야지. 기집애 삐졌겠다.
도영 : (미소 짓고, 밥 먹는다)
도영 처 : (앞에 앉으며) 윤진이 좀 별나지? 그 부모 밑에서 시민운동 하는 것만 봐도...
도영 : 열심히 사는 친구 같애.
도영 처 : 아마 자기하고 얘기가 잘 통할 거야. 바른생활이란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들이라서.
도영 : (웃고) ...
도영 처 : 난 왜 주변에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들만 있는지 모르겠어.
도영 : 인정! (미소)
S#49. 와인 바 (밤)
바에서 준혁, 위스키 언더록을 벌컥벌컥 마신다.
희재 : 제법 쌘 상대를 만났나 보네. 술에 화풀이 하는 걸 보면...
준혁 : (피식, 품속에서 인쇄물을 꺼내) 맞춰봐. 둘 중 하나니까.
희재 : 볼 필요도 없어.
준혁 : (?) ...
희재 : 노민국 교수. ○○ 대학. 존스 홉킨스 대학. 뇌사자 간이식의 대가. SCI 등재 논문 15편.
준혁 : (놀라는) 어떻게 알았어?
희재 : 이주완 과장님이 알려주시던 걸.
준혁 : (어이없다) 왔었구나.
희재 : 기분 나빠. 그런 중요한 얘길 듣게 해서 본의 아니게 스파이로 만들어 버리구.
준혁 : 누구랑 왔었는데?
희재 : 흉부외과 유정진 과장.
준혁 : (쓴 웃음) 밀어주고 땡겨주는 사이지.
희재 ; 자신 있어? 노민국 그 사람.
준혁 : 노민국...이 바닥에서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실력자야.
희재 : 그 사람도 자기 알고 있겠네?
준혁 : 알겠지.
희재 : (칼 쓰는 흉내) 누가 더 솜씨가 좋아?
준혁 : 실력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겠어?
희재 : 세상까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머릿속은 복잡하겠네. (웃으며 건배)
S#50. 일반 병실
진주, 윤진에게 종이로 꽃을 만드는 마술을 보여준다.
윤진 : 와... 또, 또 없어?
진주 : 여기까지 밖에 못 배웠어. 더 배워야 돼.
윤진 : 그럼 지금까지 언니 보여준 거 좀 가르쳐 주면 안돼?
진주 : 마술은 아무한테나 가르쳐주는 거 아냐.
윤진 : 에이...그러지 말구 언니한테만 살짝 응?
진주 : 안되는데...
윤진 :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약속, 약속할게...
윤진 모 (E) : 니네들 안 자니?
윤진과 진주, 움찔하며 엎드리고 킥킥댄다.
윤진 모, 윤진과 진주 사이에 있는 간이침대에 눈가리개 하고 누워있다.
F.O
S#51. 강당 (아침)
무대에 빔 프로젝터로 학회 발표 자료가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다.
무대 왼쪽 단상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준혁 (E) : 스톱. 간이식의 공여자들에 대한 얘길 하고.... 넘겨... 스톱. 수술 성공 확률이 90%가 넘었던 얘기하고... 오케이.
(화면 끝나고) 이것으로 본 원에서 실시한 듀얼 생체간이식 100례에 대한 중례결과보고를 마칩니다. 불 켜!
불 켜면, 무대 오른쪽 테이블 좌장 자리에 주완이 앉아있고...
객석에 의국원들이 앉아있다.
준혁 : 화면 편집이 잘 된 거 같습니다.
주완 : 질문들 좀 해봐.
의국원들, 서로 눈치만 보고 꿀 먹은 벙어리다...
건하, 팔꿈치로 민승을 치면... 민승, 무릎으로 동일의 무릎을 친다.
동일 :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저.... 듀얼 이식을 받은 후... 부작용은 어떤 것들을 예상할 수 있습니까?
준혁 : (어이없고) 여타의 간이식과 마찬가지로... 간기능이 돌아오지 않거나 거부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완 : (한심한)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한 거야? 국내외 전문가들이 오는 자리야...누가 그런 한심한 질문을 하겠어?
의국원들, 고개를 떨구고...
주완 : 장교수...너무 나 몰라라 하는 거 아냐? 유종의 미라는 게 있잖아.
준혁 : (억누르고) 죄송합니다.
주완 : 시간이 없어서 이만 끝내겠는데... 점심때까지 1인당 질문 세 개씩 뽑아서 제출해.
주완, 나가고. 준혁, 따라 나가고....
의국원들 하나둘 일어나는데...
건하 : 내 밑으로 좀 남아.
S#52. 병원 일각
준혁, 주완 걸어가고 있다.
주완 : 요즘도 애들을 저런 식으로 잡나? 때나 어느 땐데...
준혁 : 그런 거 아닐 겁니다.
주완 : (멈추며) 아니긴 뭐가 아냐? 외과가 군기가 제일 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저러다 불상사라도 생기면 퇴임 전에 내 얼굴이 뭐가 되겠나?
준혁 : 혹시라도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주완 : (가버리며) 잘 좀 해. 잘 좀...
준혁 : (열 받아 보다) 저... 과장님...
주완 : (돌아보면)
준혁 : 이번 학회에 특별히 초대하신다는 인사 명단을 알려주십시오.
주완 : 그런 거 특별히 없는데...
준혁 : 전에 과장님께서 프린터로 이력서 같은 걸 뽑으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의국장이 말하던데...
노민국 교수하고...또 누구라더라... (눈치 살피면)
주완 : (흠짓) 아... 그거.... 이번 학회가 아니라... 외과 학회에서 무슨 편람을 만드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준혁 : 아... 그런걸 뭐 과장님께서 하세요? 저한테 주시면 제가 해서 보내겠습니다.
주완 : (당황) 아, 아냐... 벌써 정리해서 보냈어. 그럼, 수고해.
주완,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고
준혁, 그런 주완을 가소롭다는 듯 보고 있다.
S#53. 강당
건하, 의국원들을 모아놓고 무대에 걸터 앉아 얘기를 하고 있다.
건하 : 야, 생각해봐. 결국엔 장교수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되는 거야.
만약에 다른 과장님이 와서, 자기 라인을 심는다 생각해봐. 우리 자리라고 온전하겠어?
모두들 수긍하고...
건하 : 그래서 생각인데... 우리 의국 명의로 성명서를 하나 발표할까해.
민승 : 에이...그건 좀 그렇다...
건하 : 니들이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금 엄청 심각해요. 이런 일 자꾸 생기면, 니네들 펠로우도 되기 힘들어. 알아?
의국원들, 웅성거리는데...
건하 : 민승이 니가 좀 초안을 잡아봐.
민승 : 형, 나 그런 거 못 써요.
건하 : 뭘 못 써. 너 문창과 갈라구 했었다며?
민승 : 안 가고, 의대 왔잖아요.
건하 : (기막힌) ....넌?
동일 : 저는 상황이 아직도 잘 이해가 안돼서...
의국1 : 쓰실 거면... 의국장님이 쓰세요. 그러면 저희들도 따라 갈게요.
민승 : 그래, 형이 젤 잘 아니까... 형이 써요.
건하 : (부담스런) 내가...? (귀찮아지는데)
S#54. 연구실
은혜가 실험을 하고 있는데 도영이 들어온다.
은혜 : 어제 가셨던 일은 잘되셨어요?
도영 : 응, 반응이 좋았어.
은혜 : 잘 됐으면 좋겠다.
도영 : 그러게...
S#55. 제약회사 회의실
사장과 제약회사 직원, 이사진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장 : 다른 데서도 많이 하고 있지만, 최도영 교수는 암세포 배양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서
뭣보다도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봐.
제약 : 제가 10여년 이상 봐 왔는데...진짜 의사고 믿으셔도 좋을 분입니다.
이사진들, 끄덕이고...
제약 : 게다가 항암제 감수성 테스트는 저희도 진행하고 있게 때문에
이번 기회에 최교수님과 연계하면 시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 : (끄덕이고) 그럼, 별 다른 이의 없으면 최교수를 지원하는 걸로 하지.
이사 : 저... 근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제가 알아 본 바에 의하면...
최교수의 연구가 중단된 게 우용길 부원장과의 알력 때문이라고 하거든요.
회의 분위기가 싸해진다.
이사 : 좋은 의도로 지원했다가... 저희 같은 중소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명인 대학 병원에 납품을 못하면, 다른 병원에서 볼 때... 우리 약품에 뭔가 하자가 있는 게 아닐까 할 수도 있고...
사장 : (심각하다) ...
회의 분위기가 어두워지는데...
S#56. 병원 로비
용길, 퇴근 차림처럼 갖춰 입고 걸어오는데 다른 쪽에서 오경환이 나타난다.
용길 : (인사한다) 오 교수님...
오경환 : 외부에 나가시나 봅니다.
용길 : 아, 강연이 하나 있어서요.
오경환 : 부원장님은 언변이 좋으시니 재밌어들 하겠군요.
용길 : 제가 뭘요.
오경환 : 요즘 보니까... 좋은 연구들이 예산집행이 안 돼서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던데...
바쁘시더라도 꼼꼼하게 신경 좀 써주셨으면 합니다.
용길 : (당황) 네? 그런 일들이 있었나요?
오경환 : 진료 부원장 자리는 그런 거 잘하라고 만든 자리 아닙니까. (가고)
한 방 먹은 용길, 기가 막혀 하는데...
S#57. 강당 밖
준혁, 걸어오는데 저만치에 유필상이 보인다.
손목에 찬 금딱지 시계를 다시금 보고 자신감으로 걸어간다.
강연 소리가 밖으로 들리고 있다.
준혁 : 회장님... (인사하고) 좀 늦었습니다.
유필상 : 어, 왔어? 지금 강연 종인데... 들어가지.
준혁, 들어가려고 손잡이를 잡는데 시계가 드러낸다.
유필상 : (시계를 발견하고) 있잖아...
준혁 : (돌아서며) 네...
유필상 : 그때 룸에서 말이야. 내 시계 못 봤나?
준혁 : (놀라고) 아.... (급하게 시계를 풀며) 제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깜빡 잊을 뻔했네요.
유필상 : (받으며) 아... 고마워. 고마워... 난 또 잃어버린 줄 알고...
준혁 : 차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잃어버릴까봐...
유필상 : 어, 아냐 아냐... (어깨를 토닥이며) 들어 가자.
준혁, 거의 떠밀려 안으로 들어가는데...
S#58. 강당 안
준혁, 필상 들어오면 앞자리의 민원장이 손을 든다.
용길, 화이트 보드에 주요 단어를 쓰면서 말하고 있다.
용길 :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노인에 관한 학문은 노화학(Biological Gerontology), 노인 사회학(Social Gerontology),
노인병학(Geriatric Medicine) 등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용길, 돌아서면 맨 앞자리에 준혁이 유필상과 민원장 사이에 앉아 있다.
준혁, 들어와 용길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용길, 준혁의 등장에 신경이 쓰이고...
용길 : 이 중에서 오늘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노인병학은 노인 의료로서의 임상적 측면과 더불어,
노화 및 질병에 대한 연구와 노인 사회학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견문이 함께 요구되는 심층 학문이라 하겠습니다.
노인학의 대상인 노인환자는 대개 65세 이상의 연령층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비록 이 연령이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성적인 장애와 질환을 가진 환자는 노인병학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상의 환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눈에 띠거나 혹은 감춰진 여러 가지의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생리적인 회생력과 예비능력이 젊은 환자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므로 질병에 취약할뿐더러 쉽게 합병증이
발생 할 수 있고, 이런 경우에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남은 수명이 현저히 감소될 수 있습니다.
S#59. 의사회 사무실
유필상, 용길을 데리고 들어오면 민원장 일어선다.
민원장 : 아, 강연 잘 들었습니다.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유필상 : 아, 인사해. 우리 의사회 부회장이시고, 여기는 장준혁 교수 장인 되시는...
용길 : (흠짓 놀라고) 아...
민원장 : (악수하며) 민충식이라고 합니다.
용길 : 아, 그래서 아까 장선생이 왔었군요.
민원장 : 네, 장교수는 병원에 일이 있어서 다시 들어갔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강연이라 짬을 내서 왔다고...
용길 : (가소로운 듯) 아... 그래요?
민원장 : 일전엔...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용길 : (말하려는데) ....
민원장 : 아 참... (품속에서 흰 봉투를 꺼내) 강연룝니다.
용길 : (선뜻 받지 못하고) ....
유필상 : (어깨를 토닥이며) 그냥 기름값 정도야.
용길 :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유필상 : 많이 주고 싶지만... 나름대로 정찰제라서... 대신 저녁을 근사하게 사지. 자.... 자... 나가자구.
S#60. 화장실
용길, 좌변실로 들어가고...
변기에 앉은 후 강연료 봉투를 꺼내본다.
만 원짜리로 50만 원 가량 들어 있다.
용길,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품속에 넣고 일어나는데...
S#61. 일식집 룸
민원장, 용길, 유필상이 식사를 하고 있다.
유필상 : 참, 내가 진작에 말했어야 했는데... 여기 민원장님이 노인학에 관심이 많으시거든.
그래서 자네한테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내가 그랬어. 좋은 그림 하나 보내시는 게 어떻겠냐.
근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 거 같애...
용길 : (유필상과 민원장을 번갈아 보는) ....
민원장 :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경솔하게도 결레를 범했습니다.
용길 : 흠...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준혁 교수는 차기 외과과장으로 유력한 후보자인데다
교수 선출을 앞둔 시점이라...
민원장 : 아아, 그러셨구나... 저는 거기까지 생각 못하고... 맹세코 제 선물은 그거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유필상 : 다시 좀 받지 그래?
용길 : 허허... 무슨 말씀이신지 알았습니다만 그냥 마음만 받도록 하죠.
유필상 : 허참, 이 친구... 이 친구가 워낙에 깐깐한 구석이 있어요.
민원장 : 진작부터 훌륭하신 분이란 얘길 듣고 있었습니다.
유필상 : 뭐, 그건 그렇다치고...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장준혁이말야. 그 친구 과장 될 수 있게 뒤에서 좀 밀어줘.
용길 : (불쾌한) 유회장!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유필상 : 괜찮아, 괜찮아... 여기 부회장님은 나와 호형호제하며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야.
그리고 자네와 나도 그런 사이 아닌가. 흉금, 흉금.. 이렇게 쓰리쿳션으로 통하는데... 걸러서 말할 필요 뭐 있어?
용길 : (벌떡 일어나) 난 그만 일어서지. 그리고 이런 일에 나 엮지 말아줘.
민원장 : (일어나 잡는) 부원장님...
용길 : 이거 놓으시죠. 불쾌합니다.
민원장 : (기겁해서 놓고) ...
용길 : 사람을 어떻게 보고 말야... (문을 열며) 나는 죽었다 깨도 그런 짓 못해. 나 몰라?
유필상 : (문잡는) 이 친구... 왜 이래? 앉아봐. 좀 앉으라구. (민원장에게 눈짓을 하고)
민원장 : 저 때문에 두 분 우정에 금이라도 갈까 두렵습니다. 두 분이 차근차근 푸시고요. 저는 좀 나가 있겠습니다.
민원장, 문을 열고 나가면...
S#62. 일식집 밖
준혁, 캔커피를 마시면서 초조하게 서 있는데, 민원장 나온다.
민원장 : 안에 있지 왜?
준혁 : 그냥... 초조해서요. 잘 되가고 있습니까?
민원장 : (어두운) 쉽지가 않네...
준혁 : (불안하다) ....
민원장 : 필요 없대서 돈도 안 가져 왔는데...
준혁 : (짜증) 아버님...
민원장 : 알았어. 일단 회장님을 믿고 기다려 보자고. 워낙에 선수니까...
준혁, 불안한데...
S#63. 일식집 룸
유필상 : (웃으며) 용길아,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용길 : 너 정말 이럴래? 사람을 왜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어. 너 이럴 거면, 다시는 연락도 하지 마.
유필상 : 야야, 좋은 사람이야. 내가 딴 사람하고 이러는 거 봤어?
용길 : 하여튼... 나 이런 거 못해. 게다가 그 장준혁 그 자식... 별로 맘에도 안 들고.
유필상 : 야, 한번만 들어줘. 내가 언제 너한테 부탁하고 그런 적 있냐?
용길 : 글쎄 안 돼. 이건... 이미 시작부터 잘 못됐어.
유필상 : 너 진짜 이럴 거지? 에이... 정말... 알았다. 알았고...미안하게 됐다. (일어나며) 다 그만두자. 그만 둬.
용길 : (쳐다보는) ...
유필상 : 너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다. 너 부원장만 하고 말래? 원장 욕심은 없어?
의사로서 마지막 명예는 찾아먹어야 할 거 아냐.
용길 : (동요하고) ...
유필상 : 이런 줄도 모르고, 친구랍시고... 난 임마, 어떤 생각까지 했는지 알아?
내년에 난치병 환자들하고 히말라야 원정 갈 때 이사장님 모시고 가는 거 알지?
아, 난 거기서 이사장 완전히 구워 삶으려고 계획까지 다 세워 놨었어.
용길 : 무슨 소리야?
유필상 : 무슨 소린 무슨 소리야? 난 이사장이 너 원장 안 시켜준다면... 히말라야 절벽에서 확 밀어버릴 수 있는 놈이야.
친구를 위해서 라면... 나 그런 놈인 거 몰라? 어휴... 이제와 이런 얘기하면 뭐하냐? (문을 열고 나갈 듯)
용길 : 필상아...
유필상 : 됐어, 임마. (나가서 문 닫으며)
용길 : 필상아! 유필상! (다급해져서 일어나는데)
S#64. 일식집 복도
필상, 밖에 서 있고...
이윽고 문이 열리며 달려 나오려던 용길, 필상과 시선이 부딪힌다.
필상, 피식 웃고, 용길, 겸연쩍다...
용길 :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들어와. 들어와 봐 일단. (잡아끈다)
유필상 : (확 덤비며) 으구! 으이구! (용길을 헤드락 하고)
용길 : 어, 어, 어...이거 안 놔?
유필상 : (데리고 들어가며) 어유...새끼...
용길, 유필상의 옆구리를 간지러 헤드락에서 풀려나고...
동시에 유필상의 팔을 꺾어 등 뒤에 붙이고 벽으로 밀어붙인다.
유필상 : 어! 어! 아퍼!
용길 : 항복해.
유필상 : 팔 뿌러져... 하, 항복! 항복! (하는데...)
S#65. 일식집 밖
준혁과 민원장, 각자 손에 든 커피 캔이 찌그러지고 있다.
준혁, 시간을 보려는데 시계가 없다.
민원장,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꺼내는데, 벨이 울리고 화들짝 놀란다.
민원장 : 네, 형님... (화색이 돌고) 네, 들어가겠습니다.
준혁, 굳은 표정이 풀리는데...
S#66. 일식집 룸
용길, 유필상 술을 따르고 있는데...
민원장이 들어온다.
민원장 : 술 좀 더 시킬까요?
용길 : 아닙니다. 앉으십시오. 아까는 제가 좀 심했습니다.
민원장 : 아, 아닙니다...
유필상 : 원래 치고받고 하는 게 진짜 친구지. 하하하...
민원장 : 네, 네 그렇죠. 두 분의 우정이 부럽습니다. (밖에다 말하는) 들어와.
용길 : ...?
준혁, 들어와 인사하고 용길, 놀란다. 그리고 기가 막히다는 듯 웃는데...
유필상 : 부원장님... 술 한잔 주시죠. 젊은 친구가 목이 많이 말랐을텐데...
용길 : (술 주전자를 들곤) 한 잔 하지.
준혁 : (무릎을 꿇고) 네... (술 받는다)
민원장 : 장교수, 앞으로 부원장님 잘 모셔야 하는 거야.
준혁 : 네... 알겠습니다.
용길 : (겸연쩍은) 흠... 그래, 뭐... 열심히 해봐...
유필상 : 아, 이 사람... 이왕 도와줄 거 빤스 벗고 제대로 좀 해주라.
용길 : 알았어, 알았어. 흠... 그래, 우리 잘 해보자.
준혁 : (조아리고) 고맙습니다.
유필상, 흐뭇한 듯 민원장과 용길을 번갈아 보고...
준혁, 고개를 들어 한숨 놓은 듯한 표정으로 용길을 쳐다보고 얕은 숨을 내 쉬는.
S#67. 준혁의 방 (동 밤)
수정이 잠들어 있는 침실로 들어오는 준혁.
겉옷만 벗고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는 긴장이 풀린 듯 침대 끝에 걸터앉는다.
설핏 잠이 깬 수정, 졸린 눈으로 일어나고.
수정 : 옷도 안갈아입고 뭐해...?
준혁 : 어...
수정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준혁 : 아니...(하고는 그냥 침대에 눕는다)
수정 : 안 씻어?
준혁 : (씻겠다는 대답처럼) 어... (그냥 눈 감아버리는)
수정 : (갸우뚱 하면서도 찢어지게 하품하고 다시 눕는다)
F.O...
S#68. 준혁의 거실 (아침)
거실 한 쪽에 놓인 포장 된 그림을 내려다보고 있는 잠옷 차림의 수정.
준혁,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온다.
준혁 : 일찍 일어났네? 나 때문에 잠 설쳤을 텐데...
수정 : 괜찮아. 또 자면 돼. 근데 자기야 이 그림 정말 기구하다...
준혁 : (웃으며 다가와) 다시 잘 갖다 드려. 이젠 돌려받을 일 없으니까.
수정 : 아이 참...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다시 들고 가는 거 너무 낯간지러운 거 같애. 그냥 택배로 보내자.
서로 얼굴 보기 좀 그래.
준혁 : 그게 포인트야. 얼굴 보는 거. 그걸 해야 되는 거야.
수정 : (한숨) 아...챙피해 죽겠어...진짜...
준혁 : 자기야... (양 어깨를 잡고) 내가 외과 과장이 되는 일이야, 알잖아.
수정 : (토라진 듯) 몰라!
준혁 : (허리 끌어안고) 잘 할 거면서. 고마워 (이마 뽀뽀하곤 얼른 들어가고)
수정 : 어휴, 얼렁뚱땅 넘어가기는...(웃으며 흘겨본다)
미소 짓고 돌아서 있던 수정, 그림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는.
S#69. 부원장실
용길, 인사 서류 ‘일반 외과 장준혁’ 이란 이름을 화이트로 지운다.
용길, 호호 불어서 말리고... 문상명이라고 다시 쓴다.
그리고 결재함에 넣고 일어선다.
S#70. 병원로비
용길, 나가는데 주완이 들어온다.
주완 : 어디가십니까?
용길 : 신축 공사현장에 가는데 시간 되시면 같이 가시죠.
주완 ; 그럴까요?
S#71. 신축 공사 현장
안전모를 쓴 용길과, 주완 공사장 엘리베이터를 하고 오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공사 감독이 인사를 하고 안내 한다.
약간은 위험한 그곳을 용길과 주완, 걸어다니면서 본다.
주완 : 공사의 진척 속도가 빠르네요.
용길 : 그러게요. (경치를 보며) 좋네... 여기에 집무실이 있으면 좋겠네요.
주완 : 원장실이 맨 위층으로 가는 거죠?
용길 : 흠흠... 그런가?
주완 : 원장하셔야죠.
용길 : 그게 어디 제 맘대로 되겠습니까? (다시 둘러보고) 참, 브랜치에 인사 발령 결재했습니다.
주완 : 아, 그렇습니까. 잘 하셨네요.
용길 : 그런데... 외과에선... 장준혁이 아니라 문상명 교수가 가게 됐습니다.
주완 : 네에? (위태하게 비틀거리고) ....
주완의 시선으로 까마득한 저 아래 땅이 보인다.
용길 : (붙잡으며) 왜 그러십니까.
주완 : 아, 잠시 현기증이 와서... 그, 그렇군요.
용길 :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구요. 득보다 실이 많아서요. 스타 교수 보내면 안 된다고 위에서들 다...
주완 : 허허... 잘 하셨습니다. (원망하듯 용길을 보는데)
S#72. 준혁의 사무실
건하, 준혁에게 보고를 한다.
건하 : 성명서를 쓸 참이었는데... 다행입니다. 거기까지 안 가게 돼서...
준혁 : 아, 그랬어? 애들이 잘 따라주던가?
건하 : 네, 제가 한다고 하니까... 다들 따라오더라구요.
준혁 : (흐뭇한) 그래...하여튼 고마워.
건하 : 아닙니다. 참 고윤수 명예교수님 희수연 초청장 맡겨야 하는데 누구 주관으로 하는 걸로 할까요?
준혁 : 무슨 소리야?
건하 : 외과 출신이신 걸로 치자면... 이주완 과장님 주관으로 해야 하는 거 같은데...
그러면 손님들이 적게 올 게 분명하고...
준혁 : 부원장님으로 하면, 흥행은 되겠지만... 내과 출신이라 좀 그렇다...
건하 : 네, 게다가... 지금 이과장님, 기분이 최악일텐데... 주관자를 부원장으로해서 염장까지 지르면...
준혁 : 후후... 그럼, 안 돼지. (생각하가) 이과장님 주관으로 해. 괜히 자극하지 말자고...
건하 : (웃으며) 그렇겠죠? 아무래도...
준혁 : 원칙대로 가. 원칙대로...
S#73. 원내 커피숍
도영, 제약 직원과 대화중이다.
도영 : (기막혀서 웃는) 그럴 수도 있겠네.
제약 : 사장님이 무지 미안해 그러시더라구요. 굉장히 지원해드리고 싶어 하셨거든요. 그래서 말인데요.
도영 : ...?
제약 : 그동안 저희 약품을 많이 써주시고, 임상에서 테스트도 해주시고 그랬는데...
저희가 컴퓨터 하나 못 바꿔 드렸잖아요.
도영 :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제약 : 아뇨... 사실 사장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 연구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선에서 세포 배양기 정도는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시약이나 실험용 쥐 같은 것은 필요하신 만큼
구입하시면, 저희 회사에서 구입 한 걸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사장님께서 그렇게 지시하셨거든요.
그리고 상황이 좋아지면, 공식적으로 지원을 하시겠답니다. 일단 그렇게라도 연구를 진행 하시죠.
도영 : (가만히 보다) 김대리... 고맙구... 사장님께도 고맙다고 전해드려.
제약 : 네...
도영 : 근데...세상엔 비밀이란 없어. 그리고 우리 연구가 비밀로 진행될 성질의 것도 아니구.
언제든 좋으니까... 공식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때... 그때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전해 드려.
제약 : 교수님, 사실 이런 거는요. 그냥 다들 하는 관행이잖아요.
도영 : (웃고) 우리만이라도 원칙대로 하자고. (일어나 악수를 청하는데)
제약 직원, 안타깝다...
S#74. 우용길의 집
벽에 다시 걸린 그림을 감상하는 수정과 용길 처
수정 : 역시 이 그림은 우리집보다 여기가 딱이에요. 더 기품 있어 보여요.
용길 처 : 집에 걸어 놨었아?
수정 : 네? ..쪼금요. 헤헤헤... 죄송해요.
용길 처 : 죄송은... 아휴... 남자들 일에 우리가 이렇게 휘둘려서야...
수정 : 이래서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하나봐요.
용길 처 : 뭐? (기막혀 웃는) 아니, 요즘 같은 여권 신장 시대에 그게 무슨 말이야?
수정 : 네? 아닌가요?
용길 처 : 뭐 틀리진 않지. 딱 맞지도 않지만... 자, 오늘 기분도 그런데 쇼핑이나 갈까? 가자... 내가 빽 하나 사줄게.
수정 : (좋아하는) 아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S#75. 와인 바
주완과 유정진이 긴급회의를 하고 있다.
저만치에서 희재가 전화를 하며 바라보고 있다.
주완 : (불안한) 큰일입니다.
유정진 : 제 생각엔... 이과장님이 넘겨짚으신 거 같은데요. 그것만 가지고, 부원장이 장준혁과 붙었다고 말하긴
좀 무리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냥 켕기는 게 있으니까 발령을 안 낸 거죠.
주완 : 아니야. 전에 넷이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어.
그때 짐작을 했어야 하는데... 이러다간 정말...
유정진 :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주완 : 무슨 좋은 수가 있어요?
유정진 : 저쪽에서 부원장을 잡았다면, 우리는 오경환 교수님을 잡으면 되잖습니까.
주완 : 아...!
유정진 : 오교수님이야...기초의학그룹 수장이시니까... 표도 제일 많고...
게다가 장준혁 같은 친구는 벌레처럼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주완 : 아, 그러네...
유정진 : 오교수님은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 친분으로... 돌리고 돌려서 잘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주완 : 아, 그래... 그래요... 유과장님, 부탁합니다. 그리고 나도 일을 좀 서둘러야겠어요.
다시 저만치에 희재가 보이고...
S#76. 달리는 차
어둠 속을 달리고 있는 준혁의 차...
희재 (F) : 무슨 소리하나 들어줘?
준혁 : 아니, 자기한테 그런 궂은 일 자꾸 시키면 안 되지. 어떡할까? 지금 가게로는 못가고.
희재 (F) : 글쎄... 일찍 퇴근하면, 뭐하고 놀아 줄 건데?
준혁 : 음...심야영화나 보러갈까? 자동차 극장으로.
희재 (F) : 풋...하여튼 들킬까봐 몸은 엄청 사려요. 좋아. 단, 영화만 보기다.
S#77. 자동차 극장
차창 밖으로 스크린에서 영화 장면이 흐르고 있고...
차안에서 준혁과 희재, 영화를 보지 않고 서로를 탐닉하고 있다.
F.O
S#78. 별관 (아침)
“명인대학 병원 듀얼 생체 간이식 100례 기념 심포지엄” 이란 플랜카드가 걸려있고...
건물 앞에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준혁 (E) : 2000년 아산 병원에서 이승규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듀얼 간이식이 성공한 이후로
혈육의 정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우리나라 상황상 많은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S#79. 별관 내부
밖에 연구 포스터 등이 전시되어 있고.
안내 데스크에 유미라 등 간호사들 사복 차림으로 안내를 하고 있다.
전문 서적 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한 쪽으로 나란히 제약회사 부스가 설치되어 의사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준혁 (E) :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저희 병원에서도 지금까지 듀얼 생체 간이식을 100례를 기록하고 있고,
성공률은 95%입니다.
S#80. 강당 안
스크린에 마지막 화면이 정리가 되고, 불이 켜지면...
발표식에 준혁이 서 있고, 좌장석에 주완이 앉아있다.
주완 : 질문 있으십니까?
객석에서 몇 명이 손을 든다.
주완, 둘러보다가 한 명을 지적한다.
주완 : (지적하며) 말씀해 주시죠.
노민국 : (일어나) 먼저 훌륭한 결과 축하드립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듀얼 생체 간이식이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 된 이유는 아마도 가족간의 사랑이 깊은 우리 민족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생각 되네요. 가족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기꺼이 자기 간의 일부를 주고자 하는 그런 희생정신 말입니다.
준혁 : 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이기적인 성향인 서양인의 사고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치료입니다.
노민국 : (끄덕이며) 제 견해입니다만... 듀얼 생체 간이식은 한 사람에게서 간을 받을 수 없는
덩치가 큰 수혜자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기증자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한 수술법인 거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한명의 기증자가 간의 60% 이상을 기증해야 하는 경우,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두 명에게서 조금씩 떼어내면, 주는 사람은 안전하고, 받는 사람은 충분하고...
준혁 : (끄덕이는) 그렇습니다. 저희도 질문하신 분과 견해를 같이합니다.
노민국 : 그런데...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기증자에서 간을 절제이후 사망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체 간 기증이 위축되기도 했는데, 그런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준혁 : 네... 기증자가 사망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저희가 이렇게 빨리 100례를 달성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못 뵈던 분이신데... 누구신지...
노민국 : 아, 죄송합니다...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존스 홉킨스에서 온 노민국이라고 합니다.
충격을 받은 준혁, 주완을 쳐다보면
주완, 시침을 뗀 채 노민국을 보고 있다.
다시 노민국을 바라보면. 뭐라고 질문을 하고 있다.
준혁 : (정신을 차리고) 아, 노민국 교수님이시군요. 네... 다시 한번 질문해 주시겠습니까?
노민국 : 네, 이 수술을 경우, 두 개의 이식된 간에 혈류가 나뉘어져 공급 되야 하는데...
여기에 장애가 생겨서 이식 된 간을 잃은 경우는 없었나요?
준혁 : 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아, 그러니까...
주완, 그런 준혁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S#81. 별관 내부
강당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혼잡하다.
주완, 노민국과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있고, 준혁 지켜보고 있다.
주완 : 인사하세요. 제 밑에 있는 장준혁 교숩니다.
노민국 : (악수하며) 노민국입니다. 전부터 뵙고 싶었는데 이제야 만나네요.
준혁 : 저 역시... 노민국 교수님을 진작부터 뵙고 싶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석달 전에 란셋에 발표하신 저널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노민국 : 아, 제 졸고를...감사합니다. 저 역시 장교수님께서 발표하시는 논문들을 빠짐없이 챙겨서 보고 있습니다.
준혁 : 언제 시간 내서 연구 중이신...
주완 : (말 끊으며) 장교수...바쁘지 않나? (노민국에게) 장교수가 지금 정리할 것들이 많아서...그만 가봐.
준혁 : (기분이 상하고) ... (돌아서 가는데)
주완 : 아 참! 고윤수 교수님 희수연말이야. 주관자는 누구로 했나?
준혁 : (천천히 돌아서서) 네...우용길 진료부원장님을 발기인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주완 : (놀라고) ...! (다가와) 언제 내 이름에서 부원장 이름으로 바뀌었지?
준혁 : 이번 희수연은 학술연구회가 아니라서요. 아무래도 과장님보다는 부원장님 명의로 초청해야 참석 인원도 많아지고,
찬조금 등 예산 확보에도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완 : 그렇긴 하지만 찬조금이니 뭐니 하면 천박한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
차라리 예산을 줄이는 쪽으로 하고 내 주관으로 돌려.
준혁 :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완 : 어렵다니?
준혁 : 참석 인원 확인이 시급한 관계로 의국에다 초청장을 서둘러 발송하라고 했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아마...
주완 : 자넨 말로는 의논을 한다고 하면서도 늘 제멋대로 행동하는구만.
준혁 : 일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
주완 : (자르고) 그만 둬! 난 자네 그런 점이 제일 불쾌해. 지금까지 그런 점을 고쳐보라고 그렇게 주위를 줬었는데,
전혀 달라지는 게 없어. 자넨 내가 이 자리를 떠난 후에 여길 맡아야 할 사람이야. 그러데 이런 식으로 하면,
내가 아무리 추천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거부를 하게 된단 말이야.
메스를 드는 것만으로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식견과 인격을 갖춰야 하는 거야.
준혁 : 과장님께서 지적해 주신 점에 대해선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주완 : (순간 욱 하고) 하나도 명심하고 있지 않아! (주변을 의식하고)
노민국, 저만치에서 갸웃거리며 보고 있다.
주완 : (느물거리며) 자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자네를 후임으로 추천하고 싶어도 추천할 수 없는
그런 사태가 올지도 몰라.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
준혁 : (천연덕스러운)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 역시 이대로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겁니다.
준혁, 현저하게 당황하는 주완을 싸늘하게 바라보다 인사하고 돌아선다.
준혁, 당당한 표정 뒤로 주완의 충격으로 얼얼한 표정에서...
F.O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