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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포위됐다] 이정선 - 시놉시스
SBS 20부작 미니시리즈
너희들은
포위됐다
극 본 : 이 정 선
연 출 : 유 인 식
1. 기획 의도
1.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한 청춘 성장 로맨스 수사물.
강남이란 공간은 특별하다. 광의의 사전적 의미론 한강 이남, 행정구역 상으론 강남구다. 관습적으로는 부의 상징이며, 실제적으로는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정도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패션 뷰티 음악 영화 등 소비와 문화의 메카다. 거기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덧붙여지면서 이제 강남은 스타일과 트랜드의 상징으로 완전체의 고유명사가 됐다.
그 강남에는 참 많은 것들이 있다. 셀 수 없는 트랜디 명품관이 있고, 전현직 대통령의 사저도 있다. 재벌총수의 주거지와 대표 노후 아파트가 공존한다. 대한민국 청소년이란 형벌, 대치동 학원가가 있으며 전세계 외제차의 각축장인 도산대로와, 사계절 교통지옥 강남대로엔, 피부 성형외과가 군락을 이룬다. 한때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IT의 발원지 테헤란로 빌딩숲을 조금 지나치면, 또한 한때는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가 있고, 그 옆으로는 소리 없이 늙어버린 공무원 아파트와,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도 있다. 그리고 이 강남을 관내로 하는 요란하게 낡고 노후한 강남경찰서(이하 강남서)가 있다.
그 강남서 강력계에 신입경찰들이 대거 영입됐다. 통상적으로 강력계 형사과에는 일년차 새내기를 받지 않는다. 2~3년 근무한 경력자가 와도 제대로 된 업무수행 능력을 갖추기까지 최소 육개월 이상 걸리는 곳이 강력계 형사과다. 하지만 올해 초 ‘강남서 이경일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서장은 대혁신을 결정했다. “더는 강남서를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놔두지 않겠다. 이제 강남서는 청렴의 상징으로 거듭난다. 능력도 경력도 필요 없어 오로지 청렴도 하나만 보고 젊은 놈들로 싹다 바꿔” 서장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천둥벌거숭이 일년차 신입들을 받아놓고 선배 형사들은 깊은 한숨과 함께 그들의 출현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이제 강남서는 재난지역이다”
은대구(남.26) 어수선(여.27) 지국(남.28). 박태일(남.28)
네명의 일년차 신입들은 모두들 태어나 단 한번도 형사를 꿈꿔본적이 없다. 그저 공무원에 방점 찍고 지원했을 뿐이거나 (수선. 국), 경찰로서의 사명감도 형사로서의 정의감도 전혀 없이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지원했을 뿐이다 (대구. 태일).
넷 다 압도적 비쥬얼을 갖춘 탓에, 강남서 여경들에게는 힐링의 P4로 불리지만, 선배 형사들에게는 스트레스와 분노 유발하는 대재앙의 일년차 신입들.
이들은 과연 강남서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제대로된 수사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2. 진실은 연착하는 기차와 같다. 늦어지지만 반드시 온다.
세상은 살만하다고 믿는 사람들.
법과 원칙이, 불의와 부정보다는 힘이 세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
이 드라마는 그런 사람들 이야기다. 얼떨결에 강력반 형사로 발령을 받은 네 젊은이의 형사로서의 성장드라마이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 뜨겁고 미숙한 사랑과 상처, 치유와 우정에 관한 청춘 로맨스다.
여전히 세상은 부조리하다. 거대한 시스템은 가진자에게 정교하게 맞춰져있다. 인간의 사악함과 가진자의 탐욕은 늘 예상을 뛰어넘는다. 마지막 순간 외면하고 싶은 끔찍한 현실은 때로 젊은 그들을 회복불능의 절망과 좌절로 밀어넣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믿고 싶다.
늘 정의가 승리하는건 아니지만, 가끔은 승리한다고.
그래서 가장 강력한 복수는 잘 살아내는 것.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능히 해내고, 내몫의 하루하루를 뚜벅뚜벅 잘 살아가는 것.
내 가족을 지켜내고, 친구를 격려하고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직은 젊고 힘없는 그들이 세상을 지켜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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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등장인물
1. 은대구 (26세). P1.
강력2팀 신입형사다. 일명 P1. 15세 이전까지 김지용. 현재는 은대구다. 11년전 엄마가 피살당했다. 현장에 남겨진 증거물로 인해 자신마저 죽음의 위기를 여러번 넘기자 스스로 고아원으로 향했고, 살아야겠다는 생존본능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말했다. 그때부터 은대구로 살았다.
아이큐 150대의 포토그래픽메모리를 지닌 수재형. 지방대 법대 졸업 후 사법고시 1차 합격했으나, 엄마 살해사건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사법고시를 접고 경찰공무원 시험을 쳤다. 중앙경찰학교 차석 졸업 후 판석이 있는 강남서 형사과에 자원했다. 11년전 엄마에게 목격자 증언을 강요해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판석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깊다.
무뚝뚝하고 제멋대로에 말수도 적고 몇마디 안하지만 그중 반 이상이 ‘시바’다. 욕하냐 물으면 힌두교의 상서로운 대표신 ‘시바’도 모르냐고 무표정하게 되묻는다. 한마디로 상싸가지다. 한번 욱하면 똘기 충만해지는 다혈질에, 무례하고 독설과 막말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강남서 여경들 사이에선 신의 은총 P1으로 불린다. 압도적 비쥬얼 우월한 기럭지, 간간히 드러나는 우수와 똘기까지. 게다가 드라마 초반엔 못보지만, 26세 홍안의 대구는 천만불짜리 미소를 지녔다.
어린날 살해사건 피해자들이 겪는 온갖 트라우마를 어린 날 혼자남아 겪어야 했기에 아직도 가끔은 악몽을 꾼다. 그런 날이면 내면에 활화산 같은 분노 억울함 죄책감 등이 폭발한다. 그런 날은 미친개 빙의된 버나드쇼 뺨치는 독설가가 되어 주위 사람들을 혼절 시킨다. 여전히 대구 안에는 상처받고 독기 오른 소년 지용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지용이 웅크리고 있다.
좋은 경찰이 될 생각도 전혀 없다. 정의감 사명감 같은건 더더욱 없다. 오로지 엄마 살해범을 잡기 위해 경찰이 된 것 뿐. 그래도 한동안 판석 옆에 있기 위해 맡은 일은 꼬박꼬박 해낸다. 스토킹사건, 검사사망 사건, 소아당뇨 어린이 유괴사건, 벤트리 재벌2세 폭행 사건등 강남일대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고난 직관과 판단력 집요함으로 수사관으로서의 발군의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사진처럼 장면을 기억해내는 포토그래픽메모리 능력은 검사살인사건등 여러 사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낸다. 하나하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이일에 푹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엔 그것이 단순 책임감 때문이라 우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일을 좋아하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더 정확하게 이일을 하며 만나는 사건과 사람들로 인해 위로받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분노, 검거의 짜릿함, 협업의 기쁨 등을 어느새 좋아하고 있음을...11년간 꽝꽝 닫혀만 뒀던 대구의 마음의 빗장이 어느새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다.
처음엔 수선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다.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는 수선은 그저 짜증나는 구멍병사 혹은 짜증과 스트레스 유발자일 뿐이었다. 페이퍼웍도 서툴고, 운전도 제대로 못하고, 컴퓨터도 못다루고, 잠복 때는 소변 참는다고 난리 부르스를 떤다. 결정적으로 머리가 화강암이다. 닭대가리, 조류과다. 최소한 현무암은 되야 하는거 아냐? 대구는 성질대로 온갖 막말과 독설 가리지 않고 해대며 수선을 쥐며느리쯤 여기는데, 수선은 어떠한 구박과 악담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다. 이쯤 되면 울면서 튀어나가거나 전출희망서 정도는 던지겠거니 싶지만, 수선은 다음날이면 또 멀쩡한 얼굴로 형사과 문을 밀고 들어선다. 어느날부터 대구는 수선이 쥐며느리가 아닌 유구한 생존의 바퀴벌레로 보인다.
어느날 핸드폰으로 문자가 날라온다. 모르는 번호의 문잔데 아빠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문자다. 유독 엄마가 그립던 날이라 그성질에도 답문자를 해준다. 그후로 몇번인가 같은 번호로 문자가 날라오고, 대구 역시 얼굴도 모르는 상대기에 순하게 이런 저런 소회를 터놓는데, 알고 보니 수선의 핸드폰 번호다. 기겁하고 그날 이후 문자도 딱 끊고, 그러고도 찝찝해 핸드폰 번호까지 바꿔 버렸다. <대구는 스무살이 되던 해 드디어 용기를 내어 고향에 처음 가본다. 엄마와 살던 집을 멀리서 지켜보고, 은대구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휴대폰을 개통한다. 삼십분전, 수선이 돌아가신 아빠의 휴대폰 번호를 반납하고 떠난 뒤였고, 그 번호를 대구가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일 이후로 수선에게 곤두섰던 마음이 점점 누그러지는걸 느낀다. 자꾸 썩은 유모를 날리며 자신을 웃기려드는 황당하고 실없는 수선이 싫지 않다. 아니 조금씩 귀여워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서내에 스캔들이 퍼진다. 수선과 팀장이 사귄다고. 이상하게 마음이 싸늘해진다. 대구는 다시 수선에게 찬바람 돌게 대하며 입을 닫아 버린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자꾸 수선에게만 고향 사투리가 튀나온다. 미칠꺼 같다. 정말 당황하거나 화나면 나오는 버릇인데 왜 자꾸 이 가스나한테만 사투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초딩 대구는 그렇게 자신의 감정도 모른채 애꿎은 수선에게 짜증과 지랄을 번갈아 떨어대며 냉탕과 열탕을 반복하고, 죄없는 수선은 인격파탄 대구로 인해 신경성 위염이 다 생겼다. 어느날 더는 못참겠다, 욱해서 대구의 머리통에 쓰레기통 뒤집어 씌워버리는 수선. 그날 수선과 대구는 급기야 육탄전을 벌이면서 한바탕 쌈박질까지 하는데....
드라마 초반 사경이 판석의 전부인인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특히 판석 앞에서는 더욱 저돌적이며, 사경이 콜하면 언제든 달려간다. 처음엔 판석을 의식한 일종의 전시 행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이 된다. 판석으로 인해 아이를 잃고 여전히 상처를 극복 못한 사경에게 진심어린 안스러움과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를 웃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판석에 대한 분노는 점점 증폭된다. 사경의 아이까지 미친 수사 욕심에 죽게했단 말을 듣고 더욱 용서가 안된다. <그 사건이 ‘마산양호교사살인사건’ 인지는 꿈에도 모른다> 발령 첫날부터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만큼 주먹을 꽉 쥐며 분노를 참았지만, 가까이서 접해본 판석은 한마디로 상또라이, 결국 첫회식에서 판석이 내뱉은 한마디에 못참고 덤벼들어 회식자리를 아수라장 만들고, 형사과장의 진노로 수선을 밀어내고 방출 1순위가 된다. 한동안 누그러뜨리려 애썼지만 판석만 보면 온몸이 뜨거워져 얼마뒤 사무실에서도 또 한번 판석과 육탄전을 벌이고 만다. 결국 형사과장이 그날로 대기발령 시켜버려, 검사살인사건의 제1 용의자로 몰린 판석의 알리바이를 꼭 입증해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다.
11년전 엄마 살해현장에 떨어져 있던 팬던트와 똑같이 생긴 팬던트를 소아당뇨어린이 유괴사건을 수사하다, 화랑 원장이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똑같은 팬던트다. 원장을 통해 팬던트가 한국에 한정판으로 열점만 들어왔다는 것을 듣게 되고 대구는 바짝 엄마 살해범에게 다가갔다 싶은데, 그때 판석이 인지사건을 들고 왔다. 직업 킬러가 귀국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고 킬러를 잡아내자는 것이다. 11년전 ‘마산양호교사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잔데 당시 외국으로 출국해 버려 놓쳤다고. 뭐라고? 대구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날부터 열이 제쳐두고 눈에 불을 켜고 사건에 달려드는데....
다잡은 킬러를 놓치고, 다시 재수사를 통해 드디어 킬러를 잡았다. 이제 엄마 살해범을 밝혀낼 수 있구나 싶은데 유치장에 있던 킬러가 살해당한다. 이렇게 영영 엄마 살해사건은 끝나는건가 절망스러울 때 마지막 팬던트 구매자를 기적적으로 알아냈다. 장애연 MC회장부인. 수선모를 폭행했던 아들이 수선에게 관심을 보이자 한때 수선까지 위협했던 재벌사모님. 어떻게 이여자가 엄마랑 연관이 있는걸까? 그제야 대구는 엄마 죽기 전날, 집앞을 막 떠나던 검은 세단 속의 여자가 장애연임을 또렷이 기억해낸다. 언제나 기억이 날듯 날듯 그날 그순간만 기억에서 사라졌던 그장면. 그날 그 검은세단 속 여자는 틀림없는 장애연이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그리고 대구는 사건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차라리 몰랐으면 좋을 끔찍한 사실과 직면하는데....
2. 어수선(27세). P2.
강력2팀 신입형사. 일명 P2. 형사과 신입중 유일한 여자. 이시대 청춘의 표상이다. 대학 입학부터 알바의 여신 되어 안해본 알바가 없고, 학자금 융자로 6년만에 간신히 지잡대(지방잡대학) 졸업했다. 다섯번 도전 끝에 드디어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엄마가 월급의 80%를, 나머지 20%는 학자금대출은행이 빼내가 버려 살수가 없다. 어느날 강남서 형사과 모집공고에 덜컥 지원해버린다. 오로지 형사과 수당에 혹해.
고3때 아빠 돌아가시고, 가족은 엄마와 남동생(고2). 유도관장하던 아빠 덕에 밥 숟가락 들기 전에 낙법부터 배운 유도 유단자. 한 미모한다. 드라마 초반 숏컷을 하는데 보이쉬한 모습이 꽤나 잘 어울린다. 한때는 욱수선으로 통할만큼 한번씩 욱하면 말릴 자가 없고 승부근성까지 강해 못말리는 진상 짓도 곧잘한다.<드라마 초반 검사에게 욱해서 재지휘건의서를 발송해 강남서를 한번 들었다 놓기도 하고, 사옥 이전을 앞뒀다는 이유로 여형사 숙직실을 만들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문제제기해 서장의 뒷목도 잡게하고> 낙천적이고 솔직하다. 가끔 터프하고 자주 엉뚱하고 귀엽다. 눈치는 백치다. 애교는 안떠니만 못하고, 빈말 인사치례도 참 소질 없다. 웬만한 구박에는 눈도 깜짝 안하는 뚝심과 뻔뻔함도 있고, 속 깊고, 오지랖도 넓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아빠 돌아가신후 맏딸로서의 책임감까지 보태져 경찰공무원이 됐지만, 솔직히 그게 꿈인지는 모르겠다. 꿈이란 가슴 뛰게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할텐데, 경찰도, 공무원도 가슴 뛰게 하고 싶지는 않다. 꿈 대신 현실적 목표는 있다. 서른살 생일에 파리 여행, 남동생 대학입학금은 내손으로, 마흔살엔 통장에 잔고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삼천만원쯤. 마흔이 됐을 땐 적어도 당장 다음달 뭐먹고 살지 고민은 안하면서 살고 싶다.
형사도 경찰공무원이라 생각했다. 지구대 근무처럼 임하면 될줄 알았다. 그러나 단순 스토킹 사건인줄 알고 처리했던 사건이, 다음날 피해자가 살해 변사체로 발견되자 충격 받는다. 밤늦게 걸려온 피해자의 전화를 근무시간이 아니라 받지 않았었다. 나 땜에 죽은건 아니야 내심 자위해 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괴롭고 힘들었다. 특히나 피해자가 놓고간 쿠키를 뒤늦게 발견하곤 더는 못견딜것 같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수당 몇십만원에 굳이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살기 싫었다. 결국 며칠 만에 전출희망서를 제출한다. 누구도 잡지 않았고 다들 그럴줄 알았다는 눈빛이었다. 그때 정액을 입에 물고온 성폭행 피해자가 들어선다. 그녀의 모습에, 도망치려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도망가면 평생 조금만 힘들어도 도망만 칠꺼 같았다. 그제야 자신이 원하는건 이런 패배감이 아니란걸 깨닫는다. 그래 나갈 때 나갈더라도 이렇게는 싫다. 적어도 지금 이런 기분으로는 아니다. 오기와 승부근성이 발동했다.
그날로 긴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자세도 눈빛도 달리 임한다. 선배 형사들 졸졸 따라 다니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 애쓰고, 먹고 살기 위해 했던 ‘공시생 합격 쪽집게 알바’도 정리하고 퇴근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버틴다. 당직날 들어온 소소한 사건도 열심히 해결하고, 고마워하는 피해자들로 인해 작은 보람과 기쁨도 느껴본다. 형기차를 잘 몰기 위해 운전연습도 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삼일에 한번 체력훈련도 거르지 않는다. 회식등 술자리에서도 여자라고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편의점 수차례 드나들며 컨디션 열심히 마셔가며 버틴다. (한번은 너무 버티며 마셔대다 알콜성쇽이 와서 병원에 실려간적도 있다)
본격적인 첫사건에 투입된다. 강남대로 조폭 난동의 주범들을 검거하는 유산슬파 검거작전. 비로서 본격 잠복과 미행을 배우고 20시간 소변참기의 신공도 익힌다. 계속되는 치열한 잠복과 숨막히는 미행에도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유산슬파. 시간이 갈수록 꼭 잡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고, 드디어 은신처 특정 급습해 치열한 몸싸움과 추격전 끝에 검거 성공. 그날밤 수선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검거의 숨막히고 심장 떨리는 순간이 계속 생각나고, 자꾸만 실실 웃음이 새나오고, 아직도 심장이 두근댄다. 예상도 못했었다. 이일이 이렇게 가슴 뛰고 설레일 줄이야.
그날 이후 수선은 본격적인 성장통을 겪으며 형사로서 성장한다.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그 무거움과 무서움도 알게 되고, 누군가의 ‘담당’형사가 되어준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도 깨닫게 된다. 구시대의 구태의연한 형사관에 메여있는 선배들에게 겁없이 덤벼도 보고, 때로는 신입의 열정으로 폭주하다 좌절도 한다. 피해자의 말만 믿고 무고한 사람을 유죄로 만드는 큰 실수도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던 가출청소년을 끝내 믿어줘서 한 생명을 살려내기도 한다. 소아당뇨어린이 유괴사건을 겪으면서는 미치게 정말 미치도록 잡고 싶어지는 진짜 형사의 마음을 깨닫고...그러는 동안 수선은 깨닫는다. 나 드디어 가슴 뛰는 일을 찾은거 같아.
드라마 초반부터 일이 서툴고 업무능력이 미숙한 탓에 은대구에게 갖은 구박을 당한다. 조폭 수사시 연인 설정 감시조로 투입됐다 얼떨결에 입맞춤까지 하게 되지만, 어색할 틈도 없이 대구의 박대와 무시는 점점 심해만 간다. 거기다 은대구와 김사경 팀장이 사귄다는 소문이 서내에 파다하다. 은대구는 굳이 숨기려 들지도 않고 사내 어디서든, 특히나 팀장 앞에서 더더욱 당당히 보란듯 김사경 팀장을 만난다. 정말 사악하고 불손한 나쁜 놈이다.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엄마가 프라이드 주제에 끼어든다는 이유로 벤트리 운전자 재벌2세에게 폭행을 당한다. 심한 폭행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엄마를 보고 눈이 뒤집히고, 악착같이 재벌2세를 잡아서 검찰에 넘겼지만, 결국 재벌2세는 집유로 나와버렸다. 사법 현실에 뼈저리게 좌절해본 첫 기억이고, 힘이 없어서 가족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쓰라림에 자신이 한없이 무력해진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빠가 많이도 그리워진다. 울 아빠도 이렇게 외롭고 힘들 때 많았겠구나...
수선은 그날 돌아가신 아빠의 핸드폰 번호로 문자를 찍어본다. 공연히. 아무 답장 없을꺼 뻔히 알면서 “아빠아~성질 급한 울아빠 저 위엔 왜 그렇게 빨리 간거야?...이럴 줄 알았으면 아빠 좋아하는 술 많이 드시게 그냥 둘껄...아빠 술 많이 마신다고 구박했던거 미안해” ..그런데 답장이 온다. “미안하긴요. 아빠는 따님의 그 구박이 제일 그리울껍니다”.....누굴까? 그런데 수선은 그 답장에 너무 위로가 되어 눈물을 왈칵 쏟아버린다. 그날 이후 수선은 외롭고 힘들 때나, 아빠가 보고 싶은 날이면 몇번인가 더 문자를 한다. 상대도 그때마다 꼬박꼬박 답장을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답이 없다. 아쉬워 두번이나 더 보내봤지만 역시 답이 없다. 치이...꽤나 서운하고 아쉽고 내내 여운이 남는다...누구였을까?...<나중에 수선은 지국의 핸펀에서 은대구의 구휴대폰 번호를 보고 깜짝 놀란다. 번호가 같다. 설마 은대구가?>
얼마뒤 재벌2세가 밤늦은 귀가길 누군가에게 꽤나 맞았단다. 옆팀이 조사를 맡았는데 씨씨티비 까는걸 슬쩍 보니 범인이 은대구 같다. 설마 싶었는데, 은대구 사물함에서 범인이 썼던 모자와 같은 걸 본다. 물론 옆팀에는 함구했다.
그날부터 은대구가 다시 보인다. 날로 심해지는 인격파탄도 용서가 됐고, 막말에도 너그러워진다. 전날 쓰레기통으로 후려쳤던 것도 미안해져, 돈없는 수선 수준엔 녹용 넣은 보약이라 할 수 있는 테이크아웃 카페라떼도 한잔 사다 준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처음본 대구의 웃는 모습은 또 한번의 놀라움. 온갖 인격파탄과 지랄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백만불까지 미소였다. 수선은 그때부터 자꾸만 대구를 웃기고 싶어진다. 다시 한번 그 웃음이 보고 싶어진다. 그때부터 진상 기질 발휘하여 온갖 구박에도 해실해실, 썰렁한 농담 해대면서 자꾸만 대구에게 들이대는데...
호랑이 새끼 키우듯 수선의 오기와 자존심을 자극해 강하게 성장시켜 주는 팀장 판석이 좋다. 존경하고 동경한다. 사경과의 과거사를 알고나니 연민도 생긴다. 사경이 보란듯 판석 앞에서 대구를 만날 때면 화가 난다. 보란듯 팀장 앞에서 대구와 만나고 다니는 사경이 솔직히 마땅찮다. 10년이나 지난 일로 여전히 팀장에게 발톱을 세우는 것도, 혼자만 상처받은척 팀장을 할퀴어대는 것도 다 마음에 안든다. 수선에겐 최고의 팀장이고 최고의 형사인 판석이 사경 앞에선 늘 쩔쩔매고 어쩔줄 모르는게 정말 속상하다.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는 팀장이 가슴 아파 저도 모르게 또 욱해서 사경 앞에 보란듯 판석의 팔짱을 껴버린다. 사경 앞에서는 더욱 팀장을 챙기고, 애인 대행 노릇도 자처한다. 그것이 팀장 판석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지는 꿈에도 모르면서....
한편 드라마 중반부 강남대로 단속 나갔다가 재벌이세 미친놈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 언론에서 크게 떠들자 잠시 서울을 떠났다드니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갑자기 그 미친놈이 수선 주변을 알짱대기 시작한다. 수선이 마음에 든다고 데이트를 신청한다. 기막혀 대꾸할 말도 없다. 완전 미친놈이구나 무시해 치워 버렸는데, 들이대는 폼이 점점 진지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수선도 이놈이 장난이 아니구나 싶어 확실히 거절의 뜻을 밝히는데, 포기할 줄을 모른다. 어느날 엄마라는 재벌 사모님이 등장한다. 자신의 아들을 만나 달랜다. 자기 아들이 누군가에게 맘 붙이는거 정말 오랜만이라고, 편안하게 데이트를 하라며 만면에 자애로운 미소까지 짓는다. 수선은 기막히다. 그럴 생각 없다고 똑 부러지게 밝히는데, 그순간 싸늘하게 변하는 사모님 표정은 섬뜩함마져 느껴지는데...
3. 서판석(38세). 형사과 강력2팀장.
군대 졸업후 대학3년때 경찰시험에 합격, 25세 순경부터 시작해, 27세부터 형사를 시작했다. 타고난 사건복에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강력 사건을 대다수 거쳤고, 그덕에 특진 특진을 거듭해 초특급 최단시간 경위를 달았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수사관, 독보적인 강력통이다. 젊고 청렴한 지도자를 찾던 서장의 의지로 드라마 시작과 함께 강남서 형사과로 스카웃 되어 온다.
한마디로 더티섹시. 상남자에 다혈질이다. 그래도 지금은 분별력과 연륜이 보태졌지만, 젊은날은 뜨겁기가 달궈진 인두 같았다. 일명 상또라이. 여전히 타협없고 집요하고 범죄척결의 의지는 대한민국 따를자가 없으며, 자나 깨나 사건 생각 뿐이다. 인생 자체가 사건이다. 검경갈등의 기린아이자, 여전히 검경갈등의 화근이며, 타부서 타팀 인지사건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문제와 마찰도 자주 빚는다. 그래서 적도 많다. 형사과장(이하 과장)도 판석을 내심 싫어한다.
27살 신입시절 일명 ‘마산양호교사 살인사건’은 판석의 인생을 완벽히 무너뜨렸다. 여중생이 성폭생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유일한 목격자였던 양호교사 지용모에게 목격자 진술을 요청했다. 마산 유력자였던 가해자 부모는 지용모를 협박했고, 흔들렸던 지용모는 판석의 강한 설득으로 결국 목격자 증언을 해줬다. 그런데 며칠뒤 지용모가 괴한에게 살해당했다. 다시 며칠뒤 판석은 목숨 보다 소중한 4살 아들을 잃었다.
첫눈에 반한 신입 순경 사경과 일찍 결혼해 얻은 4살짜리 아들이었다. 엄마를 잃은 중3짜리 지용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아들을 픽업하러 유치원을 가던 중 차를 돌렸는데, 아빠를 기다리던 아들이 유치원 문밖으로 걸어나오다 달려오던 트럭에 치여 사망한 것. 그일로 사경과 결국 이혼 했다. 아들을 잃고 한동안 실어증을 앓던 사경은 실어증에서 벗어나자마자 이혼서류를 내밀었다. 사경이 뱉은 첫마디는 “죽어”였다.
그리고 소년 김지용도 사라졌다. 범인이 지용까지 죽인건지 다급한 전화 이후 지용은 실종되버렸고, 벌서 11년째 흔적도 없다. 아들 잃고, 지용모는 살해당하고, 지용은 실종되고, 다 잡았던 범인은 끝내 놓치고, 아내와는 결국 헤어지고....판석은 한동안 폐인으로 살았다. 깊고 깊은 고통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아들의 모습. 미칠꺼 같은 그리움과 죄의식. 그리고 소년 지용의 겁먹은 목소리. 마지막 순간 슬쩍 뒤돌아본 범인의 비웃음....견딜수 없어 한순간 차를 몰고 그대로 바다로 돌진한 적도 있다. 차가 물에 잠겨가는데, 갑자기 채 잠기지 않았던 뒷좌석 아들 장난감의 태엽이 풀리며 멜로디가 울렸다. 마치도 아들이 ‘아빠 그러지마’ 하는 것처럼. 그날, 가슴이 타들어가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던 판석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통곡했다.
그날부터 미친개가 됐다. 죽어도 지용모 살인사건 범인을 잡고 죽기로 했다. 그래야 저세상 가서도 아들을 다시 볼 면목이 생길 것 같았다. 다시 형사과에 복귀해 자나 깨나 사건만 좇았다. 일을 해야 잊을 수 있고 일을 해야 하루하루를 견뎠다. 어떤 땐 사경의 저주와 증오가 차라리 편했다. 풍문으로 그녀가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몇년전 훌쩍 유학길에 오르는 사경을 공항에 나가 먼발치서 배웅한게 사경을 마지막으로 본거였다.
그 사경이 강남서 형사과 실종수사팀장으로 발령받아 왔다. 형사과장의 장난질이 분명하다. 5년만의 첫만남인데 사경은 판석의 따귀부터 올려친다. 아마 아들의 기일을 건너뛴 탓이리라. 여전히 팔팔한 성격이 반갑고, 여전히 예쁜 모습이 기쁘고, 여전히 증오 가득한 눈빛이 괴롭다. 16년전 첫눈에 반한 그 순간부터 판석은 사경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된다. 사고도 판단도 정지되는 느낌이다. 그녀에겐 영원한 죄인이고 포로다.
새로 들어온 신입들이 한마디로 가관이다. 서내 여경들은 ‘강남서 꽃미남’ ‘꽃보다 P4’ 등등 해가며 좋아들 한다는데, 얼굴 갖고 형사 하나? 싸가지 실종한 은대구는 통제불능의 또라이고 <여기저기서 은대구를 두고 리틀서판석이라 한단다. 몹시 불쾌하다>, 실적만 따지는 얍삽한 지국에, 정체를 알수 없는 느물느물한 태일도 비위에 안맞는다. 결정적으로 어수선. 아무리 개념 꽉찬 후배라도 여자 팀원은 키워본 적 없는데 어수선은 무개념하기까지 하다. 기본 업무 수행 능력도 최저점이다. 아무리 청렴도만 보고 신입을 뽑았어도 이건 해도 너무하다. 황무지도 나름이다. 이건 개간 불능의 짱자갈 돌밭이다.
무개념 어수선 지국보다, 은대구 박태일은 일을 좀 하긴 한다. 특히 은대구가 출중한건 알겠다. 뛰어난 직관과 분석력, 발군의 수사력, 집요함과 동물적 감각, 다혈질까지. 인정하기 싫지만 20대 자신을 보는 것도 같다. 그런데 황당하고 기막히게 이 어리고 피도 안마른 놈이 감히 사경이와 붙어다닌다. 사내엔 두사람이 연애한다는 소문까지 돈다. 보란듯 대범하게 대구를 불러대는 사경도 사경이지만, 그때마다 일점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사경을 만나는 은대구의 도발에 번번히 속에서 천불이 난다. 그래도 잘 참고 또 참는다. 아~ 서판석 승질 많이 죽었다. 몇년전만 같았어도 니놈은 벌써 가루가 됐을텐데...
그러나 판석의 임계점은 몹시 짧았다. 팀장의 관록과 선배의 인격도 젊은 놈의 부지불식 도발에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불손하고 무례한 대구의 자극에 두주먹 불끈 쥐며 참고 또 참던 판석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하필이면 사무실 형사과장 앞에서 대구에게 육탄으로 덤벼들고 만 것. 뒤엉킨 두 숫컷들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하필이면 그순간 구사옥 철거를 위한 강남서 일차 발파로 엄청난 굉음 속에 건물은 요동치고 난리도 아닌데, 갑자기 천정에서 시체가 뚝 떨어진다. 열흘전 행방불명이 됐던 검사의 시체다. 우째 이런 일이?...이 황당한 상황에서 또 황당하고 더 황당한건, 판석이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구금을 당한 것이다.
다시 황당하게도 강남서는 수서 관할이다. 수사를 위해 수서경찰서 형사1팀이 출동한다. 1팀장은 판석을 몹시도 싫어하는 경대출신 팀장. 알리바이를 증명해내지 않으면 판석은 꼼짝없이 구속될 상황이다. 그러나 판석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날 판석은 아들 기일에 맞춰 아들과 갔었던 놀이공원에 갔었다. 놀이공원 회전목마를 타고 또 타고 했다. 11년전 아들을 안고 회전목마에 탔을 때가 사무쳐서. 아들의 웃음소리. 따뜻한 체온등이 미어지게 그리워서.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판석은 구속 위기까지 몰리는데 은대구가 알리바이를 증명해낸다. 어떻게 알았는지 놀이공원 씨씨티비에 찍인 판석의 모습을 증거물로 제출한 것. 그렇게 풀려난 판석은 3팀원을 이끌고 직접 나서서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상황은 일단락 되고, 한차례 태풍이 휩쓸고 간 강남서는 잠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이내 소아당뇨어린이 납치사건이 발생하는데...
이왕 시작한 ‘청정 강남서’ 한번 만들어보자. 판석은 본격적인 일년차 조련에 들어간다. 문제많고 말많은 일년차지만 시간이 지나도 관두는 녀석 없이 다들 붙어있으니 일단은 키워볼 싹이라 판단한 것. 특히나 첫 사건에서 쓰러지면 못 일어나는 형사과 관례를 깨고, 머리 짧게 자르고 눈빛까지 바꿔서 다시 달려드는 수선의 태도가 판석의 거부감을 제법 누그러뜨렸다.
그때부터 사건마다 수선을 옆에 두고 많은걸 가르친다. 알아서 잘하는 대구와 태일은 정이 안가고, 정이 가는 지국은 말이 너무 많고, 어쩌다 보니 번번히 마지막까지 판석이 옆에 끼고 가르치게 되는 것은 수선이다. 가르치면 가르치는 데로 잘 따라오는 수선. 한걸음씩 느리지만, 얍삽한 지국은 진작 나가 떨어지는 것도 수선은 끝까지 잘 버텨낸다. 어려운 조서를 받을 때도, 기약없는 탐문과 잠복을 할 때도, 위험한 미행을 할 때도, 살떨리고 피마루는 피심을 할 때도, 지치는 법도 먼저 손드는 법도 없다. 화분 하나 옆에 끼고 아무 생각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강남서 들어서던 신입여경 어수선은 어느새 사라지고, 대견하고 이쁜 신입 형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판석이 있는 곳엔 늘 수선이 있다. 피심 중 목이 마르다 싶으면 어느새 수선은 물병을 들고 서있다. 칼에 찔린 위기의 순간에도 수선이 억지로 입게한 방검복이 있어 목숨을 구했다. 어느 순간 판석은 수선에게 길들여지는 자신을 느낀다. 수선이 없으면 자꾸만 수선을 찾고 있는 자신을. 어느날 사경에게 혹독하게 당한 뒤다. 느닷없이 수선이 다가와 “이제 팀장님도 보란듯 연애 좀 하세요. 당장 누구 없으시면 제가 팀장님 여친 해드릴까요?” 묻는다. 판석은 당황스러워 당돌하고 어린 수선을 빤히 보다 용기를 내어 묻었다. “내가 진짜 연애하자면 어쩔껀대?” 젖먹던 힘까지 낸 용기였다. 허무하게도 그순간 강남서 철거를 위한 두번째 발파가 시작됐고, 팀장 판석의 젖먹던 용기는 야속한 발파음에 속절없이 묻혀 버렸다.
지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수법이 11년전 지용모를 죽였던 범인, 직업킬러 같다. 드디어 그놈이다. 내 목숨을 걸고도 잡는다. 유일한 단서는 킬러가 입고 있던 웃옷 브랜드. 3팀이 다같이 투입돼 대대적 수사를 시작, 마침내 킬러의 단서를 찾아낸다. 일주일의 미행과 잠복 끝에 드디어 킬러가 있는 곳을 특정해내고 다음날 치기로 했다. 머리끝이 바짝 서는 긴장에 전날 잠도 오지 않는다.
드디어 검거 당일. 위험한 작전이라 수선이 걸린다. 빠지라 말했더니 발끈하는 수선. 결국 다같이 작전에 투입, 1차 검거조가 투입되고 숨막히는 작전이 시작되는데, 결국 마지막 순간 수선 때문에 범인을 놓치고 만다. 익! 11년만에 온 기회를 이렇게 놓치다니. 분해 어쩔줄 모르는데, 그런 판석 보다 대구가 더 격하고 무섭게 수선에게 화를 낸다. 그놈을 꼭 잡았어야 한다고 그놈이 어떤놈인지 알고 놓친거냐고 왜 따라와 일을 망치냐고, 수선을 거의 죽일듯 흥분한다. 아무래도 은대구 이녀석 이상하다. 다음날 대구의 뒷조사를 해보니, 11년전 고아원에 제발로 찾아와 기억상실로 인해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제야 은대구가 김지용이구나 직감하는 판석. 자신에게 보였던 그 격한 거부감과 적대감도, 늘 위태롭게 흔들리던 상처 가득한 눈빛까지, 그제야 판석은 모든게 이해된다. 며칠 뒤 용기를 내어 판석은 대구에게 묻는다. “니가 지용이냐?” 대답 없는 대구. 그러나 심하게 흔들리고 충혈되는 눈빛. “왜...임마 왜 그동안 얘기를 안했어?...어떻게 살았어?...말을 좀 해봐” 그러나 끝내 한마디 대답없이 격하게 판석을 뿌리치고 돌아서는 대구.
그날 이후 판석은 대구에게 섣불리 말을 건네지 못한다. 대구 역시 판석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3팀에는 싸늘한 냉기가 흐르고, 영문을 모르는 수선과 팀원들은 왜 저러지 싶은데...
이명이 계속 들려 결국 병원에 갔다. 의사가 생전 처음 듣는 병명을 얘기한다. 뇌동맥류. 수술하기도 애매한 위치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된단다. 스트레스 받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최악의 경우 터질수도 있단다. 한마디로 하루 아침에 골로 갈수도 있단 말이다. 이런 뒤질랜드. 며칠 기분이 몹시도 나빴지만 이내 툭툭 털었다. 어차피 10년전 죽었던 목숨이다. 될대로 되겠지. 그때 또다시 에이즈 살인사건이 터지는데....
4. 지국(29). P3
일명 P3. 강력2팀이지만 자주 실종팀에 파견 나간다. 네사람 중 인물은 제일 빠지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훈남. 경찰로서의 정의감 사명감 그런거 없다. 철밥통, 퇴직후 연금. 오직 그것만이 목적이었다. 형사과 올 생각 전생부터도 해본적 없다. 동명이인으로 인한 전산착오였고, 뒤늦게 원래 부서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미 자신이 갈 부서에 누군가 배치 받아버려 티오가 생길 때까지 울며 겨자먹는 중이다.
말 많고 소심하고 겁 많다. 꽤나 깐죽대서 자주 주먹을 부른다. 유하고 둥글거리는 성격에 유모 감각 있고, 핑계 많고 얍삽하지만 마음은 여리고 악의는 없어, 밉상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 말없는 대구와 태일과 있으면 늘 묵언수행하는 기분이라 속이 터질 것 같다. 그저 만만한 수선만 붙잡고 끝없는 수다 떨어대고 실없는 깝죽 지껄여대다 수선에게 자주 얻어맞는다. 한성질들 하는 팀장과 대구 사이에서, 때로는 대구와 수선 사이에서 자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공무원 아파트 같은 동에 태일과 대구와 살고 있다. 태일과 한방. 대구는 아직 룸메가 없다. 늘 지국이 먼저 연락하고, 지국이 나서서 셋을 모으고, 지국이 나서서 술판도 벌인다. 대구도 태일도 절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어, 첨엔 동기복도 참 지지리 없다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무뚝뚝하고 무심한 놈들에게 묘한 정이 들어간다.
부여 유지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실상은 평범한 지물포집 차남. 그래도 끝까지 부여유지 맞다고 우긴다. 지물이 많은니까. 행시 준비하다 포기하고 9급으로 방향선회 했지만, 아직도 미련을 못버려 틈틈히 공부중. 대구가 사시 1차 합격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고 공연히 저혼자 라이벌의식 느낀다.
수사에는 그다지 관심도 재능도 없다. 공무원이 목적일뿐, 형사할 마음도 없다. 오로지 발령 날때까지 버티자는 생각 뿐이다. 그럼에도 점점 인정 받아가며 열혈 형사로 변해가는 수선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최선을 다했다가 끝내 이루지 못할까봐, 대구는 그게 겁이 난다. 그래서 실은 단 한번도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대충 적당히. 그게 지국에겐 딱 맞는 옷이다.
지국의 관심은 오로지 실적과 여자뿐이다. 사실 팀장 사경이 딱 자기 스타일이다. 일단 공무원인게 맘에 들고, 윗어른 공경할 줄 아는 것도 맘에 들고, 실적관리등 현실감 넘치는 것도 맘에 든다. 처음엔 수선이 괜찮은듯 했지만, 수선인 일단 돈이 너무 없다. 마이너스 통장에다 집에 빚도 있는것 같고, 얼굴 보고 사는거는 일년이면 끝이라 했다. 처가까지 먹여 살리기엔 9급 공무원 월급은 너무 적다. 사랑도 지켜줄 수 있을 때 사랑이다. 아쉽지만 어수선은 다음 생애에서. 이내 수선에게 마음 접고 다음 선수를 물색중 실종 팀장 사경이 눈에 뛴 것. 그런데 사경도 두가지가 문제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 한번 결혼을 했다는것. 밤마다 태일 붙잡고 이런 개도 하품할 쓸데없는 소리를 진심으로 지껄여 댄다. 참 실속없고 시끄러운 캐릭터다.
태일과 공무원아파트 한방을 쓰는데, 태일이 게이라는 소문이 돈다. 설마 싶었는데 에이즈환자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여준 태도로 게이임이 확실한거 같다. 갑자기 밤에 잠이 안온다. 혹시라도 자는 중에 덥칠까 옷도 몇개씩 두껍게 껴입고...게이인지 아닌지 묻고 싶지만 차마 용기는 없고...그래도 태일에게 점점 정이 쌓여간다. 묵묵히 수사도 잘해내고 밥도 잘 사주고 돈도 잘 쓰고....
갑자기 사랑한다거나 덥치지만 않으면 게이여도 상관없다로 완전히 태일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누구에게도 해본적 없는 자신의 어린 시절 가슴 아픈 과거 얘기까지 태일에게 털어놓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태일이 의대출신이며 강남 유명 성형외과 아들이라는 설까지 돈다.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배신감에 화가 나는데...
5. 박태일(28). P4.
일명 P4, 강력2팀 이지만, 지국처럼 실종팀 교통과 등에 자주 파견 나간다. 좀처럼 자기 얘기를 안해 대구와 함께 쌍벽을 이룰 만큼 비밀스러운 캐릭터지만, 반항아적인 대구와 달리 오히려 유들유들 어른스러운 느낌이다. 매사에 여유롭고 늘 한걸음 뒤에 물어서있는 듯 관찰자 입장을 견지한다.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고 차분해 기품도 느껴진다. 역시 대구와 쌍벽을 이룰만큼 매력적인 외모. 우월한 기럭지에 분위기 있고 귀족적인 마스크다. 강남서 여경들에겐 또하나의 신의 은총. 컴퓨터에 능하고, 잡학다식하고, 무엇보다 의학적 지식이 상당하다. 과수팀도 모르는 살해동기 등과 약품 용어 등을 한눈에 밝혀내기도 한다.
피4중 가장 스타일리쉬하고 옷도 잘입는다. 워낙 틀이 좋아 뭘 걸쳐도 멋지겠지만, 걸친 옷도 다 명품인듯 하다. 여경들 사이에는 짝퉁일 것이다, 경찰 월급이 얼마라고 저걸 다 명품으로 살수가 있냐? 아니다 딱 보면 아는데 짭에서는 저런 재질과 라인과 디테일이 안나온다, 언젠가 외제차 몰고 온걸 봤다. 사는집 아들임이 틀림없다 명품이 맞다 등등 설왕설래가 많다.
어느 순간부터 게이라는 소문이 돈다. 의대를 다녔는데 게이라서 학교에서 잘렸다는 소문도 돈다. 아버지가 강남에서 유명성형외과를 했는데 아들이 게이라는 소문에 병원이 망했다는 소문도 돈다. 그러나 그 모든 소문에도 함구하고 있어 강남서 여경들 속은 터져만 가고, 수선과 지국과, 사경까지도 궁금증에 미쳐만 간다.
에이즈환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출동했다 피해자 방에 있는 약병을 보고 누구보다 빨리 알아챈 태일은 팀원들에게 알려준다. “살해당한 피해자가 에이즈 환자네요. 다들 장갑 착용하시고...” 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들 소리치며 혼비백산에서 방을 빠져나가버리는 수사관들. 그모습에 태일은 울컥 화가 치민다. 살해범을 찾아 지방으로 검거를 간다. 무사히 살해범을 검거해 돌아보는 길에 태일은 가슴이 터질듯 답답함을 느낀다. 죽은 형이 떠올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을 또 한번 아프게 확인해서....그때 사경이 못참고 묻고 만다. “너 정체가 뭐야? 의대 나왔다는데 진짜야? 아니지? 의대 나온 애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그리고 말 나온 김에....너 진짜 게이야??” 순간 울컥 화가 치민 태일은 대답 대신 사경의 입에 입을 맞춘다. 나쁜남자 본능이 발동해 버린것. 사경은 당황하고. 지국은 패닉에 빠지고, 소문은 일파만파되어 서안에 퍼져나가는데...
소문대로 의대졸업하고 인턴1년차까지 마쳤다. 정형외과 학과장인 아버지는 엄격한 가부장의 표상이었다. 중1때 담배에 딱 한번 손을 댔다 동네 뒷산에서 죽도록 맞은 이후 담배는 쳐다도 안볼 정도였다. 그만큼 아버지는 늘 무서웠고, 그래서 아버지가 가라는 의대에 아무 생각없이 입학했다. 그러나 막상 입학해보니 의대는 적성에 안맞았다. 다방면의 인문 사회학 공부를 하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지만,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무시하고 덮어버렸다. 보장된 미래가 있는 의대 졸업생이란 타이틀을 태일 역시 쉽게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
큰형은 태일과 달랐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한 적이 한번도 없이 늘 아버지랑 부딪히며 자유롭게 살았다. 아버지 반대를 무릎쓰고 경찰이 되고 싶다고 경찰대에 입학하더나. 이년만에 돌연 중퇴했다. 영문을 물어도 대답을 않는다. 그후 몇년간 뭘 하는지 방황하더니 어느날 돌연 공부를 하겠다 유학을 떠났다. 또 몇년 만에 훌쩍 돌아온 형. 어느날 유학을 다녀온 형의 오피스텔에 연락없이 갔다가 형이 동성애인과 함께 침대에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형이?...그때부터 태일은 형을 피했다. 절로 호모포비아가 됐다. 형은 태일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태일은 계속 형과의 대화를 피했고 형이 찾아오면 병원서도 나와 버렸다. 어느날 형이 부모님을 찾아와 이왕 태일이도 안것 이제 커밍아웃을 하겠다고 했다. 부모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형과 끊임없이 부딪히고 형이 밖으로 돌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커밍아웃을 하면 형을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죽여버린다고 방에 있던 사냥 총까지 들고 나와 형에게 겨누며 협박했다. 며칠뒤 형이 제발 한번만 만나자고 했지만 태일은 끝까지 형을 만나주지 않았다. 그날밤 형은 자살했다.
그때가 인턴 1년차 였는데 더는 계속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환자처치를 해야 했는데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잘못하면 환자를 죽일것 같았다. 결국 중도 포기했다. 내 인생까지 망쳐버린 형이 용서하기 힘들었다. 아버지도 용서가 안됐고, 엄마도 보기 싫었다. 여행을 떠났다. 네팔 안나푸르나 꼭대기에서...그제야 비로서 정말 용서가 안되는건 자기 자신임을 깨달았다...형이 경대를 중퇴한 이유도 동성애자임이 문제가 되서였을꺼라는 것도...형 죽고 처음으로 울었다. 그러다 문득 형이 못해본 경찰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혹시 형이 자신을 용서해줄까....
그렇게 들어온 강남서 형사과에서 세상에서 제일 말많은 지국을 만났다. 처음엔 그입에 걸레를 쑤셔넣고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수다도 견딜만 해졌다. 어쩌면 이놈도 외로워서 이렇게 떠드나 싶다. 점점 대구와 수선이에게도 관심이 간다. 말없고 거친 대구지만 어쩐지 마음이 간다. 눈빛에 분노와 슬픔과 혼돈이 가득한 녀석이다.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이십대 초반 죽은 형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수선이는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눈길이 돌아갈 미모에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수선이를 바라보는 대구의 눈빛을 느낀다. 대구보다 더 빨리 대구의 감정을 캐치해 내는데...
6. 김사경(36세)
21살 꽃다운 나이에 순경부터 시작 교통과 아동청소년과 등을 순환하다 드라마 초반 강남서 형사과 실종팀장으로 발령받아 부임한다. 처음 발령을 받고 주춤했지만, 판석이 있다는 이유로 피하기 싫었다. 피한다면 그가 나를 피해야한다.
여전히 판석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있다. 11년이란 세월이 무색할만큼 아직도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날 그순간만 생각하면 가슴에서 불덩이가 화닥거린다.
15년전 사경과 판석은 서로에게 첫눈에 반했다. 8개월의 연애를 거쳐 결혼한 두사람은 나란히 마산서에 발령받았다. 보기 좋게 잘생기고 예뻤던 두사람은 당시 마산서의 장동건-고소영으로 불릴만큼 화제였고, 결혼 1년만에 건강하고 잘생긴 아들도 얻었다. 육아 초반 판석의 워커홀릭 기질로 잠시 힘들었지만, 사경이 안정적 출퇴근이 가능한 업무지원부서로 옮기면서 더는 마찰도 없었다. 진실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아들 4살 되던 어느날, 사경이 2박3일 제주도 출장길에 올랐을 때, 아들이 죽었다. 놀이방 앞 교통사고 사망이었다. 판석이 아이를 픽업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판석은 그날 아들을 데리러 오던 길에 피해자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렸던 것. 그저 남의 아들 전화 한통에 내 아들은 죽어나가거나 말거나 달려갔던 것. 아들이 죽고도 몇시간이 지나서야 판석은 응급실로 달려왔다. 그 몇시간 동안 판석의 머리 속에 4살짜리 아들은 완벽하게 사라졌던 것이다. 용서할 수가 없었다. 죽어도, 죽어서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빼어난 미인이다. 패션감각 뛰어나 형사과에 흔치 않은 감각 있는 외모와 패션을 고수한다. 여형사에 대한 판에 박힌 편견을 누구보다 깨고 싶어, 고루한 사고에 갖혀 있는 남자 형사들 보란듯, 일부러 치마도 가끔 입고 예쁘게 꾸미고 다닌다. 이제 시대에 맞게 형사도 변해야 한다 생각한다. 언제나 형사표 후질그레한 복장에, 번번히 절벽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매번 한계에 도전하며 일할 수는 없다. 외국 수사물의 근사한 수사관들처럼까진 아니어도 조폭과 형사를 구분 못한다는 우수개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그 어떤 일보다 전문적이고 가치있고 보람된 이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 때문에 3D업종 막일로 분류되는 것도 화가 난다. 많은 여자 후배들이 형사과를 지원했다 기겁하고 나가 떨어지는 것도 여전히 20세기 프레임을 가진 까닭이다. 21세기면 21세기 형사가 나와야 한다. 후배들이 좀 더 좋은 토양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게 선배로서 할 수 있는 한 애써보고 싶다. 선배는 캄캄한 어두운 곳을 먼저 나아가는 사람이라 했다.
호오가 분명하고, 의사표현도 분명하고, 화법은 돌직구다. 소신 있고 강단 있고 오기도 고집도 강하다. 남의말 남의이목 신경쓰지 않는다. 아들의 죽음 이후 본질적인 것들 외엔 신경 쓰지 않는다.
드라마 초반 대구를 이용해 판석을 여러 차례 자극하고 괴롭힌다. 그러는 자신이 유치하고 징그럽단 생각도 해보지만, 여전히 일밖에 모르는 판석을 볼 때마다 부글부글 치밀기에 어쩔수가 없다.
그런데 판석과 수선이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 자주 눈에 띤다. 판석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이렇게 낯설고 싫을 줄은 몰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 없을줄 알았는데....
대구를 이용하는 것이 자꾸 미안해지는데, 가만 보면 대구도 전시용으로 자신을 꽤나 이용하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대구에게 판석에 대한 증오심이 있는걸 눈치챈다. 그 이유를 뒤늦게 알고 많이 놀라고 당황한다. 세사람의 얽힌 인연과 상처에 대해 많은 생각도 하게 된다.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자신이 아닌 판석이라는 것을 그제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기 시작한다.
어느날부턴가 신경 쓰이는 녀석이 생겼다. 황당하게도 한참 어린 팀원 박태일이다. 미움과 원망이 조금씩 비워져 나가는 사경의 가슴에 새로운 사랑이 슬며시 찾아오는걸까?
7. 이응도(39)
강력2팀 반장. 외모부터가 타고난 형사다. 다부진 몸, 험악한 외모.
성질이 급해 뭐든 결론부터 묻는다. 피의자 신문 때도 “죽였어 안죽였어?” “훔쳤어 안훔쳤어?” 프로파일러 요청해서 열심히 프로파일링 하는데 중간에 말 뚝 잘라먹고 “그래서 범인이 누구라구요?”
외모와 달리 편편하고 포용력있다. 의리있고 착하고 품도 넓다.
수사는 머리보다 몸이다. 일단 외모로 기선 제압하고 적당히 허풍도 치고 겁도 주고 - ‘한번 보자 오줌 냄새가 나는지 똥냄새가 나는지’ 성형외과에서 뻗뻗하게 나오자 일단 겁주고 시작하고, 등등
강남과 꽤나 맞지 않아 때려칠까 했는데 판석이 팀장으로 온다니까 다시 남았다. 판석을 진심으로 따른다. 경찰을 늦게 시작해 판석이 첫조장이었다. 한번 조장은 영원한 조장이니까. 주전공 조폭. 부전공 마약. 관리하는 정보원들도 좀 되고, 간간히 첩보도 꽤 물어온다.
형사의 직업병인 의심병이 있다. 김치찌개 먹자면 김치는 약을 써서 삭히고 다 중국산일꺼다. 동태찌개 먹자면 세륨이 많다. 요즘 뉴스도 안보냐? 그러다 결국 콩국수 먹으러 가면 이건 기계로 간 콩이다. 직접 갈은 콩이 진짠데 이건 가짜다. 수선이 저쪽에 콩 놓여 있잖아요? 해도 그건 전시용이다. 등등.
유부남. 7살 된 아들과, 올초 딸을 하나 더 낳았다. 한동안 딸바보 되어 벙실벙실 웃고 다녔다. 갑자기 아들 건도가 아프다. 급성 폐렴이란다. 며칠 병원에 입원하면 될 줄 알았는데, 며칠 뒤 의사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병명을 얘기한다. 급성폐섬유화.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폐가 굳어가는 병이란다...
8. 차일환. 과장(49)
강남서 형사과장. 계급은 경정. 조직사회에 최적화 된 아부형. 윗선에 충성하고 아랫선은 갈궈댄다. 오로지 개인의 영달과 입신에만 관심이 있다. 판석을 싫어한다. 윗사람의 신임을 받는 것도 싫고, 나대고 잘난척 하는 것도 싫다. 팀간 조직간 위계와 합의를 무너뜨려가며 사건이라면 환장하는 것도 싫고, 과장인 자신을 공경할 줄 몰라서도 싫다. 능력있어 어쩌지 못하지만 내심 잔뜩 벼르고 있다. 판석을 스카웃한다는 서장의 결단에 차마 어쩌지 못하고, 몇날 며칠 끙끙대다 사경을 실종팀장으로 불러 들인다.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복수였다.
늘 생리중인 여자처럼 신경질적이다. 의심병도 많고, 말도 많다. 말로는 늘 경찰의 비애, 관료조직의 문제점 등등 운운하며 윗분들을 씹어대지만, 서장님 뜨는 곳엔 늘 차과장이 있다. 윗분들과 관계 되는 일은 그 누구보다 빠른 LTE급 속도와 충성을 보인다. 몸은 무지 챙긴다. 온갖 건강보신음료에 관심이 많다. 틈만 나면 홈쇼핑 인터넷쇼핑한다.
9. 곽동우. 서장(50)
강남경찰서 서장. 경대 출신이다. 강남서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부정부패 척결의 강한 의지를 보인다. 돌발 행동 잦고 적이 많은 판석을 굳이 끌어들인 것도 그런 의지의 표명이다. 차과장이 판석을 마땅찮아 하는거 잘 알고 있지만 모른척한다. 사경을 끌어들이는 검은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역시 모른척 했다. 서로에 대한 긴장과 견제가 조직에는 꼭 필요하니까.
일종의 능구렁이다.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
직원들 정신 함양과 교양 증진에 관심이 많고, 건강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
언론에 특히 민감하다. 언플을 해보려 미담 발굴과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차과장과 달리 기본적으로 경찰조직에 애정이 있다. 한때는 진급과 승진에 목숨 걸었지만 이제는 많이 내려놓고 비웠다. 현실적으로 더는 올라가기 힘들것 같고, 이젠 오래버티기. 정년퇴직이 목표다. 젊은날 선생님 질문의 의미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공연히 폼 잡고 싶을 때 한번씩 직원들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기차를 타고 가다 신발을 한짝 떨어뜨렸다. 그럴때 어떡하겠니?”
“내려서 얼른 주워 올껍니다” “니가 아직 젊구나. 나는 다른 사람이라도 신을 수 있게 마저 한짝 던져주겠다”
10. 장애연(57)
건설업체 오너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아쉬운거 없는 슈퍼갑으로 살아왔다. 지독한 자기중심과 유아독존의 화신이다. 타인의 마음 같은거 헤아릴 이유가 없다. 타인이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다.
대학시절 첫눈에 반한 남자가 남편 신검사였다. 아버지 장회장도 첫눈에 신검사를 맘에 들어하셨다. 호랑이 상이라고 크게 될 인물이라고. 남편은 늘 바빴지만 이해했다. 그런데 부산지검으로 내려간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었다. 그여자가 지용모였고, 여자의 직감으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신검사가 그여자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줬다는 것을. 그래서 15년만에 그녀를 다시 봤을 때, 더구나 그녀가 몰래 아이까지 낳아 키우고 있는 것을 봤을 때는 더 참을 수 없었다.
처음엔 그녀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남편도 아이의 존재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고, 그녀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면 적당히 손봐주고 용서해 줄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여자는 너무나 뻔뻔하고 당당했다. 타국으로 떠나라는 말에는 비웃기까지 했다. 그날로 아버지가 신뢰하는 철희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데 자신의 팬던트가 사라진걸 알았다. 그리고 그 팬던트가 아들 손에 들려있다는 것도. 그래서 대구까지 죽이려 했던 것. 다행히 철희가 팬던트도 찾아오고 무사히 해외로 출국해 모든 일은 완벽하게 잘 끝났다.
그런데 11년만에 철희가 귀국해 문제가 생겼다. 더구나 경찰 둘이 11년전 그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다닌단다. 하필이면 딸애가 에스그릅과 혼사를 앞둔 이때. 짜증이 솟구친다. 이일을 어떻게 해결하나...
11. 신지일 (59)
대구의 생부다. 검사 출신 전직 장관. 가난한집 차남으로 태어나 혼자서 성취해온 자수성가형 야심가. 한때는 정의사회구현을 꿈꿨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돈과 권력에 중독된 일그러진 이시대의 지성.
현재 신지일은 정계 입문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총선때 비례대표가 예약된 상태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아내에게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듣는다. 이제는 그 기억조차 희미한데, 아내 정애연이 살인교사를 한적이 있고, 그 대상이 15년전 자신의 외도상대였던 여자라고.
12. 그외
수선모(50). 경일. (2팀조장. 30대중반). 킬러. 재벌2세. 태일부등
3. 줄거리
<1부>
테헤란로. 언덕길에서 거칠게 달려 내려오는 조폭의 그랜져. 그뒤로 달려 내려오는 강력2팀의 형기차. 차안에 판석 응도 P4가 타고 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중인데, 뒤따르는 형기차 운전이 영 미숙하다. 그랜져는 차들 사이를 쇽쇽 빠져나가 이미 저만큼 내뺀다. “차세워! &%$@” 쌍욕과 함께 터지는 판석의 고함. 지국이 차를 세우기도 전에, 옆자리 판석 사정없이 지국을 문밖으로 차내버리고 옮겨타 운전대를 잡는다. 형기차 이내 출발한다
다시 시작되는 추격전. 거침없이 질주하는 판석, 단박에 격차를 줄이며 그랜져를 추격한다. 차들 사이를 잘도 헤치며, 과속방지턱도 거침없이 통과. 그때마다 심하게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차안. 격한 요동에 온몸이 스프링 인형처럼 흔들리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천정에 머리가 수없이 부딪히는 수선, 넘어올것 같다. 대구와 태일도 손잡이 떨어져라 잡으며 버틴다. 공사 트럭(혹은 신호대기)에 막혀 조폭들 더는 전진을 못하자, 차에서 내려 도망치기 시작한다. 판석도 차를 세우고 튀어나간다. 응도 내리다보면, 대구 태일 앉아 있다. “뭐해 안튀어나가고 잡아!!” 그제야 내려 뒤쫓는 대구 태일 수선. 수선은 내려서자마자 화단을 향해 비틀거리며 달려가 오바이트를 하고, 버려진 지국 저만큼 택시 타고 달려와 내리고.
달려오는 조폭1,2. 달려오는 판석 응도, 그 뒤로 달려오는 대구와 태일. 조폭1,2 갈라진다. 판석과 대구 조폭1을 좇고, 응도와 태일 조폭2를 좇는다. 수선과 지국 뒤따라 달려오지만 아무도 없다. 두사람 이리저리 둘러보다 엉뚱한 곳으로 달려간다.
판석을 앞질러 전력질주해 달려오는 대구. 조폭1 코너 돌아 사라진다. 코너 돌아 달려나오던 대구 바닥의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진다 에이씨. 조폭1 지국을 인질로 잡고 칼을 겨누고 있고, 수선 당황해 어쩔줄 모르고 있다. “저기요 진정하시구요”“오지마, 오면 죽여” 수선과 조폭 사이에설왕설래가 오가는데, 지국 다급히 외친다.“안돼, 안돼. 쏘지마”. 대구가 테이저건을 겨누고 있다. 대구 망설임없이 테이져건 발사! 조폭1과 지국 함께 기절한다.
<자막. 11년전>
귀여운 상남자 경상도 소년 지용(중3, 15세)은 양호교사인 엄마와 마산에서 단 둘이 살고 있다. 또다시 몽정으로 아침을 시작한 지용. 한창 사춘기인 지용은 요즘 엄마한테 꽤나 시크하고 퉁명스럽다. 엄마는 아들의 몽정을 눈치채고 팬티를 벗어 내놓으라는둥 자위행위를 할 때는 위생에 신경 쓰라는 둥 지용이 기절할 얘기만 골라한다. 양호교사인 엄마는 그런 얘기가 아무렇지도 않은가 본데 지용은 엄마랑 그런 얘기를 주고 받는다는게 식겁하고 짜증난다. 15세 사춘기 소년의 뇌구조를 죽었다 깨나도 이해할 리 없는 엄마다. 내 머리속은 지금 핵폭발 중인데 느닷없이 토욜밤 벚꽃구경을 가잔다. 요즘 부쩍 지용은 아버지가 계셨으면 좋겠다 싶다.
지용은 오늘도 하교시간 맞춰 여고 앞 분식집으로 향한다. 이시간이면 마산얼쩡 혜지(17세,고1)가 분식집에서 간식을 먹기 때문이다. 오늘도 분식집에는 혜지와 친구들이 간식을 먹고 있고, 그 주변에 많은 추종자들이 김밥 라면 등을 먹고 있다. “누나 안녕하세요?” 지용 인사를 해보지만, 도도하고 까칠한 혜지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만 떤다. 홀 써빙 중인 수선은 추종자들로 꽉찬 분식집 풍경에 짜증이 난다. “이 문디들 다 먹었심 좀 쳐 나가라” 소리쳐 보지만, 추종자들 끔쩍도 않고. 혜지 ‘2002 청소년을 위한 자유충전 콘서트’를 보고 싶은데 야자 땜에 못봐서 짜증나 죽겠다고 한다. 지용은 결심한다. 혜지에게 콘서트를 보여주기로.
몰래 여고 방송반에 잠입한 지용은 야자 중인 2학년 교실에 콘서트를 틀어준다. 여고 교실은 난리가 나고, 교정 가득 함성이 터져나온다. 놀란 선생님들은 “누구야” 방송반을 향해 달려오고 지용은 대걸레로 저항해 보지만 30분도 못버티고 진압당해 끌려나온다. 끌려 나오면서도 어떡하든 혜지에게 어필하기 위해 교사 쪽에 대고 소리소리치는 지용. “누나 혜지 누나. 나 지용이에요 김지용. 아까도 분식집에서 인사 했잖아요. 누나를 위해 콘서트를 틀었어요. 잊지 말아요 나 김지용이에요” 혜지반 여학생들 와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양호실. 엄마에게 협박범이 찾아온다. 한달전 발생한 폭행사건 가해자 학생측 부모가 보낸 사람들이다. 양호교사로서 최초로 피해자의 심각한 피해 상황을 본 엄마에게 검찰에 출두해 진술하지 말라고 협박한다. 울리는 전화벨.
엄마 여교 교무실에 불려온다. 아들이 여고 방송반에 납입했단 말이 믿을 수 없는 엄마. 집으로 오는길 왜 그랬냐 물어도 말없이 버티기만 하는 지용. 집앞에 협박범이 서있다가 두사람 향해 씨익 웃는다. 엄마 당황해 지용을 먼저 들여보낸다. 아들까지 키우시는 분이 너무 겁이 없다며 다시 협박하는 협박범. 엄마 왈칵 두렵다. 엄마 걱정말라고 증언 안할테니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말한다.
지용은 그런 엄마를 오해해 누구냐 묻는다. 엄마는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오늘 왜랬냐 계속 캐묻자 지용 와락 짜증낸다 “글쎄 할 말 없다니까. 말해도 모린다. 엄마가 아빠가 아닌 이상” “아빠 돌아가신거 맞나? 돌아가셨으면 왜 제사도 안지내는데?” 당황하는 엄마 “나 이제 얼라 아니다. 살아있으모 말해라. 내 이제 다 이해한다. 내가 홍길동도 아니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하고 살 이유도 없고, 부를 마음도 없다. 그냥...알아둘라 그런다. 죽었나 살았나” 엄마는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제는 아들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걸까?.
다음날 엄마는 부산검찰청으로 찾아간다. 한참을 망설이던 엄마 결국 돌아선다.
그날 오후 못하겠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신입경찰(판석)이 찾아온다. 판석은 열정적으로 엄마를 설득한다. 성폭행까지 당한 여학생을 위해서 용기를 내달라고. 엄마는 송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거듭 강하게 거절하고, 판석은 혹시 협박 같은거 받은거냐 묻는다. 엄마는 그제야 그렇다고 그러니까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아들이 올 시간이니 그만 돌아가라고 하는데, 지용은 이미 들어서 있었다. 그제야 어젯밤 남자들이 협박범인거 아는 지용. 판석은 한번만 더 생각해 달라고 피해자 사진을 놓고 간다.
그날밤 잠 못 이루며 경찰이 놓고간 사진을 들여다 보는 지용. 역시 엄마도 잠못 이룬다. 모자는 서성이다 거실에서 만난다. “코코아 마실래?” “내가 얼라가 아직도 코코아나 마시게” “그럼 니가 애지 어른이야?” “그아도 아빠 없이 컸다며?” “....어 그렇다대” “참말 증언 안할끼가?” “안해” “엄마 아니면 증언할 사람 없다매” “그건 그애 사정이고. 왜 그런 눈으로 봐? 엄마 협박도 당했다니까?...엄마한테 실망해도 할 수 없어...엄마 안할꺼야” 더는 아무말 못하는 지용. 코코아만 마신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엄마 마음 무겁다 “....미안해” “나한테 미안할꺼 없다.” “미안해” “그칼꺼 없다니까” “아냐 요즘 엄마 너한테 미안한게 많아. 아빠없이 키운 것도 그렇고.” 지용은 그런 엄마를 힐끔 본다. 그제야 요며칠 엄마한테 불퉁거렸던 것이 미안해진다. “참말로 미안해 하지마라....나만 아빠가 없었나?....엄마도 남편이 없었잖아...내 빨리 커가...엄마 지켜주께” 갑자기 울컥해지는 엄마...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언제 이렇게 반듯하게....
엄마 결국 증언하기로 결심한다. 다음날 엄마 검찰에 출두해 목격자 증언을 한다. <11년 뒤에야 판석을 통해 엄마가 잘 자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 증언했음을 알게된다>
혜지 지용 수선 유도중이다. 지용의 관심은 오로지 혜지. 파트너(수선) 뒤쪽 혜지만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갑자기 몸이 공중에 붕 뜬다. 수선에게 엎어치기 당한것. “할꺼면 똑바로 해” 불시에 내던져진 지용은 열받고 쪽팔린다. 지용 제대로 붙는다. 이번엔 지용이 파트너를 메다 꽂아버린다. 분하고 또 분한 수선. 쪼끄만한 놈이라고 무시했다 쪽팔리고 화나고. 그러는 사이 혜지는 어느새 가벼렸다. 에이.
유도관밖. 날이 꽤 춥다. 수선 후드티 모자 눌러쓰고 나서려는데 “누나” 부르는 소리. 돌아보면 지용 다가와 선다. “누나 이름이 수선이지요? 어수선이?” “그런데?” “성이 절묘하네요” “죽을래” “아니요...부탁이 쪼매 있심니더?” “뭔데?” “이거 좀 혜지누나한테 전해주이소” 하며 CD를 내미는 대구. 어이없는 수선. 그래도 받아든다 “헛돈 마이 쓴다” 휙 나서는데 스스로 반쯤 풀린 운동화 끈을 밟아 끈이 화락 다 풀린다. 수선 시디를 옆구리에 끼고 운동화끈 묶으려는데, 지용이 제지 하고 앉는다. 지용 수선 앞에 한쪽 무릎 세워 앉아 운동화 끈을 묶어준다. 매듭이 예쁘고 독특하다. 수선 어쩐지 순간적으로 설레는 기분이다. 다 묶은 지용 일어나며 씨익 웃는다. 지용 “꼭 좀 전해 주시소” 인사하고 뛰어간다. 수선 저도 모르게 그모습 바라본다...이내 후드티 눌러쓰고 이내 달려가는 수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온 지용. 그런데 늦도록 엄마는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까지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불길한 지용은 밤새 한숨 자지 못하고, 날이 밝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간다. 지용은 판석을 찾아 엄마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알린다. 판석도 내심 당황하지만 지용을 다독인다. 걱정 말고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얼른 찾아보겠다고. 엄마에게는 계속 소식이 없다. 점점 더 불안감에 밀려드는데...
깜빡 졸던 지용. 퍼뜩 잠에서 깨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 지용은 본능적인 위험을 느낀다. 얼른 침대 밑에 숨는다. 구두발이 들어선다. 구두발은 집안을 여기저기 둘러보다 이곳저곳 다니며 뒤지기 시작한다. 숨도 못쉬는 지용. 의자 책상 등도 뒤집어 엎어가며 뭔가를 찾는 구둣발. 드디어 침대 밑도 보는 구두발. 그런데 침대 밑에 지용 카페드 말아놓은 것에 몸을 가렸다. 구둣발 손을 넣어 카페트 밑을 훑는다. 지용 심장이 터질것 같다. 눈앞에 손이 다가왔다 멀어졌다 다시 다가온다. 구두발 신경질적으로 물건들을 몇차례 뒤집어 엎다가 어느 순간 찾기를 포기하고 집을 떠난다. 공포감에 한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는 지용. 갑자기 공포심에 과호흡이 온다. 고통스로운 지용. 기듯이 씽크대로 다가가 서랍을 열어 비닐봉지를 뒤집어 쓰고 주저앉아 애서 호흡을 가라앉히는데, 그때 지용 시선에 씽크 안쪽 모서리에서 작은 팬던트가 하나 보인다. 기어가 팬던트를 집어드는 지용. 엄마껀가? 아닌것 같은데?
그순간 판석은 산속에서 엄마의 사체를 발견한다. 충격받은 판석 그리고 벨이 울린다. 지용의 전화다. 차마 전화를 받지 못하는 판석.
남자가 칩입한 사실을 알리려 경찰서로 직접 찾아온 지용. 판석 결국 지용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린다. 영안실에서 엄마의 죽음을 확인한 순간 무너지듯 오열하는 어린 지용.
그날밤 지용은 두려움에 집에도 가지 못하고 빈 노래방에 혼자 앉아 있다. 그러다 팬던트를 다시 꺼내 본다. 다시 봐도 엄마의 물건이 아니다. 어쩌면 구두발이 찾던 것이 이것일 수도 있다. 지용은 판석에게 전화를 건다. “집안에 팬던트가 하나 떨어져 있어요. 엄마를 죽인 범인과 관련 있을거에요. 어젯밤 칩입한 남자도 이걸 찾았던거 같아요” 판석은 지용에게 노래방으로 오겠다고 한다.
그런데 판석을 기다리는 지용에게 나타난 것은 구둣발. 한밤의 추격전. 밀려드는 공포.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간신히 목숨을 구한 지용은 무의식적으로 판석에 전화를 하려다가 주춤 멈춘다. 구두발이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았을까? 그렇다면 판석과 구두발이 한패?...어린 지용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숨이 멎을 듯 무섭다. 엄마가 죽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데, 이제 누군가 자신마져 죽이려 한다.
갈곳 없이 떠돌던 지용은 잠을 청하기 위해 유도관에 숨어든다. 그런데 그곳으로 또다시 나타난 검은 그림자. 지용은 다시 도망을 간다. 도망치던 지용은 그제야 팬던트가 없어진걸 알게 된다. 절망하는 지용. 그길로 지용은 자취를 감춘다. 다음날 유도관을 청소하다가 팬던트 하나를 집어드는 손길. 수선이다. <F.O>
<F.I>
신새벽. 노량진. 교회앞. 삼다스 슬리퍼에 바지를 입고 서있는 청춘들. 영어단어장이나 휴대폰 인강청취등에 여념이 없다. 그 사이에서 삼다스 차림의 수선모습 보인다.
식판을 앞에 두고 폭풍흡입중인 수선. 흡입 와중에도 모의면접 준비에 한창이다. 전화벨 울린다. 예상대로 엄마다. 마지못해 받는다. “마트에 캐쉬자리 알아놨으니 이번 시험 떨어지면 무조건 취직해 이 시멘대가리야! 문구점 개도 삼년이면 ABC로 짖더라. 어떻게 3년이 다 되가도록 합격을 못해! 이 똥개만도 못한 돌팅아!!”.....신이 바빠 대신 내려 보낸 대리인이 엄마란다. 그런데 우리집엔 대부업자를 내려 보내신거 같다. 또 벨이 울린다. 볼것도 없이 학자금 대출해준 은행이다. “당황하셨죠 고객님임? 잠시 깜빡하셨나봐요~ 오늘까지 돈을 넣지 않으면 통장이 정지될 수 있거든요” “맘대로 하세요. 정지시킬 통장이 없거든요” 수선 전화를 끊고 다시 폭풍흡입하며 모의면접 예상지를 본다.
경시모(경찰공무원시험준비하는사람들의모임) 모의면접 스터디다. 폭행이냐 상해냐 등 알쏭달쏭한 예상문제들 서로 공유하고, 새로온 은대구 소개되고, 조가 나뉘어 모의면접베틀이 시작된다. 대구와 수선 한조가 된다. 대구 수선에게 질문을 퍼붓는데 수선 제대로 대답 못한다. 질문의 난도도 높고 너무 집요하다. 수선 점점 궁지에 몰리자 유치하게 화를 내버린다. 대구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가방 싸들고 일어나려 하자, 수선 그제야 미안하다고 다시 제대로 해보자 붙잡는다. 대구 그런 수선에게 말한다. “몇번째 도전이에요?” “다섯번째요. 그러니까 나 이번엔 꼭 붙어야 하거든요...이번엔 잘할게요. 다시 해요” “다섯번째 낙방의 쓴맛을 피할 확실한 방법 하나 알려줄까요?” 눈이 번쩍 뜨이는 수선 “예 뭔데요?” 대구 세상에서 가장 재수없는 표정으로 내뱉는다. “시험 치지 마. 너 또 떨어져” 뭐??
쳐다도 안보고 나가버리는 대구. 그날밤 분해서 잠을 못자는 수선.
컵밥으로 끼니 때우며 코피 쏟아가며 공부하는 수선. 그리고 드디어 시험 당일.
한달후. 노량진에서도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낡은 고시원.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고시원방 이불 속에서 미세한 불빛 하나 새어나오고 있다. 곧이어 이불을 박차고 환호성을 지르는 그녀, 수선이다. “꺅~~~!!! 합격이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 감사합니다!!” 좁은 방에서 광녀되어 날 뛰는 수선. 옆방에서 조용하라고 방문을 두드린다. 소리없이 온몸을 비틀어대며 좋아 죽는다. 그러다 와락 눈물이 터지는 수선. 허탈감에 자꾸 눈물이 난다. 그날밤 노량진 고시원 건물에는 합격의 기쁨에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방과, 일찍 불이 꺼지는 방이 확연히 갈린다.
중앙경찰학교 몽따지. 훈련받는 수선의 모습. 그리고 수선과 마주치지 않지만 대구도 훈련을 받고 있다 / 통장내역을 확인하고 기절하는 수선. 엄마가 80프로, 은행이 20프로를 뽑아가서 통장에는 여전히 잔고가 4885원. / 휴게실. 켜진 텔레비젼에서 강남서 이경일 비리사건 보도 중이다. 비리의 온상 강남서 쇄신을 결정한 서장의 인터뷰도 나오고...여경들과 수다떠는 수선. 수당이 제일 높은 부서가 어딘가를 묻자, 누군가 형사과라고 한다 / 게시판 앞에서 눈을 빛내며 보고 있는 수선. 강남서 형사과에 신입형사 모집 공고가 붙어있다.
강남 일각. 으리으리한 빌딩과 건물들, 지나가는 사람들도 어딘가 다른다.
레옹의 마틸다처럼 화분 하나 옆에 끼고 벅찬 가슴으로 강남서를 올려다보는 수선. 그러다 이내 바람빠진 풍선처럼 실망하는 수선. 아니 무슨 강남의 경찰서가 이래? 이건 강남이 아니잖아? 철거 직전의 낡고 칙칙한 사옥이다. 그옆으로 흥분되는 표정으로 다가와 서는 촌스러운 부여남자 지국. 역시 강남서의 낙후한 모습에 몹시 실망스럽다 “이거 강남서 맞아요?” 묻는데 그옆으로 닥터드레 헤드셋에 새끈한 전동보드를 타고 휙 지나가는 모델 뺨치는 남자, 태일이다.
형사과장에게 따지는 판석. 장난해요? 언제부터 강력계 형사과에 일년차로 도배를 하냐고? 쇄신이고 나발이고 최소한 이삼년차는 줘야지 이건 일하지 말라는거지?
그러나 들은척도 않는 형사과장. 아침조회하러 이동한다.
형사과 전원집합이다. 수선 기분좋게 서있다. 지국 태일 나란히 서있고, 그 옆에 대구 서있다. 사무실 여기저기를 눈동자 굴리며 둘러보던 수선 그제야 대구를 본다. 설마? 맞네 그 개싸가지? 수선 에이 기분이 확 구겨진다.
서장님의 교양 말씀 중이다. 먼저 팀장 소개를 한다. 판석과 팀장들이 소개되고 마지막으로 실종팀장 사경이 소개된다. 판석 몹시 놀란다. 이런! 형사과장 짓임을 단박에 알아챈다. 사경 역시 판석의 눈길을 느끼지만 쳐다도 안본다. 서장님의 교양말씀은 비장미마저 풍기며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이제 강남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까똑왔숑”. 당황해 얼른 서장 눈치 살피며 서장보다 더 구겨지는 과장의 얼굴/
2팀방. 판석 앞에 서있는 네명의 신입들. 응도는 기가 막히고, 경일은 코가 막힌다. 조심스레 수당을 묻는 수선. 조심스레 퇴근시간을 묻는 지국, 모든 말을 오른쪽 헤드폰으로 듣고 왼쪽 헤드폰으로 흘리는 중인 태일과, 표정없이 온몸에 반항기 뿜어대는 대구까지. 할말을 잃고 그들을 지켜보던 판석 첫마디를 뗀다.
“오늘부터 강남경찰서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
그때 무선이 들어온다. “형1, 형1, 강남대로 일대 의자 난동 사건 발생” 강남대로 한 복판에 남자들이 의자를 놓고 앉아 버티고 있다는 신고! 첫 출동이다.
테이저건과 권총을 찬 P4의 모습, 속은 비었건 어쨌건 비주얼 하나는 끝내준다.
P4의 첫 출동길, 강남서 여경들은 그들의 화려한 비주얼에 홍해처럼 갈라진다. 그 사이를 보무 당당하게 나서는 P4의 모습에서 <1부 끝>
<2부>
그러나 평일에도 꽉막힌 강남대로. 경광등을 챙기라는 응도의 말에도 수선은 경광등 챙기는 걸 까먹고, 강력2팀의 허름한 봉고차(이하 형기차)는 꽉막힌 강남대로에 갇히고 만다. 무선은 계속 들어오고, 피해상황도 계속 들어온다. 답답한 판석 외친다. “모두 수갑 꺼내 들고 창밖으로 흔든다!” 판석과 응도를 따라 수갑을 꺼내 창밖으로 흔드는 P4. 그러자 차들이 갈라지며 길을 내준다. 신기한 한 수선과 지국/
현장 도착. 사건은 조폭들의 소행이었다. 담력을 키우기 위해 강남대로 한복판에 의자를 놓고 오래 버티기를 한 것. 조폭들 경찰차의 모습이 보이자 곧장 차에 올라타 도주하기 시작한다. 조폭들의 고급세단과 강력2팀의 낡은 형기차가 한바탕 추격전이 벌어진다. 추격전 끝에 대구의 테이져건 발사로 상황종료. 조폭1을 검거한다. /
돌아오는길. 테이저건의 충격에서 벗어난는 지국, 통성명을 시도한다. 지국 대구에게 악수를 건네는데 대구 쳐다도 안본다. 다시 한번 대구에게 만정이 떨어지는 수선. 태일은 간단한 눈인사만 건넨다. 수선만이 지국과 인사한다. 수선 이내 조폭의 문신을 흘낏댄다.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저기요...문신은 왜 했어요?” 그런 오합지졸 일년차 모습을 보고 있는 판석. 한심하고 암담하다.
판석 과장실로 돌진한다. 그러나 과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경과 딱 맞딱뜨리고 마는 판석. 일순간 경직된다. “...오랜만’ 이라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사경이가 판석의 뺨을 후려친다. 복도의 모든 사람들, P4도 모두 그자리에 놀라 선다. 거세게 뺨을 후려치고 사경은 말한마디 않고 그대로 가버린다. 판석 뺨이 다 얼얼하지만 내심 다행이다. 5년만에 보는 사경은 더 이뻐지고, 여전히 성질도 팔팔하다. 그제야 판석을 제대로 돌아보는 차가운 표정의 대구 /
첫날의 일상이 시작된다. 조폭1은 강남을 주무대로 하는 유산슬파 중 한명. 응도는 유산슬파 일당을 검거하기 위해 조폭1의 취조를 시작하고, 이를 대구와 지국이 돕는다/ 강남 유학생이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끌려온다. 경일이 맡고 태일이 돕는다. 조서 작성을 위해 경일이 묻는 말에 영어로 대답하며 꽤나 무시하는 기색. 태일 유창한 영어로 응한다. 갑자기 태도가 바뀌는 주취자./ 수선은 압수품 정리를 하며 출근 첫날을 보낸다. 퇴근시간을 30분 남겨둔 시각. 가방을 슬금슬금 싸며 슬슬 갈 준비를 하는데, 한 여자가 들어선다. 단아하고 청초한 분위기. 자신을 음대생이라 소개한 여자는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한다.
사귀던 남자친구가 수년간 자신을 괴롭혀왔고, 최근에는 집까지 침입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것. 혼자만 일없는 수선을 보고 판석이 수선에게 맡긴다. “어수선 니가 맡아. 이거 니 첫사건이다” “예” 무슨 의민지도 모르고 호기롭게 대답부터 하는 수선. 그런데 뭘 어떡해야 하지? 난감히 민원인을 바라보다 일단 해벌쭉 웃는다.
일단 그녀의 말을 다 들어보는 수선. 안만나주면 죽겠다고 생활이 안될 만큼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계속 자신을 미행하며, 집안에 침입한 흔적도 있다고. 사귀던 남자친구라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집 비밀번호를 바꿔도 몰래 들어오는 것 같다고. 잘 때면 꼭 누가 옆에 있는 기분이라 무서워 죽을 것 같다고...
또박또박 그녀의 말을 다 들은 수선 KICS 접속한다. “스토킹 피해자 대처법” 에 적힌 매뉴얼을 읽어보고...그대로 얘기해준다. “스토킹 자체로는 사실상 범죄혐의를 입히기에도 어려워요. 어디서부터 스토킹으로 봐야하는지 그 경계도 사실상 애매하구요. 입건해봐야 경범죄라 범칙금 8만원이 전부구요. 그렇기 때문에 협박 무단침입 등으로 엮는 수밖에 없어요. 그럴려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니까 이제부터 증거를 모으셔야 해요. 그전까지는 해드릴 수 있는게 별로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만나지 마시구요.”
그때, 검거된 유산슬파 조직원이 입감도중 수갑을 풀고 도망친다. 수갑이 꽉 조이니 조금만 느슨하게 해달라는 용의자의 요구를 지국이 들어준 것. 당황한 지국과 대구 얼른 잽싸게 뒤쫓고, 다행히 대구의 날라차기에 다시 잡혀온다. 십년 감수한 응도와 지국. 그 와중에도 실적부터 챙기는 지국. “이거 벌점처리 되나요? 다시 잡았는데...“ 판석 그모습에 더는 못참고 일어나 형사에게 직행한다.
갑작스런 소란에 더욱 불안해하는 여자. 수선 그녀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며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고 말한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주고 명함까지 건네는 수선이 고마운 그녀, 가방에서 자신이 직접구운 수제쿠키 하나를 주고 떠난다.
판석 형사과장에게 따진다. ‘언제부터 강력계 형사과에 일년차로 도배를 하냐? 최소한 이삼년차는 되야지? 오늘 하루 지켜보니 너무 암담하다. 최소한 두명만이라도 바꿔달라’ 그러나 과장 끝까지 판석을 총애하는 서장님 뜻이라고 둘러댄다. 훌륭한 서팀장에게 일년차를 다 맡기라 했다고. 일년차들 제대로 한번 키워보라고. 신사옥 갈 때까지. 그러나 과장의 속뜻은 2팀 와해와 판석 축출이 목적이다. 판석도 형사과장의 속내가 읽혀 열불이 난다.
드디어 6시! 수선은 판석 자리에 ‘어수선 퇴근합니다’ 포스트잇 하나 남기고 칼퇴근을 한다. 이어서 태일도 지국도 대구도 사라진다. 황당한 판석과 응도. 판석 눈앞이 캄캄하다. 이녀석들을 어떻게 하나/
지하철에서 격하게 해드뱅잉하며 졸고 있는 수선. ‘노량진역’ 소리에 칼같이 눈을 뜬다. 내려서는 이내 또 뛴다. 알바에 늦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경찰공무원 시험 족집게 과외’ 알바가 있기 때문. 알바 시작 전 수선의 전화가 쉴새없이 울려댄다. 월급 언제 타냐는 엄마 전화에, 용돈 좀 부쳐달라는 고2 동생의 전화, 학자금 대출금 갚으라는 은행 전화까지.... 정신없는 수선, 전화기를 꺼버린다.
납골당. 11년만에 엄마를 보러온 대구. 미소 짓고 있는 엄마 사진에 빙그레 웃지만 눈가가 붉어진다. “엄마...내 왔다”....
미제사건 서고. 대구 들어선다. 서고 한 켠에서 <마산 양호교사 살인사건>이라 적힌 사건 파일을 꺼내보는 대구. 거기에 처참하게 살해된 엄마의 사진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 지용의 사진도 있다.
그때 미제사건 서고문이 열리고 누군가 돌아산다. 서팀장이다. 대구, 한쪽에 숨는다.
서팀장도 <마산 양호교사 살인사건> 사건 파일을 들여다본다. 분노에 이글거리는 대구의 눈빛! 한참을 바라보던 판석 사건 파일을 챙겨 나간다. 익! 저걸 왜! 당장이라도 달려가 뺏어들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대구.
음대생에게 전화가 온다. 스토커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달라고. 다 정리하겠다고. 음대생 갈등된다. 수선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나 꺼진 전화기. 스토커 다시 전화한다.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달라고. 음대생 다시 수선에게 전화를 한다. 계속 꺼진 전화기. 갈등하는 음대생. 결국 대문이 열리고 음대생 나온다. 스토커 음산하게 서있다.
과외를 끝내고 나오면서 전화기를 켜는 수선, 기다렸다는 듯이 수선의 전화 울린다. 서팀장이다. “너 지금 어디냐?! 니 스토킹 고소인 살해당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귀 못알아들어? 니 고소인이 살해됐다고 이새꺄!!!” /
사건 현장. 골목길 일각. 강력2팀 다 모여있고, 폴리스라인 쳐져 있다. 정신없이 달려오던 수선 충격에 우뚝 멈춰선다. 벽에 기대 칼을 맞고 쓰러져 그대로 사망한 음대생. 어떻게 된거냐 묻는 판석. 당황해 선뜻 대답 못하는 수선. 판석의 호통에 퍼뜩 정신이 든다. 수선은 전날 자신이 보고 듣고 한 행동을 모두 말한다. 피해자에게 다시는 스토커를 만나지 말라는 말도 했다고. 메뉴얼 대로 다 정확하게, 명함까지 주면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는 말까지도 했었다고, 점점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방어하게 되는 수선. 대구는 피해자의 모습에 자꾸만 엄마가 겹쳐지고/
경찰서 도착한 대구 살해현장의 피를 본 트라우마로 다시 과호흡 증세가 시작된다. 대구 재빨리 화장실로(남자화장실 잠겨 여자화장실로) 들어간다. 호흡곤란에 고통스러운 대구, 봉투를 뒤집어쓰고 간신히 숨을 고른다. 수선도 화장실로 숨어든다. 뒤늦게 핸드폰 메세지가 여러개 와 있는걸 본것. 그제야 피해자의 음성을 듣는 수선. 쿵!! 더욱 큰 충격에 빠지는 수선. 심장은 요동치고 정신은 멍하다. 옆칸의 대구 귀에도 선명하게 들리는 피해자의 음성. 대구 화가 난다. 수선이나 11년전 판석이나 같은 인간들 같다. 대구 문열고 나와 옆칸 문을 확 열어젖힌다. 당황하는 수선. “뭐하는 짓이야?” “전화 왔었네? 음성까지 남겼잖아?” “그...그래서 뭐?....전화기 꺼놨단말야. 근무시간도 아니었잖아?” “니가 죽였어” “뭐? 미친자식. 내가 왜 죽여? 내가 찔렀어?” “어. 니가 찔렀어” 치미는 수선 다가와 휴대폰 뺐으려면 대구 수선에게 먼저 퍽 안기고 나간다. 허! 수선 기막혀 할 말을 잃고. 뭐 저런 미친놈이 있지?
소식 듣고 달려온 과장은 난리를 친다. 언론의 먹잇감이 됐다고. 잘하는 짓이라고.
응도 통신수사중 음대생이 마지막으로 어수선에게 여러번 전화했다고 한다. 대구와 수선 들어서다 그말을 듣는다. 당황한 수선. 전화기를 꺼놔서 몰랐다고 좀 전에 알았다고 告白한다. 판석은 화나서 소리치고, 대구일로 좀전에 궁지에 몰린 수선은 고양이를 무는 쥐의 심정이 되어 맞받아치며 버텨본다. “근무시간도 아니었잖아요? 경찰은 퇴근하고도 전화 꺼놓으면 안되요?” 수선의 대응에 다들 할말을 잃는다. 사람들 눈빛에서 질책과 비난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본다 “왜들 그런 눈으로 보세요? 제가 죽인거 아니잖아요?”
그말에 진심으로 화가 나는 판석. 책상에 다가가 전출신고서를 집어들어 수선 앞에 가져다 탁 놓는다. ‘야 이새꺄. 내가 말했지? 이게 니 첫사건이라고? 니가 담당형사라고? 뭐 내가 찔렀어요? 경찰은 퇴근하고도 전화 꺼놓으면 안되요? 안돼. 형사는 안된다구 이새끼야! 이거 써서 제출하고 꺼져. 너같은 새낀 안키워’ 판석의 서슬에 다들 숨도 못쉬고. 응도 그런 판석을 말린다. 형님 아직 신삥이잖아요. 뭘 알겠어요. 일단 범인부터 잡아요. 판석 감정 수습하고 다시 나선다. 충격에 따라 나서지도 못하는 수선. 그런 수선을 잡아끌고 나가는 지국.
형기차를 타고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잡히는 범인의 위치로 이동하는 2팀.
카페 발렛파킹남을 통해 스토커가 피해자가 타고 온 차를 타고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고, 판석의 일사분란한 수사 지휘에 따라 CCTV를 털어 피의자 도주로를 특정, 결국 피의자의 은신처를 알아낸다. 다행히 스토커를 검거한다.
서장과 과장은 그래도 24시간 안에 범인을 체포하자 언론의 집중포화는 피할 수 있다고 그나마 서로를 위로하고, 판석은 어제부터 한숨도 못잔 팀원들에게 피의자 입감시키고 일단 퇴근하라 말한다.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간 듯 그날밤 형사2팀 사무실은 간만에 조용해진다.
퇴근길. 태일과 지국은 나란히 강남 변두리에 위치한 낡고 허름한 공무원 아파트로 향한다. 지국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절실하게 이곳에 들어왔지만, 사실 태일은 이곳에서 빈민체험(?)중이다. 더는 아버지 덕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다. 두사람은 아파트에 도착해서야 서로가 한방임을 알게 된다. 어제는 퇴근을 못했으니까. 반가움에 더욱 시끄럽고 호들갑스러워지는 지국과 달리 태일은 참 난감하다. 하필이면 이 시끄러운 녀석과 룸메라니. 그때 계단을 올라오는 대구. 두사람 옆집이다.
다시금 호들갑스럽게 반가운 지국. 그러나 반응없는 대구. 그러거나 말거나 지국은 얼른 두사람 팔장을 끼며 이런날 맥주 한잔 해야한다며 끌고 나선다.
모두 퇴근한 사무실. 수선 마지막 책상 정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다 음대생이 놓고간 수제쿠키를 그제야 발견한다. 울컥 치미는 수선. 쿠키를 놓지도 들지도 못하고 한동안 서있다 사무실 불을 끄고 퇴근한다/
고시원 방에서 잠못 이루는 수선. 자꾸만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애써 떨쳐내고 잠을 청해보지만 그럴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피해자의 모습. 수선 울컥해 일어나 앉는다. “못해먹겠다 진짜” 수제쿠키를 집어들어 안보이는 곳에 쳐박는다. 아니 아예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후 결심한다. “관둬 그래 관두자. 그깟 수당 몇십만원에 목숨 걸 일 있어. 뭘 이렇게 피곤하게 살어. 관둬”
다음날 전출신고서를 작성해 판석 자리에 제출하는 수선. 힐끔 서류를 보던 판석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받아 챙긴다. “이런 판단은 빠르네 (자리 나려면) 시간 좀 걸릴꺼야. 그때까지 더는 죽이지 마라’ 울컥 치미는 수선. 꾹 참고 자리에 앉는다 /
대구 수선에게 수색영장 작성했냐 묻는다. 아직 안됐다고 말하는 수선. 수선을 또다시 인간취급 안하는 대구. 제대로 무안을 준다. 사무실 사람들 다시 한번 수선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저 미친새끼’ 대구가 너무 미운 수선. 대구 때문에도 하루 빨리 때려치고 싶다. 지국은 수선을 위로하며 쟤 원래 좀 이상한 놈이라고, 그래도 여기가 수당도 높고 좀 더 버텨보지 그러냐 말한다.
형사과 사무실. 유산슬파 검거를 위해 오늘도 회의를 하다 짜장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강력2팀. 판석 응도 경일과 P4가 앉아있다. 사경이 결재서류를 들고 들어선다. 순간 사무실 내 모든 사람들의 분위기가 싸해진다. P4만 빼고. 사경은 형사과장 방으로 향하고 짜장면을 먹던 판석은 일어나 사무실을 나간다. 참았던 지국 얼른 묻는다. “저 두사람 뭐 있어요? 어제는 실종팀장이 우리팀장 뺨따구를 때렸다던데?” “저 둘이 말하자면 한때는 경찰계의 장동건 고소영이었지” “무슨 말이에요? 부부였다구요?” “어” 일동 경악한다 “예에?” 아니 근데 왜 저렇게 원수가 됐어요? 이혼했어요? 이혼했지. 왜요? 그게 그러니까
그때, 강력2팀으로 들어서는 한 여자. 두리번거리다 유일한 여자인 수선을 발견하고 다가와 선다. 여자 입안에 뭔가를 물고, 절실한 눈빛을 보낸다. 수선 영문을 몰라 말을 해보라고 하는데, 여자는 입에 뭔가를 머금고 아무 말을 못한다. 그러다 종이와 펜을 가져다 뭔가를 쓴다.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라는 2팀원들.
태일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종이컵 없어? 종이컵? 없으면 천도 좋은데 실크 같은거 없어?” 그말에 대구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막 사경이 형사과장방에서 나온다. 대구 서랍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들고 사경에서 뚜벅뚜벅 다가가 그대로 사경의 치마를 북 찢는다. 나갔다 들어서던 판석 그모습에 기막혀 우뚝서고.
대구 치마 조각을 들고와 여자에게 뱉으라고 한다. 여자 뱉으면, 다들 경악하고, 여자 그대로 기절하는데서
<2부 끝>
3부 이하. 이후 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