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증언자(요한 1:6-8, 19-28)
이세희 요셉 신부 / 봉명동교회
세 번째 대림초에 불이 밝혀졌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교회 공동체에게 세례자 요한의 외침을 통해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며 기다리는 분이 누구인지 가르쳐줍니다.
요한복음은 세례자 요한을 빛을 증언하러 와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증언을 듣고 믿게 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천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 빛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 빛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그 빛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누구인지 알았습니다. 그렇기에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 복음말씀에서 광야로 나간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그러면 죄를 용서받을 것이다.”라고 선포합니다. 빛이신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 주님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외침을 들은 사람들은 요르단강으로 나와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세례 받는 모습을 보고 유다인들은 세례자 요한이 로마의 억압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할 그리스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대사제들과 레위지파 사람들을 요한에게 보내며 “당신이 그리스도입니까? 엘리야요? 다시 오실 예언자요?” 하고 묻습니다. 이 모든 질문에 요한의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계속되는 그들의 추궁에 요한은 자신을 “예언자의 말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하여라’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대답합니다. 대사제들은 계속해서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어찌하여 세례를 베푸는 것이요?”라고 묻자 세례자 요한은 “나는 다만 물로 세례를 베풀 따름이오. 그런데 당신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 한 분이 당신들 가운데 서 계십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었던 요한은 세상 한 가운데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분명하게 알아보았지만 대사제들과 레위지파 사람들은 그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그들에게 있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게 한 것일까요? 그들은 여전히 빛이 아닌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말씀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대림절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빛으로 우리에게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세상이 말하고 있는 ‘돈’, ‘명예’, ‘권력’이라는 거짓된 빛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우리는 결국 소망하고 바라보는 곳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대전교구 교우 여러분!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바라봐야 하겠습니다. 이 시간 우리가 봉헌하는 감사성찬례를 통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돌이켜 빛으로 오신 주님을 바라봅시다. 2독서의 바울로 사도는 빛을 바라보는 삶을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며,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는 삶, 이것이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빛이신 주님을 바라보며 살아갈 때 그분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대림 3주간을 보내며 세례자 요한이 그랬듯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세상과 이웃에게 주님의 빛이 비춰지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