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 틈새의 풀 한 포기 
몇 개의 작은 화분에 가끔 물 주러 갈 때
돌 계단 몇 개 내려가면 시멘트 바닥 틈새에서
푸릇한 잎사귀 내밀며 서 있는 풀 한포기.
그가 펼치고 있는 잎사귀의 모양은
의외로 푸르고 당당해 보인다.
왜 하필 그곳에 뿌리를 내렸느냐고
묻는다면 실례일까?
놔두자.
바람에 실린 씨앗이 원치 않는 곳에 떨어졌을테고
그나마 행운스럽게 작은 바람이 살짝 불어주어
그 틈새로 굴러들어가
나름 살아내는 법을 터득했다고 서 있는
저 의기양양한 모습이라니..
황진이의 사랑을 알 리 없는
시멘트 틈새에 갇힌 작은 풀에게
라디오처럼 노래를 들려주자.
簫蓼月夜思何事 ㅡ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 하시나요
寢宵轉轉夢似樣 ㅡ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 듯 생시인 듯
問君有時錄妾言 ㅡ님이시여 때로는 제가 드린 말도 적어 보시나요
此世緣分果信良 ㅡ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을지요
悠悠憶君疑未盡 ㅡ멀리 계신 님 생각은 끝없어도 모자란 듯
日日念我幾許量 ㅡ하루하루 이 몸을 그리워는 하시나요
忙中要顧煩惑喜 ㅡ바쁜 중 돌이켜 생각함이라 괴로움일까요 즐거움일까요
喧喧如雀情如常 ㅡ참새처럼 지저궈도 제게 향한 사랑은 여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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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