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7
대장동 특검론은 이재명 ‘셀프방탄’ 완결판…개인 살려고 黨을 제물로
이재명, ‘검수완박- 국회입성 - 당권장악 - 당헌개정’이어 ‘방탄특검’… 민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 집단불참
검찰이 적극수사하는데 도입 주장하는 건 수사 회피용… ‘범죄 보호’특검 추진땐 민심 역풍 부를 것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8억 원의 대선자금 불법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당사 내 민주연구원까지 압수 수색하면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수호’를 위해 ‘대통령 시정연설 집단 불참’이라는 의정 역사상 초유의 참(慘) 기록까지 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과 25일 잇달아 ‘대장동 특검’ 도입을 촉구한 데 이어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독자 추진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이 대표의 대장동 특검론은 개인의 구명도생을 위해 조직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자, 비리·부패 의혹에 휩싸인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셀프 방탄’ 시리즈의 완결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특검 유래와 역사
특검은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 혐의가 드러났을 때 검사 대신 외부 변호사를 별도로 임명해 독립적인 지위에서 수사·기소권을 행사하는 한시적 기구를 의미한다. 미국의 ‘특별검사(Independent Counsel)’ 제도에서 유래했다. 미국 외에 외국의 사례는 없다.
미국의 특검은 ‘이해충돌’에 기초한 것이다. 19세기 이래 미국에서는 정부의 고위관리가 연루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법무부 장관이 외부 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해 수사와 소추를 담당하게 하는 관습법상의 특검이 존재했다. 대통령이나 그 측근의 범죄가 문제 되는 경우 독립된 지위에 있는 자만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다.
우리는 1988년 12월 평화민주당이 ‘특별검사의 임무와 직무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이후 권력형 비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야당과 변협,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특검 도입을 주장해 오다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옷 로비 사건을 계기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 2회, 노무현 정부 6회, 이명박 정부 3회, 박근혜 정부 1회, 문재인 정부 2회 등 모두 14회 특검이 임명됐다. 특검 역사에 나타난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수사 대상이 대부분 전·현직 대통령이나 친인척·측근 혹은 집권세력의 권력형 비리였다는 점이다. 야당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못마땅하다고 특검을 도입한 경우는 없었다.
수사기관이 검찰, 경찰, 공수처, 일반특검, 상설특검 등 제도적으로 난립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 세계 어느 곳도 우리와 같이 수사기관이 복잡하게 설치돼 있는 곳이 없다. 여야 정당이 특검 추천자가 됨으로써 필연적으로 ‘정치적 수사’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특검을 임명한다.
◇ 이·적·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옷 로비 의혹 특검(1999년)이나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2004년), 철도공사 유전 개발 의혹 특검(2005년) 등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삼성 비자금 특검과 BBK 특검(2008년), 스폰서 검사 특검(2010년), 디도스 특검(2012년)도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노갑과 박지원 구속으로 성과를 낸 대북송금 특검(2003년),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등을 구속한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2016년) 등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반발해 특검론을 제기한 이 대표를 겨냥해 시중엔 ‘이적이’라는 말이 나돈다.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라는 뜻이다.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 각종 비리 의혹에 떠밀려 단명했던 조국 법무부 장관의 과거 기록이나 발언이 조 장관의 발목을 잡았던 것을 두고 ‘조적조’라고 일컬었던 것을 연상시킨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7월 트위터에 “나쁜 짓 하면 혼나고 죄지으면 벌 받는 게 당연하다”며 “정치 보복이라며 죄짓고도 책임 안 지려는 얕은 수법 이젠 안 통한다”고 적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었지만 이젠 자신을 겨누는 말이 됐다.
여권 대선 주자 시절인 지난해 9월 그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검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며 대장동 특검 도입을 요구하자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끌자고요? 역시 많이 해봤던 적폐 세력들의 수법입니다”라고 핀잔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180도 입장을 바꿔 대장동 특검론을 주장하면서, 자신 스스로 ‘적폐 세력’이 되고 말았다.
◇ 대장동 특검론의 문제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특검을 제안한 건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대선 전에 수사 결과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시점을 골라 한 것이고, 이번엔 검찰의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의 특검 제안 모두 진정성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특검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 될 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찰 수사가 종료된 뒤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될 경우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문재인 정권 때엔 검찰이 산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대장동 수사를 사실상 뭉개고 있었다는 비판과 함께 특검 도입 여론이 비등했었다.
하지만 지금 검찰은 대장동 의혹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부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관련자들의 구체적 진술과 정황이 나오고 있다. 유동규, 남욱, 정민용 등 핵심 관계자들이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 대장동 비리의 실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장동 특검 도입 주장은 검찰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거나 방해하려는 ‘방탄 특검론’일 뿐이다. 아직 수사 초입에 불과한데 특검부터 하자는 건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목적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특검을 수사 대상이 요구하는 것도 괴이하다. 각종 부패·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야당 대표가 “검찰 아니고 특검 수사를 받겠다”고 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사받는 당사자가 마치 쇼핑하듯 수사 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적어도 민주 국가 중에는 없다”고 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역풍 부를 방탄 특검
이 대표는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이라도 할 기세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중에서는 ‘방탄 검수완박-방탄 국회 입성-방탄 당권 장악-방탄 당헌 개정’에 이어 ‘방탄 특검 추진’으로 연결되는 셀프 방탄 시리즈의 완결판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한국 정치와 민주당의 장래를 위한 것이 아닌, 범죄 보호를 위한 방탄 특검을 추진한다면 민심의 역풍이 불 것이다. 이미 당내에서 ‘이재명 퇴진론’이 불거지고 있다.
김종민 /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문화일보
■ 용어설명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사적 이익과 공익적 책무가 부딪치는 상황. 우리 공직자윤리법에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가 명시돼 있음. 특검 도입의 원래 취지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것.
‘셀프 방탄’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스스로 취한 다중 방탄작업을 희화화한 말. 검수완박, 국회 입성, 당권 장악과 당헌 개정, 그리고 특검을 통한 검찰 수사 무력화 등이 그 사례.
■ 세줄요약
특검 유래와 역사 : 우리 역사상 특검 수사 대상은 대부분 전·현직 대통령과 그의 친인척·측근 혹은 집권세력의 권력형 비리였음. 야당 인사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못마땅하다고 특검 도입한 경우는 없었음.
이·적·이 : 검찰 수사나 특검 등과 관련한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이 현재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음. ‘이적이’라는 말이 나돎. 특검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 될 때 하는 것. 지금은 검찰이 적극 수사하며 성과를 내는 중.
방탄 특검 : 대장동 특검론은 개인의 구명도생을 위해 黨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며,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한 ‘셀프 방탄’ 시리즈의 완결판. 범죄 보호를 위한 방탄 특검을 추진하면 민심의 역풍이 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