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산과 용두산(오른쪽)
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 김효근, 「눈」중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1월 22일(토), 오전 흐림, 오후 갬
▶ 산행인원 : 12명(영희언니, 버들, 드류, 대간거사, 감악산, 더산, 사계, 신가이버, 해마, 인샬라,
메아리, 상고대)
▶ 산행시간 : 7시간 23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0.9㎞(1부 5.8㎞, 2부 5.1㎞)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4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56 - 영월군 수주면 두산리(斗山里) 상터마을, 산행시작
10 : 20 - 임도
11 : 13 - ┬자 능선 분기봉
11 : 46 - 매봉산(1,095m)
12 : 11 - ┤자 갈림길 안부
12 : 30 - 능선 복귀, 904m봉
13 : 07 - 명주사(明珠寺)
13 : 18 ~ 14 : 00 -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물안동, 1부 산행종료, 점심식사
15 : 05 - △738.3m봉
15 : 32 - 도계(강원도, 충청북도) 진입
15 : 55 - 723m봉 직전 안부
16 : 24 - 골, 사면 트래버스, 지능선 진입
17 : 08 - 비탈에선교회
17 : 19 -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黃屯里) 재사동, 임마누엘 수양관, 산행종료
21 : 3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상터마을에서 오른 임도에서
▶ 상터마을의 그 황구는 어찌 되었을까?
상터마을로 들어가는 언덕배기가 되게 미끄럽다. 차는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나도록 헛바퀴 돌아 수
대로 차에서 내려 암만 밀어도 제자리걸음한다. 체인 채우고서 넘는다. 상터마을 어귀. 황구 한 마
리가 마치 장판교 장비처럼 떠억 버티고 서서 사자후 짖어댄다. 그게 낯선 이방인에 대한 경계인
줄로 알았는데 실은 황구는 사람이 그리운 정의 표현이었다.
꽁꽁 언 우윳빛 개울을 비틀거리며 건너 가파른 생사면을 2보 전진 1보 후퇴로 오르고 눈 점점 깊
어가는 매봉산을 넘고, 급경사인 안부 지쳐 내리다가 사면 대 트래버스 하여 지능선 잡아 명주사로
내릴 때까지 그 황구는 우리와 5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했다. 우리가
쉬며 간식 먹을 때에도 먼발치에서 다만 우리를 지켜볼 뿐.
명주사 절집에 다다르자 명주사 개 두 마리가 이 황구를 보더니만 너 잘 만났다는 듯 그악스럽게
달려든다. 황구로서는 중과부적이라 도망치고 우리는 황둔리 물안동으로 내려 비닐하우스에 들어
가 취사하여 점심밥 먹고 차로 재사동으로 이동하였으니 황구와는 별리의 손짓이라도 나눔 없이
어이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그 황구는 어찌 되었을까? 집에서 산행 이튿날 아침부터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터마을의
동정을 알 수 있을까 인터넷을 두루 검색하였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하였고, 수주면 두산리 이장님
에게 연락하고자 114에 그 전화번호를 물었으나 실명을 모르면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다고 하며
두산리 노인회관 전화번호라도 좋겠느냐 하기에 아이구 감사합니다 고두사례로 알아냈다.
노인회관(033-374-2297)으로 전화 걸었다. 할머니(?)가 받는다.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말씀드리고
나서 그 황구가 집에 왔는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도움을 청했다. 이 동네 개들은 산과 들을 마구 돌
아다니다가도 곧잘 집에 돌아온다고 하며 전임 이장님이 그 동네 사정을 잘 알 거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전임 이장님에게 전화 걸었다. 사모님이 받는다. 아까처럼 황구와 동행한 산행과정을 설명했다. 상
터마을은 전화도 없고 휴대전화는 불통지역이어서 점심 때 그리로 올라가서 황구의 근황을 알아
보겠다고 한다. 저녁 때 전임 이장님 댁으로 전화 걸었다. 이번에는 전임 이장님이 받는다. 전임 이
장님 말씀, 집사람이 그러는데 상터마을에 올라가서 알아봤더니 황구를 기르는 집이 없더란다.
몇 번을 부언설명해도 개 기르는 집이 없더라는 답변이다. 상터마을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네이
버 카페의 ‘지성아빠의 나눔 세상’이 작년에 그 마을에서 전원주택 짓고 있었다. 거기에 올려있는
사진과 글 중에서 황구를 발견했다. 카페주인의 연락처가 보여 전화 걸었다. 황구를 아십니까? “나
는 서울에서 살고 있고 도대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라는 답변이었다.
‘지성아빠의 나눔 세상’ 카페에 사진과 글을 올린 이는 치심득심(治心得心)이라는 분이었다. 치심
득심 님은 아래 글에서 그 황구를 ‘상돌이’라고 불렀다. 치심득심 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가 의
견을 달았다. 상돌이를 아십니까, 상돌이가 집에 돌아온 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하고. 치
심득심 님으로부터 답변이 있었다.
“글쎄요. 저는 작년 10월 별당아씨 댁에 갔을 때, 상돌이를 보았습니다. 같이 가신 분이 데려갔었
는데요. 상돌이가 모르는 분을 따라 나섰는지요? 저는 그 이후론 상터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상돌
이도 보질 못했거든요.”
별당아씨 블로그와 카페를 찾아냈다. 네이버 카페는 ‘이야기가 있는 산골-귀농사랑방’이다. 회원
만이 댓글을 올릴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여 황구를 아시냐고 물었다. 아직 소식이 없다.
2. 치심득심 님의 블로그에서. 님은 사진과 글의 복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마우스 오른쪽 키의 클릭
을 막았으나 화면 캡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복제하였습니다. 혜량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 매봉산(1,095m)
산행시작 할 때쯤 제법 내릴 것 같던 눈발이 그쳤다. 그리 춥지 않아 겉옷은 벗는다. 빙판인 개울을
건너 가파른 생사면에 붙는다. 등로 주변에는 황정골을 이웃한 덕분으로 장대한 황장목이 즐비하
다. 황정골 황정교 옆에 황장금표석이 있다. 가는 지능선으로 올라서니 눈 덮인 희미한 인적이 보
이고 한 피치 숨 가쁘게 오르자 임도가 나온다.
임도에서 입산주로 과메기 안주하여 탁주 분음한다. 용감해졌을 얼근한 눈에도 마루금 임도 절개
지는 절벽이다. 임도 따라 왼쪽으로 약간 돌아가서 얕은 골짜기 슬랩으로 오른다. 이어지는 등로는
리지 수준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 황구는 그런 좌우사면 누비며 우리를 앞질러간다. 잡목이 울창
하여 앞뒤 안전거리 두고 걷는다.
┬자 능선 분기봉은 눈밭인 공터다. 왼쪽은 응봉 넘어 황정골로 가고 매봉산은 오른쪽이다. 등로에
는 눈이 수북하니 몰려있어 사면 비스듬히 비켜간다. 눈이 점점 깊어진다. 상고대는 움튼다. 시군
계(원주시와 영월군)에 들어 헬기장 지나고 한 차례 바짝 오르면 매봉산 정상이다. 아담한 정상 표
지석은 원주시에서 선점했다. 금방이라도 눈 뿌릴 듯 날이 흐려 조망이 시원찮다.
매봉산에서 가장 가까운 하산 길은 창촌마을 위 대봉농장 쪽으로 내리는 길인데 요즘 창궐하는 구
제역으로 외지인의 출입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아 명주사 쪽을 택한다. 뚝뚝 떨어지다가 잡목 베
어내고 넓게 만들어 놓은 헬기장을 돌아 오르고 다시 뚝 떨어진 ┤자 갈림길 안부에서 왼쪽 골로
내린다. 엄청 가팔라 눈과 함께 쓸린다.
오른쪽 사면으로 대 트래버스를 감행한다. 너덜 길이다. 암릉 자락도 지난다. 움찔움찔하다 지능선
에 올라서고 904m봉을 넘어서고부터 길이 풀린다. 설원 낙엽송 숲에서는 활보한다. 곧 명주사에
다다른다. 고판화박물관이 명주사 옆에 있다. 물안동으로 내리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하였다. 절집
마당 앞 주차장에서 취사하는 것은 무례일 것. 물안동으로 내려간다.
물안동. 도로 옆 방풍이 잘된 비닐하우스에서 걷기 운동하는 주인 할머니에게 식사장소로 잠시 대
여해 주실 것을 사정하여 할머니 나가시고 우리가 독점한다. 담배만 피우지 말아달란다. 비닐하우
스 안은 화기만당 봄날이다. 식사시간이 어느새 40분을 넘어버렸다.
2. 명주사
3. 재사동 연봉정에서 △738.3m봉 오르는 길
4. 감악산 연릉
▶ 재사동, △738.3m봉
눈으로만 분분히 감악산 일출봉 월출봉 석기암봉 다 넘고 발로는 재사동 연봉정 무명봉으로 간다.
차로 이동한다. 재사골 입구에서 개울 건너고 무턱대고 사면 오른다. 눈은 녹았으나 땅은 얼어있어
매우 미끄럽다. 이럴 바에야 눈길이 백번 낫다. 점심으로 잔뜩 부른 배 안고 오르느라 더욱 힘들다.
△738.3m봉까지 세 피치로 오른다.
오를 때는 봄날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야트막한 봉우리이지만 산허리 도는 우회로
보여 그리로 질러간다. △738.3m봉 정상은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났다. 삼각점 알현하려고 당연히
들린다. 더운 입김 불어 얼음 녹이고 판독한 삼각점은 제천 417, 2004 복구. △738.3m봉 정상은 나
무 숲 둘러 아무 조망 없다. 이제 완만한 능선 길이다. 좌우사면은 펑퍼짐하다. 더덕이 있을까 좌우
사면 종횡으로 누빈다.
도계 이르기 전 푹 꺼진 안부 지나고 나이프 리지성 등로다. 울창한 잡목이 훌륭한 홀더다. 그러나
예의 가려잡을 일. 잡자마자 툭 부러지는 죽은 나뭇가지도 많다. 도계에 올라서자 산행표지기가 눈
에 띈다. 암봉인 685m봉. 천하경점이다. 하늘금은 주론산 구학산은 물론 치악산의 연릉과 매화산
영월 계족산 영춘기맥 출발점인 태화산, 바로 눈앞에 송학산 용두산 석기암봉 감악산 연봉이 저마
다 엄동의 맹장임을 자랑한다.
산행 쇼를 부린다. 우선 685m봉 내린 안부에서 오른쪽 골짜기로 내린다. 1급 슬로프인 봉화 횡악
산 사면 닮으려다 말았다. 어정쩡하게 미끄러져 내린다. 골로 빠지기 직전 건너 사면에 붙어 지능
선을 횡단한다. 거의 수직의 설벽이라 트래버스 하는 데 살금살금 조심한다. 다시 지계곡으로 떨어
졌다가 건너 사면. 완만하다.
대간거사 님이 더덕을 발견했다기에 이미 한참 내린 등로에서 연장 들고 신가이버 님과 함께 달려
갔더니만 그새 더덕은 숨어버렸다. 언 땅 괜히 해작였다. 파장. 양손으로 잡목 번갈아 잡아가며 우
르르 내린다. 산비탈에 ‘비탈에선교회’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장 같다. 조용하다.
재사골 대로. 차바퀴 자국 난 데는 빙판이다. 넉장거리할라 길섶이나 길 한가운데로 간다.
5. 왼쪽은 태화산
6. 태화산 왼쪽으로 계족산이 보인다
7. 감악산, 비탈에선교회에서
8. 절벽에 자리 잡은 말벌집
첫댓글 시작을 늧게하여.. 산행 부족함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정한 탑바위와 감악산을 비껴서 진행하셨나 봅니다.
차후에도 황구소식이 없다면.. 지가 명주사를 찿아 개 2마리를 요절내고 오겠슴다0~^^
복날도 아닌데 명주사 스님들이 그 황구에 된장을 바를 리는 없을 것이고 혹시 요새 고딩들이 거기까지 가서 주살했을리도 없고, 다 헛되고 헛되도다. 부질없는 일이로다.
하여간에 주유천하 님의 입심은 당할 자가 없을 듯. 과연 그렇습니다. 언제 우리 한번 발 맞추어 자리 빛내주소서 !
지난주에 비교해서히 봄날이었습니다..과메기에 탁주한잔이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황구덕분에 셜록홈즈 되셨네요....ㅎㅎㅎ 참 좋은 산행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