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200. 존자 부나외 외도, 중생이 죽으면 다시는 태어남을 받지 않는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迦蘭陀) 죽림(竹林)정사에 계셨다.
당시 존자 부나(富那)가 영축산(靈鷲山)에 있었는데,
많은 외도(外道)와 범지(梵志)들이 그 처소에 와서 존자 부나에게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존자 부나에게 여쭈었다.
“우리들은 모두 사문 구담께서
‘중생이 죽으면 다시는 태어남을 받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는데, 이 일은 어떻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한 바로는 부처님께서는 결코
‘중생이 죽으면 여기서 죽었다가 저기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실로 중생이라는 모습을 보지 않으니, 왜냐 하면 범부들이 허망한 생각에서 나온 교만함으로 중생이 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교만을 끊으셨고 교만(驕慢) 끊는 것을 찬탄하시므로 중생이란 생각[想]이 없습니다.”
그러자 모든 외도들은 존자의 말을 듣고 기뻐하지도 않고 비방하거나 헐뜯지도 않고서 즉시 자기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떠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나는 부처님 처소를 찾아갔다.
부처님 처소에 와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외도들이 묻는 말을 세존께 아뢰었다.
“이 모든 외도들이
‘세존께서 〈중생이 죽으면 다시는 태어남을 받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는데, 이 일은 어떻습니까?’ 하기에,
제가 그들에게 대답하기를,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한 바로는 부처님께서는 결코
〈중생이 죽으면 여기서 죽었다가 저기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실로 중생이라는 모습을 보지 않으니, 왜냐 하면 범부들이 허망한 생각에서 나온 교만함으로 중생이 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교만을 끊으셨고 교만 끊는 것을 찬탄하시므로 중생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부나가 또 말하였다.
“제가 외도들에게 그와 같은 말을 했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교법을 어기거나 비방하면서 보태거나 빼지 않았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까, 다릅니까?
법대로 말한 것입니까, 법대로 말하지 않은 것입니까?
법과 틀리게 말한 것입니까, 법과 틀리지 않게 말한 것입니까?
불법을 함께 닦는 이에게 비난과 질책을 받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부나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것은 진실해서 헐뜯거나 비방하지도 않고, 보태거나 빼지도 않아서 내가 말한 바와 다름없나니, 이는 법대로 말한 것이지 법과 틀리게 말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불법을 함께 닦는 이로서 너를 비난하고 질책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본시부터 일체가 모두 아만(我慢)의 해침을 받은 것이라서 중생의 번뇌가 모두 아만으로 말미암아 생겨났기 때문이다.
아만을 좋아하고 아만을 알지 못하나니,
아만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치 둥근 고리의 단초(端初)를 알 수 없는 것과 같고,
또한 헝클어진 실의 그 끝 머리를 알 수 없는 것과 같으며,
또 헝클어진 삼실과 같고,
또한 패배를 당한 군대가 어지럽게 달아나는 것과 같다.
결국 중생이 어디에서도 어지럽고 안정되지 못해서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쉴 새 없이 흘러 다니고 생사에 유전(流轉)하면서 빠져 나오질 못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또 부나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아만을 온갖 중생들이 없애지 못하고 있으니, 이 아만의 상(相)을 모두 없애서 소멸시키면 그것이 다 흩어지고 없어지리라.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인간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와 악마의 세계와 범천의 세계와 사문ㆍ바라문ㆍ천상ㆍ인간의 대중 속에서 오랫동안 뜻[義]을 얻고 구제되어서 안락을 얻으리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