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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내정자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문창극(66) 국무총리 내정자의 고향은 충북 청주다. 석교초와 청주중을 나왔고 청주고를 다니다가 1년만에 서울고로 옮겼다. 국회청문회를 통과하면 충북출신 국무총리 1호가 된다.
그러나 언론계에서 조차 그가 청주사람인것을 아는사람은 별로 없다. 그가 청주사람인 것을 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내정자는 언론인출신이다. 중앙일보에서 35년 일했다. 1975년 중앙일보를 입사해 정치부 부장, 정치담당 부국장, 미주총국 총국장, 논설주간을 거쳐 중앙일보 주필과 대기자를 역임했다. 중앙일보를 퇴임한뒤에는 최근까지 서울대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와 일했던 언론인들은 그가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기억한다. 역시 충북 음성출신으로 문 내정자의 중앙일보 입사 2년 후배인 김현일 전미주중앙일보 사장은 그에 대해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기자와 취재원 관계를 분명히 한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5공때 민정당의 유력정치인이었던 청원출신 정종택 전농림부장관과 한고향인데도 불구하고 밥한끼 먹은적이 없을 정도로 公과 私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향은 그의 칼럼에도 드러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이던 지난 2009년 5월 26일 중앙일보 기명칼럼 '공인의 죽음'을 통해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며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고 국민장에 반대했다.
그는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에도 칼럼을 통해 "수천억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DJ가 사망하여 안타깝다. 최근 민주주의를 말하며 이명박을 비판한 것도 비자금 은닉에 대한 불안감 때문 아니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반드시 호의적인 것도 아니었다. 박대통령이 후보시절 문 내정자는 "나라에서는 요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뽑지도 않았고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권력이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박근혜 현상이다. 주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은 그녀의 입을 쳐다보며 쫓아다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녀는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지도 않는다. 그저 몇 마디 하면 주변의 참모가 이를 해석하고,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한다"며 "휘장 안에 있는 그녀가 신비하기 때문일까? 자유인인 지금도 이럴진대 만약 실제 권력의 자리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누가 감히 그 휘장을 벗기고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의 칼럼은 진보든 보수든 (그의 시각으로)원칙에 반한다면 비판의 칼날이 번뜩였다. 그럼에도 그는 보수주의자이자 '반공우파'라는 말을 듣고 있다. 논조를 거스를수는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가 "소신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일관된 논조를 보면 맞는말이긴 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가 우리사회를 통합시킬만큼 유연한 사고를 지녔는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오랫동안 칼럼니스트로서 비판을 해왔지만 조직을 관리하거나 통솔해본 경험이 없다. 인사검증을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총리로서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호남 출신을 배제하고 충청권 총리를 내정한 것은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어찌보면 문 내정자는 청주출신이라는 것이 발탁의 배경이 됐지만 충청권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자는 7년전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한국신문협회 정치부장 세미나가 끝난뒤 저녁식사 자리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문 내정자와 술자리를 가진적이 있다. 서로 수인사를 한뒤 명함을 주고받고 술 몇순배가 도는동안 언론계 대선배로서 좋은얘기를 들려줬지만 청주출신이라는 것은 일부러 감추는듯해 무척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