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성서 소금항아리 20220608 남편의 선물
아일랜드의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루스 퀴벨은 어느 새해 첫날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그저 심한 감기 정도려니, 다음 날이면 별일없이 구급차가 아니라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있으려니, 생각하죠. 그런데 다음 날 그녀는 남편의 손을 잡고 만약 자신이 그대로 눈을 감게 되면 벌어질 일들을 미리 의논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뒤엔 곧바로 무균실로 격리됐죠.
남편은 서둘러 집에 가서 입원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왔습니다. 그런데 그때 남편이 챙겨 온 물건들 중에는 작은 조약돌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조약돌은 지중해에 위치한 그리스령 이타카 섬으로 휴가를 갔을 때 주워 온 무균실에 두기엔 적당치 않은 물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조약돌이 그녀에게 엄청난 힘이 됩니다. "일주일 전 나는 엄마 노릇과 집안 살림 때문에 어쩔 줄 몰랐다. 한 달 전에는 마감일에 맞춰 일하느라 자진해서 고립된 상태로 바쁘게 지냈다. 그러나 이제 이 이상한 공간에서 나는 도무지 내 것 같지 않은 몸으로 그 모든 평범한 일상과 연결되는 무엇인가를 애타게 갈망해야 했다. 그런데 손으로 그 돌을 감싸 쥐는 순간, 그냥 단순한 휴가 기념품이었던 그 무생물이 갑자기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소하고 쓸모없던 기념품 하나가 무균실의 그녀에게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반드시 돌아갈 수 있다는 힘을 준 거였습니다.
김경미 |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