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192
■ 1부 황하의 영웅 (192)
제3권 춤추는 천하
제 25장 음모의 소용돌이 (12)
괵나라를 멸망시킨 후, 진헌공은 우공에게 사냥을 제안합니다. 우공은 자신의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좋은 무기와 병사들을 모두 동원하여 사냥에 나섰습니다. 사냥에 한창 열중하고 있을 때, 성에서 불길과 연기가 보인다는 보고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진헌공은 우공을 안심시키며 사냥을 계속하게 했습니다.
뒤늦게 신하 백리해가 변란이 일어난 것 같으니 어서 환궁해야 한다고 알리자, 우공은 급히 친위대만을 이끌고 성으로 향했습니다. 성에 도착하자, 피난민들은 진나라 장수들이 이미 성을 점령했다고 알려줍니다. 자신이 진헌공의 계략에 속았음을 깨달은 우공은 분노했지만, 이미 모든 군대는 진나라에 의해 제압된 상태였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우공은 지난날 궁지기의 충고를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합니다. 옆에 있던 백리해에게 왜 자신에게 간언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백리해는 이미 충신인 궁지기의 말도 듣지 않은 왕에게 자신의 간언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냐며, 다만 옆에 남아 섬기기 위함이었다고 답합니다.
결국 우공은 진헌공에게 사로잡혔고, 진헌공은 우공에게 영원한 우호를 약속하며 그를 감금합니다. 우공이 비참한 최후를 맞은 반면, 순식은 계책을 성공시킨 공으로 진헌공에게 보물들을 돌려주며 칭찬을 받습니다. |
우공(虞公)은 진헌공에게 자기 나라 군대의 위용을 자랑하고 싶었다.
그는 기산으로 가기 전 성안의 좋은 무기와 병차와 말을 모두 동원하였다.
사냥은 두 패로 나누어 하기로 했다.
진헌공(晉獻公)과 우공은 함께 높은 언덕에 올라 두 나라 군사들의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때로는 그들 자신도 병차에 올라 짐승을 쫓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조금 전에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래도 두 나라 군사들은 사냥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한 병사가 급히 달려와 우공(虞公)에게 아뢰었다.
"멀리 도성쪽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성안에 화재가 난 듯합니다.“
"화재?“
우공(虞公)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곁에 있던 진헌공이 웃으며 안심시켰다.
"민가에서 불이 난 것이겠지요. 성안 사람들이 알아서 끌 것입니다.
기왕 시작한 사냥이니 한 번만 더 짐승을 몰아봅시다."
우공(虞公)이 다시 병차에 오르려 할 때였다.
이번에는 대부 백리해(百里奚)가 저편에서 달려와 보고했다.
"아무래도 성안에 변란이 일어난 듯싶습니다.
주공께서는 속히 환궁하십시오.“
"안되겠소.
결례인 줄 알지만 과인은 먼저 도성으로 가보아야 할 것 같소.“
"정히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그렇게 하시지요. 저는 여기서 좀 더 사냥을 하겠소이다."
우공(虞公)은 급한 대로 친위대만을 거느리고 도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공이 도성 외곽에 이르렀을 때였다.
저편에서 백성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피난민들이 분명했다.
"무슨 일인가?“
"진(晉)나라 장수 이극과 순식이 주공께서 성을 비우신 틈을 타서 성안으로 쳐들어와 궁성을 점령했습니다.“
우공(虞公)은 비로소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았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간교한 놈들이로다!
속히 병차를 몰아 진군을 공격하라!"
우공(虞公)의 친위대는 나는 듯이 달려가 도성 밖에 이르렀다.
피난 백성들의 말대로 성은 진군이 이미 점령하고 있었다.
성루 위에 한 장수가 난간을 의지하고 서 있었다.
진군 대장 이극(里克)이었다.
이극은 우공을 보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후 외쳐 말했다.
"지난번은 군후께서 우리에게 길을 빌려 주셨고, 이번에는 다시 우리에게 나라까지 내주셨으니,
이 어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놈...........!“
우공(虞公)은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성을 공격하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 위에서 북소리가 크게 일었다.
둥둥둥둥......!
그와 동시에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우공(虞公)은 어쩔 수 없이 군사를 물리며 좌우에게 물었다.
"사냥 나갔던 군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느냐?
어서 가서 빨리 불러오라!“
그 명에 답하기라도 하듯 저편에서 한 병사가 달려와 아뢰었다.
"기산(箕山)에 남아 있던 군사들은 모두 진군의 습격을 받아 죽거나 투항했습니다.
진헌공은 지금 우리 병차와 말을 몰수하여 대군을 거느리고 이곳으로 진격해오는 중입니다."
나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
우공(虞公)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내가 지난날 궁지기(宮之寄)의 말을 듣지 않다가 마침내 이 꼴이 되었구나.“
그러다가 문득 옆에 서 있던 백리해를 돌아보며 타박하듯 물었다.
"그때 그대는 어찌하여 과인에게 간하지 않았는가?“
백리해(百里奚)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주공께서는 대신인 궁지기(宮之寄)가 간하는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신의 말을 들었겠습니까.
그때 신이 간하지 않은 것은 다만 이곳에 머물며 오늘까지라도 주공을 모시기 위한 마음에서였습니다.“
"아아,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우공(虞公)이 절망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뒤편에서 병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하양성을 지키다가 진나라에 항복한 괵나라 장수 주지교(舟之僑)였다.
우공(虞公)은 주지교를 보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는 사이 주지교는 병차에서 내려 우공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군후께서는 순식(筍息)이 내민 보물에 눈이 어두워 동맹국인 괵나라를 적국에 팔아넘겼습니다.
그 결과 군후도 모든 것을 잃으셨습니다.“
"......................“
"하지만 저는 군후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바에 타국으로 도망가느니 진헌공(晉獻公)에게 항복하고 사정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러면 진헌공은 군후를 죽이지 않고 손님의 예로써 후대할 것입니다."
우공(虞公)은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실감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는 사이 진헌공이 그곳에 당도했다.
그는 사람을 보내 우공(虞公)을 자신의 군막으로 청했다.
이제 우공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싫어도 가야 하는 처지였다.
진헌공(晉獻公)은 우공을 보자 얼굴 가득히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과인이 여기 온 것은 귀국과 영원히 우호하기 위함이오.“
그러고는 우공을 군중(軍中)에 가두어버렸다.
백리해(百里奚)는 자청하여 우공의 곁에 머물렀다.
항복한 한 군사가 그런 백리해를 보고 비웃는 어조로 물었다.
"망한 군주 옆에 머물러 있다 한들 무슨 이득이 있을 것입니까?"
백리해(百里奚)가 대답했다.
"나는 오랫동안 우나라 국록을 받아온 몸이다.
어찌 주공을 버릴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 주공 곁에 머무는 것은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일 뿐, 결코 이득을 바라서가 아니다."
다음날,
진헌공(晉獻公)은 우나라 도성 안으로 돌어갔다.
성을 점령한 순식이 왼손에 수극(垂棘)의 옥(玉)을 들고 바른 손에는 말고삐를 잡고서 진헌공을 영접했다.
"신의 계책이 이제 성사되었으므로, 이 두 가지 보물을 주공께 반환합니다.“
"수고하시었소.“
이로써 우(虞)나라 또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우공이 남긴 것은 단 하나
- '가도멸괵'이라는 고사성어였다.
이 일을 두고 후세의 한 시인은 다음과 같이 읊으며 우공을 비웃었다.
구슬과 말이 비록 지극한 보물이라 할지라도
어찌 한 나라의 사직에 견줄 수 있으리오.
순식의 계책을 묘하다 하지 마라.
우공이 그만큼 어리석었을 뿐이다.
한편,
진나라에 귀화하여 대부가 된 주지교(舟之僑)는 백리해가 비범한 재능을 지닌 사람인 것을 알고 그를 찾아가 말했다.
"이제 우(虞)나라는 망했소.
그대의 재능을 이대로 썩히기 아까우니 진나라에 벼슬하여 공을 세우는 것이 어떠하오?"
그러나 백리해(百里奚)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다른 곳으로 떠날지언정 내 어찌 원수의 나라에서 벼슬을 할 수 있으리오.“
주지교(舟之僑)는 백리해의 이 말이 자신을 조롱하는 말이라고 여겼다.
그 뒤로 그는 백리해를 원수보다 더 미워하기 시작했다.
'건방진 놈.
어디 두고 보자."
🎓 다음에 계속........
출처 – 평설 열국지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