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blog.naver.com/innerlight34/222094312010 천뢰 님
잡수다
우리말에 ‘잡수다’라는 단어가 있다. 먼저 그 뜻과 용례를 같이 살펴보자.
【잡수다 :
「1」 ‘먹다’의 높임말.
조반을 잡수다.
아버지께서 진지를 잡수고 계신다.
「2」 제사, 장례, 염 따위를 모시어 행하다.
제사를 잡수다.
염을 잡수다.】 [표준국어대사전]
연원이 깊어 보이는 이 말의 뿌리는 어떻게 될까? 산스크리트에 다음과 같은 단어가 있다.
jakṣ : to wish to eat; to eat, consume. [Sanskrit English Dictionary, Oxford, p. 407]
잒스 : 먹고 싶어 하다; 먹다, 소비하다.
먼저 뜻의 측면에서는 산스크리트 ‘잒스’에 ‘먹다’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말 ‘잡수다’와 같다. 그러면 발음의 유사성을 찾는 것이 문제이다. 이 두 언어의 동사들 간의 공통점은 ‘자’와 ‘ㅅ’이다. 이를 뼈대로 하여 살에 해당하는 다른 부분은 바뀔 수도 있다. 뼈대를 더 줄이면 ‘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드시오!’의 의미로 ‘잡수시오!’라고 하지만, 때로는 ‘자시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발음상으로도 연원이 같음을 알 수 있다. 발음의 변화 과정을 추정하여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한다.
잒스_다 > 잡스_다 > 잡수_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이를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친구나 나이가 엇비슷한 사이는 함께 음식을 먹을 때 “잡숴!”, “잡숴 보시게!” 등으로 말한다. 이 ‘잡숴’가 산스크리트 ‘잒스’로 변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 발음으로는 ‘잡숴’지만 고대의 발음은 달랐을 것이다. 우리의 옛 조상들과 인도의 아리안 족이 중앙아시아 천산산맥 아래에서 같이 살거나 교류하면서 살던 시절에는 그 발음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