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예대학 25기 화보를 위하여
2011년 문예대학 25기를 다니면서 뜻하지 아니하게
은행나무 25집 편집위원에서 화보를 책임지게 되었는데,
마감 날짜는 다가오는데 내가 촬영한 사진 가운데 책 표지로
사용할 마땅한 사진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경주 남산 연구소에서 주최하는 남산 달빛 기행을
삼릉 골 상선암 위 마애석가여래좌상에 답사를 갔었다.
그 당시 나는 정월 대보름날 상사바위 위에 보름달이 뜨고 그 달빛이
마애석가여래좌상을 은은하게 비치면 제법 그럴싸한 작품이 나올 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막상 정월 대보름날은 비가오고 흐려서 달님은 숨어버렸다.
부득이 하게도 그 다음날로 미루게 되었는데 기상 예보를 보니 밤하늘은 맑고 쾌청에 가깝다고 한다.
확실하게 하기위해 상선암 암자에게 전화를 해서 상사바위 위에 달이 뜨는 시각을 문의 해보니
확실히는 모르지만 저녁 6시까지는 도착해야 된다고 말씀 하신다.
그리고 새벽부터 생업일로 밤잠을 설쳐서 잠이 부족한 상태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되고
더욱이 오늘 저녁 6시30분부터 2차 편집위원 모임도 있는데
잘못 선택해서 눈총 받는 일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앞 선다
지금은 오후 3시30분 잠시 40분 가량 눈을 부치고 나니 피로가 조금 풀려서 결심을 굳힌다.
카메라, 삼각대, 헤드 렌턴 ,등산지팡이 등 부리 나게 등산 배낭에 챙겨 넣는다.
후다닥 시동 걸고 핸들을 돌려서 남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김밥 도시락을 구입 한 뒤
황급히 남산 삼불사 주차장에 5시 도착 한다.
아직 해는 서산 마루위에서 제법 올라와 있지만 30분도 채 안되어서 숨어 버리는 것 은
자명한 사실로 느껴진다.
등산화 끈 바짝 졸라 메고 다급하게 마음을 품고
삼불사 배리삼존불상을 가볍게 합장을 하고 산에 오른다.
대나무 산죽 터널사이를 지나서 솔향기 가득하고 석양 노을빛 을 받아서
소나무 그림자가 황토산길 위를 대조적으로 아름답게 수놓은 길을 따라서 씩씩거리며 오른다.
온몸에 추위는 물러가고 땀이 나서 축축함을 느낄 때
산 아래 시야는 서서히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삼릉 벌 기린천을 잠시 병풍처럼 두른 망산(望山) 그 뒷너머 서산 머리에 붉은 해가
내려 앉기 시작할 자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가파른 숨을 내쉬면서 화강암 바위위에 걸터 앉음과 동시에 급히 배낭을 내려 놓어면서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집어 들어본다.
일몰의 햇님 주위에는 약간의 가스 기운은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 본 해넘이 중에는 최고 인 것 같다.
산 정상에 살포시 내려앉는 둥근 황금 오렌지색 해넘이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셔터의 찰카닥 소리는
나의 온몸에 전율을 전해 주기에는 충분하다.
화강암 바위위에서 앉아서 쏴 소총자세를 취해서 열심히 촬영에 몰두해본다.
한동안 해넘이의 눈부신 황금물결로 샤워를 한 나는 잠시 행복감을 만끽해 본다.
해넘이의 절정이 끝난 뒤 배낭에서 식어버린 김밥을 꺼내들면서
뒷산에 숨어버린 마지막 노을빛을 감상하면서 저녁식사로 때운다.
(등산 도중 바라본 삼릉 벌판 해넘이 모습)
어느 정도 추위가 엄습해 올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산 정상 바둑바위아래 마애석가여래좌상을 향하여 출발해본다.
옷을 두껍게 입어서인지 연신 땀이 나면 가던 길 을 멈추고
상의 지퍼를 열고 체온조절을 해 본다.
만약에 땀을 계속 흘려서 땀이 온몸에 베이면
산 정상에서 머물시 체온이 내려가면 물기가 얼어서
도리어 냉기로 엄습해오기 때문에 적당하게 체온조절을 하면서
오르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지만 어느 듯 바둑바위 아래 9부 능선 갈림길에 도달하니
상선암 마애석가여래좌상으로 바로 가는 안내판이 보인다.
약간의 반가운 마음으로 우측으로 발길을 돌려서 가니
마애석가여래좌상 안내판이 하얗게 네모지게 반긴다.
그 위로 마애석가여래좌상이 빼꼼이 불두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제 어둑어둑하기 시작하는지라 밝음보다 어두운 면의 불상 모습이 더 많아진 듯 하다.
마애석가여래좌상 앞에서 가볍게 합장 올려 본 뒤
잽싸게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삼각대 위에 설치를 마치고 난 뒤
어느 지점이 월출지점이 좋을까?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화각을 맞추어본다
잠시 뒤 마애석가여래좌상 우측 바로 옆에서 삼각대를 설치하면서
하루 지난 보름달과 달빛에 비친 불두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촬영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포인트를 정해본다.
시간을 보니 저녁 6시5분경 상선암 스님이 알려 주신 월출 시간에 무사히 도착은 했는데
어째 아직도 서산 저 멀리 산 아래는 아직도 붉은 기운이 약간 남아있다.
순간 마애석가여래좌상과 그 옆 소나무를 실루엣으로 처리하면서 사진 한 컷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고 위치이동을 하면서
렌즈 초점과 화각을 맞추고 있는데 바로 밑 돌계단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점점 더 내 곁으로 다가오는데 그 복장이 비구니 스님 복장이다.
생각지도 않은 비구니 스님의 출연에 무심히 가만히 있기도 겸연쩍고 해서 빈말로
“ 성불 하십시오 ”하고 인사말 한 뒤에
그리고 한마디 더 건네 본다.
“아이고 이 추운 날 이 어두운 시간에 여기까지 오시고 대단 하십니다”
“우리야 매일 오지요 ”
“와이고~ 불심(佛心)이 더 대단 하십니다”
그리고 두 비구니 스님은 말없이 마애석가여래좌상 앞에 향불을 피우시고
분향재배 하는 순간 그 모습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보니,
그래 이 모습이야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스치고 지나간다.
두 비구니 스님이 동시에 합장 하는 모습에 그 주위 풍경은
마애석가여래좌상과 소나무까지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되면서
서산 저 멀리 에는 아직도 붉은 기운이 숨어있고 하늘색은 푸르고
그 가운데 하얀 별이 허공중에 빛나고 있는 모습의 구도를 그리면서
그 순간을 흥분된 마음으로 셔터를 정성껏 눌러본다.
촬영을 마치고 난 뒤 바로 이 작품명은 불심(佛心)이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
두 비구니 스님은 불교의식을 마친 뒤 아래로 내려가기위해 내 곁으로 다가온다.
“스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좋은 사진 촬영 했습니다. 한번 보십시요 ”
“예쁘게 잘 찍었네요.”정성스럽게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지난 정월 보름달에 비친 부처님 모습 촬영하러 왔는데
달이 언제 상사바위에 뜨는지 몰라서 이렇게 떨고 있습니다.”
“아~ 아까 오후에 전화 하신분이구나”하신다.
직감적으로 이분들은 바로 아래 상선암에 계시는 주지스님 일행임을 알 수 있다.
“예 제가오후에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
“달이 상사바위 위에 뜨려면 이른 시각인데 밑에 내려가서 있지요 추운데 계시지 말고요.”
“아닙니다. 달이 언제 상사바위에 걸릴지 모르니 불안해서 못 내려갑니다.
두비구니 스님이 돌계단을 소리 없이 밟고 내려 가시니 이제는 완전히 어둠이다.
속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상선암 주지 스님보고
이 추운데 여기는 웬일이시냐고 물어보았으니 속으로 얼마나 기가 찼겠는지
상상을 해보니 웃음이 슬그머니 나온다.
나도 이제 살다가보니 별 요상한 경험을 다 한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산중 달빛아래 특이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니
삼릉골짜기 큰 냉골아래에서 이곳까지 불어오는 솔바람소리가 쏴- 아 하고 불어오니
제법 운치는 있지만 이내 냉기로 변한다.
발끝은 시려오고 온몸은 차갑게 얼어 붙는 것 을 느낀다.
카메라가 설치된 삼각대를 마애석조여래좌상 옆 바위에 살짜기 기대어 숨기다시피
고정시켜 놓는데 만약 강풍이 불어 카메라가 넘어져서 박살이 나는 날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 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얼어붙는 몸을 풀기위해서 제자리에서 뛰어 보기도 하고
몸을 비틀어 보기도 하는 동안 30 여 년 전 겨울철
최전방 야간 철책 근무시 추위와 졸음을 쫒기 위해서
그 당시 유행하던 가수 이선희 노래 J에게를 밤새도록 들어가면서
양다리를 번갈아 교대로 뜀뛰던 군대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저녁 7시경에 달하니 건너편 상사바위 옆 좌측
검은 소나무 밑에서 훤한 달 기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떳나 남산위에 떳지“
추위에 떨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달이 솟아 오르기를 기원해본다.
어느 듯 하루지난 보름달의 달빛은 검은 소나무의 검은 솔잎이
한가닥까지 보일정도로 느낄때
달은 소옥하고 고개를 내밀며 싱긋이 웃으면서 나를 맞이한다.
마애석가여래좌상의 불두는 마치 천년을 바윗속에서 잠을 자다가
고개를 내밀어 쑥 내밀어달뜨는 방향으로 고개를 약간 틀어서 달맞이를 한다.
오늘 남산 달밤 삼릉계 큰냉골 달맞이 축제 연회객은
달님과 나 그리고 마애석가여래좌상이 함께 벌이는 3인의 자연 축제라고 생각하니
손끝은 이제 얼어서 마비증세가 오지만 마음은 더욱 더 흥겹기만 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비록 내가 연출하고자 했던
보름달과 달빛으로 은은하게 비치는 불상의 모습은 표현 하고져 했어나
서로 밝기가 넘 차이나서 생각한데로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
둥근달을 표현하려니 불상이 검게 나오고
불상을 표현하려니 달의 모습이 너무 밝게 나와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오니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는 지경이다.
고육지책으로 카메라 후레쉬를 불상근처 공중으로 터뜨리면서
조금 은은하게 표현해서 촬영을 하지만 내 맘에 들지는 않는다.
즉 확실히 할려면 조명기구 셋트를 가지고 불상을 비추면서 촬영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애석가여래좌상 앞 마당은 달빛으로 가득 차서
달님과 나 그리고 마애석가여래좌상과의 달맞이 축제가
이제는 신라천년 불심향연으로 이어져서 절정을 치다를 즈음
어느 정도 흥이 다했는지 시각을 보니 7시35분이다.
산 아래 뿌리 출판사에서 나를 기다릴 문대 편집위원과
두 분의 지도강사 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편집후기 사진도 촬영도 해야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지지나 않을지 걱정도 앞선다.
한바탕의 흥분된 달맞이 축제가 끝난 뒤 하산하기위해 헤드 렌턴을 켜고
삼각대를 해체시키고 배낭을 정리 하는 동안 손이 얼고 온 전신이 떨려온다.
산 아래 바람소리는 더 크게 들리고 검은 소나무 숲 색깔은 더욱 검게 느껴진다.
나 태어나 지천명 50넘도록 홀로 배낭 메고
야간에 산속을 다니기는 정말로 난생 처음이다.
도대체 한 장의 사진 작품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은 돌아갈 길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배낭 메고 헤드 렌튼 최대한 밝게 비추면서
등산지팡이 짚어면서 조심스레 하산한다.
어렷을적 달빛아래 공동묘지 처녀귀신이야기도 갑자기 생각도 나고,
바람소리에 주위의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발을 약간 헛디뎌서 넘어질 뻔도 몇 번이고 하면서
캄캄한 숲길을 헤치면서 내려오는데 어느 순간 뒤가 훤함을 느껴서 휙 돌아보니
검은 소나무 숲길을 비집고 달빛이 환하게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서
배웅하듯이 곱게 비추고 있다.
두려움에 떨면서 하산하는 도중에 달님은 나도 모르게 달빛의 황홀함을 보름날 선물로 챙겨주시고
계신다는 것을 느껴본다.
달님도 검은 소나무 숲길도 자연 전체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며
그리고 내 인생 마지막 돌아가야 할 안식처 아니던가?
내가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단 말인가 원효대성사의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를 떠올리면서 비로소 내 마음은 평온함을 찾을 수 가 있다.
약간의 더운 체온을 느낄 즈음 대나무 산죽 터널을 통과하니
삼불사 삼존불빛이 내 시야에 들어 온다.
간절하게 삼존불상 앞에서 기도하는 여인 뒤에서
나도 무사히 하산함을 감사하면서 합장으로 대신해본다.
편집후기 사진을 촬영하기위해 기다리고 있을 편집위원이 있는 뿌리출판사로
급히 차를 몰아 가는 도중에 나의 이런 행동이 욕이나 얻어 먹지나 않을지 조심스레 걱정을 하면서
도착하여 뿌리출판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파 정민호 선생님, 김종섭 선생님 모든 편집위원들이 수고했다고
박수로서 맞이해주시니 얼었듯 내 마음이 한꺼번에 봄 눈 녹듯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