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대비 동계훈련이 한창인 요즘, 동호인들은 여러 마라톤 강습회 중에서도 유독 J&J러닝스쿨(http://cafe.daum.net/runningacademyschool)을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강습회들이 인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J&J러닝스쿨은 항시 50여명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강습회의 간판인 정석근 감독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크다. 선수시절 못지않은 실력으로 마스터스 대회에서 단골 입상하고 있는 그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까 궁금해 하는 것이다.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러닝가이드가 정석근 감독을 만나보았다.
정 감독은 마라톤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모아 대전체고와 KOST(인체조직기증운동본부)에 연간 850여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상금사냥꾼으로 매도하는 일부 동호인들도 나중엔 결국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보수 없이 60여명 맞춤 관리하는 강습회, 가르치는 자체가 즐겁다
J&J러닝스쿨은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7시 15분, 그리고 토요일 오전 7시 30분 등 주 3회 합동훈련을 한다. 일종의 연회원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최초 가입비 20만원과 연회비 10만원을 내면 회원자격과 함께 40만원어치 훈련용품(뉴턴 러닝화와 러닝복)을 받게 된다. 이후에는 연회비만 내면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정석근 감독이 뉴턴러닝 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다 보니 '러닝용품 판매의 일환'이라는 오해를 받곤 하는데, 가장 억울한 부분이기도 하다.
"결코 마진을 취할 수 없을 만큼 가입비 이상으로 챙겨줍니다. 뉴턴에서 홍보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죠. 이 강습회는 본래 마스터스 지도를 오래 해온 진수선 감독님이 만들었는데, 지금 제가 현장 훈련을 맡아서 하는 것뿐입니다. J&J는 진수선과 정석근의 이니셜이에요. 제 나름의 원칙과 신념이 있기 때문에 강습료랄까 그런 직접적인 보수는 받지 않습니다. 단지 지도하고 함께 운동하는 게 좋을 뿐이죠."
그가 지도하는 무료마라톤교실은 또 있다. 건국에이스마라톤럽 회원을 대상으로 월~목요일 아침에 무료 강습을 한다. 단지 사는 곳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연을 맺었다가 지도해달라는 청을 마다하지 않고 무료 감독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길고 짧게 해온 무료 마라톤교실이 94회에 이른다. 사실 적당한 보수가 오고가는 것이 배우는 쪽도 미안하지 않고 가르치는 쪽도 부담이 덜할텐데 정 감독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왜 그럴까?
독학으로 운동해 실업팀까지... 배우고픈 동호인 마음 내가 알아
"전 학창시절 육상부에 속한 적이 없어요. 육상을 비롯해서 다른 운동도 전혀 배워본 적이 없죠. 공업고등학교를 다녔는데 3학년때 취업 나가서 일찍 술을 배우다 보니 몸이 안좋아져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독학으로 1년쯤 운동해서 5000m 기록을 15분 후반대 정도로 낼 수 있었어요. 대구시청팀에 직접 전화해서 입단을 하고싶다 했더니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더군요. 결국 월급은 없지만 선수자격은 갖는 무급 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인턴사원 같은 거죠."
턱걸이로 '선수'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이듬해 상무 선발엔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현역으로 군대에 갔다. 다행히 부대장이 딱한 사정을 전해듣고 개인연습을 허락해줘 제대 후 대구은행 팀에 스카웃될 수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이후 영주시청, 경주시청, 안동시청 등 지자체 팀을 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하프마라톤은 1시간 6분대까지 뛰었으나 풀코스는 한 번도 완주하지 못했다. 초반 선수그룹을 따라가다 보면 중반 이후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애초 시작부터 동년배 선수들에 크게 뒤진 채로 시작했고 실업선수가 된 후에도 그 실력차를 좁힐 기회가 없었던 것이 그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배워서 잘 뛰어보려고 애쓰는 동호인들을 보면 제 과거 모습을 보는 것 같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제가 너무 힘들게 운동했고, 그러면서도 늘 뒤졌고, 뭔가 좀 알겠다 싶을 땐 이미 나이를 먹어버린데다 족저근막염까지 심하게 왔었거든요. 그래서 달리기 가르치는 걸로 돈을 버는 게 썩 내키지 않아요."
내가 온몸으로 배운 운동, 동호인들에게 쉽게 알려주고파
아이러니하게도 정 감독의 마라톤은 실업선수 은퇴 후에 찾아왔다. 2001년부터 마라톤 동호인들을 지도하기 시작하자 회원들이 '감독님 실력도 한 번 보여달라'며 그를 채근했던 것이다. 마지못해 대회에 나가 2시간 39분대 기록을 냈더니 회원들이 역시 엘리트 출신이라며 좋아라 했다. 물론 정 감독의 감회는 더욱 남달랐다. 현역시절에도 못 해본 마라톤 첫 완주였으니까. 이후 마라톤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2012년 동아마라톤에서는 2시간 28분 21초의 개인최고기록도 세웠다. 선수시절엔 철저한 무명이었지만, 이제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선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그래요. 가르치는 사람이 이렇게 죽기살기로 뛰는 거 처음 본다고. 아직 운동 욕심이 있고 열정이 있으니 전력을 다하는 게 당연하죠. 2시간 25분까지는 부상 없이 기록을 당길 수 있다고 보는데 벌써 마흔을 넘겼으니까 농땡이 피우지 말아야죠.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동호인들도 자극을 받아 더 잘 뛸 수 있기를 바라요. 모르긴 몰라도 동아마라톤에서 서브3 20~25명, 2:49 주자는 7~8명 정도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정 감독은 자신만만하다. 함께 열심히 땀흘린 회원들을 믿기 때문이다. 오는 3월 동아마라톤에선 J&J러닝스쿨의 감독이자 에이스가 되어 우승을 노린다. 물론 결승점을 밟고 나서는 이내 스톱워치를 보면서 초조하게 회원들을 기다릴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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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번째 사진속에 저도 있네요.
와우! 가문의 영광이네요.
정 감독님은 우리 마라톤계의 소중한 자산이며 보배예요!
정 감독님과 함께하고 있는 오늘이 바로 우리 건국에이스의 歷史여서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