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즈 남서부 닐랜드 출생의 새러 워터스(Sarah Waters, 1966- )는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동성애 관련 역사 소설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쓴 6개의 소설에 동성애 관련 묘사가 많다.
맨부커 상 후보에도 올랐던 소설 핑거스미스 (Fingersmith, 2002)는 서로 속고 속이는 인간의 추한 모습이 그려진 범죄소설이다. 그러나 동시에 돈많은 상류 처녀 모드(Maude Lilly)와 도둑 출신 하녀 수잔(=수)(Sue Trinder) 과의 사랑도 진하게 묘사되고 있다. 애당초 핑거스미스라는 단어가 도둑(thief) 을 칭하는 속어이지만 성적인 의미도 함유되어 있다.
소설 “핑거스미스”는 3부로 되어 있다. 제1부의 화자는 수잔이고 제2부는 모드, 제3부의 화자는 다시 수잔이다. 수잔은 도둑 패밀리의 안주인 석스비 여사에 의해서 크리스토퍼 릴리씨의 질녀 모드에게 보내어진다. 수잔의 역할은 사기꾼 리차드 젠틀맨 리버스를 도와서 그가 모드와 결혼하고 모드의 돈을 갈취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수잔은 모드와 사랑에 빠지고 리차드와 모드 역시 만만찮은 속마음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도대체 누가 누구의 편인지 모를 상황에 빠져든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2005년 영국 BBC 방송국에서 방영된 TV 미니시리즈도 3부작으로 되어 있고, 작가는 원작에 충실하였음에 만족을 표하였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런던의 란트 거리(Lant Street)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란트 거리는 슬럼 가이지만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살었던 곳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바로 새러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올드 보이”, “박쥐”, “친절한 금자씨”, “스토커” 등에서 보여준 박찬욱 감독의 영리함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문 제목은 “The handmaiden”. 문자 그대로 몸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가씨”라는 원래의 한글 제목과는 정반대가 되었다.
박찬욱의 “아가씨”는 새라 스미스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여 3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아가씨 역에는 김민희, 하녀 숙희 역에는 신인여배우 김태리, 사기꾼 백작 역에는 하정우, 아가씨의 숙부 역에는 조진웅이 배역을 맡았다. 차분하지만 관능적인 김민희, 신인답게 않게 앙징맞고 도발적인 김태리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김민희와 김태리 이 두 여배우의 베드신 장면이 압권이다. 옆으로도 한 번 찍혔고 위에서도 한 번 찍혔다. 한 차례의 연기를 다각도에서 찍은 것이 아니고, 같은 장면을 두 차례나 연기하여 찍었다고 한다. 이런 2중 기법은 영화 곳곳에서 연출되었다. 2016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류성희 미술감독이 기술적 예술가 상 (Vulcain Prize)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하겠다.
아가씨의 이모 역을 맡은 문소리와 하녀장 역의 김해숙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찬욱의 “아가씨”는 1930년 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일본어가 많이 구사되고 의상과 저택에서도 일본 풍이 가득하다. 색채가 아름다운 면도 있고 제작비 조달이나 해외 수출에도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그래도 조선 말의 양반댁 규수와 몸종과의 관계를 설정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복과 한옥의 아름다움도 소개하고 말이다. 호평에도 불구하고 2016년 칸느 영화제의 주요 부문 수상에는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지도 않았을까 해서이다.
첫댓글 수많은 관객을 동원한 "아가씨"
꼭 한 번 봐야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올려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의미 충만, 반전 거듭, 좋은 두뇌로
참 잘 만든, 작품성 있는 영화이지만,
여러모로 식견이 모자란 저로서는
선듯, 누구에게나 권할수 없는 영화 -.
그래도 선생님은 놀랄 작정하시고... ? ㅎㅎ
신경써 댓글 주셔서, 많이 감사합니다.
시대를 초월하고
세기를 넘는 유추와 추론, 판타지아 같던 영화가
현실로 재현 되는 것을 봅니다.
예술가의 눈은 그래서
현실과 이상, 꿈의 몽롱함까지 아우러는
무엇을 잡아 보여 주는 신비와 놀라게 하는
힘의 마력을 지녔을 것 같은 느낌의 글입니다.
다른 건 잘 모르기에
예까지만 감지하고요.
흔들림의 공간 가져 갈 수 있게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월의 록색으로
선생님의 눈과 가슴이
더욱 시원하시기 바라는 인사
드리고 갑니다.
정겨운 님,
고.영.애. 글자만 봐도 참 반가운 님,
요즘도 알차게, 보람있게, 잘 지내시겠지요.
소중한 틈새 내어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외화, 방화, 몇가지를 보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도 그 중이 하나 ~ ㅎㅎ
바쁘셔도 건강은 꼭꼭 챙기시기를 ~ ㅅㅅ
예
선생님 감사합니다.
'알차고, 보람있게'
제겐 참 좋은 메시지입니다.
그리 살도록 노력은 하지만
결과는 아까운 시간이 흘러 가는데
보고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저도 '아가씨' 보고
시야를 넓혀야겠습니다.
좋은 팁
건강 챙기란 말씀도 감사히
순응하겠습니다.
날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