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의 고장, 별고을(성주)에 다녀온 게 2009년 5월 초...
그 때...하루저녁 참외를 따고, 선별하고, 포장하였는데, 어찌나 힘들던지요.
그 힘든 참외농사를 남편과 둘이서 해내고 있는 듬직한 애경이..
달려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게 행동으로 옮겨지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학습연구년제를 맞아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번 가보자....결심하고 달려갔어요.
두 번째 길이어서 그런지 지루하지 않게 잘 도착했어요.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본격적인 참외 출하 시기가 아니어서 참외 따기는 할 수가 없었어요.
멀리서 손님이 왔다는 소식에
동네분이 산에서 캐오신 독활(땅두릅)의 향기....
독활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맛이 그만이에요.
그동안 참외 농장은 많이 변했어요.
새로운 기계도 많이 들어와, 점점 편리하게 참외를 출하할 수 있더군요.
친구 부부는
미생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다른 집 참외보다 식감도 좋고, 달고, 색깔도 좋아요.
친구 남편분이 오랫동안 미생물 공부를 하시고, 강의도 하시던 분이라
그 분야에선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랍니다.
관행농사를 고수하던 기존 참외 농사 하는 분들보다
수확을 훨씬 잘 하니, 이제는 많은 분들이 친구네 와서 농사법을 배워가는 듯했어요.
친구네는 동네 참외 농사짓는 분들의 사랑방이더군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농사법을 마을 사람들에게 아낌 없이 나눠주는 친구 부부의 모습은
참되고 정직한 농사꾼의 본 모습이었지요.
화학비료를 써서 농사를 짓는 분들은, 참외가 잘 안 달려 고생을 하고 있다네요.
어떤 분야에 소신을 갖고, 꾸준히 그 길을 향해 나가는 참외 농사꾼, 친구 부부...
어디서 참외를 먹어도
친구네 참외만큼 맛있는 참외를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친구네 참외는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고 있답니다.
저녁이 되자...
참외들에게 이불을 씌워줍니다.
이것도 모두 기계로 되어 있어서 사람은 스위치만 올려주면 됩니다.
참외를 딸 일이 없으니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하니 친구가 펄쩍 뜁니다.
내일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가냐면서
감자 한 박스, 두릅 한 박스, 마 한 박스 등등을 보여줍니다.
물론 일은 핑계라는 것 - 알지요!
하지만 또 신세를 지게 될까 봐 나름 저도 고심을 했답니다.
어차피 도와주려고 왔으니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는 일이라도 해주자, 생각하고 하룻밤 묵어 가기로 했습니다.
저녁으로는 별고을에서 생산되는 맛있는 한우고기를 얻어 먹고....
아침이 되자
친구는 부지런히 참외 비닐하우스를 둘러봅니다.
이불을 걷어내고, 환기가 잘 되게 창문도 열어주고...(이 모든 것을 다 기계로...)
그러나 따는 것은 사람의 손이 해야 하는 일...
많이 따야할 때는 사람 손이 절실히 필요해서, 사람을 사서 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은 참외순을 밟기도 하고, 함부로 따기도 해서(물론 잘 모르니까)
친구는 그 많은 비닐하우스 참외를 혼자서 딴다고 하네요.
온 마을이 참외 비닐하우스로 가득찬 마을 풍경...
아침을 먹기 전...
밭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참외농사 때문에 풀을 잡아줄 수 없으니까 할 수 없이 비닐을 깔아야 한답니다.
비닐을 씌우고...
농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저는 비닐 까는 것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보기에는 쉬워보이는데, 해보니 꽤 힘들더군요.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곳에는 더덕을 심고....
감자도 심고...
초석잠도 심고...
둥근마도 심고....
울금도 심고...
아침은 어제 마을 분이 캐오신 독활(땅두릅)과 쇠고기 떡국을 먹었습니다.
일하고 나서 먹는 아침이라 그런지, 참 맛있어서 한 그릇 뚝딱...
어제 비 내릴 때는 몰랐는데
오늘 비 그치고 나니, 봄이 한 걸음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았어요.
앞으로는 더울 날만 남았는데 저 뜨거운 비닐하우스 속에서 일할 친구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지요.
"이제부턴 새벽같이 일어나 참외 따고, 한낮엔 쉰단다."
마을 분들 여럿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우르르 몰려가
점심까지 얻어먹고, 돌아왔습니다.
친구의 참외 농사가 아주 잘 되어 돈을 많이 벌었음 좋겠어요.
물론 참외가 최고 품질이니, 잘 팔릴 것입니다.
두 내외의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씀씀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그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올 봄, 여름
참외 많이 드세요.
물론 우리 친구네 참외 사서 드시고요.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첫댓글 올해도 그 달고 맛난 참외 먹을 수 있겠죠? 전 과일 중에 참외를 가장 좋아해요...먹고싶다.
친구네가 하는 참외는 최고의 맛이랍니다. 그러니 많이 나올 때, 많이많이 먹읍시다용. 저도 참외 좋아해요.
참외사랑님 공부 많이하고 잘 대접 받았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대접이 소홀해서 죄송해요.. 올여름에 산모퉁이에 갈께요..
대접이 소홀하다니오? 우리는 우리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한 것 아닌가, 그게 마음에 걸렸는데요? 여름에 꼭 시간 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