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일상의 삶은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부나 일은 생각이 없을 때 가장 능률이 오른다.
익숙해진 일과나 가사도 마찬가지다.
행위는 그때 그때 필요한 행위를 하면 된다.
식사든, 외출이든, 생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생각을 요구하는 일 외엔 생각이 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부를 하면서 잡념을 일으키고, 통근 지하철 안에서 엊그제의 일을 떠올린다.
밥을 먹으면서도 돈 걱정을 하고 일 걱정을 한다.
몸은 집안에 있으나 생각은 집 밖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런 경우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은 항상 이곳과 저곳, 과거와 미래,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으로 옮겨 다니기 바쁘다.
마음은 늘 그런 식으로 스스로 생각을 멈추는 법이 없다.
당연히 마음의 소리에 현재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왜 마음은 지금 이 순간과 관계없는 생각을 떠올리는가?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마음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이지만, 문제는, 떠오른 생각들이 고통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은 모두 내게 있다.
마음은 나의 생각을 받아서 저장한 것만을 되돌려 줄뿐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스스로 할 수 없다.
마음에서 떠오른 생각들은 결코 기억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며 언젠가 내가 했던 생각들인 것이다.
그런 마음에 문제의 답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마음의 생각이 고통의 빌미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오랜 세월, 우리가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아쉽게도 생의 축복과 기쁨이 아니었다.
어느 생애든지 우리 마음을 뒤흔든 것은 삶과 죽음의 고통이었다.
다른 선택이 없었던 우리는 고통을 인생의 요소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으로 변질되었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빙판과 같은 삶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즉, 무엇이든 나쁘게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사는 길이라 믿게 되었던 것이다.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했던 우리의 습성은 결국 마음으로 하여금 같은 선택을 하게 했다.
결국 문제가 생겨났다.
마음의 회로가 부정적인 사고 위주로 구성되어 버린 것이다.
마음은 결국 '삶= 고통' 이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은 언제나 상황과 사물의 부정적인 면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마음의 잘못된 생(生)의 인식(삶 = 고통)에 의해 수많은 불행비극을 겪어왔다.
우리의 죽음은 인생이 끝나는 것이지만, 삶을 고통으로 아는 마음은 고통의 끝을 죽음으로 해석했다.
결국 마음은 우리가 죽음에 다가가지 않도록 배려했다.
마음의 배려란 우리가 고통의 드라마를 창조하도록 생각을 계속 떠올려주는 것이다.
마음은 오직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마음은 계속해서 드라마의 각본을 제공한다.
마음은 '생각이 드라마의 각본'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사실에서, 우리에게 저절로 떠오른 모든 생각은 마음이 고통의 드라마창조를 위해 작업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이 마음의 관찰자가 되면, 마음이 쉴 새 없이 드라마의 각본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음은 우리가 한 생각을 붙잡도록 쉼 없이 생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고통의 드라마가 창조될 때까지 생각을 떠올려 준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의 생각에 걸려 넘어진다.
우리 내면의 방황, 갈등, 투쟁은 이미 고통의 드라마가 상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마음은 고통의 드라마 창조를 위해 온갖 거짓 정보를 제공한다.
마음은, 오직 소유하는 데 행복이 있다고 귀띔해준다.
마음은, 우리가 계속 추구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으며 행복은 쟁취하는 것이라고 속삭인다.
마음은, 평안은 죽음의 길이며, 쉼 없이 일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마음은, 삶을 위한 직업이 아니라 직업을 위해 삶을 바쳐야 한다고 속삭인다.
마음은, 인간관계가 깨져도 내 몫을 챙겨야 하며 이익이 지상과제라고 속삭인다.
마음은, 욕심과 집착은 자기발전에 필수적이라고 속삭인다.
마음은,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가지 않으면 죽는다고 속삭인다.
마음은 인과 응보 같은 것은 없다고 속삭인다.
실로 마음의 속삭임은 끝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의 소리에 조종당하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른다.
그냥 온갖 무리수를 두며 고통의 드라마를 창조하기에 바쁠 뿐이다.
그러므로 괴로운 인생 드라마를 끝내고자 하는 사람은 다음 사항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마음의 주인자리를 회복하는 일이다.
마음의 주인이 되는 길은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는 것이며,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무 탈ㅈ없는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는 소홀히 해도 그만인 시간의 점(點)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대로 영원하며 무한(無限)과 연결되어 있다.
힘의 원천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며, 과거와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존(現存)할 수 없으면 힘의 원천에서 분리되게 된다.
진실은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없다.
항상 이 사실에 감사하고 지금 여기를 의식하게 되면 마음은 나를 끌고 다닐 수 없게 된다.
지금 여기를 산다는 것은, 언제나 몸 있는 곳에 마음이 머무는 것이며, 마음이 내 허락도 없이 나를 사방팔방으로 끌고 다닐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현존(現存)은 이를 말한 것이며, 이것이 될 때, 고통의 드라마를 창조하지 않음은 물론, 문제해결과 생명보전의 길도 열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