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하수 파는 일을 하신 아저씨께서 특별히 수맥탐지까지 해주셨다. 수맥탐지봉으로 이리저리 살피더니 기초가 앉을 자리엔 수맥이 전혀 지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수맥탐지봉은 신기하게도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지하수는 깊을수록 좋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번 머리를 저었다. 물이 없고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대공을 파는 것이지, 이런 청정지역에서는 몇 미터 파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오염이 심한 곳은 대공을 파도 물이 좋지 않다고 했다. 옛날엔 3M 정도 우물을 파고 두레박으로 그 물을 길러 먹지 않았느냐는 게 그의 말이었다. 맞는 말 같았다. 옛날 살구꽃잎 한두장 씩 떠 있던 그 얕은 우물도 손이 시려울 정도로 차갑지 않았던가. 그리고 우리 역시 여기서 2년 넘게 흐르는 물을 받아 마셔왔다. 그러니 물만 마르지 않는다면야 깊이가 무슨 소용있겠는가.
땅 속엔 크고 작은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엔 물이 흐른다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거대한 드릴이 회전하며 땅을 팔 때, 그 열을 식히기 위해 호스로 계속 물을 부어줘야 한다. 그 물은 도로 땅 위로 올라오는데 가끔씩 땅 속으로 쑥쑥 빨려들어가곤 한다. 공간이 없다면 그 물이 빨려들어가지 않고 계속 넘칠 텐데 말이다.
드릴을 식히기 위해 붓는 그 물엔 돌가루가 섞여 나온다. 드릴이 돌을 뚫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 돌가루의 빛깔과 촉감을 보면 돌의 종류를 알 수 있다. 얼마나 단단하고 얼마나 깨끗한지, 현무암인지 화강암인지. 우리는 돌이 유난히 많고 엄청 단단하다고 했다. 지하수를 파기는 어려워도 물이 좋다는 증거라고 했다.
30 여 미터를 파내려 가자 물이 펑펑 솟구치기 시작했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가슴이 다 서늘해 올 정도였다. 이제 이 물로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고, 그리고 꽃과 나무들을 키우리라 생각하자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