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편안하게 살자고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올리는 건 임차인에게 죄(罪)를 짓는 것이다. <부동산 주인>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약 1300평(4189㎡)의 넓은 나대지가 매물로 나왔다. 강남구 도곡동 옛 힐스테이트 갤러리(현대건설 상설 주택전시관)가 있던 자리로, 현대건설이 15년간의 임대차계약(연간 임대료 15억원) 종료 이후 최근 주택전시관 건물을 철거하는 원상복구(계약 이전 상태로 복원) 작업을 해 현재는 빈 땅이다. 부지 전체 가격은 2000억 원이 조금 넘는 셈이다.
▶주차장 관리인으로 생활
이 땅은 땅 주인이었던 A씨가 최근 작고하면서 매물로 나왔는데, 힐스테이트 갤러리를 드나들던 수많은 현대건설 직원들은 A씨를 '컨테이너 할아버지'로 기억한다. A씨 부부가 1층 주차공간 일부를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했는데 주차장 한쪽에 6평가량의 컨테이너를 두고 그곳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토지 등기부 등본을 보면 이 땅은 A씨가 1974년 매입했다. 강남이 개발되기 훨씬 이전이었고 말죽거리로 불리던 그 일대는 1980년대 초까지 논과 밭이어서 겨울이면 논을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A씨 부동산 일부는 관리하는 박 대표는 “A씨는 항상 자신이 좋은 차타고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옷 입고 그렇게 호화생활을 하면 재산세 낼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계속 늘어 주차장 관리를 하며 돈을 벌어도 생활에 크게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임대료 안 올려 30년 전 임대료 그대로
"A씨는 자신이 편하게 살기 위해 임차인들의 임대료를 올리는 건 임차인들에게 죄(罪)를 짓는 것이라고 늘 강조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A회장님은 30년이고, 20년이고 한 번 정한 임대료를 절대 올리시지 않았다"며 "임차인들에겐 더없이 큰 은인이셨다"고 말했다. A씨 소유 상가에서 10여 년간 장사를 했다는 김모씨는 "A회장님 유족들이 임차인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며 부고도 안 전했다."며 "뒤늦게 A회장님 빈소에 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집 없고 건물 없는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려고 한 A씨의 아름다운 마음에서 거룩한 향기가 납니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며 부동산 값을 천정부지로 올리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다. 꽃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말이다.
출처 : 중앙일보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