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 [무등산 마지막 단풍]
◌ 일자 : 2017. 11. 26. (일요일)
◌ 장소 : 무등산
◌ 동반 : 아들과 함께
◎ 아들의 봉사
자식이 함께 놀아준다는 것은 어느 부모에게나 환상적인 기대치이자 이루기 어려운 꿈에 가깝다. 요즘 세태에서는 말이다. 그제 광주에 온 아들이 오늘은 아빠에게 봉사해 주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무등산에 가자는데 거부가 없다.
어렵게 먹은 마음일 텐데, 가벼운 산행으로 계획하고 중머리재 코스를 잡다. 봉황대와 중머리재는 어릴 적에 가족 모두 다녀온 기억이 남아 있다.
일찍 출발하기로 서둘렀지만, 증심사입구 공원주차장에 도착시간이 10:00 이다.
◎ 산행 경로
증심사 입구 주차장(10:00) – 증심교 – 바람재 – 토끼등 – 봉황대 – 백운암터 – 중머리재 – 새인봉 삼거리 – 약사사 – 증심사 입구 주차장(14:30)
◌ 출발 :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10:00이다. 초겨울이지만 오늘은 춥지 않다. 버스종점에 이르자 산행객들이 군상(群像)을 이룬다. 증심교까지 약30분 거리는 아스팔트길이라서 산행의 개념이나 시간에 넣지 않는다. 증심교에서 바람재까지 50분 산행길이 오늘 산행 중에서 중심이다. 계곡 따라 오르막이다. 겨울이지만 땀도 난다. 도중에 한 번 쉬어가니 지루하지도 않다. 무등산 길 가운데 내가 가장 자주 다녔던 길이다. 오르막에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단풍철이 지난 때문인지 외지 산악회 단체 산행객이 많다.
[사진 – 무등산국립공원 입구]
◌ 바람재 : 예정시간대로 증심교에서 50분 결려서 오른다. 11:20. 청풍대 휴게소에는 빈 자리가 없다. 기념사진만 찍고서 계속 진행한다. 신작로 주변의 단풍나무에는 아직 몇개의 말라빠진 이파리만 남아있다. 비온지 오래된 듯 너널경의 약수물 솟구치는 힘이 미약하다. 토끼등의 쉼터에도 빈자리 없다. 아직 정오 전인데 점심식사에 즐거운 분위기이다. 우리는 쉬지 않고 전진한다.
[사진 – 바람재, 청풍대]
◌ 봉황대 : 토끼등 쉼터에서 봉황대까지는 10분 이내의 오솔길, 봉황대의 옛 정치가 많이 변했다. 자연석을 다듬어 표시석은 근사하지만, 약수터도 흔적 없고 쉬어가는 분위기도 편하지 않다. 만추도 철지난 썰렁한 분위기여서 우리는 사진만 찍고 또 전진한다.
[사진 – 봉황대]
◌ 백운암터 : 점심은 이곳 쉼터가 적격이다. 정오를 넘긴 시간이기도 하려니와 붐비지도 않는다. 김밥 한 줄과 컵라면 한 개씩 둘이서 먹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들과 모처럼 소풍이니 이정도 도시락도 진수성찬 못지않다.
[사진 – 백운암터]
◌ 중머리재 : 무등산 한나절 산행에는 대부분 이곳 중머리재가 목적지이다. 변함없이 사람들이 붐빈다. 자주 오는 사람, 나같이 어쩌다 오는 사람, 아들같이 처음 오는 사람(10여년 넘었으니 처음 오는 것과 같을 터) 등등 여기는 사람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 집합소이다.
[사진 – 중머리재]
◌ 마지막 단풍 : 새인봉 삼거리를 거쳐 하산한다. 쉼 없이 연속되는 내리막이다. 약사사 절 일주문에 도착하면 오늘 산행의 무사에 감사를 드린다. 절에서 주차장까지 계곡 따라 가는 길에는 철늦은 단풍이 미련(未練)이 남은 듯 애련(哀憐)하다. 주차장 도착이 14:30. 오늘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
[사진 – 마지막 단풍]
◎ 마무리 : 땀 흘린 산행의 마무리는 사우나에서 하는 것이 최고의 종례이다. 온탕 냉탕을 오가다 보면 산행의 피로가 사라진다. 문흥동 창평국밥에서 배부른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도 저녁이 여유롭다. 8시가 넘어 기차역으로 아들을 배웅하고 오니, 꿈에서 깨어나 이제야 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2017. 11. 27. 밤
첫댓글 이교수 아들과 값진여행 축하 하네. 나도 아들과 함께 보성 오봉산 다녀온지가 7년전 끝으로
한번도 함께하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