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曲
한 번 돌아누우면
고무신 뒷축 닳듯
모지러지는
인간관계를
오늘은
낙원동 뒷골목 通用門처럼
무심한 우리의 사이.
다만
地球의
저편 傾斜面으로 떠가는
달빛 산델리아,
밤구름의 그림자,
灰色의 새.
-박목월, ‘小曲’ 전문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내리면 바로 낙원상가가 나온다. 인사동으로도 이어져 있어 서울에 가면 거기서 자주 내린다. 거기 실버 영화관인 허리우드극장도 있다. 입장료가 아주 싸고 50년대 이후 예전 영화들이 상영되어, 나이 많은 이들만이 아니라 젊은 영화 팬들도 자주 옴 직하다. 언젠가 거기서 아랭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를 본 적이 있다. 영화관을 가득히 메운 실버들의 표정은 뭔가 절실하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그 주위엔 아주 싼 해장국집과 싼 술집도 즐비하고, 밤이면 한 쪽 빈터에 간이 포장마차들도 선다, 가히 한 풍경인데, 가진 것 별로 없고, 이미 삶의 어두운 경사면에 들어선 이들의 고함 소리, 주정하는 소리가 그 희미한 불빛을 깬다.
제주시청 옆 이도2동 큰길가에서 30년을 이어온 ‘짱구분식’과 ‘어머니빵집’이 새로 바뀐 건물주에 의해 집을 비우게 되었다. 그 앞을 지나노라니 내부 공사가 한창인데, 카페가 들어설 거라고 한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우리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을 어찌 막으랴마는, 그 망치 소리 앞에 마음 애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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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러네요, 어머니빵집 짱구분식이 사라진다니...어디서나 들어서는 카페가 들어선다니...씁쓸하지요. 이런게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거 같아 더욱 그렇지요.
낙원동 뒷골목.. 옛 생각 나네..
허리우드가 실버영화관이 되었다니.. 전엔 학교에서 단체 영화도 가끔 보러갔던 곳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