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춘목사=서울대 불문학과 졸,연세대 경영대학원·교육대학원,한세대 신학대학원 졸,한국무역협회 기자,現 일만CEO연합 경영멘토
Box)소자본 CEO를 위한 시크릿 10
1. 되는 일만 한다.
2. 시야를 좁혀 작게 시작하라.
3. 홈런 대신 번트를 대라.
4. 한 발 물러서면 열 발 물러선다.
5. 첫 저항을 뚫어내라.
6. VVIP, 롱테일, 투트랙으로 접근하라.
7. 해가 뜬 후에 진입하라.
8. 그만 골몰하고 행동하라.
9. 맥을 잡고 침통을 흔든다.
10. 한 번 되면 열 번 된다.
[박찬은 시티라이프 기자]
크게 성공하겠다는 야심을 버리고 나부터 좀 잘 먹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를 꿈꾸기 보다는 내 가족이나 잘 먹여살리면 행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죠."
김종춘(53·사진) 목사가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최근 들어 청년에서 시니어층까지 창업 열풍이 거세지면서 이들에게 도전 정신을 북돋아 줘도 모자를 판에 의욕을 꺾는 내용을 담은 책을 발간한 것이다. 목표를 높게 잡을수록 실제 얻는 성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다수의 관점과 배치되는 의견이다.
하지만 김 목사의 논리를 접하게 되면 어느덧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소자본 최고경영자(CEO)는 성공하기보다 실패하기가 훨씬 쉽다"며 "자신과 맞지 않은 큰 꿈을 꾸기보다 소소하게 시작해서 작은 실체를 만들면 자연스레 덩치도 커지고 꿈도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고 자체를 `소심`하게 전환시켜 창업 실패율을 줄인다는 발상이다. 이것이 저서 `소심불패`의 골자다.
누구나 스티브 잡스를 꿈꾸고, 세계적인 기업을 꿈꾸라고 말한다. 그러나 1000만 소자본 CEO를 위한 맞춤멘토링을 꿈꾸는 그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크게 성공하겠다는 야심보다는 작은 실패도 하지 않겠다는 깐깐한 불패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무역협회에서 11년간 기자생활을 하다가 목회자로 변신한 그는 1인 CEO와 소자본 CEO 중심의 협업 커뮤니티, 일만CEO연합 경영 멘토를 맡고 있다.
◇`하이브리드 경제목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쓰나미와 강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자력 전문가, 지진 전문가, 도시공학자, 의사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문학, 경제, 교육학을 공부하다가 나중에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목회는 일종의 토털 서비스죠. 육체를 위해서는 경제학이, 정신을 위해서는 교육학이, 영혼을 위해서는 신학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와 사회의 교차지점에서 우물을 파려면 교회도 알아야 하고 사회도 알아야 합니다. 성경을 바탕에 깔고 있는 목사가 그런 책들을 써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이브리드 아닐까요?
◇목사님이 경영 서적이라, 색다른데요. 소자본 CEO를 위한 서적 발간계기가 궁금합니다.
=대기업 전략서는 넘쳐나지만 소자본 기업용 전략서는 아주 부족합니다. 무역협회 기자로 경제를 많이 다뤘지만 목회활동을 하며 경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육체가 먹고 사는 경제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정신과 영혼을 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련 설교와 강의 콘텐츠도 개발했지요. 앞으로는 국민적인 실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CEO 서적을 집필하려고 합니다. 대다수 CEO들은 소자본입니다. 대체로 없는 자본을 일가친척이나 지인들로부터 억지로 조달해서 창업하는 `억지자본 CEO`들이죠. 1000만에 달하는 청년 CEO, 1인 CEO, 자영업 CEO, 베이비부머 CEO들이 대부분 짧은 시간에 실패하고 마는 것은 대기업 경영 전략서를 채택하기 때문입니다. 인구 20%가 전체 80%부를 차지하는 파레토 법칙을 파괴하고, 그 80%에 해당하는 소자본 CEO들이 살아나면 국가경제도 살아날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11년간 하시다가, 목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신 계기는?
=처음부터 직장생활 그 자체가 최종목표는 아니었습니다.부장, 임원 거쳐 CEO가 되겠다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애초에 목회에 뜻이 있었지만 직장 경험을 한번은 하고 싶었어요. 가족을 먹여 살리고 교회를 개척하려면 최소한의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에 11년간 직장생활을 했지요. 남에게 손을 벌리기도 싫었기 때문에 직장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필요한 공부도 하던 중, IMF 외환위기 때에 퇴직했습니다. 젊은 사람이 희망퇴직을 신청하자 퇴직금을 더 얹혀주었고 그래서 신학도 공부하고 교회도 작게나마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소자본 창업이라도 정부의 돈이나 남의 돈으로 시작하지 말고 자기 자본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남의 돈으로 일찍 창업해서 일찍 망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기 자본을 축적하고 그것으로 창업해서 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노동을 하든지, 폐품을 줍든지, 원양어선을 타든지, 취업을 해서 일정한 자기 자본을 축적하고 그것으로 창업해야지 결코 망하지 않는 근성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릴 때부터 목회자가 꿈이었나요?
어렸을 때의 진로 지도는 "판사 돼라"는 어른들의 말 한 마디가 전부였죠. 누가 꿈을 심어주지도 않았고 아무런 목표도 없었습니다. 고교 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였지요. 문과였고 인문학이 학문의 제왕이라는 오만 때문에 불문학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시 쓰고 글 쓰는 게 우월하다는 겉멋이 있었나 봅니다. 대학 1학년 때에 신앙이 뜨거워졌는데 제대를 하고 대학졸업 즈음에 목사가 되어야겠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사람의 영혼과 육체를 보살피는 토털 서비스로서의 목회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서울대에 입학하셨는데, 목회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어머님은 장로나 되라고 하셨고 아버님은 큰 형을 통해 압력을 넣으셨지요. 없는 살림에 저를 키워주신 분들이라 기대가 있었고 그래서 찬성하는 입장은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의 내면에 불이 붙어 있었기에 그 누구도 막을 수는 없었죠. 그러나 남들에게 손을 벌리기 싫었고 결혼도 하고 가족도 부양하고 또 사회생활도 하고 싶었기에 직장생활을 11년 하게 됐습니다.
◇직장을 관두시고 허허벌판에 충인 교회를 세울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소심하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자기 가족이나 먹여 살리겠다는 것이 소심한 창업이라면 자기 동네 사람들이나 섬기겠다는 것이 소심한 목회인데 저는 아주 작은 교회를 개척해 놓고는 거창하게 국가와 민족을 위한 목회를 꿈꾸었죠. 그러다 보니 그 지역에 맞는, 소소하고 세심한 목회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상당한 시간 동안 고전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냥 부모를 따라왔고요, 아내는 어려운 길이지만 저를 믿어주는 편이어서 갈등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고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방치돼 있을 때도 많았지요. 둘째 딸아이는 제대로 붙잡고 공부를 시키질 못했어요. 그런데도 두 아이를 하나님의 은혜로 목회 현지에서 잘 키워 괜찮은 대학에 다 보냈습니다.
◇`일만CEO연합`을 이끌고 계시는데, 수익은 어떻게 내고 계신지요?
일만CEO연합은 1인 CEO 등 소자본 CEO들의 비영리 임의단체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교회적으로는 교회 창출, 내부적으로는 회원권익 창출을 목표로 `1만 1인 CEO, 1만 비즈교회, 10만 일자리, 경제 7단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익사업은 없지만 올해는 지혜경영 특강, 회원 간 비즈니스 연결, 비즈니스교회 창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위원회 등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직접 비즈니스를 하기 보다는 글과 강의와 멘토링을 통해 CEO들이 현장에서 비즈니스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지혜경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요. 앞으로 진행할 전국적인 단위의 교육아카데미는 이익을 남기는 사업이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 본인의 성격은 소심한 편이신지, 대범한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젊은 날에는 주도적이고 모험적이었죠. 직장을 그만두고 무연고지에서 교회를 개척해서 세웠으니까요. 나이가 들면서 무모함의 비효율적인 낭비를 종종 평가해 보게 됐고 점점 신중해졌습니다. 소심하고 신중하게 시작해서 점점 힘을 키우고 그 힘으로 대범해지는 쪽이 더 나아 보입니다.
◇`소심`과 `깐깐함`이라는 코드로는 성장 역시 더뎌지지 않을까요?
=일본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회사 경영상황을 관리하는 데 있어 2중, 3중 체크가 아니라 1000중 체크를 한다고 합니다. 2006년 보다폰(Vodafone) 일본법인 인수 때는 3000번의 시뮬레이션을 먼저 시연해보고 손을 댔을 정도지요. 소자본 CEO는 소소하게 시작해서 작은 실체라도 만들고 그것을 점점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상위 20%, 10%, 5%, 1%를 지향해요. 지난해 스티브 잡스 열풍이 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잠재워야 해요.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 CEO 1명을 만들려고 수백만 명의 창업 패잔병을 양산해서는 안됩니다. 로또 1등은 매주 1명씩 나오고 대통령은 5년마다 1명이 나옵니다. 모두가 하버드에 갈 수 없듯, 모든 창업자들이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습니다. 평범한 80%가 망하지 않고 제 자리를 잡는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탄탄해질 것입니다.
◇`블루오션은 뜬구름이다` `뼈를 묻지 않는다` 등 책 속 콘텐츠가 매우 현실적입니다. 혹시 CEO 경험이 있으신가요?
=직장생활 11년 후,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인근의 주택가에서 자그맣게 교회를 개척했어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가족을 데리고 교회를 시작한 것은 일종의 영적인 창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뼈를 묻겠다는 각오만으로는 사업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자본이 빈약한 소자본 CEO일수록 위험이 더 큽니다. 변화의 흐름을 살피고 따르면서 기회를 포착하는 유연성이 더 요구되지요. 요즘은 `일만CEO연합`을 세워 장차 10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7단체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콩나물밥집 등을 창업해 일자리를 만드는가 하면 거기서 `비즈교회` 운영도 병행하고 있지요. 블루오션만 좇다 보면 세월만 흐르고 손에 잡히는 실체는 없습니다. 레드오션에서 틈새 시장을 찾고 실체를 찾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1인 기업인이 급증 추세입니다. 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급증하고 있는 청년들과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의 창업 준비기간은 6개월 이하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실패로 직행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찬찬히, 천천히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 `대박`도, `중박`도 없습니다. 오직 `소박`만 있을 뿐입니다. 창업과 경영에는 반드시 자기 주특기가 있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까지 준비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일찍 그물을 던진다고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닙니다. 제때에 제대로 던져야지요. 작게 시작하고 실체를 키우세요.
◇창업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중요한 것은 CEO의 정체성과 자세입니다. 실패를 줄이고 성공을 높이는 전략과 실행도 뒤따라야지요. `소심불패`는 소자본 CEO에게 있어 소심하다는 것이 인생경영,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라고 말합니다. 대범하게 10만 명을 먹이는 천재 CEO를 꿈꾸지 말고, 소심하게 10명을 먹이는 보통 CEO 1000만 명을 꿈꾸세요. 하수는 대범하고 고수는 깐깐하고 초고수는 소심한 법입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대망이 아니라 가족이나 먹여 살리겠다는 `소망`을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위대한 성공을 꿈꾸는 것보다 자잘한 실패라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1명의 천재 CEO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거의 거짓이죠. 자기 가족, 더 나아가 10명 정도를 먹여 살리는 보통 CEO를 1000만 명 길러내야 합니다. 1000만 명에 달하는 소자본 CEO들이 자기 가족들을 책임진다면 5000만 국민이 윤택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