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온라인사 교보라이프, 삼덕빌딩서 영업
63서 옮긴 IBK투자증권..구로서 온 DK유엔씨도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떠난뒤 여전히 콜센터 남겨둬
(서울=뉴스1) 배성민 기자 = 회사를 세울 때 사장은 수많은 고민을 한다. 업황부터 함께 일할 직원들, 초기 사업 구상 등등. 오너가 아니고 전문경영인 사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회사 세울 돈을 내준 곳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 데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장의 고민 중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입지, 곧 회사가 터잡을 곳이다. 재물과 재운이 바람처럼 숭숭 빠져나가는 곳인지, 물처럼 흘러들러올 곳인지가 고민인 것.
3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사 허가를 받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여의도 거래소 뒷편의 삼덕빌딩으로 터를 잡았다. 교보생명의 온라인 보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선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금융가에서는 보고 있다.
생명보험 산업은 대체로 정체된 상태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신개념 상품이었던 종신보험과 2000년대 이후 증시의 부침과 더불어 인기를 끌었던 변액보험이 보험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너도나도 뛰어들다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특히 변액보험 같은 경우 증시 급락이나 금융위기 상황, 해지환급금과 소비자보호 논란 등이 맞물리면서 오히려 생보사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
사업진출 전에는 장고를 거듭하지만 신사업 출범 뒤로는 꾸준함과 혁신성이 돋보이는 교보생명은 온라인보험을 한가지 해법으로 꺼내든 것이다. 이번 교보라이프플래닛의 허가 조건에는 전체 상품의 90%이상은 전화, 우편, 컴퓨터통신 등 통신수단으로 팔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자연히 교보생명의 주력 판매창구(채널)인 설계사의 반발 등이 따라올 수 있는 것이다. 과거 교보자동차보험(현재 악사손해보험)을 출범시켰을 때에는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 수 있었지만 이번은 교보생명의 상품과 거의 일치하는 만큼 경우가 다르다는 것.
금융계에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산적한 현안을 풀기 위한 한가지 수단으로 ‘길지(吉地)’의 힘을 빌고자 하는 것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덕빌딩은 알만한 이들은 아는 여의도의 길지로 꼽힌다.
실제로 이같은 이유로 지금 빌딩의 간판을 장식하는 IBK투자증권은 여의도63빌딩에 있다가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특히 조강래 사장이 증권업에 처음 몸담았을 때 입사한 회사가 동남증권(사명변경 과 합병 등을 거쳐 현재 하나대투증권으로 바뀜)인데 당시 동남증권이 터잡은 곳도 삼덕빌딩이었다.
호사가들은 이 빌딩에 머물 동안에는 회사가 흥하는데 확장과 성장으로 회사가 커지면서 빌딩을 떠난 후로는 운명을 알 수 없게 된다는 말도 꺼내곤 한다. 실제로 동남증권 같은 경우 모(母)은행이 다른 은행으로 합병되면서 주인이 여러차례 바뀌고 본사 위치도 바뀌었다.
현재 우리은행 콜센터 일부도 삼덕빌딩에 머물러 있는데 이것도 길지 풍수와 연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카드 사태 전후 우리카드(이후 카드업이 휘청거리며 우리은행으로 합병)는 2002년부터 이곳에 콜센터를 운영해 왔다. 그뒤 은행에서 재분사한 우리카드가 지난해 성수동으로 옮길때까지 10년을 머물렀고 떠난 자리는 우리은행이 콜센터 일부를 운영하는 식으로 메우고 있다. 우리은행으로서도 향후 매각 등 불투명한 일정이 산적해 있는 만큼 회사에 유리할 수 있는 대운의 힘을 입고자 한다는 것.
이밖에 동국제강그룹 계열 IT서비스 기업인 DK유엔씨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확고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뒤 삼덕빌딩에 옮겨와 현재처럼 터를 잡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전신인 증권업협회도 이 자리에 머무르다 현 위치로 옮겨가 선물협회와의 통합, 증권업의 금융투자업으로의 확대 등으로 현재처럼 위상이 바뀐 경우다.
재계 관계자는 “업황의 영향도 있지만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한 만큼 오너와 사장은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며 “다른 사람이 행운을 입었다고 하는 곳을 더 선호하게 되고 이왕 머무르기로 한 바에는 그 곳을 떠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