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토말)에 서서

[선아]

땅끝(토말)에 서서

긴 시간을 달려온 해남 땅끝마을. 토말(土末).
대구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진주-광양-순천-보성-장흥-강진-해남 땅끝마을에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오던 길에 순천 송광사에 잠시 들러서 우리나라의 삼보사찰( 경상남도 양산의 통도사, 경상남도 합천의 해인사 그리고 전라남도 순천의 송광사이다. 양산 통도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에 불보 사찰(佛寶寺刹), 합천 해인사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경판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법보 사찰(法寶寺刹), 순천 송광사는 한국 불교의 승맥(僧脈)을 잇고 있기 때문에 승보 사찰(僧寶寺刹)이라고 함) 중 유일하게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을 풀며 쉬엄쉬엄 달려오긴 했어도 땅끝이 멀긴 참 멀다.

국토순례의 종착지이자 시작점이기도 한 이곳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말을 낳게 한 곳이기도 하다. 국토의 최남단인 해남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국토의 최북단인 함북의 온성까지 이천리를 연결하면 한반도에서 가장 긴 사선이 만들어지며 그 길이가 삼천리가 된다고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사자봉휴계소에서 가파른 산길을 2km쯤 올라가면 해발 122m인 사자봉에 이르고 그 정상에 사방이 유리로 만들어진 땅끝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이곳이 땅끝임을 알리는 땅끝비가 있는데. 해남 출신 우록 김봉호님이 시를 쓰시고 한글서예가 서희한 선생님이 글을 쓰신 비문이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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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땅이 생성되었고 인류가 발생하였으며 한겨례를 이루어 국토를 그은 다음 국가를 세웠으니 맨위가 백두이며 맨 아래가 이 사자봉이다. 우리 조상들이 이름하여 땅끝 또는 토말이라 하였고, 북위 34도 17분 38초이며 대한민국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이다. 동포여, 여기저기 저 넓은 대자연을 굽어보며 조국의 무궁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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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토말비에서 서쪽으로 가파른 능선을 따라 약600m를 내려가 뾰족한 이등변삼각형 모습의 땅끝탑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뾰족한 삼각탑과 다도해의 절경이 파도소리와 부서지는 포말을 배경으로 이루는 조화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고, 멀리 바다를 응시하며 땅끝은 단순한 육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바다가 시작하는 곳이요, 육지가 시작되는 곳이며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서 땅끝탑에 새겨진 시를 소리내어 낭독해 본다.

수묵처럼 스며가는
정한 가슴
벅찬 마음
먼발치로
백두에서 토말까지
손을 흔들게.
수천년 지켜온 땅끝에 서서
수만년 지켜갈 땅끝에 서서
꽃밭에 바람일 듯
손을 흔들게
마음에 묻은 생각
하늘에
바람에
띄어보내게.

낭독해 보노라니 이 시의 여운이 뇌리에 잔잔히 새겨져 오길래 메모를 하려고 보니 필기도구가 없다.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동료의 제안으로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더듬더듬 적어서 문장보관함에 저장해두었다가 이리로 끌고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산책로를 따라 여유를 부리다가 어느 새 내려 온 어둠에 놀라서 서둘러 마을 쪽으로 내려왔다.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리를 절뚝이며 기운이 많이 빠진 모습의 남자 대학생 두명이 땅끝탑의 위치를 물어오길래 설명해주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7월 5일 서울에서 출발하여 도보로 국토순례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단한 젊은이, 의지의 장한 청년이라며 박수를 쳐주었다. 오늘이 7월 17일. 날짜를 세어보니 벌써 13일째의 강행군이다. 우리들이 마시려고 사왔던 음료수를 건네며 화이팅을 외쳐도 준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두 청년들을 바라보니 어찌 든든한 생각이 들어서 저절로 기분이 흥겨워졌다.
언젠가는 국토순례자들의 도보여행이 천리가 아닌 땅끝에서 온성까지 삼천리가 이어지겠지.^^

오래전부터 벼르며 오고 싶었던 곳, 땅끝 마을에서 걸어서 국토순례 중인 두 청년과의 마주침은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 되는 곳이란 기분을 더욱 강하게 해주었다.

땅끝에 서서
수평선 위의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두 청년의 풀어헤친 운동화와 휴식을 취하는 발을 보며 땅을 내려다 보았다.


분명히 땅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길의 시작점이었다.





2004-7-18 씀

[shoe]

재능은 타고 나는 가봅니다. 짧은 기행을 감칠 맛나게 끝까지 읽어보게 하시는군요.

[산골아이]

국토 순례하는 모임이 있는거예요?.그냥 즉흥적으로 나사기는 쉽지 않을듯 해서요.벌써 여러번 국토순례기행문이 올라 와서요...마음에 묻은 생각//하늘에//바람에//띄워 보내게......오늘 아침엔 시와 글이 저의 마음을 해맑게 해 주는것 같네요

[선아]

원래 여행을 좋아해요. 그래서 흥사단에서 매월 실시하는 답사에 많이 참여한답니다. 흥사단 프로그램은 아동들에게도 유익한 곳이 많고 인솔자(교수 또는 교사)가 자료와 함께 충분한 설명을 해 주기 때문에 참 유익하답니다. 나중에 참여해 보셔요. // 이번의 여행은 개인 모임에서 갔구요.

[산골아이]

저도 관심은 많이 있는데 실천이 잘 안 되어요.이것저것...핑게에 불과 할진대.저도 역사에는 꽤 관심이 있답니다.언제 기회가 되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참여 해 보고 싶네요.감사해요.그리고,왕창 더운 날입니다.건강 잘 챙기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