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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剝, 不利有攸往. |
[23剝] 벗겨지는[쇠락하는] 형국이다.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지 않다.
* [강 설(講說)] ———
『역전』에서 말했다. “박(剝)은 여러 음(陰)이 장성(長成)하여 양(陽)을 사라지게 하는 때이니, 여러 소인(小人)이 군자(君子)를 박상(剝喪)한다. 그러므로 군자가 가는 바를 두는 것이 이롭지 않으며, 오직 말을 공손히 하고 자취를 숨겨서 때에 맞추어 진퇴하여 소인의 해를 면하여야 한다.”
박괘(剝卦)는 초목(草木)에 비유하자면 가을이 되어 열매만 남기고 다른 것은 다 시들어버린 상태이다. 잎과 줄기는 남은 영양분을 열매에게 다 쏟아붓고 스스로 시들고 만다. 만약 잎과 줄기가 시들지 않으면 열매가 충실하지 못하여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이러한 이치가 바로 ‘죽으면 살고 살면 죽는다’는 이치다. 이때는 오직 죽는 것만이 살 길이다.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지 않다’는 것은, 때를 보아 스스로 물러날 일이지 새로운 일을 벌이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 [주역(周易)의 삶] — 박괘(剝卦)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① 참다운 생명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라. ← [剝]
② 새로운 일을 벌이려 하지 말라. ← [不利有攸往]
* [산지박(山地 剝)의 단전(彖傳)] ——* 단전은 괘사에 대한 공자의 해설이다
[23剝] 彖曰,“剝”剝也, 柔變剛也. 不利有攸往 小人長也.
順而止之, 觀象也, 君子尙消息盈虛, 天行也.
단(彖)에서 말했다. “박(剝)은 벗기는 것이니 부드러운 것인 굳센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지 않다는 것은 소인(小人)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순하면서도 멈추는 것은 상(象)을 본 것이다. 군자(君子)가 소멸하다가 불어나고 가득 찼다가 비우는 이치를 숭상하는 것은 하늘의 운행 원리이기 때문이다.”
* [강 설(講說)] ———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아래의 음들이 위의 남아있는 양에게 영양분을 몰아주어서 양을 튼튼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소인이 자라났다는 말은, 상구 아래에 음들만이 자리하여 생명의 활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상으로 볼 때 하괘인 곤괘(坤卦, ☷)는 순함을 나타내고 상괘인 간괘(艮卦, ☶)는 멈추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순하면서 멈추어 있다’고 했다.
박괘(剝卦)는 초목이 시들어도 그 열매가 남아 새로운 생명을 이어나가고, 사람이 늙어 죽어도 그 자손이 남아 그 생명이 지속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박괘(剝卦)가 ‘생명의 소멸(消滅)’을 보여준다면, 이 다음의 복괘(復卦)는 ‘생명의 부활(復活)’을 보여준다. 이렇게 생명이 소식(消息)-영허(盈虛)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하늘의 작용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를 통하여 하늘의 이치를 알고 그 뜻을 따를 수 있는 것이다.
* [산지박(山地 剝)의 상전(象傳)] ————
[23剝] 象曰, 山附於地, 剝, 上以厚下安宅.
상(象)에서 말했다. “산(山)에 땅에 붙어 있는 것이 박(剝)이니, 윗사람이 이 괘의 이치를 살펴 아랫사람에게 두텁게 붙어있으면서 집을 편안하게 한다.”
* [강 설(講說)] ———
열매 하나를 살리기 위해 나머지 전체가 시들어야 하는 초목(草木)이 자연의 섭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윗사람이 이 괘의 이치를 살핀다면 아랫사람의 생명을 두텁게 하여 집의 생명을 이어가고 나라의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부모가 희생하여 자녀를 살리고 군주가 희생하여 백성을 살리는 이치가 바로 이 괘의 가르침이다.
『역전』에서 말했다. “간(艮)이 곤(坤)에 겹쳐 있음은 산(山)이 땅에 붙어 있는 것이다. 산은 땅에서 높이 솟아있는데 도리어 땅에 붙어 있음을 무너지는 상(象)이다. 상(上)은 인군(人君)이나 백성의 위에 있는 자를 이르니, 박괘(剝卦)의 상(象)을 보고서 아래를 후하게 하고 견고히 하여 그 거함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아래는 위의 근본이니, 기본이 튼튼하고서 무너지는 경우는 있지 않다. 그러므로 위가 무너짐은 반드시 아래로부터 시작되니, 아래가 무너지면 위가 위태롭다. 백성의 위에 있는 자가 이치가 이와 같음을 알면 인민을 편안하게 길러서 그 근본을 후하게 할 것이니, 이것이 바로 거함을 편안히 하는 것이다.『서경』에 이르기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하여야 나라가 편안하다’ 하였다.”
* [산지박(山地 剝)의 효사(爻辭)] ————
‘上九, 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 ‘六五, 貫魚以宮人寵, 无不利.’ ‘六四, 剝牀以膚, 凶.’ ‘六三, 剝, 无咎.’ ‘六二, 剝牀以辨, 蔑, 貞凶.’ ‘初六, 剝牀以足, 蔑, 貞凶.’ |
* [박괘(剝卦) 초육(初六)의 효사] ————
[23剝] 初六, 剝牀以足, 蔑, 貞凶.
象曰,“剝牀以足”以滅下也.
초육은 침상(寢牀)을 벗기되 발을 벗겨야 한다. 바르게 하지 못하면 흉할 것이다. 상(象)에서 말했다. “침상을 벗기되 발을 벗겨야 하는 것은 아래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 ‘剝牀以足’에서 ‘牀’(상)은 ‘침상(寢牀)’. 침상은 삶의 터전이므로 ‘침상을 벗긴다’는 것은 ‘삶의 터전을 없앤다’는 뜻이다. ‘以~’는 원래 ‘以足剝’인데 앞에 나왔으므로 생략하였다.
· ‘蔑, 貞凶’에서 ‘蔑’(멸)은 ‘無’와 통용된다.
* [강 설(講說)] ———
초육(初六)은 뿌리 쪽의 가장 밑부분에 해당한다. 침상(寢牀)은 삶의 터전이다. ‘침상을 벗긴다’는 것은 ‘삶의 터전을 버린다’는 말이다. 박괘(剝卦) 전체를 침상으로 보면 초육(初六)은 침상의 발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침상의 발을 벗기는 것은 초육(初六)이 자신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초목(草木)으로 말하면 열매를 맺고 있는 줄기와 뿌리를 보존하기 위해서 잎을 스스로 떨어져 나가야 한다.
그러나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의 희생이 자신의 참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가능하지 않다. 자신의 희생이 아니면 참 생명을 살릴 수 없다. 그래서 ‘바르게 하지 않으면 흉하다’고 한 것이다. 삶의 대의(大義)가 바른 걸이다.
* [박괘(剝卦) 육이(육二)의 효사] ————
[23剝] 六二, 剝牀以辨, 蔑, 貞凶.
象曰,“剝牀以辨”未有與也.
육이(六二)는 침상(寢牀)을 벗기되 침상의 다리와 몸체의 이음새를 벗겨야 한다. 바르게 하지 못하면 흉할 것이다. 상(象)에서 말했다. “침상을 벗기되 침상의 다리와 몸체의 이음새를 벗겨야 하는 상황은 함께 해야 할 상대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 ‘剝牀以辨’에서 ‘辨’(변)은 ‘분별하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침상과 다리를 연결하기 위해서 붙여놓은 나무를 가리킨다. 침상의 구조로 보아 중요한 이음새 역할을 한다.
* [강 설(講說)] ———
육이(六二)는 실권자이면서 자기를 버려야 하므로 힘이 든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버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침상을 해체하는 데 핵심이 되는 것은 다리와 몸체를 분리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침상(寢牀)을 벗기되 침상의 다리와 몸체의 이음새를 벗겨야 한다’고 했다.
자기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기를 버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를 버리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전체가 다 함께 망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힘들지만 대의를 따라야 한다. 그래서 ‘바르게 하지 못하면 흉하다’고 한 것이다.
* [박괘(剝卦) 육삼(육三)의 효사] ————
[23剝] 六三, 剝, 无咎.
象曰,“剝之无咎”失上下也.
육삼(六三)은 벗겨내야 허물이 없다. 상에서 말했다. “벗겨내야 허물이 없는 것은 위와 아래를 잃기 때문이다.”
* [강 설(講說)] ———
『역전』에서 말했다. “여러 음(陰)이 양(陽)을 침멸(侵蔑)할 때에 육삼(六三)이 홀로 강위(剛位, 양의 자리)에 거하고 강(剛, 상구)과 응(應)하니 상하의 음(陰)과는 다르다.”
그래서 육삼(六三)은 소외되어 불만이 많다. 그러므로 자신을 희생시키는 일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기가 희생을 하지 않아 전체가 무너진다면 자기가 살아남는다 해도 의미가 없다. 이를 헤아리는 군자라면 반발하지 않고 동참할 것이다.
육삼(六三)의 효사에서 벗겨야 하는 부분을 정하여 말하지 않고 벗겨야 한다고만 했다. 육삼(六三)이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생의 대열에 조건 없이 동참해야 함을 더 강조하여 말한 것이다.
* [박괘(剝卦) 육사(육사)의 효사] ————
[23剝] 六四, 剝牀以膚, 凶.
象曰,“剝牀以膚”切近災也.
육사(六四)는 침상을 벗기되 피부를 벗기면 흉할 것이다. 상에서 말했다. “침상을 벗기되 피부를 벗기면 흉한 것은 재난에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 ‘剝牀以膚’(박상이부)에서 ‘膚’(부)는 ‘피부’, ‘껍데기’
· ‘切近災也’(절근재야)에서 ‘切’(절)은 ‘절박하다, 절박하게 가깝다’이므로 ‘매우’의 뜻.
* [강 설(講說)] ———
육사(六四)는 상층부에 금방 진입했다. 자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래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거짓시늉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易)에서는 이를 깨우쳐 ‘침상을 벗기되 피부를 벗기면 흉할 것이다’라고 했다. 피부를 벗긴다는 것은 껍데기만 건성으로 벗겨내는 것을 말한다. 육사(六四)는 육오(六五) 가까이 있기 때문에 건성으로 벗겨내면 육오(六五)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재앙에 가깝다’고 했다.
『역전(易傳)』에서 말했다. “처음에 침상의 발을 깎아[初六], 점점 살갗에까지 이르니[六四], 살갗은 몸의 밖이다. 장차 그 몸을 멸할 것이니, 흉함을 알 수 있다. 음(陰)의 자람이 이미 성하고 양(陽)의 깎임이 이미 심하여 정도(貞道)가 이미 소멸하였으므로 다시 ‘멸정(蔑貞)’이라 하지 않고 곧바로 흉(凶)하다고 말한 것이다.”
* [박괘(剝卦) 육오(육五)의 효사] ————
[23剝] 六五, 貫魚以宮人寵, 无不利.
象曰,“以宮人寵”終无尤也.
육오(六五)는 물고기를 꿰어 궁인(宮人)으로서 사랑을 하면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상에서 말했다. “궁인으로서 사랑을 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은 허물이 없기 때문이다.”
* [강 설(講說)] ———
육오(六五)는 전체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자기를 위해서 남을 희생시키기는 쉬워도 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상구(上九)를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자기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육오(六五)는 혼자서만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지휘하여 다 함께 희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기를 희생하면서 일편단심 사랑을 하는 자는 궁녀(宮女)이다. 육오(六五)가 상구(上九)를 사랑하는 것은 임금이 신하를 사랑하는 형태가 아니라 궁녀가 임금을 사랑하듯 희생적인 사랑을 해야 한다. 그래서 ‘물고기를 꿰어 궁인으로서 사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물고기를 꿴다’는 것은 물고기를 잡아 아가미를 꿰어 주렁주렁 매다는 것을 말한다. 육오(六五)가 아랫사람을 지휘하여 모두가 하나가 되어 상구(六五)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박괘(剝卦) 상구(上九)의 효사] ————
[23剝] 上九, 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
象曰,“君子得輿”民所載也,“小人剝廬”終不可用也.
상구(上九)는 큰 열매가 되면 먹히지 않는다. 군자(君子)라면 수레를 얻고 소인(小人)이라면 삶의 터전이 벗겨진다. 상(象)에서 말했다. “군자처럼 하면 수레를 얻어서 백성들을 실을 수 있고, 소인처럼 하면 집이 벗겨져서 끝내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 [강 설(講說)] ———
상구(上九)는 생명을 잇기 위해 충실하게 익어야 한다. 충실하게 여문 과일은 사람들이 그냥 먹지 않는다. 다음 해에 심을 씨앗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큰 열매가 되면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겨울의 추위는 가을에 잘 여문 열매나 씨앗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죽여버린다. 상구(上九)는 이 원리를 알아 자기를 충실하게 하는 것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
충실한 열매는 땅에 떨어져 이듬해 봄에 다시 부활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고 만다. 그러므로 충실한 열매는 과감하게 떨어질 수 있다. 떨어지는 것이 영원히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충실하게 익지 못한 열매는 과감하게 떨어지지 못한다. 그것은 사멸의 길이기 때문이다.
충실하게 인생을 살아온 군자는 부활의 수레를 얻어 타고 겨울의 난관을 건너 영원한 세계로 향해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소인은 자기의 삶[생명]의 터전을 빼앗기고 사멸하게 된다. 그래서 ‘군자(君子)라면 수레를 얻고 소인(小人)이라면 삶의 터전이 벗겨진다’고 했다. ‘수레를 얻는다’는 것은 ① ‘자기 자신이 생사를 초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② ‘다른 사람이나 대의(大義)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상황’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수레의 주역 코드는 감(坎, ☵)이다. 박괘에서 수레는 육오-상구-초육의 종시유시의 괘상으로 보면 감괘가 된다.
열매가 겨울을 나고 봄에 부활(復活)하는 것은 자녀를 낳아 생명을 잇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적인 의미로 보면 정신적인 삶에 충실하여 육체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철학적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자손을 잇는 것이라면 군자와 소인을 구별할 것이 없다.
손기원 선생은 이 씨앗이 될 열매를 ‘씨알’이라고 말하고 다른 생명체와 달리, 사람에게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열매를 맺게 되는데 그것을 ‘씨얼’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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