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어떤 것 쓰세요?

[하나수]

| 키보드, 어떤 것 쓰세요?

요즘 PC 앞에 누워있는 키보드는 PC를 구매할 때 같이 딸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로 구매한다 해도 만원 ~ 만 오천원 정도이니 그야말로 악세사리로 취급당하는 경우가 많죠. 심지어는 키보드를 재떨이로 겸용하는 폐인이 있을 정도이니 키보드도 주인 잘 만나야 하는 세상인가 봅니다. 하지만 키보드가 처음부터 이렇게 저렴한 녀석은 아니었습니다. 15~20여년 전 우리나라에 PC문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당시에는 키보드도 PC의 귀한 구성품목 중 하나였습니다. 초창기에는 가격이 10만 원대에 다다를 정도로 무시못할 수준이었고, 기계식으로 설계된 구조는 비록 누를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음을 만들어냈지만 지금보다 오히려 더 시원시원한 키감을 선사했습니다. 그 당시 키감과 향수를 기억하고 있는 유저들은 주위 사람들의 이해못할 시선을 감수해가며 주변기기에 소신있는 투자를 하곤 합니다.

| 요즘 대세는 멤브레인

먼저 PC에 딸려오는 번들급(?) 키보드는 대부분 '멤브레인' 종류에 속합니다. 멤브레인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얇은 회로막 위에 접점 회로를 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키에 대한 접점과 회로를 회로막에 통째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키마다 스위치 유닛을 제작해야했던 기계식에 비해 훨씬 저렴한 단가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멤브레인 키보드는 키감이 밋밋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PC 주변기기의 단가를 낮추고 보급을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멤브레인 키보드의 키캡을 벗겨보면 고무막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단면으로 보면 동그란 지붕처럼 생겼다 하여 러버 돔(Rubber dom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러버 돔이 있다고해서 무조건 멤브레인 키보드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멤브레인 키보드와는 별도로 러버 돔만으로 스위치를 구성하는 러버 돔 스위치가 따로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멤브레인 키보드란 정확하게 멤브레인 스위치가 들어간 구조를 말합니다. 멤브레인 스위치는 앞서 말한대로 얇은 회로막으로 제작됐습니다. 이 회로막 안에 상, 하부 접점이 얇은 막으로 다시 나뉘어진 형태가 멤브레인 스위치의 핵심입니다.

<멤브레인 키보드에서 추출한 러버 돔과 스위치 회로막>

이 스위치의 작동 원리는 키를 누를 때 러버 돔이 수축되며 상부 회로막에 압력을 가하고, 상부 회로막의 접점이 하부 회로막의 전극과 연결되어 스위치 입력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접점이 얇은 회로막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멤브레인 키보드는 비교적 수명이 짧고 내구성이나 러버 돔의 탄성력이 밋밋한 키감으로 이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제작단가를 낮춘 점이야말로 멤브레인 키보드의 강력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새로운 인기몰이 - 펜타그래프

노트북이나 미니 키보드 등에는 펜타그래프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전반적인 구조는 멤브레인과 비슷하지만 키캡이 얇고 이 키캡을 받쳐주는 X자 모양의 별도 지지대가 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이 지지대는 이동이 잦은 노트북의 특성상 키 중앙을 누르지 않고 적은 힘으로도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펜타그래프는 키캡이 얇고 작기 때문에 손가락이 닿는 표면적은 적지만 깊이가 얕으면서도 탄력있는 독특한 반발력은 또다른 선호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키캡이 얇은 펜타그래프 키보드>

펜타그래프 방식의 최대 장점은 키의 중앙이 아닌 부위를 눌러도 키에 동일한 압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키를 눌렀을 때 깊이(키 피치)가 낮더라도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반발력이 또렷한 독특하고 안정적인 키감을 선사합니다. 다만 노트북에 사용된 것 중에는 바닥면의 지지가 약해 키보드 전체가 울렁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트북의 경우 이 바닥 보강을 얼마나 튼튼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키감의 선호도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왠만한 기계식 키보드 못지 않게 비싼 가격은 멤브레인 키보드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용수철 장치나 멤브레인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고장도 잦고 수리하기도 어렵습니다.

| 매니아층의 고급 브랜드 - 기계식

한편 기계식 키보드 역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키와 기판의 접점이 직접 맞닿아 신호를 입력하는 것이 기계식 키보드의 설계상 요점이었습니다. 따라서 멤브레인이나 펜타그래프보다 키를 칠 때 소리가 커 요즘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튼튼한 내구성과 오랜 수명, 그리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에 충실한 키감은 오히려 기계식 키보드를 전통있는 고급 브랜드로 승화시켜 매니아와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또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 독일 체리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의 정석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기계식(Mechanical) 키보드란 말 그대로 '기계식 키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입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키 하나하나에 독립된 스위치 유닛을 탑재해 내부 금속판의 접촉으로 키 입력을 감지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기계식 스위치는 러버 돔이 아닌 금속 스프링을 사용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라고 하면 '철커덩'하는 소리가 연상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멤브레인과 펜타그래프가 많이 보급된 현대 오피스 환경에서는 기계식 키보드의 소리은 거의 소음으로 간주될정도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멤브레인 키보드의 감촉이 러버 돔(혹은 스프링 등의 기타 작동기)에 따라 달라지듯 기계식 키보드도 스위치 종류에 따라 현저히 달라집니다. 기계식 키 스위치는 키감과 소음에 따라 클릭, 넌클릭, 리니어로 다시 나뉩니다.

일반적인 기계식 키 스위치는 슬라이더, 스프링, 지지판, 접점으로 설계됩니다. 슬라이더가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스프링에 의해 압력(반발력)이 걸리고, 접점이 부딪히며 키가 입력됩니다. 상세한 구조는 메이커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스프링과 지지판의 압력 차이가 반발력에 영향을 줘 키감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키 스위치의 평균 사용횟수는 메이커와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천만번에서 1억번에 달해 러버 돔에 비해 내구성이 대단히 우수합니다.

- 클릭 스위치

가장 전형적인 기계식 키 스위치 입니다. 키를 누르면 금속제 지지판이 부딪히며 철컥(Click)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계식 키 스위치로 대중적인 인기가 있지만 앞서 여러번 말했듯이 너무 시끄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넌클릭 스위치

클릭 타입의 키 스위치는 경쾌한 소리로 사용자의 손과 귀에 청량감을 줍니다. 하지만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소음의 주범으로 몰리기 십상입니다. 넌클릭 키 스위치는 바로 이런 클릭 스위치의 소음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모델입니다. 소리를 내는데 필요한 부품이 생략된 구조이므로 어느정도 정숙성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멤브레인 키보드보다는 약간 소리가 나긴 합니다. 그리고 동일 메이커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클릭 스위치와 넌클릭 스위치의 키감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요.

- 리니어 Linear

리니어 타입의 키 스위치는 압력에 따라 슬라이더가 움직이는 비율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손끝으로 키 입력을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클릭이나 넌클릭 방식에 비해 상당히 밋밋한 느낌입니다. 현재 리니어 타입의 키 스위치를 만드는 브랜드는 체리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접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이 Filco의 마제스터치라는 모델이 체리의 리니어 스위치를 사용한 모델을 출시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경쾌함에 비해 리니어 스위치의 키감은 반발력이 밋밋하면서도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평가는 항상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딱히 손끌에 걸리는 압력 변화가 없기 때문에 고속 타이핑에는 유리한 편입니다.

<체리의 리니어 스위치를 사용한 마제스터치 리니어>

원본출처

http://www.dcinside.com/webdc/lecture/study_list.php?id=4439&code1=20&code2=40&s_mode=&s_que=&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