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차로 출발 할 줄 알았던 버스는 38명을 태우고 오대산으로 떠납니다.
오늘부터 맨 앞자리는 신임 산행대장님과 신임 총무님이 자리하고 있네요.
산사랑과 첫인연을 맺은 은향님은 대장님 옆자리에 앉아갑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3시간만에 도착한 오대산 입구, 이젠 다 왔구나 생각하고 내릴 준비를 했더니
그러고도 한참을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상원사 주차장은 협소해서 체조는 생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만 하고 산행 시작!!
오늘 산행은 역사기행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유적, 유물이 많이 눈에 띱니다.
보물로 지정된 상원사 동종도 있고, 5층으로 된 지붕이 계단처럼 생긴 사자암도 지납니다.
곳곳에 [정숙]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습니다. 곧바로 들국화님이 생각나던데요... ㅎㅎ
저도 텔레비전에서 현대상선이 뉴스에 나오거나 사극에서 내시의 우두머리인 상선영감이
나올 때마다 웃기더라구요. 아마도 자기 이름이 들어간 낱말이라서 그랬겠지요?
하늘엔 까마귀들이 고공 비행쇼를 펼치네요. 그 위로는 비행기가 햐얀 방귀(?)를 뀌면서
합동 공연을 해줍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이란 사찰에 도착했습니다. 용의 눈이 매섭게 느껴지더군요. 보셨나요? 용(龍)
참고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은 우리나라에 5군데 밖에 없다네요.
부처님의 분신이 있으니 굳이 불상이 있을 이유가 없구요.
신성한 곳인 만큼 조용해야 옳겠지만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인지라 약간은 소란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곳 스님들은 등산배낭을 메고 스틱가지 갖고 다니며 오르내리는 모습이 참 특이하네요.
이제부터는 아주 좁은 길이 시작됩니다. 겨우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그런 길이네요.
햇볕도 없는 음지여서 눈이 녹지도 않았습니다. 너도나도 아이젠을 꺼내서 착용했지요.
꼬리에 꼬리를 문 긴 행렬에 산객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럴 때마다 잠시 쉬면서
주변풍경을 감상하면 좋은데 땀 닦기 바쁘고 앞사람 발만 내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눈덮인
길을 가느라 급급한 모습들입니다.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야~ 에효~~>
요즘 미세먼지주의보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데 여기 강원도도 조금은 영향이 있는지
흰 구름 아래는 잿빛으로 띠를 두르고 있네요. 계속되는 오르막에 지쳐갈 때쯤
반가운 친구가 나타납니다. 곤줄박이와 동고비라는 산새들입니다.
몇 마리가 단체로 마중(?)나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네요.
여름, 가을철에는 산객들 옆에 오지도 않던 것들이 배가 고픈지 주황색의 깃털을
자랑하며 사람들 주변을 배회합니다. 물론 먹을 것 달라는 뜻이지요.
솔매 회장님께서 견과류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눈치빠른 이 친구들이 후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와 하나씩 물고 가네요. 귀여운 것들!!!
우리가 걸어온 뒤편을 바라보니 용평 스키장이 거꾸로된 Y자로 선명하게 보입니다.
산봉우리들은 약간의 산안개와 함께 한 폭의 산수화가 되어 눈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쁘니님이 송공산님한테 노래 불러달라고 부탁했는지 구성진 목소리로
"눈이 나리네~♬ 눈이 나리네~♬~" 가사를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계속 다섯 글자의 가사만 리플레이 해주는데도 청중들은 그 익살스러운 목소리에
깔깔깔 웃음짓습니다. 노래만 부른게 아닙니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코너의 유행어도 들려주었지요.
"쁘니님은 내 마음을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하는 요오물~ 요물~ 뚱뚱한 요물!"
두 분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으면 예전에 장소팔, 고춘자의 만담이 떠오릅니다.
궁짝이 잘 맞는 두 분 덕분에 힘든 것도 다 잊게 되구요. 고맙습니다.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이제 곧 정상인 것 같네요.
거의 다 왔을 때 경화님이 미끄덩~ 다행히 푹신한 눈이어서 탈탈 털고 일어납니다.
정상석이 서 있는 곳은 표를 뽑고 기다리는 은행처럼 길게 줄이 서 있네요.
후미로 도착한 회원들은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다음 봉우리로 걸음을 옮깁니다.
헬기장이 나오면 점심을 먹는다네요.
산마루에 올랐는데도 1월의 칼바람은 잘 느껴지지 않는 따스한 날입니다.
30분 정도 가니 38명이 앉아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널찍한 헬기장이 나왔습니다.
사방이 뻥 뚫린 곳이라 그런지 산바람이 조금은 차게 느껴지네요.
장갑을 벗고 먹었더니 손도 조금 시려웠구요.
그래도 따끈한 라면 국물에 밥을 먹었더니 든든합니다.
반대편에서는 작년에 봤던 설악산 대청봉이 손을 흔들며 자기 보이냐고 인사를 건넵니다.
상왕봉으로 가는 길엔 주목 군락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못 견뎌 가지를 하늘이 아닌 땅쪽으로 내린 것도 있었고,
속은 텅 비어있고 나무 껍데기만 반원을 만들어 지탱하고 있던 고목도 보았습니다.
산객들에겐 그저 기념사진의 배경이 될 뿐이지만 수백년동안 그 나무들이 한 자리에서
모진 풍파를 견뎌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숙연해 지기도 합니다.
등산로를 제외한 좌우에는 50cm는 족히 넘는 눈이 쌓여 있었지요.
장난끼 발동한 저는 스패치도 없이 한쪽 발을 푹~ 밟아봅니다.
무릎까지 쭈욱~ 들어가더라구요. 그 덕에 양말이 눈에 조금 젖고 말았습니다.
여분의 양말도 가져왔겠다 아예 이 눈길을 푹푹 빠지면서 걸어도 보고 눈 쌓인 곳에
몸을 던져 누워도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꾹~ 참았답니다. ㅠㅠ
여전히 후미를 지키는 매송 고문님은 참 여유로워 보입니다.
뒤처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쉬엄쉬엄 얘기하며 구경하며 내려오시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중간쯤에서 짱구님과 오포소녀님, 장관용님과 함께 걸어갔답니다.
하산하면서 큰 일은 없었지만 소방차님의 곁님이신 조박사님은 하산하면서 세번씩이나
쥐가 나서 고생을 하셨답니다. 눈물까지 그렁그렁하시면서... 이런 적 처음이네요.
소방차님께서 귀가하신 뒤에도 마사지 많이 해주셔야 겠네요.
그런데도 처지지 않고 무사히 하산하신 조박사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하산의 대부분은 임도를 따라 내려오기만 하면 되는 쉬운 길이지요.
길도 넓고 위험해 보이는 곳도 별로 없어 답답했던 아이젠을 벗고 편하게 쭉~ 내려갑니다.
눈 쌓인 길을 보니 작년 소백산에서 비닐 깔고 눈썰매 타던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앞으로 나가지는 않을것 같네요.
그런데도 나도풍란님은 회장님이 신문지 깔아놓고 썰매를 끌어줬다는군요. ㅎㅎ
임도 쪽은 해가 잘 드는 곳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나무들이 꽃을 틔우려고
망울이 져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봄의 기운이 느껴지네요.
산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상원사로 내려오니 4시 정각입니다. 올해가 말띠해라서 그럴까요?
걸어서 내려온 것이 아닌 말처럼 달려서 내려온 것 같네요.
낙오한 사람도 없고 뒤쳐지는 사람도 없어서 일찍 식당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 안에서 경화님이 내려올 때 엄청 고생했다고 하네요.
분명 편하고 쉬운 길이었는데 말이죠?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알고보니 레옹님이 지름길로 빨리 내려가자고 했는데 그곳의 경사가 심해서
무섭기도 하고 미끄러질까봐 다리에 힘주고 천천히 내려오느라 힘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옹님, 앞자리에서 귀 간지러우셨지요? ㅋㅋ
오늘의 메뉴는 황태더덕 정식입니다. 다들 식사가 맛있었는지 빨리 드시더라구요.
쁘니님과 작가님 팀이 함께 앉아 건배 구호를 외치네요. "뚱뚱한 요물을 위하여~♪"
아무튼 재밌습니다.
분당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산사랑 단막극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군산 신시도 산행에 이어 올해 첫 산행에서도 성우같은 목소리로 고향 횡성에 대해
맛깔나게 소개를 해주시는 거북이님 - 말솜씨가 연예인 뺨칩니다.
지금이라도 SBS 연예인 선발대회 나가셔도 될것 같아요!!!
체기가 있던 쁘니님과 양지이화님의 곁님은 '일일 의사'이신 나도풍란님이 바늘로
손을 따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총무님의 친언니 현주님은 이번에도
'야관문(夜關門) - 밤(?)의 닫혀있던 빗장을 열어준다.'으로 담근 술을 가져오셔서
남성 회원분들을 호강시켜 주네요. - 누가 지은 이름인지 정말 잘 지었어요. 야관문!
오늘은 <고맙습니다> 소리만 수십번 쓰는 것 같네요. 모두가 서로 고맙습니다.
진짜루~
차가 막혀서 늦게나 도착할 줄 알았는데 중간부터 차가 쭉쭉 빠져서 늦지않은 시각에
분당에 도착했네요. 오늘도 산사랑 회원들을 위해 안전운전 해주신 이정섭 기사님!
다음 태백산 산행때도 잘 부탁드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1.25 07:29
2014년 첫 산행이 무사히 끝났네요.
오대산, 태백산, 지리산... 우리나라 명산을 올해는 실컷 구경하겠네요. ^&^
싹수님 하루 일과를 아주 담백하게 쭉죽 쓰셌네요. 고맙습니다 저는 산에만 가면 고마운 일이 아주 많아요.매송님,싹수님,오포소녀 등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거든요. 고맙습니다 꼬옥 해 주고 싶은 말 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제가 적었듯이 서로에게 고마운 산사랑입니다. ^&^
산객들의 모습 또한 오대산의 풍경이 되어버린
사람북적이는 2014년 첫 산행이었습니다..
올 한해 좋은분들과 좋은곳 산행하며
기분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사랑 고맙습니다
언제나 기분좋은 산행... 한 오대산의 기운으로 살아야죠
즐겁고 재미있는 산행기 감사합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언제나 웃음바다네요
적멸보궁터는 천하의 명당이랍니다. 2014년에는 좋은 기운들 많이 받으시고 가내 평안들하세요. 함께 무탈산행해서 즐거웠습니다.
딱 봐도 부처님 사리를 모실만한 그런 곳이더라구요. 행복한 산행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스타트 잘 끊었으니 2014년 쭈욱
상원사, 오대산 생각만 해도 마음설레던 곳인데 여전히 잘 있고 행복한 산행으로 마음뿌듯했습니다.
멀리 선자령 황병산 설악산 등등 강원도 명산들이 한눈에 보여서 더 좋았습니다.
저는 대청봉도 누가 가르쳐줘서 알았는데... 대단하십니다. 매송 고문님
실감나는 여행기 잘 감상했습니다. 기분좋은 산행에 동참해서 영광입니다. 항상 즐거운 산행이 되는것 같습니다. 뒤늦게 산사랑 회원님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단결.
며칠 뒤면 또 한번의 새해가 되네요.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입니다.라고 인사를 두 번씩이나 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걸렸던 것 같습니다. ^_^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닉네임을 <작가>로 바꾸면 아마도 카페에 들어오는 산사랑 회원들이
담박에 알아볼 것 같습니다.
저도 삶과나무는 누구고 느릅나무는 누군지 파악하는데 석
2014년 첫산행~ 겨울 산행이 제격인 오대산 잘 다녀왔습니다~ 좋은 기운 받아서 올 한해도 행복한 산행하길 바랍니다. 싹수님 수고 많았어요~
예전에 오대산 간 기억은 있는데... 정상에 올라가지 않고 사찰 근처만 한바퀴 돌고 가서 가물가물합니다.실해지는 것 같아요.
뭐든지 사진으로 남겨놓아야 기억이
다시 한번 디카 발명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맛깔나는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역쉬~ 싹수님의 산행기는 쨩 ~!! 입니다.
무슨 말씀을... 땅 사세요. 산행기 정말 재밌게 읽었는걸요
건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