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몽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국의 광주일고 졸업반 좌타자에게 주목했다. 1m95, 100㎏의 당당한 체구를 바탕으로 한 빠른 배팅 스피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대형타자로 손색이 없었다.
1998년 고려대에 입학한 이 선수는 7월 이탈리아 세계야구선수권대회(현 야구월드컵)에 참가, 일본과의 4강전에서 9회초 동점 2점홈런을 비롯해 4타수3안타로 맹활약했다. 이 대회에서 그가 기록한 홈런은 3개. 모두 까마득한 점이 되어 하늘을 날아가는 대형홈런이었다.
바로 이 선수가 최희섭(23)이다. 현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병현의 중(광주 충장중)·고(광주일고) 1년 후배. 고교 1학년 때부터 4번타자로 기용돼 김병현과 96년 청룡기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구단 해태와 고려대의 스카우트 공세 속에 미국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고려대를 택한 그는 1999년 4월 계약금 120만달러에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컵스가 그를 키우기 위해 간판 1루수 마크 그레이스를 트레이드시켰다고 해서 컵스 팬들에겐 ‘신비스런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 한 경기 3홈런 외에 각종 초장거리 홈런으로 시선을 끈 그는 9일 자신의 첫 메이저리그 안타를 132m 초대형 홈런으로 장식해 그 신비를 살짝 드러냈다. 낙천적인 성격에 미국생활에 손쉽게 적응하고 있다는 게 주변 얘기. 98년 세계선수권대회 때 도루왕도 욕심 냈을 만큼 발도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