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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그녀]
S#1. 아카데미 강의실
진환, 30여명의 남녀 수강생들 앞에 두고 드라마 작법에 대해 강의중이다.
화이트보드에는 "드라마 인물 만들기" 라는 오늘의 강의 내용 적혀 있고.
진환 자긴 여자들과의 관계를 죄책감 없이 즐기면서도, 여자에게만 혼전 순결을 강요하 는 지독한 결벽증의 남자가 있다 칩시다.
S#2 호텔 방
여자1, 시트로 몸을 가리고 착잡하게 앉아 있다.
금방 옷 다 입은 진섭, 경멸의 눈초리로 여자를 내려다보고는 지갑에서 수표몇장 꺼내 그녀 옆에 툭! 던져 놓는다.
눈물 그렁그렁 차 올라서 진섭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여자1.
진섭, 그러거나 말거나 호텔방 나선다.
진환N 이 남잔 사랑해서 자신과 잠자리를 한 여자와, 자신에게 돈을 받고 잠자리를 한 여잘 같은 급으로 취급할 만큼 심각한 중증이에요. 참 재수 없는 캐럭터죠?
S#3 강의실
진환 이 인간이 어떡하다 이렇게 재수 없는 놈이 됐는지, 원인을 만들어 줘야 돼요. 왜 냐, 주인공이니까! 그래야 시청자들이 조금은 납득을 한다는 거죠! 영화와 드라마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를 한 번 들어봅시다!
S#4 단독 주택 거실
이성을 상실한 아버지에게 마구 폭행을 당하고 있는 초등학생 시절의 진섭.
진환N 이 남잔 어려서 아버지에게 무참히 학대당하며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는데
S#5 단독 주택 침실
진섭 모와 외간 남자, 정사를 나누다 진섭 부에게 들켰다.
진섭 부, 이성을 잃고 진섭 모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진환N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 바람기 많은 어머니로 인한 것이었다.
S#6 단독 주택 거실
중학교 저학년의 진섭, 진섭 부에게 구타당하고 있는데,
진섭의 큰아버지와 친척들이 들이 닥쳐, 아버지를 말리고, 진섭을 감싸 안는다.
진환N 그리고 이 사실이 다른 가족들에게 발각 될 때까지 불행은 계속 됐어요.
S#7 단독 주택 침실
임종 전 창백하게 누워 기운 없이 웃으며 진섭에게 손을 내미는 진섭 부.
고교생 진섭, 차디찬 얼굴로 그 손을 빤히 볼 뿐 기어이 잡지 않는다.
점점 애틋하게 보다... 툭 하고 떨어지는 손.
얼음장처럼 무표정한 진섭의 얼굴에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진환N 또 이런 류의 장면을 통해 그의 내면이 얼마나 피폐하게 했는지, 정숙치 못한 어 머니에게 얼마나 큰 원한을 갖게 됐는지 보여줌으로써 동정심이 생겨, 그가 재수 없는 행동을 해도 시청자들이 훨씬 너그럽게 봐 준다는 거죠. ...음. 그럼 이런 여 자 캐릭턴 어떨까요?
S#8 호텔 건물 앞
택시에서 남식과 함께 미끄러지듯 나오는 미끈한 여성의 다리 주인, 미란이다.
짧은 미니 스커트, 깊게 패인 상의, 높은 굽, 짙은 화장과 악세서리, 요란한 헤어스타일... 영락없는 거리의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러 온 남자의 분위기.
진환N 이런 스타일의 젊은 여자가 중년의 남자와 함께 호텔에 들어가요. 이 여자의 직업 을 시청자들은 나름대루 짐작한다는 거죠.
S#9 호텔 로비 엘리베이터 앞
남식이 지배인과 은밀하게 뭔가 소곤거리며 얘기를 주고받는 동안,
저만치 떨어져 한가하게 화려한 호텔 내부를 둘러보던 미란의 눈에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카운터 쪽으로 와 체크아웃 하는 진섭의 모습이 들어온다.
미란의 시선 느낀 진섭과 미란의 시선이 잠시 엉긴다.
진환N 만약 이럴 때 수줍게 고갤 돌린다면, 뭔가 복잡한 이미질 남기겠죠. 근데,
분명한 관심 나타내며 유혹의 미소 던지는 미란.
진환N 대담하게 추파를 던진다면 역시나 직업 여성이었군 하는 생각에,
심드렁한 진섭의 표정 위로.
진환N 이 여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흥미가 반감이 된다 이거죠. 이럴 때,
남식E 서기자, 뭐해?
진섭, 돌아보면
남식이 미란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다.
진섭, 의외라는 듯 "기자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호기심을 나타내는 표정 위로.
진환N 동행했던 남자가 그렇다면... 여자의 직업이 예상에서 좀 벗어나니까,
진섭에게서 시선 떼고 전문직 여성다운 딱 부러진 태도로 돌아온 미란, “커피숍에서 기다리 래.”,“사진 안 찍으면 인터뷰 하겠다죠?” 등등의 얘기 남식과 나누며 커피숍 쪽으로 향한다.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여자 1이 내려, 급히 진섭에게 달려 와 매달린다.
진섭, 귀찮은 마음도 있지만 미란을 따라 갈 핑계가 생겨 다행이다 싶다.
미란에게서 눈 못 떼고 여자 1을 데리고 커피숍 쪽으로 향하는 진섭.
진환N 시청자들이 이 여성에게 신선함을 느껴 호감이 생기게 되고, 이렇게 되면 드라마 를 훨씬 집중하고 보게 된다는 겁니다.
진섭이 여자1을 데리고 미란을 따라 커피숍 쪽으로 사라지자마자 착잡한 표정의 다혜가 가 녀린 팔목을 성민에게 잡힌 채 카운터로 끌려온다.
진환N ...그럼, 이런 여잔 어떨까요?
성민 예약 했었죠?
다혜 (차갑게 쏘아보는) 예약까지 했어??
성민의 손을 획 뿌리치고 따귀를 세게 갈기는 다혜.
진환N 이 여잔 혼전 순결을 무척 중요시 하는 부류 같죠?
S#10 호텔 커피숍
미란과 등지고 앉아 있는 다혜.
다혜 너머로는 미란과 진섭의 모습 보인다.
(눈물로 호소하는 여자 1에는 아랑곳없이, 가까운 테이블에 마주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 미란의 몸매를 감상하듯 위 아래로 쫙 훑고 있는 진섭의 모습과, 진섭의 존재는 깡그리 무 시한 듯 중년의 백인 남자와 즐겁게 인터뷰하면서도 진섭 보란 듯 도발적으로 다리를 바꿔 꼬는 미란)
분노의 마음은 가셨지만 착잡하고 비참한 다혜의 처연한 표정.
다혜 결혼 전까진 싫다는데... 번번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성민 사랑한다면 내가 원하는 대루 해 줄 수 있는 거잖아.
다혜 만약 내가 그럴듯한 집안 딸이었거나, 하나못해 뒤에 야구 방망이 들고 지키는 오 빠라도 있었으면, 성민 씨가 계속 나한테 이럴 수 있었을까.
진환N 아무리 이렇게 얘길 해두 진심인지, 소위 말하는 내숭인지 하는 내면의 숨은 뜻은 잘 몰라요. 왜냐면, 대산 거짓말일 때가 많거든. 하지만 그전에,
S#11 호텔 건물 앞 (#9의 다혜와 성민의 호텔 등장 전)
미란과 남식이 내렸던 때처럼 택시 와 서고, 미란과는 대조적인 표정으로 성민 손에 끌려 내리는 다혜.
칭칭 감고 유희를 즐기러 드나드는 남녀를 보며 처음 있는 일인 듯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다 상처 받은 듯 성민을 보는 다혜의 표정.
그러다 호텔 벨보이와 눈이 마주치면 수치심에 고개 숙이다, 성민의 손에 단단히 팔목을 잡 힌 채로 얼결에 호텔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다혜.
(막 여자 1을 데리고 커피숍으로 가는 진섭의 모습 유리문으로 보이고)
진환N 등장인물의 이런 표정들을 먼저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이 여성이 성적으로 보수 적이면서 몹시 수줍은 성격이란 걸 알아채서, 앞씬의 대사가 내숭은 아니었단 걸 사전지식으로 알게 되는 거죠.
S#12 바 (밤)
조용한 째즈 음악 흐르는 바.
심각하게 홀짝이는 친구와 그런 친구 답답하다는 듯 보는 진섭, 표정과 말투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다.
진환N 사실... 대사라는 게 참 묘해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어떤 인물의 캐릭털 묘사하 려는 시돈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에요.
진섭 말이 되는 소릴 해. 애는 어쩌구 이혼이야? 쉽진 않겠지만, 과건 그냥 과거루 묻 어둬라. 반대로 니가 호스트 바 같은데서 일했다가 틀킨 거였으면, 재수씬 너 이 해하고 감싸줬을 여자야!
친구 설사 그게 사실이래두, 남자랑 여자가 같니?
진섭 (어이없는) 나두 남자지만... 너 같은 놈들 제일 싫어, 알아?
진환N 같은 거창하고 지루한 말 보다는,
친구, 술기운 못 이기고 고개가 꺾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 싹 변하는 진섭.
입술이 비웃음으로 일그러진다.
진환N 이렇게 뒤틀린 미소 한 번이 백 마디의 대사를 대신 해 줄 수 있단 사실을 꼭 기 억해야 됩니다.
S#13 중역 사무실
일어나려는 미란의 가슴팍에 수표를 찔러주며 붙들고 늘어지는 중년남자.
발끈하는 미란.
미란 취재 온 기자한테 2차 가자 그러는 미친놈이 어딨어요오--? 전무님 집에서두 전 무님 이렇게 개차판인 건 알구 있니, 이 자식아!
진환E 라는 거친 대사 보다는,
잔뜩 열이 올라 가루가 된 정도로 찢긴 수표 조각 확 뿌리고 돌아서는 미란.
멍하게 보고 있는 중역의 얼굴에 흩날리는 수표 파편들.
진환E 이렇게 산산조각 난 채 눈처럼 흩날리는 고액의 수표 조각들이,
S#14 아카데미 화장실
옷에 커피가 묻은 다혜와 미안해하는 다혜 친구 `미안해서 어떡해.` 하며 들어온다.
수돗물 틀고 화장지에 물 묻혀 옷에 묻은 얼룩 닦아내는 다혜.
다혜 괜찮아... 일부러 그런 것두 아닌데, 뭐.
진환N 라는 말 보다도,
친구, 미안해하면서도 `이빨에 고춧가루 낀 거 같애.` 하며 자신의 입속 거울에 확인하는
데, 방금 화장실 청소를 끝냈는지 거울에 물기가 남아 잘 보이지 않는다.
친구를 보고 웃으며, 옷 닦던 화장지로 친구쪽 거울의 물기를 먼저 닦아주는 다혜.
진환N 이렇게 무심한 행동 하나가 그 인물의 캐릭터를 훨씬 더 선명하게 부각시킨다는 걸 알아야 해요.
S#15 아카데미 강의실
#1의 강의실과 수강생들 그대로.
진환 맛깔스러운 대사가 재밌는 드라마의 필요조건은 될지 모르지만, 필요충분조건이 될 순 없습니다. (농담하듯) 가령 내가 (여학생 한 명 가리키며) 이 여학생을 앉혀 놓구, 학생! 정말 재능 있네 하면서도 눈은 다른 학생을 쫓는다면,
진환이 가르치는 학생들 모두 다른 사람들로 바뀌고, 계절도 바뀌어 있다. 그들 틈에서 눈 을 빛내며 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다혜의 모습. 그 옆에는 상급반으로 함께 진학한 친구 모 습도 보이고.
진환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은, (다혜 쪽 보며) 제가 쳐다보는 사람이 되는 거죠.
다혜 (강의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고개 끄덕)
진환 잊지 마세요! 대산 거짓말이란 걸.
다혜, 노트에 필기 된 [대사는 거짓말이다!!!] 라는 문장에 중요 표시해 놓는다.
F.O.
TITLE
F.I.
S#16 진섭 사무실
사립학교 운영위원회.
화려함이나 권위적인 느낌은 없고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사무실.
진섭, **학원 이사장 명진섭 명패 놓여 있는 책상에 앉아 [은아원] [은성 복지 회관] [우리 양로원] 등등의 각 복지 단체와 보육시설 등지에서 보내 온 팜플렛과 우편물들 성의 없이 넘겨보며, 삼십대 중반정도의 여교사와 대립하고 있다.
교사 아무리 이 학교 이사장님이 세우신거지만요, 이런 식으루 교육에 개입할려 그러시 는 거 월권입니다.
진섭 폭력이 어떻게 교육입니까?
교사 숙젤 안 해오면 손바닥 맞기루 한 건, 학기 초부터 애들이랑 저랑 한 약속이었어 요.
진섭 선생님은 어려서 맞구 자라서 신호등 빨간색이면 서구 파란색이면 건너구 하시나 부죠?
교사 (항의하려는데)
진섭 (단호하게 말 자르는) 회초리 같은 걸루 애들 다스릴 생각이시라면 다른 학굘 알 아보세요. 여긴 절대 안 됩니다. (더 해대려는데)
진섭의 핸드폰 울린다. 교사 힐끔 보고는 전화 받으며 나가보라는 손짓.
진섭 여보세요! (사이, 귀찮은) 글쎄, 싫어요, 형! 귀찮어!
S#17 아카데미 사무실 진환의 자리
진환 취재만 아니었으면 너 만나기 싫구 귀찮은 건 아마 다혜가 더 했을 거다. ...뚱해 있지 말구, 묻는 거마다 즉각즉각 대답 잘 해!
S#18 카페
지루한 얼굴로 앉아 있는 진섭.
그때 문 열리고 다혜 들어온다.
무심히 보던 진섭, 갑자기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멍! 해진다.
너무나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다혜.
혼자 앉아 있는 젊은 남자들에게 마다 무언가 묻고는 돌아서는 다혜.
남자들, 아니라고 하면서도 아쉬운 듯 다혜 다시 한 번 돌아본다.
다혜, 진섭의 시선을 느꼈는지 무심히 진섭 쳐다본다.
잠시 엉기는 두 사람 시선.
진섭은 다혜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는데 다혜는 무심한 얼굴로 진섭에게 다가온다.
진섭 (긴장)
다혜 ...저... 혹시 명진섭 사장님이세요?
(시간 경과)
취재 다 마친 다혜, 필기구 꼽고 노트 접고 있다.
진섭 궁금한 건 대충 해결 된 건가요?
다혜 네. 근데...
진섭 말씀 하세요.
다혜 ...실례가 안 된다면... 일하시는 걸 좀 보고 싶어서요... 이렇게 열마디 듣는 거보 단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밑그림 그리기가 훨씬 쉽거든요.
진섭 그렇게 하세요, 전 언제라두 영광입니다.
다혜 (감사하다고 웃고는 계산서 들고 일어나려는데)
진섭 어떤 내용인지 어쭤 봐두 될까요?
다혜 ?
진섭 실례가 되나요?
다혜 ...아뇨... 룸살롱에 다니는 소녀가장이랑 거기 우연히 들렸었던 벤처기업 직원이 사랑하는 내용이에요. 가난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진섭 그러니까 신데렐라 얘기네요?
다혜 (의외다) 아뇨. 벤처기업 사장이 아니라 직원이라구요, 이 남자도 희망이 없을 만 큼 가난해요.
진섭 그게 아니구...
다혜 (그제야 알아듣고) 룸살롱 아가씨가 멀쩡한 총각이랑 연앨 해서요?
진섭 뭐...
다혜 (픽 웃고는 조분조분) 가난한 남자 대학생 호트스가 순진한 여자 회사원이랑 연애 하는 건 아름답게 느껴지시죠?
진섭 !?
S#19 미란 잡지사 안
인터넷과 비즈니스를 다루는 남성잡지사 미란 팀 사무실.
남식 아무리 르뽀지만 그렇다고 녹음기 숨겨갖구 가서 호스티스인 척까지 하겠다는 게 말이 돼? ...지금이라두 못하겠다 그래. 팀장님까지 말리시는 걸...
미란 그니까 박선배가 2차 가자구 들러붙는 남자 생길 때마다 나타나 내 기둥서방인 척 해줘야 돼. ...편집장님이 룸살롱 사장들은 설득 해 주신데.
남식 아무리 실연 당해 속이 허해도 그렇지... 그건 오버라구 본다!
미란 (씁쓸한 맘 감추고) 실연 당할 때마다 우는 여자 있구, 돈 쓰는 여자 있구, 자살하 는 여자 있는데... 난 일 하겠다잖아요. 얼마나 건전하구 좋아?
S#20 아카데미 건물 밖 (다른 날, 밤)
진섭, 차에 기대 긴장 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데
다혜, 다른 수강생들과 `잘 가.` `다음에 봐.` 인사하고는 일행과 떨어진다.
진섭, 다가가서 다혜 아는 척 하려는데 다혜의 친구, `다혜야!` 불러 세운다.
난처한 진섭.
S#21 전철 안
진섭, 전철 타는 것에 익숙지 않은 지 유난히 혼자만 건들거리면서도 빙그레 웃으며 다혜 보고 있다.
다혜는 진섭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저만치 친구와 서서 수다 떨다가 전철 서고 내리면, “잘가.” “다음주에 보자.” 인사하고 친구 떠나보낸다.
진섭, 기회다 싶어 다혜에게 걸음 떼는 순간, 다혜, 입가에 아이스크림 묻혀가며 먹고 있는 다섯 살 가량의 사내아이를 장난스럽게 보다가 웃으며 그쪽으로 간다.
진섭, 할 수 없이 난감한 얼굴로 다혜 보기만 하는데 다혜, 손수건 꺼내 아이의 입가 닦아 준다.
다혜 (아이 볼 귀엽다는 듯 꼬집으며) 으이그, 반은 코루 먹었겠다.
진섭 ...
S#22 다혜 동네
다혜, 저만치 앞서서 씩씩하게 걷고 있고 진섭은 설레는 얼굴로 다혜 뒤 미행하고 있다.
진섭, 다혜 보며 걷느라 정신 팔려, 방금 싸구려 여관에서 칭칭 감고 나온 남녀를 미처 보 지 못했다.
부딪히려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진섭, 유독 여자에게만 혐오스러운 눈길 던진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는 사람 만나면 싹싹하게 인사 나누는 다혜.
S#23 다혜 집 앞
다혜, 허름하고 작은 철제 문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
다혜 들어가면 진섭, 골목에서 나타나 주위를 서서히 둘러본다.
이런 곳에 사는 다혜가 안쓰럽다.
S#24 서점 안 (다른 날, 낮)
책 열 권 정도 안고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다혜.
종업원 바코드 찍는 동안 진섭, 저만치 떨어져 책보는 척 하며 다혜 훔쳐보고 있다.
아무 것도 눈치 못 채고 계산 끝나기 기다리는 다혜.
종업원 칠만 사천원입니다.
다혜 (어색하게 웃으며 책 두어권 옆으로 빼놓고 오만원 건넨다)
진섭, 그 모습 측은해서 보는데
다혜, 계산 치르고 책 안고 서점 문 있는 쪽으로 간다.
얼른 가서 다혜 옆에 따라붙어 말시키는 진섭.
진섭 어이구, 여기서 다 뵙네요?
다혜 (? 보다가 의외다, 반갑게) 어머, 안녕하세요?
S#25 서점 밖
갓길에 진섭의 차 세워져 있다.
서점 안에서 나오는 진섭과 다혜.
다혜 이 동네 사셨어요?
진섭 아뇨, 요 근처에 일보러 왔는데, 시간이 떠서 그거 떼우느라구요.
진섭, 얼른 가서 차 문 열면
다혜, 머뭇거린다.
진섭 타세요,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다혜 (예의바르지만 완고하게) 괜찮아요. 가까운데요, 뭐.
진섭 이거... 섭섭한데요? 취재원한테.
다혜 (난처)
S#26 진섭 차 안
진섭, 운전하고 있고 다혜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데 무릎 위에 있던 책이 바닥으로 쏟아진 다.
다혜, 안전벨트 풀고 엎드려 책들을 집다 보면, 좌석 밑에 구겨져 있는 팬티 스타킹.
다혜, 책 주워 들고는 운전중인 진섭을 한심하게 힐끔 본다.
S#27 다혜 집 앞
책 안고 걷는 다혜와 다혜 몇 발짝 뒤에서 졸래졸래 따라오는 진섭.
다혜 ...안녕히 가시래니까 인사까지 받으셔놓구 왜 따라 오세요?
진섭 다혜 씨, 남자친구 있나 없나 알아보려구요.
멈춰 서서 웬 수작이야? 하는 얼굴로 가만히 진섭 보던 다혜.
다혜 계속 이렇게 따라오시면, 얼마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랑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데 요.
다혜, 불퉁한 얼굴로 다시 간다.
그 모습 보며 귀엽다는 듯 픽 웃는 진섭.
S#28 진섭 빌라 앞 (밤)
진섭, 휘파람 신나게 불어대며 오다 미란 발견하고 뚝 그친다.
어이없다는 듯 진섭 보고 있는 미란.
미란 나랑 끝내구 나니까... 노랫가락이 절루 나와?
미란 다가 와 진섭의 손에 무언가 턱- 하고 쥐어준다.
진섭 ? 해서 보면, 아파트 열쇠다.
미란 친구 집으루 옮겼어.
진섭 ...
미란 너, 웃긴다? 헤어지자 그랬으면 날 내쫓아야지 왜 니가 나가니? 니 아파트에서.
진섭 ...그냥 너 살아. 가져도 좋구...
미란 왜에?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겠니? 그래서 이렇게두 써보고 싶구 저렇게두 써보고 싶구 그래?
진섭 ...
S#29 야구 연습장
늦은 시간이라 한가하다.
진섭은 팔뚝 걷어붙이고 공 날아오면 맞추려 애쓰고 있고 미란은 진섭 하는 것 옆에 서서 보고 있다.
미란 말 해 봐. 너, 곤란한 얘기 있으면 여기로 오자 그러잖아. 내 얼굴 안 봐도 되니까.
진섭 (힐끔 보고는) 이런 기분 첨인데, 인생을 걸어 보구 싶은 여자가 생겼어.
놀라는 미란. 그러다 겨우 정신 수습한다.
미란 ...누군데?
진섭 그것까진 니가 알 거 없구.
미란 (화나는) 그럼 그 동안... 양다리 걸친 거였니?
진섭 아냐. 첨 본 게 니 아파트 나오구 난 다음 날이야.
미란 니 아파트야! 그리구, 겨우 일주일 보구선 뭘 알아서 인생씩이나 걸어?
진섭 첨 보든 날 걸었어.
미란 왜? 그 여잔 좋아하는 남자 생겨두 꾸욱 눌러 참았다가, 신혼첫날밤에야 짜아안 하구 보따리 풀 것처럼 생겼니!?
진섭 (보는) ?
진섭, 미란 보느라 공 달려오는 것 모르다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그러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야구 시작하는 진섭.
진섭 니가 생각하는 거만큼 나 여자 보는 눈 안 꼬였어. 그냥, 다혜 씨가 우연히 너랑 다른 분위길 가진 거 뿐야.
미란 다혜? 흥! ...그 여자 주민등록 초본한 번 떼 봐라, 이름이 춘자 뭐 그런 걸 꺼다.
진섭 ...다혜가 본명 맞아.
미란 뒷조사까지... 벌써 다 한 거야?
진섭 (긍정의 침묵)
미란 그 여자두 너 좋데?
진섭 (자신만만한 미소 번지며) 아직은 아냐.
미란 아직은 아니라. ...그래서 더 좋은 거구나? 아직은 아니라서.
진섭 틀렸어. ...언젠간 내 맘 알아 줄 날 있을 거란 뜻이야.
미란 (만만치 않은 눈빛으로) 근데 어떡하지? 난 너 포기 할 생각 전혀 없는데.
S#30 길가
성큼성큼 앞서가는 미란.
진섭, 부지런히 따라 와 미란 팔 잡아 돌려 세운다. 이번에는 좀 사정조다.
진섭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 너 좋아해. 화통하구, 뒤 끝없구, 친구룬 그만이야. 그러 니까 피차 더 사이 나빠지기 전에 관 두자.
미란 필요 없어, 니 우정 같은 거.
진섭 ?
미란 우정 나눌 남잔 너 말고두 주위에 넘치고 넘치거든. 뭣보담두 넌 성질이 너무 지 랄 같애서 친구론 내가 별 취미 없는데?
진섭 (쉽지 않겠네...)
S#31 다혜 집 앞 (다른 날, 낮)
다혜, 의아한 얼굴로 문 열고 보면
다혜 방문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
다혜, 주위 살펴보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지 급히 간다.
S#32 다혜 집 골목 앞
진섭, 차 세워진 곳으로 가고 있는데,
다혜E 이거 보세요!!
진섭, 돌아보면
다혜, 굳은 얼굴로 서 있다.
S#33 카페
동네 카페. 거의 다방 같은 분위기다.
진섭, 긴장되지만 아직은 자신만만하다.
별 감흥 없는 얼굴로 진섭 보는 다혜. 특별히 화내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사무적이다. 주머니에서 필기구 꺼내 내미는 다혜.
다혜 주소 좀 적어주실래요? 책... 택배로 보내드릴께요.
진섭 (어이없다는 듯 웃고)
다혜 ...명진환 선생님께 여쭤 볼까요?
진섭 (할 수 없이 수첩 받아 주소 적는다)
다혜 전 그 쪽이 저한테 왜 이러시는 지 이율 잘 모르겠어요.
진섭 ...다혜 씨 눈매가 꼬옥 저희 어머닐 닮았거든요.
다혜 저 작갈 지망하는 사람이에요. 습작하면서 많이 써먹었든 방법이라구요. ...지금은 식상해서 잘 안 쓰지만.
진섭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데)
다혜 전 고등학교 때 부모님 두 분다 돌아가신후루 학비며 생활빌 혼자 해결해 왔어요. 물론 대학도 고학으로 어렵게 마쳤구요.
진섭 절 멀리하시겠단 이유가 겨우 그겁니까?
다혜 (어이가 없다) 멀리 하겠단 이유라뇨. 전 지금 제 처지가 불쌍하니까, 좀 너그럽게 봐 달라구 고해성살 하는 게 아니에요. 나이깐엔 산전수전 다 겪어서, 제법 사람 볼 줄 안단 말씀을 드리는 거죠.
진섭 (? 해서 보다가) 제가 어떤 사람 같죠?
다혜 손을 녹여 줄 사람이 없어서, 가슴까지 얼음장이 돼 버린 사람요.
진섭 !!??
다혜 그리구 한가지 덧붙이면, 전 명진섭 씨같은 바람둥인 딱 질색이에요. 이건 소문으 루 들은 거지만.
진섭 ?
다혜 명진섭씨 우리 아카데미 수강생들한테 소문 안 좋게 난 거 모르시죠?
진섭 (당황스러운데)
다혜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씀 드렸는데 앞으루 또 이러신다면... 명진섭씨에 대한 제 인상, 더 엉망 될 거 같네요. 안녕히 가세요.
다혜, 일어나 사무적으로 인사하고 가면 막상 따라 일어났지만 쫓아가지도 못하고 난감해서 보기만 하는 진섭. 한방 먹었다.
S#34 바 (다른 날, 밤)
잘 안 되네... 하는 표정으로 묵묵히 칵테일 홀짝이고 있는 진섭을 빤히 보는 진환.
진환 다혜랑 무슨 일 있었니? 다른 아카데미루 옮길까 하던데.
진섭 ?
진환 물으니까 아니라군 하는데, 아무래도 니가 추근거린 거 같애서.
진섭 뭘 추근 거려요, 형?
진환 추근거린 게 아니면?
진섭 왜 그래?
진환 주위에 벤처 하는 사람 없냐 그래서, 너 소개 해 줬구, 그래서 취재 잘 했으니까 그냥 그걸루 끝내. 다혜한텐 그러지 마라. 불쌍한 애야.
진섭 ...
진환 앞으루 우리 아카데미 출신으룬 젤 유명한 작가 될지 모르는 사람이니까 제발 재 능 좀 발휘하게 쑤시지 말구 둬. 공모 얼마 안 남았다.
진섭 ...
S#35 진섭 사무실 (다른 날, 낮)
진섭, 심란한 얼굴로 각종 후원 요청과 보육원, 양로원등의 팜플렛을 성의 없이 꺼내 넘겨 보고 있다.
[은아원] 팜플렛 흘려 보다... 깜짝 놀라는 진섭.
팜플렛 안의 자원봉사자들 중에서 다혜의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
어린 아이 목욕시키고 물장난 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중 한 명, 다혜다!
묘하게 웃는 진섭.
S#36 은아원 원생들 방 (다른 날, 낮)
짐싸는 소리로 시끌벅쩍하고 활기 넘치는 은아원.
방 한곳에서 원생들과 짐 정리하고 있는 다혜와 서너 명의 남녀 자원봉사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자원1 근데, 꼭 이렇게 이사하는 것처럼 법석을 떨어야 하나?
자원2 난방공사란 게 그렇지. 바닥에 파이프도 다시 깔구, 벽이랑 천정에다두 단열재 다 시 싹 할 모양이든데.
자원1 후원자가 누군데 그렇게 목돈을 내 논 거야?
자원2 무슨 벤천가 한다든데, 벤천 그냥 명함 팔려구 차린 거구 주로 교육 사업 하나봐. 어린이 집도 짓구, 가난한 애들 기숙 초등하교 뭐 그런 거 한 대지, 아마.
다혜 그럼 교육 사업가 아니네요... 자선 사업가지.
자원2 그렇게 되나? ...작년엔 나 명성에서 자원봉사 했었잖아. 거기 최대 후원자라 한 두어 번 봤었는데, 인물이 훤해. 무지 친절하고 싹싹하구.
다혜 (웃는) 사람이 악하면, 돈 아무리 많아두 좋은 일 하기 힘들죠. (하는데)
다혜 옆에 있던 자원봉사2, 다혜 귀에 대고 속삭인다.
자원2 그 사람이다!
다혜, 무심히 봤다가... 놀란다.
원장 수녀와 함께 동행해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후원자가 바로 진섭이기 때문.
다혜 (놀라기도 하고 의외기도 해서 진섭 보는데)
진섭 (자기도 무척이나 놀란 척 하는) 다혜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원장 (두 사람 번갈아 보다가) 우리 천사 아기씨랑은 아는 사이신가...
S#37 원장 수녀 사무실
앉아서 차 마시고 있는 원장 수녀와 진섭.
큰 유리창으로 보이는 마당의 모습, 다혜가 아이들과 술래잡기 하고 있다.
평소와 달리 너무 천진 해 보이는 모습에 진섭, 넋을 빼고 보고 있는데,
수녀 애들이 다들 천사언니라구 하니까, 우리두 천사 아가씨라구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드라구요.
진섭 ...네에.
수녀 일년 전에 여기 처음 왔을 땐, 상처가 많아선지 마음을 잘 안 내비치드라구요. 그 러드니 친해지니까 저렇게들 스스럼없어지네요.
진섭 (흐뭇하게 웃으며 보는데)
다혜, 아이들 피해 도망가다 진섭의 시선 느꼈는지 문득 본다.
유리창 사이에 두고 눈 마주치면 살짝 웃는 낯으로 고개 끄덕여 주는 다혜, 부쩍 허물어진 경계심.
진섭 (잔뜩 고무 된)
S#38 보육원 마당
벤치에 앉아있는 다혜와 진섭.
다혜,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준다.
진섭, 소년처럼 다혜 훔쳐보다가 다혜와 눈 마주치면 힐끔 놀래 시선 피한다.
슬몃 웃는 다혜, 아직도 어색하지만 진섭에게 벽을 많이 허문 듯.
다혜 솔직히... 좀 의외였어요.
진섭 왜요?
다혜 ...
진섭 돈 많은 날라린 줄 알았는데, 돈 쓸 줄 알아서 놀라셨다구요.
다혜 (대답 대신 웃고)
진섭 (기분 좋은, 그러다 곰곰 생각에 잠기는)
S#39 초등학교 교실 (해질 무렵)
진섭과 다혜 텅빈 교실로 들어온다.
다혜 따라 들어 와 서서히 주위 둘러보면 예쁘게 꾸며진 교실 깨끗하다.
낮은 책상과 의자, 교실 집기들 앙증맞다.
웃으며 낮은 의자에 앉아보는 다혜. 작아서 불편하지만,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다.
다혜 옆자리의 책상에 걸터앉는 진섭.
진섭 재단 내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있어요. 내년엔 기숙사도 지을 겁니다. 가난한 집 애들도 좋은 집에서 한번 살아보구 어른 돼야죠.
다혜 진섭 씨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차가운 사람인 줄 알았어요.
진섭 왜요... 차갑단 말도 많이 들어요. 차가움과 따듯함... 동전의 양면 같은 건데, 또 양면이 없으면 동전이 안 되는 거거든요. 그게 나예요.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게 부 모란 사람들이라서, 난 양면이 훨씬 더 선명하죠.
다혜 (무슨...?)
진섭 (애써 남 얘기하듯) 우리 어머니랑 아버지 첨 만난 데가 요정이었다죠. 어머닌 결 혼하구 날 낳았지만 가정에 만족 못하는 분이셨어요. 버티다버티다 저 여섯살 때 집을 나갔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버지 운전수두 같은 날 없어졌어요.
다혜 (놀라서 눈시울 붉어지는) 진섭 씨... !
진섭 그때부터 아버지 매질이 시작 됐는데, 사람들 앞에선 항상 호인이셨어요. 열네 살 때 큰아버지한테 발각되기 전까지... 아무도 내가 맞구 사는 걸 몰랐을 정도였으니 까.
다혜 ...
진섭 (눈시울 붉어지는) 그래서 애들 불행하게 크는 건 절대 못 봐요. 차가움도 따듯함 도... 다 그때 만들어졌죠. (서서히 고개 꺾이는) 매 맞는 건 더 질색이구. 애들을 회초리루 다스리는 사람들을 경멸하죠. 그리고 난 사람들을... 아니 여자들을 절대 믿지 않아요.
다혜, 진섭이 너무나 가여워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얼굴이 안 보일 만큼 고개가 꺾여진 진섭의 어깨가 소리 없이 들썩인다.
다혜, 자기도 모르게 진섭의 머리를 가슴에 안고 다독여준다.
하지만 진섭의 얼굴 비추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서늘하게 미소 짓고 있 는 표정. 목적이 점점 달성되고 있다는...
S#40 룸살롱 밖 (다른 날, 밤)
남식과 미란, 취재 마치고 룸에서 나오는데 머리끝까지 취한 50대 초반의 남자, 미란 손목 꽉 잡아당긴다.
남자 (눈이 풀려서) 2차 가냐? (남식 밀어내며) 이 눔이랑 가지 말구 나랑 가자. 내가 따따불, 아니 따따따따따따블루 준다.
미란 (어이가 없고)
남식 (남자 밀쳐내며) 저리 가요, 아저씨. 잘 못 짚었어!!
남자 임마, 이 여자 너 혼자 전세 냈냐? 어른 먼저... 그것두 몰라?
남식 이 아저씨가 근데. (뚜껑 열려 멱살잡이 하려는데)
미란, 남식 말리고는 자기가 나선다. 눈도 깜짝 않고 놀리듯
미란 우리 아저씨... 아들 있어?
남자 있지, 잘난 아들 있지.
미란 몇 살인데?
남자 스물... 일곱.
미란 그럼, 나보다 세 살 연하네? ...아저씨랑 2차 간 다음에, 그 잘난 아들 꼬셔서 아 저씨 며느리루 확 들어앉아 버린다?
남식 (못 말려... 얼굴로 웃고)
남자 (서서히 꽁무니 내리는) 그 꼴루 다니면서두 비싼 척은. (가면)
남식, 홧김에 남자 따라가 주먹 휘두르려는데 미란 말린다.
미란 (착잡한) 놔둬요. 저러구 살다 죽게.
S#41 룸살롱 화장실
미란, 멍한 얼굴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보고 있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외모.
진섭E 나가요 아니잖아, 너! 취재해요잖어. ...근데 왜 나가요 같이 하구 다녀?!
백에서 화장지 꺼내 빨간 입술 닦아내던 미란, 이게 뭔 짓이냐 싶어 휴지 집어던지고.
S#42 미용실 (다른 날, 낮)
거울 앞에 비장한 얼굴로 앉아 있는 미란.
미용사, 미란의 요란하고 뽀글뽀글한 머리 자르고 있다.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카락.
S#43 잡지사 안
수수한 화장에 얌전한 옷차림, 단정한 머리... 평소의 미란 외모가 아니다.
불퉁한 얼굴로 전화하고 있는 미란.
미란 그 회사 사장은, 일 안하구 밤 낮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예요?
S#44 다혜 집 앞 (밤)
그 동안 많이 가까워진 듯 다정해져 있는 두 사람.
진섭과 다혜, 막 다혜 집 앞에 도착했다.
다혜 (작은 선물 쑥스럽게 내미는) 오늘이 진섭 씨 생일이라 그래서...
진섭 (감격을 과정해서 받으며 풀어보려는데) ?
다혜 (쑥쓰럽게 말리며) 별거 아냐... 챙피하니까 집에 가서 봐!
S#45 진섭 차 안
진섭, 무표정한 얼굴로 다혜 동네에 세워뒀던 차의 운전석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조수석에 선물 상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는 시동 걸려다 보면, 조수석 밑에 다혜의 수첩이 떨어져 있 다. 집어들고 다시 나가려다... 마음 고쳐먹는 진섭.
S#46 진섭 빌라 침실
진섭, 사이드 테이블에 선물 상자와 수첩 아무렇게나 툭! 던져 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시간 경과)
샤워까지 다 마친 진섭, 들어 와 탁자 위 묘하게 힐끔 보고는 수첩만 들고 침에 위로 벌렁 드러눕는다.
미소 지으며 수첩 넘겨보는 진섭.
보다가... 껄걸 웃기도 하기도 하고 재밌다는 듯 중얼거리기도 하면서... 금전출납부 부분 아 무렇게나 넘겨보다가... 멈칫한다.
어제 날짜로 적힌 부분... 샴푸, 린스, 세제, 섬유유연제, 등등 속에 묻혀 있는... 식빵 1,200 원, 우유 900원, 시나리오 기초 정석 12,000원의 물품이 두 줄로 지워지고, 원래 있던 진섭 씨 넥타이 15000원 (옆에 활짝 웃는 표시 돼 있음) 부분에 세 물품의 가격까지 합산 돼 3 0,000원으로 더해져 있다.
죄책감이 느껴지며 마음이 알싸해진 진섭, 손가락으로 식빵, 우유, 시나리오 기초 정석등 두 줄로 지워진 부분 애틋하게 만져본다.
선물 상자 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고급품은 아닌 넥타이가 들어있다.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는 진섭.
S#47 다혜 집 골목 앞 (다른 날, 오후)
화난 다혜가 차문을 쾅- 닫고 내려 성큼성큼 걸어온다.
곧이어 차에서 내려 다혜 잡아 세우며 애써 웃는 진섭. 아무래도 영문을 모르겠다.
진섭 왜 그래? 누가 그 오피스텔 공짜루 들어 와 살래? 어차피 여기두 월세 내잖아. 그 돈으루...
다혜 (자르고) 거기, 다른 사람들한테두 월세 20만원만 받어?
진섭 ?
다혜 진섭 씨 차암 이상한 사람이야. 어떻게 좀 마음이 열렸다 싶으면 꼭 그렇게 벽을 쳐?
진섭 뭐가아? 벽은 매번 누가 먼저 치는데? (무심하게) 내가 다혜씨한테 거기 사는 대 신 뭐 해달라구 한 거 있어?
다혜 (빤히 보다가) 나한테... 뭐 바라는 거 있어서 거기 들어 가 살라는 거야?
진섭 (오히려 말문이 막히는)
다혜, 겉으로는 비교적 평온하지만 많이 화났다.
진섭, 수습도 해야겠고 다혜가 자신의 진심을 오해하자 어이없고 화도 난다.
진섭 사람 성의 혼자 맘대루 해석해서 이런 식으로 오해하지마. 글 편한데서 쓰게 하 구, 따뜻한데서 재우구... 내가 다혜한테 바라는 건 딱 그거니까. (하다가 안타까움 에) 난 그냥 여기 위험하니까,
다혜 (자르는, 많이 누그러졌다) 난, 내가 쓴 원고가 드라마루 만들어져서 고료 나오면 그걸루 조금씩 내 처질 바꿔 보구 싶어.
진섭 ?!
다혜 그래서 자기가 번 돈으루 방 한 칸짜리에서 두 칸짜리로 옮겼을 때 기분이 어떤 건지 정확히 표현해야 될 땐, 그거 기억해 놨다 쓰고 싶구, 방 두 칸짜리에서 오 피스텔루 옮겼을 때 기분이 어떤 건지... 그것두 정확히 기억해 놓고 싶다구.
진섭 ...
다혜 쓰러져 가는 단칸방에서 화려한 오피스텔루 수직 상승하는 기분두 경험해봐야 아 는 거 아니냐구 묻는다면... 글쎄, 더 이상 할말이 없네. (기운 없이 돌아서 간다)
진섭 (홀린 듯 가는 다혜 뒷모습 보는, 잔잔하게 퍼지는 미소 좀 오래 보여주고)
S#48 진섭사무실 (다른 날, 낮)
진섭, 자리에 앉아 직원이 내미는 서류따위에 결재하고 있는데 노크도 없이 미란 들어오면 직원 나간다.
진섭 (확 뒤바뀐 미란을 멍하니 본다)
미란 (다소 냉담하게) 어쩐 일이야 내가 나를 다 보자고하고.
진섭 원하는 거 있으면 뭐든지 말해 봐.
미란 !! ...너 만나던 여자들 떼어낼때 다 이런 식이었니?
진섭 다혜, 때라군 안 묻은 여자야. 고지식하구. ...한 여자한테 인생 걸자고 결심한 이 상, 알면 상처 될 일은 끝까지 모르게 안 들켜 주는 것두 예의라구 생각한다, 난!
미란 (풋... 비웃는) 감동의 물결이네!
진섭 (여유 만만하다) 그러니까 정릴 하는 게... 니 신상에두 좋을 걸?
미란 (장난 아니네?!) 뭐야 너? 그 여잔, 사랑이라두 한다는 거야?!
진섭 글쎄... 한번도 안 해봐서 그게 뭔진 모르겠는데, 만약 사랑이란 감정이 실재로 있 는 거라면, 이런 걸 두고 하는 소리겠지 싶다. 나두.
미란 !!??
S#49 진섭 사무실 빌딩 앞 (다음 날, 낮)
다혜, 진섭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찬합 내려다 보는.
S#50 진섭 사무실
미란 아무리 그래두 나한테 정리할 시간을 줘야 되는 거 아냐? 너 나랑 일년을 넘게 살 았어.
진섭 (귀찮다) 살았는데?
미란 뭐어?
진섭 지난 일이야. 일년이든 이년이든 지금 나한텐 아무 의미도 없어..
미란 (기가막혀)!!. 허.. 그래?.. 아무 의미도 없어? 그럼 그 여자한테도 아무 의미가 없 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네
진섭 (차갑게) 서미란! 다혜를 만나면 그냥 두지 않을거야. 내가 이 정도 얘기하면 그냥 해보는 소리 아니란 거 알 거야.
S#51 동 사무실 밖
문 열까 말까 망설이는 다혜.
미란E (격앙된채)너두 내가 그 정도 협박에 질릴 사람 아닌 거 알겠지?
다혜 (? 해서 멈칫하는)
미란E 그 여자도 학교 데리구 가서, 요정이 어쩌구 운전수가 어쩌구하면서 니 엄마얘기 루 눈물 쏙 빼게 했니? 그러니까 그 여자두 못 버티구 넘어오디?
다혜 (충격 받는) ?!
S#52 사무실 안
미란 그래 니식대로 말해 내가 헤프다치자. 헤픈 여잔 같이 살던 남자가 끝내자 그럼 군소리 없이 꺼져줘야 돼?
복도에서 무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난다.
진섭, 느낌이 이상해 문 활짝 열고는 경악한다.
S#53 동 복도
다혜, 눈시울 붉어진 얼굴로 바닥에 떨어져 엉망이 된, 김밥과 음식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 고 있다.
미란 나오다 다혜 보고는 자신도 좀 놀랐다.
다혜,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진섭 힐끔 보고 울음 삼키며 뛰어가면 어쩔 줄 모르며 다급하 게 “다혜 씨.” 부르며 따라 가는 진섭.
미란, 다 끝났다는 듯 진섭 탁 잡는다.
미란 차갑게 노려다보다가 저만치 가고 있는 다혜 보고 다시 달려가는 진섭.
그 모습 보는 미란, 맘이 편치 않고.
S#54 빌딩 앞 길가
다혜, 울음 삼키며 길가에 서서 택시 잡고 있고 진섭은 옆에서 다혜 설득하려 애쓰고 있다.
다혜 그 동안 나 갖구 노느라 고생 많았어, 진섭 씨!
진섭 많이 화 나구 황당했을 거란 거 알지만, 그런 식으루 말하지 마. 여자 땜에 잠 못 자 본 거... 다혜 씨가 첨이었으니까.
다혜 (빈정거리듯) 진섭 씨 헤픈 여자들 싫댔지?
진섭 !?
다혜 ...나두... 헤픈 남잔 싫어. 드럽구 찝찝해. 어떻게 동거까지...
진섭, 멍해 있는데
다혜, 빈 택시 오면 쌩하니 가서 타고 떠나버린다.
진섭 (택시 뒤꽁무니만 멍하니...)
S#55 카페 (다른 날, 낮)
다혜, 주문 받으러 서 있는데, 미란은 그런 다혜 뚫어지게 보고 있다.
다혜 (아무 반응 없어 보는) ?
미란 나... 기억 안 나요? 난 담박에 알아보겠는데... 아니다. 그 날 나만 보구 다혜씬 못 봤겠구나, 참.
다혜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구신진 알겠네요.
(시간 경과)
테이블 대부분 비어 있고 한가해졌다.
미란 어디서 지내는 거예요? 집에도 안 들어오고... 아카데미도 안 나왔데구...
다혜 친구 집에서요...
미란 아카데미 단짝 그 친구죠?
다혜 !?
미란 아마 진섭이두 알고 있을 걸요. 깐에는 생각 할 시간을 주는 거 같은데...
다혜 (자르는) 그 사람 얘긴... 하구 싶지 않아요.
미란 왜요? 그사람 좋아하잖아요.
다혜 ...
미란 그 사람 삐딱해두 묘한 매력이 있죠. 나두 거기 빠진 거지만.
다혜 남자들... 과거 있는 여자 싫어 한다죠? 저두 그래요...
미란 도저히 용서가 안되나보죠?
다혜 (씁쓸하게 웃고는) 진섭 씨... 만나기 전까진 그랬었다는 말이에요.
미란 !?
다혜 그리구... 거짓말하는 남자... 날 지저분한 삼각관계에 끼워 넣은 남자... 다 용서 못 했었어요. 진섭 씨 만나기 전까진...
미란 (한숨 푹!) 괴롭겠네요... 진섭이니까 용서되는 게 그렇게 많아서.
다혜 ...
미란 뭐야... 혹 떼러 왔다 다닥다닥 붙이구 가게 생겼네... (심란하고)
다혜 ...
S#56 진섭 빌라 침실
미란, 들어가면
진섭, 침대에서 끙끙 앓고 있다.
미란 진섭 이마 짚어보고는 놀란다.
왈칵 치밀어 오르는 미란.
미란 꼴깝을 떨어라... 멋진 병두 얼마나 많은데 우세스럽게 상사병이니?
S#57 거리
심란한 얼굴로 걷는 미란.
S#58 룸살롱 로비 (다른 날, 밤)
각각의 룸에서 요란한 아가씨들의 노랫소리와 웃고 떠드는 소리 소란스러운 가운데, 갑자기 룸 한곳이 시끌벅쩍하면서 미란이 쫓겨 나온다.
기다리고 있던 남식, 걱정스러운 얼굴로 급히 와 미란 일으켜 세운다.
평소와 달리 생기 없어 보이는 미란.
남식 왜들 저래?
미란 (픽 웃고는) 하필 대학 때 사귀던 남자가 내 옆자린 거 있죠. 아가씨 중에 기자 심어놨다구, 사장 데려오라구 저 난리네. (웃는데)
요란하게 화장한 야한 차림의 여인, 룸 한곳에서 나온다.
미란, 무심히 그 여인 고개 들어 보다가 갑자기 피곤한 안색 싹 변한다.
다시 획 돌아보면, 문 열고 나오는 여인, 다혜다!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천박한 모습.
다혜, 미란 근처의 룸에서 들리는 소란으로 미란 쪽 돌아보려는 찰나,
경악하는 표정의 미란이 한 발짝 빨리 획 몸을 돌려, 아슬아슬하게 다혜에게 등지고 선다.
다혜는 미란을 보지 못했다.
정신이 혼미하고 혼란스러운 미란.
“서기자 왜 그래...” 하는 남식의 소리 가물가물 들리고.
S#59 잡지사 옥상 (다른 날, 낮)
남식과 자판기 커피 마시며 얘기 중인 미란.
미란 남자들은... 자기 와이프나 애인에 대해 얼마나 알까? 아니 여자들을... 박선밴 와 이프가 왕년에 술 팔고 몸 팔고 웃음 팔았었다면 어땠을 거 같애?
남식 글쎄... 과거냐 비밀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미란 두 개가 뭐가 달라?
남식 나한테 들키면 과거, 안 들키면 비밀.
미란 (피식) 말 되네.
남식 과거라면 나두 같이 괴롭겠지만... 비밀이라면 마누라만 괴롭겠지. 난 비밀만 안 깨진다면 쭈욱 행복 할 거구.
미란 ...
남자 ...왜? 어제 룸에서 만났던 여자 때문에? 도대체 누군데 그 여자?
미란, 심란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핸드폰 벨 울린다.
확인하고 반갑게 받는 미란.
미란 어, 오빠... (사이) 서울엔 언제 온 거야?
S#60 카페
미란, 잔뜩 화난 얼굴로 앉아 있다.
그 앞에서 괴로운 듯 앉아있는 미란의 오빠.
미란 오빠 부도 날 뻔 했을 때 자금 융통 해준 인간이 진섭이었단 말야?
오빠 (고개 끄덕)
미란 오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오빠 (면목 없다) 그땐 니들이 결혼 할 줄 알았지. ...결혼 할 거냐구, 그런 사이면 도움 받구 아니면 안 받겠다 그랬드니. 아무 말 안 해서... 결혼 할 맘 있는 줄 알았지.
미란 회수해 가라 그래! 집 비워주구.
오빠 미란아! ...어머니 아버지, 니 조카들, 다 길바닥에 나 앉어.
미란 왜? 내가 그 인간 포기하면, 오빠 빚 다 탕감해주구... 포기 못하겠다 그럼 우리 식구 전부 길바닥으루 던져버리겠데? 그니까 가서 나 포기시키라구 그 인간이 시 켜?
오빠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고... 미란아.
S#61 진섭 사무실
소파에 푹 기대고 앉아 차라리 재밌다는 듯 진섭 보고 있는 미란.
진섭은 짜증스럽고 불편한 심기 고스란히 드러낸 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미란 싱글 침댄 좁아서 혼자 밖에 못 자니까 그거 쓰는 여자들은 죄다 정숙한 줄 알았 지, 너?!
진섭 곧 회의 있어. 빙빙 돌리지 말구 얘기해.
미란 근데, 너 그거 아니? ...싱글침대 밑에 더 넓은 방바닥이 있다는 거. 것두 뜨끈뜨끈 한 온돌루...
진섭 ?
미란 내가 웬만하면 그냥 비밀로 갖구 있을려 그랬는데... 너 하는 거 보니까 안 되겠 다. 혹시라두 니가 사실을 알게됐을 때 그 여자한테 니가 어떻게 할지 안 봐두 빤 하거든.
진섭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미란 가끔 정신병자 짓거리 하는 널 내가 사랑했었잖아? 그니까 너두 그 여자 있는 그 대로 사랑 할 자신 없으면, 관둬.
진섭 !!!
S#62 룸살롱 앞 (새벽 무렵)
얼음 같은 얼굴로 초조하게 서성이며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진섭.
짙은 화장에 짧은 미니스커트 입은 다혜, 옆구리에 서류 철 같은 것 끼고 지친 얼굴로 룸살 롱 나선다.
다혜 모습에 절망적인 얼굴이 되는 진섭.
진섭 발견한 다혜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아한 얼굴로 우뚝 선다.
다혜 (당황했다기 보다 의외라는 듯) 여긴... 어쩐 일이야?
분노한 진섭, 차가운 얼굴로 다혜에게 가 다짜고짜 따귀 때린다.
바닥에 나가 떨어지는 다혜,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른다. 놀라서 진섭 보는데,
멸시하듯 내뱉는 진섭.
진섭 한 일주일만 나랑 있어주면 원하는 만큼 줄게. 아, 영화 생각해서 혹시 내가 널 데리구 살아줄 거라구 착각한다면 꿈 깨는 게 좋아. 난 드러운 년들한텐 특히나 가혹한 편이거든.
너무 기가 차 화도 안 나는 다혜, 울음 삼키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흩어진 서류들 주섬주 섬 줍는다.
진섭 다혜가 줍고 있는 것 무심한 얼굴로 보면 룸살롱에 대한 신문기사들과 접대부들을 인 터뷰한 메모지 등등이다.
그것 보는 진섭의 안색 창백해진다. 자신의 실수를 느끼고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데 선수치 고 말 가로막는 다혜, 희망이 없는 얼굴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다혜 진짜 황당한 사람이네. 여길 어떻게 오게 됐는지 모르지만, 설사 내가 정말 이런 직업을 갖고 있다 쳐. 내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어? 진섭 씨 과거를 내가 다 아는데?
진섭 다혜야 (같이 주려는데)
다혜 (버럭) 만지지마!!
진섭 (멈칫)
다혜 앞으룬 내 껀... 종이조각 하나라두 건드리지 마. 내 맘... 진섭 씨한테서 완전히 떠났으니까...
S#63 원룸 계단 (저녁)
미란, 심란한 얼굴로 터벅터벅 올라오는데
계단에 머리를 묻고 쭈그리고 앉아 있던 진섭, 잡아먹을 듯 쏘아본다.
진섭 둘 중에 하나 골라. 니네 집 식구들 길거리에 나않게 하든지, 아니면 니가 날 완 전히 잊어주든지.
미란 (충격) 뭐어?
진섭 니네 집 식구들 빚 탕감 해 줄 테니까... 그걸루 효도나 하면서 다신 내 앞에 나타 나지 마란 뜻이야.
미란, 진섭 따귀 때리자 마자 체중 실어 미란을 세게 갈기는 진섭.
나가떨어지는 미란.
진섭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루 사람을 그것두 두 번씩이나 때리게 만든 것도 괴씸하지만... 내가 다혜를 미워하게 만든 건 도저히 용서가 안 돼. 다 신... 다혜씨 오해하게 만들지 마. 너 같은 여자한테두 내가 잘못한 게 많단 걸 알 게 해 준 여자야.
퍼런 서슬 체념하듯 꺾인 미란, 눈시울 붉어져 일어나 팔짱 끼고 삐딱하게 선다.
미란 그래 잘 알지두 못하구 떠들어서 미안하다. ...다른데서 온 지 얼마 안 된 아가씨 란 웨이터 말만 무작정 믿구 너한테 일러바쳤어. 인제 됐니?
진섭 ...
미란 이 효녀는 인당수에 풍덩하는 심정으로 식구들 때문에라두 나가 떨어져 줄 테니까 ... 그 여자 보거든 싹싹 빌어서 데리구 살아라. (쏘아보는) 하늘거리는 흰색 커텐 같은 여자랑 한 번 자알 살아봐, 어디. 흰색 더러워지나 안 더러워지나 보게.
진섭 ...
S#64 다혜 집 골목 앞 (다른 날, 낮)
이사준비 한창이다.
진섭, 까칠한 얼굴로 앉아 있고, 다혜는 마음 정리가 된 듯 담담해 보인다.
다혜 명진환 선생님 드라마 작법 중에 이런 게 있어... 대사는 거짓말이다. 대사가 아무 리 번지르르해두... 표정이나 눈빛 하나로 얼마든지 그게 거짓이란 걸 알게 해 버 리는 거지. 진섭 씨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진섭 한번만 용서해... 줘...나... 다혜 씨 없으면 안 돼......
다혜 (동정을 담아) 진섭씨... 드라마 주인공이라면 차암 매력 없는 캐릭터다. 불행한 어 린 시절이 모든 걸 용서해 주진 않아. 똑같이 시집살일 당한 시어머닌데 나중에 며느릴 보면 누군 받은 만큼 돌려주고 누군 그 반대지. ...결국엔 다 인격 차인 거 야.
진섭 다혜 씨... (사정하려는데)
다혜 (등지고 외면하는) 혹시 진섭 씨 이상형을 만나면 그땐 무조건 믿고 보는 습관부 터 들이는 게 좋을 거야.
진섭, 다혜 어깨 잡으면 거칠지는 않지만 단호함이 느껴지게 진섭 손 잡아 치우는 다혜.
진섭, 다혜 맘이 완전히 돌아 선 것을 알겠다. 기운 없이 돌아서서 털레털레 걷는. 마침 인 부 두 명, 커다란 전신 거울을 양쪽에서 잡고 대문에서 나온다.
거울에 비치는 진섭의 표정, 걸음과는 달리 자신감에 넘쳐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서... 미련이 많이 남은 얼굴로 획 돌아보는 다혜의 모습 작게 보인다.
안절부절하며 진섭의 가는 뒷모습을 공허하게 보고 있는 다혜와, 그런 다혜의 표정을 보며 서늘하게 웃는 진섭의 표정이 거울 속에 함께 잡힌 채 화면 정지.
S#65 진섭과 다혜 방
두 사람 결혼사진 놓여 있는 사이트 테이블. 들어오는 아침 햇살.
진섭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데
진섭 보고 웃으며 방문 열고 들어오는 다혜, 산달이라 배가 남산만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다정하게 진섭 깨우는 다혜.
다혜 일어나요, 늦었어.
진섭, 잠이 덜 깬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상체만 일으켜 다혜 배에 얼굴 묻는다.
무척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
S#66 전원주택 앞
진섭,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대문에서 나와 리모콘으로 차 시동 거는 동안.
진섭 다혜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애 까맣게 나오면 어쩌나 그 걱정이야. (사이) 알았 어요, 큰어머니 정성인데... (사이) 퇴근하고 아카데미루 잠깐 들리죠, 뭐. ...네.
진섭, 전화 끊자마자 또 다시 울리는 전화벨.
진섭 (받아서) 네. (사이, 굳는)
S#67 레스토랑
미란의 청첩장 보고 있는 진섭, 아직도 조금 어색한데
미란은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지 그저 덤덤하고 편하다.
진섭 어떻게 만났어?
미란 그냥... 서로 실연의 상처를 보듬어 주다 보니까 정도 들데? (말 돌리는 느낌) ...다 혜씨 배, 낼모레 낼모레 하겠다?
진섭 (금새 얼굴 환해져서) 어, 한 열흘 남았나?
미란 결혼 전 일루 너한테 바가지 긁거나 하진 않니?
진섭 전혀.
미란 (뭔가 꼬는 듯한) 다혜 씨한테 잘 해줘라. 속으룬 쉽지 않았을 거야. 결벽증까지 있는 사람이잖아?
진섭 하지만 결혼 전 일이니까.
미란 (황당한 조소)
진섭 남편 될 사람한텐... 우리 얘기 하지 마라.
미란 그 사람두 알어.
진섭 (의외다) 알어? 그런 거... 별루 신경 안 쓰는 사람이니?
미란 (어이없다는 듯 픽 웃는) 당연히 머리털까지 신경 쓰지. 우리 나라에... 그런 거 신 경 안 쓰는 남잔 없어. 넌 내가 너랑 사는데두 나 동거한다는 사실에 되게 신경 썼었잖아.
진섭 (보는) ?
미란 그럼에도 불구하구, 내가 얼마나 좋으면 결혼할려 그러겠니?
진섭 (얼핏 비웃는) 그런 건가?
미란 너 나중에 혹시 니 와이프한테 싫증나두, 나 찾아 와 바람나자 그럼 안 된다? 난 이제 우리 성민 씨 밖에 없거든.
진섭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미란 어머! 그 사람 오기루 했는데... 식사 아직 멀었니? 날 아무리 좋아해두 너랑 같이 있는 거 보면 기분 별룰텐데... 그치? (물 마시며 컵 너머로 진섭 묘하게 보는, 얼 핏 놀리는 것도 같고)
진섭 ...
S#68 방송 아카데미 강의실 복도 (해질 무렵)
진섭, 어둑하고 텅 빈 복도에 뚜벅뚜벅 구두소리 내며 걸어온다.
지나치려는데 강의실 안에서 들리는 진환의 목소리.
살짝 열려 있는 강의실 문 때문에 제법 크게 들린다.
여유작작하게 팔짱 끼고 벽에 편히 기대는 진섭.
진환N 지하철 같은 데서 어린애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아무 거리낌 없이 닦아주는 등장인물은,
S#69 전철 안 (#21에서 진섭 시선으로)
다정한 표정으로 아이의 얼굴에 묻은 아이스크림 닦아주는 다혜를 넋이 빠진 얼굴로 보고 있는 진섭.
진환N 살인죄를 저지르고 쫓기는 범인이라도, 근본이 착할 거란 믿음을 시청자에게 갖게 하죠.
S#70 강의실 복도
추억이 생각나 빙그레 웃는 진섭.
진환N 반대로 어린이나 노약자처럼 힘없는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인 물한텐, 사악한 느낌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여전히 빙그레 미소 짓고 있는 진섭.
진환N 다들 이해 가죠? 등장인물 캐릭터는, 약자가 많이 모여 있는 장솔수록 더 잘 드러 나요. ...양로원이든지, 고아원이든지, 아니면 사회시설이라든지. 고아원 같은 델 한 번 예루 들어볼까요?
진섭 !
진환N 거기 운영자가 연세 지긋한 수녀님이시라면 어떨까요.
진섭 (미소 약간 떨떠름해지는)
진환N 만약 그 수녀님이 어떤 등장인물을 <천사 아가씨> 라구 부른다면,
진섭 (헉! 하고 놀래는) !!!
진환N 술에 취해 지나던 동네사람이 저 여자 진짜 천사야 그러는 거 보다,
S#71 원장 수녀 사무실 (#37의 이면)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다혜를 보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원장의 모습.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다 그 모습을 의기양양하게 보는 다혜 표정.
진환N 훨씬 더 보증수표 천사처럼 느껴진다 이거죠. 아무래두 신을 모시는 원장 수녀님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보니까,
S#72 강의실 복도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도 역시 의심이 가기 시작하는 진섭의 표정.
진환N 희생정신이 훨씬 투철하게 느껴져 인물에 대한 믿음이 보다 더 증폭된다는 얘깁니 다.
S#73 호텔 커피숍 (#10의 이면)
사정하는 성민의 얘기를, 귀찮다는 듯 한 귀로 흘려듣는 다혜의 서늘한 표정.
진환N 이번엔 신데렐라를 꿈꾸는 어떤 캐릭털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성민 너만 내 옆에 있어준다면 부도 난 거 몇 년 안에 일으켜 세울 수 있어... 제발 떠 나지 말아 줘... 나 너 없으면 안 돼.
진환N 항상 부잣집 남자를 타겟으로 정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다,
하지만 다혜의 신경은 온통 자신과 등지고 나란히 앉아 있는 진섭과 미란의 대화에 쏠려 있다. (취재 후 미란이 자리를 진섭 옆으로 옮겼다)
미란 진섭씨가 서브넷 대표시구, 형님이 명진환 작가시면, 비까비까 하네요? 사촌끼리... 부럽네!
진환N 드디어 대어를 낚을 기회가 생겼어요.
S#74 아카데미 사무실
앉아서 입학 원서 쓰고 있는 다혜.
진환N 그래서 타겟을 정하고 행동으로 옮겨,
S#75 카페 밖 (#18 다혜 등장 전)
다혜, 카페 밖에서 차가운 얼굴로, 지루해하며 다혜 기다리는 진섭을 보고 있다.
카페 문을 열면서 동시에 표정 부드럽게 싹 바꾸는 다혜.
진환N 드디어 유리구두 신겨 줄 남잘 손아귀에 넣는 데까지 성공했다 칩시다.
S#76 다혜 동네 (#22의 이면)
여관에서 나오는 여자만을 유난히 차갑게 노려보는 진섭의 모습을 동네 사람과 인사 나누는 척 하며 곁눈질로 슬쩍 보는 다혜.
진환N 그러면서 그 남자의 성향을 재빨리 포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S#77 은아원 사무실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팜플렛에 주소 적고 있는 다혜.
<서울 특별시 여의도동 528-371, 은산 빌딩, 주식회사 서브넷, 대표이사 명진섭>
진환N 기간도 길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과정까지 보여준다면, 사악하다... 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게 와 닿겠죠?
S#78 진섭 차 안 (#44전에 있었던 일, 다혜 내리기 전)
문을 열어주기 위해 먼저 나가는 진섭 몰래 수첩을 떨어뜨리는 다혜.
진환N 자신의 순애보를 과장해서 담은 수첩 같은 걸 살짝 떨어뜨려 놓는 거... 드라마에 서 많이들 보셨죠? 그것두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됩니다.
S#79 몽타쥬
1. #21의 이면
지저분함 애써 참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의 얼굴에 묻은 아이스크림 닦아주던 다혜, 넋이 빠진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진섭의 시선 의식하고는, 의기양양하게 웃는다. 두 사 람의 표정.
2. #39의 이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서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진섭의 표정에서 카메라 빠 져 다혜의 표정까지 같이 잡으면, 진섭 보다 더욱 차갑게 웃고 있는 다혜. 두 사람의 표정.
3. #65의 이면
진섭의 모습이 거울에서 빠져나가면... 거울에 혼자 남는 다혜의 표정, 언제 그랬냐는 듯 싹 바뀌어 진섭의 것보다 더욱 시니컬해진다.
진환N 알겠지요? 백마디의 대사보다 이런 대조적인 표정들을 보여주는 게 그 등장인물을 훨씬 완벽한 악역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S#80 레스토랑
앉아서 재밌다는 얼굴로 차 마시고 있는 미란.
미란 만약에 명진섭이 망하면, 정다혜 몸에 어떤 반응이 생길까?
카메라, 미란 앞에 앉아 있는 남자까지 같이 잡으면,
호텔에서 다혜에게 따귀를 얻어맞던 성민이다.
성민 지 남편 차기 밖에 더 하겠어? 나나 다른 남자들처럼.
S#81 강의실 복도
이제는 해가 기울어 강의실에서 세어 나오는 한 가닥 불빛에 의지해 서 있는 진섭.
몹시 혼란스럽고 의심스러운, 생각이 많은 얼굴.
미란E 싱글침댄 좁아서 혼자 밖에 못 자니까 그거 쓰는 여자들은 죄다 정숙한 줄 알았 지, 너?!
진섭의 머리를 흩트려 놓는 강한 바람. 그리고 그 바람 때문에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는 강 의실 문.
S#82 진섭과 다혜 거실
넓은 거실 바닥에 무척 값나가 보이는 커다란 이불을 깔고 덮고 누워 <드라마 작법>을 필 기한 노트로 얼굴 전체를 가린 채 읽고 있는 다혜.
미란E 근데, 너 그거 아니? 싱글 침대 밑에 더 넓은 방바닥이 있다는 거. 것두 뜨끈뜨끈 한 온돌루.
노트 서서히 내리면, 보험이라도 든 듯한 얼굴로 서서히 배를 쓰다듬고 있는 다혜의 얼굴 점점 드러난다. 소름 끼칠 만큼 시니컬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이불 속에 더 폭 파묻히고.
S#83 강의실 앞 복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진섭. 이리저리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
진환N 잊지 마세요, 대산 거짓말이란 걸!
진섭의 마음처럼 과장 되게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쾅 하고 닫히는 강의실 문.
동시에 암전 되며 엔딩 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