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윤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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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3>마라톤 연습기
[마라톤 연습기]
일요일 새벽 4시 행여 잠에 취할세라 이중 삼중으로 울리는 기상소리에 눈을 뜬다. 전화 모닝콜, TV, 핸드폰 알람까지....... 달콤한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나왔다.
새해 들어 다짐한 마라톤 풀 코스 완주를 위한 훈련으로 오늘로서 연 3주차 인 LSD (Long Slow Distance ; 느리게 편한 페이스로 2시간 이상의 장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것) 마라톤 연습이다. 주간 기준 평일에는 거리주 평균 8~10km를 4~5일 달리고 늦게 가게문을 여는 휴일에는 장거리 훈련을 하기로 했다.
기온은 영하 6도 창문을 열고 날씨를 보니 안개가 자욱한 일기에 매서운 찬 공기가 오늘의 훈련도 만만치 않음을 암시한다.
물 두컵을 마시고 인절미 두 쪽을 천천히 씹으면서 채비를 차린다. 상의는 쿨맥스 긴팔티와 면티를 겹쳐 입고 하의는 타이츠 위에 츄리닝을 입은 복장에 고어텍스 모자, 벙어리 다운 장갑 이 정도면 기초 복장으로는 만족이다. 배낭에는 물 2병 쵸코파이 5개 바나나 3개 예비 옷, 타올등과 핸드폰 약간의 비상금을 넣었다. 그리고 안전사고를 대비해 야광 안전띠를 착용하고 배낭 뒤에도 야광 테이프를 붙였다. 실내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 5시 10분전에 아파트를 나섰다. 곤히 잠든 아내를 깨우기 미안했지만 열쇠 하나도 짐이 된다는 핑계로 아내의 배웅까지 받았다.
[5km] 단지 정문 앞에서 마지막 스트레칭 및 스톱워치를 점검한 후 새벽 5시 드디어 출발이다. 오늘의 장거리 목표는 37km 계획 시간은 약 4시간 30분 풀 코스 42.195km를 5시간 완주를 목표로 1km를 7분에 달리는 속도로 설정된 연습 계획이다.
사또 낚시터를 가볍게 한바퀴 돌고 농로 길을 돌아 84번 도로를 탔다.
첫 번째 LSD 훈련인 1월 20일 출발시 빗방울이 간간 뿌렸지만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의 호기를 놓칠 수 없어 32km 장거리주를 떠났지만 결국 12km를 지나서 쏟아지는 비로 인해 완주를 포기 택시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귀가하는 신세가 되었다.
두 번째 LSD 훈련인 1월 27일 새벽 6시 10분에 출발 3시간 41분만에 32km를 달렸다. 하프코스(21.0975km) 달리기외 처음이라 혹 부상으로 가게 출근도 못하는 줄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외로 잘 견디어 냈다.
역시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기분좋은 휴일이었다. 단지 면장갑으로는 보온이 충분히 되지 않아 고생을 하였지만..
오늘 코스는 아파트를 출발 84번 도로를 타고 수원과학대와 보통리를 돌아 정남면 소재지를 통과 세 개의 지방도로를 번갈아 타고 오산으로 가서 유턴 다시 정남으로 온후 집이 있는 태인읍 안녕리로 왔다가 융건릉, 용주사를 돌아오는 코스로 하였다.
수원과학대 입구까지의 왕복 4차선인 84번 도로는 보도에 가로등과 자전차 전용도로가 있어 달리기엔 최상의 조건이었다. 비록 2km 남짓한 거리지만 초반 안전하게 땀을 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수원과학대 앞에서 첫 번째 급수 및 바나나 1개를 먹고 1분 정도 스트레칭후 다시 출발 ~~~
[10km] 칠흙같은 어둠에 안개까지 겹친 달리기는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차들은 아직 많지 않지만 갓길도 없는 도로의 백색 라인을 따라가다 차가 오면 최대한 비탈 쪽으로 바짝 붙여 달려야 하는지라 신경이 쓰여진다. 지난주 달리기 때는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도로의 군데군데 고여 있는 물이 얼어 미끄러질 우려 때문에 제대로 못 달렸는데 오늘은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가 짧아 이래저래 힘든 주행이다.
달리기에 입문 막연히 건강을 걱정하고 체중을 줄이려던 목표가 점점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이제는 철저한 마라톤 매니아로 변신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 동안 체중도 약 14kg 줄였고 5km 달리기 1회 10km 달리기 4회를 거쳐 작년 12월 2일 여의도 한강 공원 여의도 성수대교간 왕복 하프코스에 처음 도전 새로운 도약기를 마련했고 12월 31일 0시 해를 이어 달리는 눈 내리는 남양주 하프마라톤에도 참가 두 번째의 하프코스 완주 기록을 세웠다. 두 번의 하프 코스를 완주한 자신감이 오는 4월 21일 동양일보 주최 청주마라톤에 겁 없이 풀 코스 신청을 덜컥 해버린 계기가 되었다. 풀 코스에 대한 동경과 목표는 누구나 갖게 되는 꿈이지만 그 꿈이 너무 빨리 내 앞에 나타난 것에 대해 기대반 걱정반이 앞선다. 마라톤 인구의 저변확대로 매년 200여개 이상의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특히 동계기간이 끝난 3, 4월에는 많은 대회가 휴일마다 중복되어 있어 러너들에게 어느 대회를 선정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 굳이 풀 코스에 대한 첫 도전을 청주마라톤으로 한 것은 초등학교 교장이신 아버님의 전근 때마다 이곳 저곳에 옮겨 살았던 충북이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낸 마음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정남 면소재지를 통과하여 오산 쪽으로 가는 330도로로 빠졌다. 수원의 원천천과 지류가 만나 이루어진 황구지천을 가로지른 제법 긴 다리인 용수교를 지날 때는 칼날 같은 바람이 귓전을 때린다. 330도로와 314도로가 분기되는 지점에서 잠시 급수를 한다. 소요 시간은 1시간 7분으로 예정 시간보다 4분 일찍 도착했다. 마라톤에서 대부분의 러너들이 완주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인 초반 오버 페이스가 안되도록 1분여 편한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를 한다. 하지만 차가운 날씨는 장갑을 벗은 채 잠시 배낭을 추스르는데도 손이 엄청 시렵다. 불과 짧은 휴식인데도 흐르는 땀이 식느라 추위가 엄습한다. 차갑고 딱딱한 초코파이를 반쯤 먹다가 버렸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도 다시 배낭을 들쳐 메고 달려야 했다.
발안 - 오산간 82번 도로와 연결하는 314도로는 낮은 구릉인데도 간간 오르막 내림길이 있어 심심지 않았다. 아직도 안개는 자욱한데 앞에서 달려오는 승합차가 늦게 나를 발견했는지 놀래 급히 핸들을 꺾었다. 미안했다. 안개 속에 사람이 있는 것만 해도 바짝 긴장할텐데 내 달리기가 마치 차를 보고 달려드는 것처럼 보이니 얼마나 놀랬을까. 별 미친놈이 밤중에 그것도 안개 속을 달리기를 한다고 꾸덜댔을 것이다. 고개를 하나 넘어서니 전경부대인 듯 전경 하나가 입초를 서고 있다. 문득 제대를 얼마 안 남긴 아들 녀석이 생각난다. 처음 군대에 갔을 때는 안쓰러운 생각을 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세월이 왜 이리 빠른 건지..... 마을 입구에서 개 한 마리가 짖자 온 동네 개들이 짖어댄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시골에도 개도둑 때문에 묶어 놓는지 쫓아오는 견들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달려가는 낮선 침입자를 추격하는 견들 때문에 짜증스러울 텐데 말이다.
[15km] 작년 5월 초등학교 운동장 200m 트랙을 세 바퀴 도는 것을 시발로 한 나의 달리기는 2주 후 12바퀴(2.4km) 한달 후 25바퀴(5km) 두달 후 30바퀴(6km)로 발전했다. 급기야는 7월 22일 서울시 육상연합회 주최 여의도 마라톤대회 5km코스에 출전하게 되었다. 종목별로 다른 색깔의 배번호를 단 10km, 하프코스 선배 주자들의 화려한 복장과 노련한 표정들은 처음 5km에 입문하는 초짜에겐 부러움의 대상 이였고 괜스레 주눅만 들었다. 옆구리가 파진 삼각형 스타일의 마라톤 팬티는 달릴 때 허벅지 부분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왠지 점잖은 색상의 러닝과 반바지형 내 팬티는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7월 장마 우중을 뚫고 달린 내 기록은 21분 48초였다. 평소 연습기록은 28분 대였는데 소나기가 삼복의 청량제 구실을 했는지 엄청난 기록 경신 이였고 어릴 때나 이제껏 특별한 운동과는 별 관심이 없었던 내게 마라톤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대단한 변화였고 행여 낙오로 망신만 당할까봐 혼자 슬그머니 참석한 첫 달림 이였다.
314도로와 82번 도로가 만나는 오산시 두곡동에서 잠시 휴식 스트레칭을 한다. 달린거리는 14.8km 현재 시간은 오전 6시 43분 안개와 어둠은 아직 걷히지 않고 있다.
[20km] 82번 도로는 오산이 가까워지면서 길은 평탄했지만 제법 주행하는 차들이 늘어 달리기가 불편했다. 더욱 갓길 포장 끝 부분의 요철 및 작은 돌 때문에 발바닥도 아파 오기 시작한다. 오산대학 근처 로터리를 돌아 정남 쪽으로 가는 330 도로로 들어섰다. 오산 로터리를 출발한지 약 1km 지나자 약간의 오르막길이 나온다. 보폭을 최대한 짧게 힘겹게 오른다. 이제껏 달린 거리는 18.5km 오늘 예정의 하프를 통과 지점이다. 이 상태로 라면 목표시간대 완주가 가능할 것 같다. 어스름하게 날은 개이지만 안개는 여전했다.
여의도 5km 달리기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8월 26일 여주에서 개최하는 도자기 엑스포 하프마라톤대회 10km 코스를 신청했다. 연습을 하기 위해 달리기 동호회나 클럽에 가입하면 체계적으로 마라톤에 대해 배울 수 있지만 잠자는 시간외 하루 근무시간(18시간)의 짬을 내서 참가하기엔 무리였다. 별 수 없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얻거나 운동복과 운동화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무조건 틈만 나면 달리는 식의 연습이었다. 한밤중 영업이 끝난 시간의 화서로(자전차전용도로)를 달리거나 서호공원(호수거리 2km)순환코스 또는 주말을 이용 안산 사사동에서 어천 저수지까지의 지방도로(5km 왕복)에서 연습을 하였다. 내 마라톤 인생에서 한 등급 업그레이드된 10k코스는 스피드칩(전자계측장치)을 신발 끈에 묶는 것조차 모르던 촌놈이 그런 대로 마라토너 폼을 흉내내 달렸고 기록은 58분 07초였다.
언덕을 넘자 20km 지점 농로 갈림길인 현대 주유소가 나온다. 스트레칭 및 급수 마지막 남은 바나나를 먹는다.
[25km] 현대 주유소에서 330 도로를 버리고 서랑 저수지 쪽 농로로 접어든다. 약 5km구간이 한적한 시골길 시멘트길이다. 아스팔트길보다 시멘트 도로는 무릅쪽에 충격을 더 받을 것 같지만 지나가는 자동차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 좋았다. 서낭당 고갯길 같은 언덕을 오르면 마라톤의 하프 거리인 약 21km 지점이다. 공식 하프대회 참가 이후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맞는 하프 이상 달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새로 뛴다는 각오로 체중에 몸을 실은 채 발뒤꿈치에 자연스럽게 힘을 주어 제법 빠른 속도로 언덕을 내려갔다. 아직 컨디션은 괜찮고 오산 지나기전의 발바닥 통증은 후끈한 발 열 때문인지 감각이 없이 아프지 않다.
여주대회 참석 후 시작된 무릅 부상은 두 달여나 나를 괴롭혔다. 무리한 연습 때문인지 오른쪽 다리 무릅아래 정강이 부분의 뼈에서 마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심한 고생을 했다. 하루 연습하면 하루를 쉬어야 하고 조금 강도 높은 장거리 달리기를 한 후에는 일상 걸음걸이조차 부자유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마라톤에 깊이 빠져들면 하루라도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온 몸이 쑤셔서 견딜 수 없는 중독증세를 나타낸다. 사실 왠 만한 무릅 통증은 초반에는 아프다가 어느 정도 달리기만 하면 마치 진통제를 맞은 것 마냥 감각이 무디어 짐을 느끼지만 부상으로 마라톤을 중도에 포기하여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조심스러운 연습을 하여야 했다.
무릅 부상 와중에도 9월에 달린 하남환경마라톤 10km 에서는 진통소염제를 먹고 달렸으니 마라톤중독이 얼마나 중증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도 기록은 54분 08초가 나왔다.
무릅통증은 병원으로, 한방치료로, 얼음찜질로, 테이프요법 등으로 해도 신통치 않던 것이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없어져 버렸다. 그간 훈련으로 인해 달리기에 적합한 근육 단련이 효과를 본 모양이다. 앞서의 부상은 무리한 달리기를 미처 지탱하지 못한 근육통의 일종이었다. 새삼 근력강화를 위한 연습도 강화하여야 되고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휴식이 적당히 조절하여야만 됨을 알았다.
서랑 저수지 옆을 통과한다. 저수지 외측의 얼음이 언 부분에 하얀 무서리가 내린 채 정적만 아침 안개에 휘감겨 있다. 시골 정취가 무르익는 평탄한 농로 길을 계속 달리다 보니 이제는 다리의 통증도 없고 호흡도 규칙적인 채 피곤과 고통보다는 오히려 힘이 나는 듯 했다. 바로 마라토너들이 달리기할 때 흔히 느낄 수 있는 무아지경에 빠진 듯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러너스하이(runner's high)현상을 맛본다.
용수말 마을을 가로질러서 330도로와 다시 만나는 용수교 앞에서 잠시 급수 및 간식을 먹는다. 1시간 40분전에 오산 쪽으로 달렸던 도로였다. 달린 거리는 25km 시간은 2시간 55분대 아직까지는 페이스 조절이 잘되는 것 같았다.
[30km] 용수교를 지나 정남에서 수원과학대가 아닌 병점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앞으로 남은 거리는 12km 예정 시간은 1시간 30분 여 발안에서 병점 태안 쪽으로 가는 343도로는 평시에도 차량이 많은 지역인지라 오고 가는 차량들이 많다. 안전사고 위험, 차량의 매연 등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지만 장거리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감내를 하여야만 했다. LSD연습을 하기 위해서 아내와 둘이서 차를 타고 집을 중심으로 3, 40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교통량이 적은 도로의 마킹을 위해서 달렸지만 안전을 고려 선정된 도로는 고작 25km 뿐이었다. 결국 지루한 감이 있어도 몇 군데는 중복되는 연습코스를 선정했고 마라톤 42.195km가 얼마나 먼 거리인가를 새삼 실감했다.
작년 10월 21일 조선일보 주최 춘천마라톤은 풀 코스 만명시대를 넘는 여러 가지로 감동적인 인상을 주었던 대회였다. 풀 코스 만명, 10km코스 만명, 선수 가족 삼만등 도합 오만의 인파가 춘천공설운동장에 운집했다. 나는 비록 풀 코스가 아닌 10km 코스이지만 풀 코스를 뛰는 선배 고수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풀 코스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의암호를 끼고 도는 만 여명의 풀 코스 레이서들의 파도타기 함성은 두고두고 멋진 기억이었다.
마라톤이 건강을 찾아주고 삶의 자신감을 일깨워 주는 좋은 운동이기에 어차피 마라톤대회에 나가서 완주하는데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기록은 향상 관심이 있게 마련이다. 춘천마라톤 10km 달리기 기록은 실제 완주자 5786명중 954등(완주기록 54분 49초)을 하였고 11월 4일 서울 잠실 일원에서 달린 중앙일보주최 국제하프마라톤 10km 코스는 7720명중 954등(기록 52분 16초)을 하였다. 여주마라톤 대회 이후 6분 8초의 기록 향상이 되었다. 2001년 달리기에 입문 거북스러운 뱃살을 덜어낸 마라톤의 성취감과 기록향상의 자신감은 일년 후에나 시도될 하프코스의 도전을 앞당겨주었다.
2001년 12월 2일 춥고 고즈넉해 보이는 여의도 한강공원 하프 출발선에 이제는 달리기에 꽤 이력이 붙은 폼(?)으로 나도 서있었다. 중앙일보 마라톤을 끝내고 하프코스에 출전하기 위해서 11월 한 달여 내 딴에 엄청난 량의 훈련을 하였다. 주당 단 하루의 휴식을 빼곤 거의 매일 10km 이상을 뛰었고 하프거리도 3번을 달렸다. 10바퀴를 뛰어야 하는 서호 호수의 지루한 고통도 참았고 어천 저수지 지방도로에서의 지옥 같은 언덕훈련, 실내 헬스장의 트레드밀에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씻으며 1시간씩 러닝을 하였다. 운동의 고통보다 달리기 후 찾아오는 성취감은 그 무엇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드디어 출발신호가 따앙~~ 4천여명의 하프주자가 여의도를 빠져나가고 그 틈새에 배번 2036번 나도 달려간다. 여의도에서 출발 한강자전차전용도로를 타고 성수대교를 돌아오는 코스에서 1시간 54분 16초란 기록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하프코스 첫 완주의 기쁨을 안았다.
[35km] 세마대 갈림길이다. 30km룰 달렸다. 풀 코스 레이스에서 항상 마의 벽에 부딪힌다는 30km 지점 앞으로 남은 코스는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달리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다리에 힘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다리 쪽으로는 아직 이렇다 부상은없지만 포기하고 싶은 충동과 앞으로 남은 거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속도감은 조금 느려진 채 걷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야 그래도 벌써 30km를 내가 달렸구나 하는 기쁨과 레이스의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굳은 의지로 달리자는 각오를 새로이 한다.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페이스조절을 잘해 왔기에 앞으로 남은 오늘의 목표 7km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멀리 집(아파트)이 보인다. 남은 코스는 짧은 주로를 보완키 위해 첫 번째 5km 코스와 중복 돼 달리는 융건능, 용주사를 거쳐 아파트까지 달리는 거리이다.
해를 이어 달리는 서울종합촬영소에서의 남양주 마라톤 하프코스는 2001년 12월 31일밤 12시에 출발 2002년 새해를 맞이하는 뜻깊은 행사였지만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해 교통이 마비 많은 사람들이 불참 또는 지각하여 안타까움을 주었다. 하지만 참석한 러너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갖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눈길을 헤치며 여유 있게 달려간 갤로퍼 덕분에 한해를 마무리하는 멋진 식전행사 및 새터 삼거리를 돌아 오는 눈 쌓인 북한강변을 달리는 야간 마라톤의 추억을 다졌다. 비록 폭설과 종합촬영소를 올라가는 1.5km인 마의 언덕(?)구간이 있어 좋은 기록(2시간 12분54초)은 아니었지만 새해 첫 출발의 달림 이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37km] 마라톤으로 체중이 줄다보니 옷마다 커서 못 입는 즐거운 비명이었고 36인치의 허리가 줄어 32인치 청바지를 입었을 땐 애들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얼굴 생김은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많은 변화가 된듯 가게에서 있다보면 두 종류의 질문을 하시는 손님들로 당황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첫 번째는 어디 아팠었냐, 얼굴이 반쪽이다 라는 걱정(?)스런 질문을 하시는 손님은 꽤나 우리 집 단골이신 데 일일이 마라톤학(?)을 설명드릴 수 없고 그저 빙긋 웃음으로 대충 얼버 부릴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두 번째는 이 가게 주인이 바뀌었냐는 질문인데 어쩌다 한 두 번 들리신 손님중 그래도 관심이 많으신 고객 분들이다. 제가 그대로 먼저 주인입니다 하면 다들 깜짝 놀라신다. 단골 손님중 삼십 중반쯤 되시는 풍채(?)가 많이 나가시는 남자 손님이 계셨는데 한 두달 뜸하시다가 어느 날 문득 들어오실 길래 이번에 내가 깜작 놀랐다. 그 육중하고 중후한 모습이 어디론가 사라졌고 갑자기 날쌘돌이가 되어 있었다. 사연인즉 사장님 다이어트 하신 것을 보고 젊은 놈이 충격을 받고 자기도 헬스장 에서 죽기 살기로 러닝머신을 했다나...
아무튼 마라톤 열풍은 열풍인가 보다. 운동화와 간편한 운동복 차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달리기나 걷기가 가능하기에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은 베스트 운동이다. 수원과학대 입구를 돌아서 융건능 쪽으로 돌았다. 앞으로 2km 남짓 남았지만 풀 코스 피니시 라인(도착지점)까지 7km가 남았다는 각오로 마지막 인내력으로 달린다. 도로 폭은 좁지만 구불구불 좌우로 프라다스 가로수들이 우거진 융건능 용주사간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었다. 두 번째 언덕을 넘어서니 아파트가 보인다. 실제 풀 코스까지 아직 5km는 더 달려야 되지만 오늘 목표는 37km로 너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엄청나게 힘들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9시 25분 새벽 5시 출발한 것이 예정시간을 5분 앞당긴 4시간 25분의 37km 장거리 연습의 대미를 내린다.
앞으로도 계속 달려야 하고 달릴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 나의 풀 코스 연습기가 될 것이다. 간단한 몸풀기 운동후 아파트 9층까지 마지막 호흡조절을 하며 계단을 오른 후 문을 열고 들어가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은 하얀 눈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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