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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야영지 2 - 백패킹의 성지, 우도 비양도
우도 비양도는 국내 백패킹 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힐 만큼 많은 캠퍼가 찾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이곳을 일정에 넣을지 고민했다. 다름 아닌 지난 1월, 불과 4개월여 전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비양도 등대까지 발도장을 찍고 왔다. 따라서 우도와 비양도에 대해 갖고 있던 궁금증이나 신비감은 어느 정도 풀린 상태였다. 과연 그때만큼 흡족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비양도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 과연 어떻길래 성지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한 장소에 느긋하게 머물다 보면 그때 보지 못했던 비양도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더불어 들었다.
우도 가는 배는 성산항에서 탈 수 있다. 당일치기로 다녀온다면 승선신고서를 돌아오는 편까지 작성해서 가지고 있으면 된다. 승선권도 한 번에 끊어주며, 돌아올 땐 터미널 건물을 들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도에서 당일 돌아오지 않는 일정이라면 가는 편만 끊어준다. 돌아오는 편은 우도에 있는 두 항구(하우목동항, 천진항) 중 한 곳의 매표소에서 사면 된다. 승선신고서도 미리 작성하면 되지만, 돌아올 때 이용할 터미널에서 써도 된다.
(지난 우도 여행기 및 정보 - http://www.doopedia.co.kr/travel/viewContent.do?idx=200222000081428&mode=M)
내가 탄 배는 천진항으로 들어갔다. 지난번 우도를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화창한 날씨가 반겼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던 그때와는 달리, 봄기운이 따뜻해 포근하게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비양도 앞에서 내려, 섬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를 따라 걸었다. 등대로 향하는 길 전 섬 서편에 바위로 이루어진 봉수대가 솟아 있는 파릇파릇하고 넓은 벌판이 보였다. 이전에 비양도를 찾았을 땐 촉박한 시간 탓에 먼발치에서 봉수대만 슬쩍 보며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바로 이곳이 캠퍼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이다.
우도의 대중교통
비양도까지는 해안도로 순환버스를 이용했다. 일반 시내버스와 같아 교통카드를 찍고 탈 수 있다. 이 버스는 해안을 따라 우도를 한 바퀴 도는데, 홀수일에는 동쪽(천진항 기준으로 우도봉 방면)으로, 짝수일에는 서쪽(서빈백사 방면)으로 운행한다.
그 외 대중교통으로는 관광지 4곳을 도는 관광순환버스와 한 시간에 한대 꼴로 있는 마을버스(마을안길버스)가 있다. 여행자라면 순환버스와 관광버스만으로도 충분하다.
비양도에 도착했을 땐 이미 꽤 많은 텐트가 펼쳐져 있었다. 오후 3시쯤 된 시간이었는데,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바다 전망이 보이는 자리는 거의 매진이었다. 비양도의 바람이 또 강하단 걸 미리 알고 온 캠퍼들은 바람의 영향을 줄일 수 있게 돌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곳 바람이 너무 세서 ‘똥바람’이라고 불릴 정도라는 걸 미리 알고 왔지만, 아직까진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텐트를 칠 때 바람이 이따금 강하게 불어 조금 애를 먹을 정도였다. 바람막이용 돌들은 이미 대부분 역할을 부여받아 내 몫은 없어 보였다. 정말 작은 담처럼 널찍하게 돌이 쌓여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내 작은 텐트를 치기에는 과하게 넓었다.
텐트를 다 펼치고 나서 봉수대에 올랐다. 봉수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10개 남짓으로 많지 않지만, 계단의 경사는 꽤 가파르게 느껴졌다. 봉수대 위에 올라서자 겉보기와는 달리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높게 느껴졌다. 아래에선 안 보이던 비양도의 독특한 지형이 바다와 맞닿은 끝부분까지 단번에 들어왔다.
그 반대편에는 현무암이 날개처럼 펼쳐진 바다 위에 자리 잡은 비양도 등대가 보였다. 썰물이라 길이 완전히 열려 등대를 오가는 사람도 더러 보였다.
만조(밀물)때는 이렇게 길이 끊기고 외딴 섬이 된다. 섬 속의 섬 속의 섬인 셈이다.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하나 더 있는데, 서쪽 한림읍 바다에 둥그렇게 떠 있는 작은 섬이 그것이다. 옛사람들은 두 비양도가 제주도의 양 날개로써 음양의 균형을 맞춘다고 생각하였다. 서쪽 비양도는 해가 저무는 곳으로, 동쪽 비양도는 해가 떠오르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 비양도에선 수려한 일출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몰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일몰밖에 못 봤지만, 일출을 못 본 게 그리 아쉽진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어둠이 깔리자 비양도는 캠퍼들의 세상이 되었다. 마지막 배가 끝나고 여행자들은 모두 본섬으로 돌아가거나 숙소로 돌아갔다. 해녀의 집과 카페도 하루 영업을 마무리하고 문을 닫았다. 깜깜한 어둠 속에 가로등과 텐트 불빛만이 비양도를 비췄다. 바다 너머 우도봉 꼭대기의 우도 등대는 어느새 불을 켜 사방을 훑고 있었다. 그 아래 올망졸망 모여 빛을 내는 집과 가로등이 소소한 야경을 만들어 냈다.
내친김에 은하수 사진에도 도전해 봤다. 자정 무렵에 떠오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피곤함을 억누르며 버텼지만, 가로등을 비롯해 주변 불빛 때문인지 그냥 별조차 담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계속된 바람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져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두어 컷 정도 찍어보고 텐트 안으로 다시 몸을 들였다. 야경은 우도봉과 연습 삼아 찍은 별 사진, 그리고 텐트 풍경으로 만족했다.
밤새 쉼없이 불어닥친 바람과 텐트가 펄럭이는 소리에 자다 깼다를 반복하고, 조금 추웠던 것만 빼면 지난번 아쉬움을 떨쳐내기에 충분했다. 고작 30분밖에 투자하지 못했던 그때와는 달리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비양도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고, 그 풍경에 매료되었다.
코앞에서 말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특징
-인지도가 높으며, 사람이 많음(그에 따른 불편함아 발생할 가능성 높음)
-거리가 멀고, 이동 시간이 긺
-‘똥바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바람이 심함
-공용 화장실이 가까이 있고, 섬 바로 바깥에 편의점과 식당이 있음
제주도 야영지 3 - 인싸들이라면? 중문색달해변
강한 바람과 생각보다 차가운 공기에 편하지만은 않았던 하루가 흘렀다. 고요한 시골 풍경을 보며 하우목동항까지 느긋하게 걸어갔다. 11시 배를 타고 우도를 빠져나갔다.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사람이 거의 없어 너도나도 선실에 두 다리를 쭉 뻗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중문색달해변. 여행 중 하루는 아는 여행작가와 함께 돌아다니기로 해 동선이 가장 괜찮은 곳으로 박지를 찾다 보니 중문행을 결정했다.
201번을 타고 서귀포 종점에서 내려 510번으로 갈아타면 중문관광단지로 들어갈 수 있다. 해변까지 바로 들어가진 않아, 가까운 정류장인 별내린 전망대에 내려 약 700m를 걸어 내려갔다. 퍼시픽랜드를 지나치면 바로 해변 주차장이 나온다.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직전에 잔디밭이 있는데, 이곳에 텐트를 펼칠 수 있다.
쉬리의 언덕에서 본 중문색달해변.
중문에는 일대가 관광단지로 꾸며진 만큼 수많은 리조트와 즐길 거리가 있어 많은 여행자가 찾지만, 캠퍼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아니다. 이날은 나를 제외하고 단 한 동의 큰 텐트만이 자리를 지켰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캠핑하면 떠오르는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은 곳은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장소와 입지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고, 야영지가 바다와 직접 맞닿아 있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더 클리프라는 카페가 있는데, 밤이 되면 신나는 클럽 음악이 흘러나오는 펍으로 변한다. 새벽 2시경은 되어야 문을 닫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피해야 할 곳이다.
그러나 몇 발자국 내에 화장실/샤워실과 편의점 등 편의 시설이 가까이 있는 것은 장점이다. 또한 주변엔 천제연폭포와 대포주상절리등 자연 풍경이 멋진 장소가 있고, 다양한 실내 관광지가 즐비하다. 해변에서는 서핑과 같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활동을 함께 즐기고 싶거나 가족 단위, 혹은 여러 명이 캠핑을 하기엔 활기가 넘치는 좋은 장소일 수 있다. 나에겐 하루 눈만 붙이다 가는 곳으로 족했고, 짧은 시간을 머물렀음에도 장단점이 극명하게 느껴졌다.
특징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고, 즐길거리가 많음
-유동 인구가 많고, 밤에는 펍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로 시끄러울 수 있음
201번과 202번, 해안 백패킹의 필수 노선
대중교통을 이용해 백패킹을 한다면, 중산간 지역보다는 해안가를 위주로 다니는 게 훨씬 낫다. 도로망과 교통편이 단순해 동선을 짜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해안을 따라 다닌다면 두 노선만 기억해도 유명한 해변을 비롯해 다소 덜 알려진 제주도의 멋진 장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201번 버스 : 제주도 동쪽으로 도는 노선. 제주 시외버스터미널과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을 연결한다.
주요 경유지 : 함덕, 김녕, 월정리, 평대, 구좌, 성산(성산항-우도), 광치기, 고성(신양섭지), 표선
202번 버스 : 제주도 서쪽을 도는 노선, 제주 시외버스터미널과 서귀포등기소를 연결한다.
주요 경유지 : 애월, 곽지, 한림(한림항-비양도), 협재, 금능, 신창(신창풍차), 고산(자구내포구), 모슬포(운진항-가파도&마라도, 하모), 화순(화순금모래), 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