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정말 날씨가 많이 풀린 것 같은데 요맘때쯤 딱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나요?
윤> 그동안 노래를 부르든 봄!
한려수도의 시발점인 경남 거제는 요즘 그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우리 국토가 좁은 땅덩어리라고는 하지만 강원도와 남녘의 계절감은 확연히 다른데, 사람들의 옷차림만 봐도 남쪽지역에는 이미 봄 냄새가 가득합니다.
이즈음 거제를 찾으면 수려한 '해변 드라이브의 낭만'과 '봄철 별미'라는 멀티 여정을 맛볼 수 있는데, 그 봄의 맛을 찾아 거제도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MC> 거제도에는 어떤 봄 음식이 있나요?
윤> 입맛 껄끄러운 이른 봄철 대표 어족으로는 도다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쪽 바닷가에서는 이맘때 싱싱한 도다리쑥국을 최고의 별미로 꼽습니다. 된장 살 큼 푼 말간 국물에 거제의 그 푸른 기운처럼 동동 뜬 쑥과, 도다리의 흰 살점이 담긴 국그릇에서 파란 바다냄새가 풍겨 옵니다.
도다리 쑥국은 딱 두 달이며 이때를 놓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애타는 봄 국입니다.
그래서 거제의 봄은 가게마다 폼 잡고 양반글씨로 써 내려간 '입춘대길, 도다리쑥국'이 팔자걸음처럼 내걸리며 활기를 얻습니다.
'제철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라는 게 도다리 쑥국을 즐겨 찾는 미식가들의 예찬입니다.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포구에 자리한 60년 전통의 이 집은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잇고 있는데, 바닷가 포구에서 식당을 하시기 때문에 제철음식 하는 집으로 미식가들 입에 오르내리는데, 이 집은 겨울에는 대구탕, 봄~여름은 뽈낙조림, 가을에는 생선미역국을 선보입니다.
거제 사람들은 봄이면 이 집에 들러서 "봄에 도다리쑥국 세번만 묵으마 몸이 무거바 정제(부엌) 문턱을 못 넘는다"고 도다리쑥국을 치켜세울 정도 입니다.
MC> 도다리 쑥국 어떤 맛인가요?
윤> 쑥을 수저로 지그시 누르고 국물부터 떠먹어보면 입 안 가득 향긋한 초록이 넘실댑니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담백함이 온몸을 편안하게 다스려주는 봄맛입니다.
여린 쑥은 씹히는가 싶더니 목젖으로 넘어가고 수저로 편편하게 뜬 도다리 살점은 솜사탕처럼 답니다.
그래서 입에서는 절로 시원하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이래서 거제도 사내들은 종일 술독을 끼고 살아도 계절에 맞춰 속 다스려 줄 해장국이 넘쳐나니까 행복합니다.
도다리쑥국은 말 그대로 도다리와 쑥만 들어가야 합니다. 이 집 도다리 쑥국 맛의 비결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제철 좋은 식재료가 맛의 근간이므로 싱싱한 도다리에 노지 쑥, 집 된장, 마늘, 소금이 전부입니다. 특히 쑥 향을 제대로 내기 위해 비닐하우스 쑥을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콩나물이나 묵은지를 헹궈서 넣기도 하는데 재료의 향긋한 맛을 즐기는 것이 봄 밥상이잖아요?
쌀뜨물에 된장을 약간 풀기도 하지만 도다리가 비린 생선이 아닌데다 향긋한 쑥이 들어가니 맨 물에 끓여도 비리지 않습니다.
바다와 육지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끓여내는 것으로 도다리와 봄 쑥의 궁합이 환상입니다.
야들야들한 도다리 살과 향긋한 쑥 내음이 함께 어우러지니 시원한 국물 맛에 겨우내 돌아선 입맛을 단번에 되돌려 줍니다. 평화 횟집 055-632-5124
MC> 도다리 쑥국 한 그릇이면 제대로 봄을 즐길 수 있겠는데요.
윤> 지난주에 통영을 소개 하면서 잠시 멍게 비빔밥을 언급 해 드렸는데요.
거제도에 가면서 멍게비빔밥을 모르고 갔거나 혹은 거제도에 가서 멍게비빔밥을 먹지 않았다면 뭔가 부족한 거제도 여행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것이 거제도 멍게비빔밥입니다.
멍게는 바깥은 딱딱한 껍데기고 부드러운 속살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생일 때에는 올챙이 모양으로 헤엄쳐 다니지만 성체는 바위에 붙거나 해저바닥의 흙속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합니다. 몸통은 보통 붉은색 또는 오렌지색을 띄며 표면에는 돌기가 돋아있는데 울진 이북지방에서는 비단멍게라 불리는 매끄러운 것도 있습니다.
멍게는 특유한 맛이 있는데 상큼하고 쌉살한 맛과 함께 단맛이 어울어진 바다의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MC> 멍게 비빔밥은 어떤 맛인가요?
윤> 거제도 멍게비빔밥도 당연히 멍게가 들어가는데, 그냥 멍게를 잡아 썰어 넣는 게 아니고 미리 멍게를 썰어 4-5일 정도 냉동고에 숙성을 시킵니다.
그렇게 숙성시킨 멍게를 네모꼴 일정한 크기로 냉동을 시켜두었다가 멍게비빔을 시키면 그릇에 담아 나오는데, 이 멍게비빔밥 그릇에는 멍게와 김가루, 깨소금이 전부인데 여기에 참기름이 뿌려져 있습니다.
같이 나오는 공기밥의 밥을 들어 어떤 장이나 양념이 필요 없이 그냥 비벼 먹으면 됩니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우럭탕은 그 날 잡은 우럭으로만 만든다고 하는데 무, 파, 호박, 다시마 등이 들어가 맑고 시원합니다.
멍게비빔밥은 이제 점심때나 저녁때가 아니어도 늘 찾는 사람들이 많은 거제도의 별미가 되었습니다.
MC> 봄 입맛 돌려주는 멍게 비빔밥도 먹고 싶어지네요?
윤> 거제도 여행의 특별한 목적지 중에 평생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섬 외도가 있는데, 졸복탕은 관광객을 외도에 붙잡아 둡니다.
외도에 와서 졸복탕을 먹어보지 않으면 외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 말은 설사 몸은 외도 밖으로 나가 있어도 졸복탕을 먹지 못한 사람은 그 맛을 모르기 때문에 마음은 외도에 가 있기 마련이고 졸복탕을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못 잊어 외도에 가 있는다는 뜻입니다.
이름부터 낯선 졸복탕의 정체는 뚝배기 안에 고이 잠든‘졸복’이란 녀석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데, 성인 손가락 두 개를 붙여 놓은 정도의 길이와 몸통의 두께가 다 자란 복어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졸복은 딱 한 입 크기로 작아 독을 손질하려면 애통터지는 생선입니다.
하지만 속 달래는데 미나리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졸복국 만한 것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속살은 꽁치처럼 보들한데 씹는 맛이 쫄깃한 졸복탕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국물입니다.
졸복탕을 맑은 졸복탕이라고도 하는데 국물색이 투명해서이기도 하지만 국물 맛이 시원하고 맑아서 인 듯합니다.
졸복탕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혈관 곳곳으로 스미면서 피로를 풀어 주는데, 식초를 약간 넣어 먹는 깔끔한 국물의 졸복탕은 고단한 하루 여정이었다면 저녁에는 더 맛있습니다.
MC> 거제도에서 봄 맛 나는 도다리쑥국에 멍게비빔밥까지 맛있게 먹고 뭘 봐야 봄을 만날 수 있나요?
윤> 요즘 거제를 찾는 길이 수월해졌습니다.
진주~통영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거가대교와 해저터널을 건너면 바로 거제입니다.
거제도는 10개의 유인도와 50개가 넘는 무인도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서, 해안은 크고 작은 곶과 만을 이룬 리아스식 해안이며, 곳곳에 몽돌이라 불리는 조약돌이 펼쳐져 있는 해변의 풍경은 가히 독특하다 할만한데, 그 중에 길이 약 1.2km, 폭 50m의 학동 몽돌해변과 여차 몽돌해변이 유명합니다.
그 밖에 구조라 해수욕장, 명사 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몽돌밭과 백사장을 끼고 있고, 무엇보다도 거제도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풍경은 해금강을 비롯한 한려해상국립공원입니다.
거제도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신현읍 고현리에 있는 거제포로수용소일 것입니다.
거제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에 의한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하여 설치 된 우리네 뼈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냉전시대 이념갈등의 축소현장과 같은 모습으로, 한국전쟁의 희생자였던 전쟁 포로들을 수용했던 시설중 현재는 수용소 잔존 건물의 일부만 남아 있습니다.
다만 냉전시대 이념 갈등의 상징이었던 수용소의 의미를 살려 그 옆에 새롭게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으로 다시 태어나 전쟁역사의 산 교육장 및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거제도에 들른 사람들이 꼭 한 번은 찾는 곳이 있다면 외도 해상농원이다.
한국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외도는 섬 전체가 잘 꾸며진 하나의 인공정원으로, 4만 4천여평의 천연동백림 숲과 아열대식물인 선인장, 용설란을 비롯해 코코야자, 유카리, 선샤인 등 수천여 종의 식물과 꽃으로 뒤덮인 이색지대라 할 수 있습니다.
MC> 찾아가는 길은?
윤> 대구 → 구마고속도로 → 칠서 → 남해고속도로 → 진주 → 고성 → 통영 → 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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