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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여자 환자가 아침에 머리를 감으려고 고개를 숙이다가 갑자기 정신없이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막 토했다고 한다. 머리를 움직일 때 마다 약간씩 어지러운데, 누워서 쉬려고 잠자리에 누우니 또 세상이 돌고, 고개를 이쪽저쪽 방향으로 조금만 돌려도 세상이 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에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더구나 이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입원까지 하고 호전이 없어서 1주 만에 찾아왔다.
이 환자는 증상만 잠깐 들어도 「이석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머리를 움직여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두위변환검사」를 하고서 이석증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이석재배치를 위한 두위전환 재활치료를 받았다. 진단과 치료 과정이 불과 15분 정도면 가능하고, 치료 즉시 환자는 고개를 움직일 때 마다 생기는 「그 두려운 어지럼」이 사라진 것을 피부로 즉시 느낄 수 있다. 1주간씩이나 고생을 했는데 말이다.
이것이 어지럼의 가장 흔한 원인의 하나인 이석증이다. 너무나 공포스러운 병인데,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주는 병인데 진단과 치료는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적인 진단 이론은 물론 쉽지 않다. 돌이 귓속 세반고리관에 있는데,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세 개의 반고리관 중 어느 곳에 있는 것인지, 관속에 떠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붙어 있는 것인지, 이 모두를 구분해야만 하는 쉽지 않은 진단이지만 진단만 되면 치료는 간단하다. 약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머리의 위치를 변화시켜가는 재활치료로 할 수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석증이라는 병명은 없다. 「 양성돌발성체위현훈」 이라는 병명이 정확한 표현인데 너무나 길고 부르기가 어려워서 보통 이석증이라고 부른다. 또한 이석증은 담석, 요로결석 등처럼 몸 안에서 돌이 만들어지는 병은 아니다. 원래 귓속에 있던 돌이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떠돌아다녀서 생기는 병이다.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 귓속의 전정기관인데 이는 몸의 회전을 감지하는 세반고리관과 직선운동을 담당하는 이석기관으로 구성된다.
이 이석기관 안에 조그마한 돌들이 벽에 붙어 있어서 몸의 움직임에 따른 중력의 영향으로 기울여지면서 몸의 위치 정보를 뇌에 보내게 되어 있는데, 이 돌들이 떨어져서 세반고리관 안으로 들어오면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잔잔한 호수에 돌 던지듯이 파장이 일어나 몸이 마치 놀이기구 탄 것처럼 도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즉 세상이 도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원인은 외상, 두부충격, 수술, 오래 누워있는 경우, 혈액순환장애, 바이러스감염 등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노인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석증은 특정 머리자세에 따라 약 1~2분간 심하게 도는 어지럼을 특징으로 하고 가만히 있는 경우에는 어지럼이 없다. 구역질, 구토, 식은 땀 증상 등을 동반하게 되고 1~2주 지나면 증상이 줄어들며 사라지기도 한다. 물론 진단은 위 설명한 대로 「두위변화검사」로 할 수 있으며, 「두위전환재활치료」로 치료한다. 혈액순환제 같은 약물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 명심할 것은 2~3명 중 한사람은 1~2개월 뒤에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위전환재활치료」는 떨어진 이석을 귓속의 어느 방속에 넣는 것인데 이것은 다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고, 이석이 처음 떨어지면서 받았던 충격 또는 손상 시 아직 떨어지지 않고 매달린 이석이 나중에 떨어져서 생기는 증상이다. 언제든지 다시 진단하고 치료하면 쉽게 어지럼을 없앨 수 있다.
이석증은 우리 몸의 신비함을 피부로 느끼는 병 중 하나이다. 약물만 의지하다가 신기하게도 간단한 재활치료 후에 병이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몸속의 돌이 무조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귓속에서는 단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떠다닐 때가 문제일 뿐이다.
[글]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