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운을 보하기 위한 뜨거운 보양식이나 무더위를 식혀줄 차가운 음식들을 많이 찾는다. 이런 음식으로 여름을 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제철 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린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스님들의 식단인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을 모아봤다.
1발우공양의 계정혜삼합. / 2발우공양의 들깨즙탕.
■스님의 손길로 만든 사찰음식
종로구 조계사 맞은편에 있는 발우공양(02-733-2081, 종로구 견지동 71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5층)은 대한불교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점이다. 이곳은 사찰음식 전문가인 대안 스님이 메뉴 개발을 맡아 오신채(매운맛을 내는 파·마늘·부추·달래·무릇 등 다섯 가지 채소)를 사용하지 않고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를 코스로 선보이고 있다. 건강죽을 시작으로 두부와 채소를 듬뿍 넣어 담백한 절집만두와 두부숙회, 고추·간장소스를 곁들인 쌈밥을 한 접시에 올린 계정혜삼합, 들깨즙탕, 연잎밥 등 메뉴가 다채롭다. 코스 요리는 2만7500~7만7000원이다. 대안 스님은 "철마다 나오는 재료를 눈여겨봤다가 재료의 특성을 살려 조리한다"며 "차가운 성질의 머윗대와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들깨로 탕을 끓여 먹으면 여름철 차가워진 몸을 보하는 데 도움 된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발우공양콩(02-736-2083)은 보다 저렴하게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발우공양상(8000원)은 밥과 반찬이 뷔페 형식으로 제공되어 접시에 직접 음식을 담아 먹는 메뉴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 식사법을 체험할 수 있다.
30여 년 전 인사동에 문을 열어 국내 사찰음식 전문점 1호로 알려진 산촌(02-735-0312, 종로구 관훈동 14)은 사찰음식 전문가 정산 스님이 운영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코스 요리를 시키면 나오는 산채 모둠나물이다. 일곱 가지 야생나물을 각기 다른 양념에 무쳐 내는 것으로 계절마다 제철 나물을 사용하는데, 요즘은 여름이 제철인 함초·상추·비름·두릅·곤달래·고들빼기·산고추순 등을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야생더덕을 각종 양념으로 무친 더덕무침, 산나물·들깻잎 등 제철 재료로 만든 튀김 등 20여 가지의 메뉴를 만난다.
1산촌의 산채 모둠나물과 반찬들. / 2산촌의 호박죽, 짠지물김치.
산촌에서는 일반인과 외국인 손님의 입맛을 고려해 오신채를 사용하고 있다. 하루 전 예약 시, 미리 얘기하면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산촌의 정산 스님은 "사찰음식은 수행하는 사람들이 먹는 고행의 음식이자 청빈한 음식"이라며 "영양과다와 운동부족인 현대인들에게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싱싱한 제철 재료의 맛을 순수하게 느낄 수 있는 음식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점심코스 3만3000원, 저녁코스 4만5000원.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점 아승지(02-836-8442, 영등포구 신길4동 223-17)에서는 지호 스님이 직접 만든 사찰음식을 코스로 맛볼 수 있다. 인삼·대추·곶감 달인 물을 시작으로 두부양장피샐러드, 버섯탕수, 삼채잡채, 마씨앗을 껍질째 갈아서 각종 채소와 섞어 부친 전, 도토리묵으로 만든 묵채, 견과류·콩고기·돼지감자장아찌 등을 메밀전병에 싸 먹는 구절판, 연찰밥 등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아승지에서는 지호 스님이 직접 담근 고추장, 간장과 솔잎, 당귀, 민들레, 질경이 등을 재료로 한 20여 가지의 효소를 사용한다. 평일 정오~오후 3시에만 영업한다. 메뉴는 코스요리 1가지로 1인당 2만원.
■눈으로 먹는 아름다운 사찰음식
비록 스님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제대로 맛을 낸 사찰음식점도 있다.
감로당(02-3210-3397, 종로구 통의동 35-106)은 사찰음식의 매력에 빠진 홍연희(58)씨가 대안 스님, 선재 스님, 적문 스님에게 전수받은 사찰음식을 코스로 선보인다. 수련진지상, 산나물진지상, 선식진지상 등 20여 가지의 음식이 올라가는 사찰음식 코스에는 공통적으로 새송이·연근·참마솔잎구이, 월과채, 아카시아꽃 수수부꾸미 등을 맛볼 수 있다. 감로당은 유기농 재료만 사용하며 고추장이나 된장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표고버섯 가루와 표고 우린 물 등으로 음식의 간을 한다. 코스 요리는 2만6000~11만원이다.
고상의 오색연꽃과 연잎우엉잡채.
고상(02-6030-8955, 중구 수하동 67 미래에셋센터원 B2)은 아이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채식과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송수미(45)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찹쌀과 견과류를 넣고 찐 연잎밥, 더덕을 잣 드레싱에 버무린 더덕잣무침, 가죽나물, 머윗대장아찌 등 다채로운 음식이 상에 오른다. 그중 단품으로도 주문 가능한 '오색연꽃과 연잎우엉잡채(6만8200원)'는 연잎에 넣고 찐 우엉잡채를 연꽃 위에 올린 당근, 오이, 파프리카, 버섯, 무 등과 곁들여 먹는 대표 메뉴로 입은 물론 눈까지 즐겁게 한다. 음식 구성에 따라 4만2900원부터 16만5000원까지 다채로운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자련(031-8016-8844,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89)은 민연숙(50)·연자(48)씨 자매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은 (사)홍승스님의 사찰음식연구회의 연구원이자 사찰음식 전문가로 민연자씨는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사찰음식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곳에는 수련상(1만5000원)과 백련상(2만5000원) 두 코스 메뉴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제철 재료로 만든 죽과 버섯을 넣어 만든 버섯묵숙채, 전, 연잎보쌈김치, 밥, 탕, 찬 등이 기본으로 나온다. 백련상에는 수삼을 편으로 잘라 호두, 잣, 은행 등 일곱 가지 견과류를 곱게 다져 올린 칠보수삼, 흑임자 드레싱을 곁들인 두부와 무쌈 등을 맛볼 수 있다. 밥은 연잎밥, 우엉표고버섯밥, 연근마밥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