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강조하는 금강경
송광사 현묵스님
금강경의 경전 구성은 발심, 수행, 성불 이렇게 세단계로 나눠져 있습니다. 발심이라는 것은 내가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큰 원을 세우고 발원하면서 수행에 들어가는 겁니다. 또 수행이라는 것은 지혜와 자비를 구하기 위해서 열심히 정진해 그 힘으로 금강경에 무수히 나오는 무주상보시를 행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원성불 도중생’ 원컨대 성불을 이루고 난 뒤에는 많은 이웃들, 많은 중생들을 구제하는 그런 인연을 맺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교의 근본 목적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금강경에는 약본 금강경이 있고, 광본 금강경이 있습니다. 약본 금강경은 1분~5분까지가 발심, 수행, 성불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이 속에서도 금강경의 핵심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발심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될 것인가 묻고, 나중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들려줍니다. ‘무릇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닌 줄 알면 즉견여래 곧 부처를 보리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하셨습니다.
광본 금강경은 제1분에서 32분 전체를 말합니다. 그 속에서 중요한 부분은 또 반복해서 자꾸 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설법하시다 중요한 부분은 반복해서 여러 번 강조하신 것이 있고, 또 게송으로서 요약해서 들려주신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은 정말 모든 종파와 사상을 초월해서 해탈의 가르침을 들려주신 겁니다. 이런 이유로 금강경은 인류의 교과서이고, 또 행복의 열쇠라 합니다.
금강경의 대의는 무엇이냐? 파이집 현삼공(破二執 現三空) ‘두 가지를 깨뜨리고 세 가지를 드러낸다.’ 이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파이집은 아집(我執), 법집(法執)을 깨뜨린다는 뜻이고 현삼공은 아공(我空), 법공(法空), 구공(俱空)을 말합니다. 아공은 내가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법공은 나 외에 모든 사물이 다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거기에 빠지면 안 됩니다. 그래서 공하다는 생각도 함께 구자를 써서 그것도 비워져야 한다 해서 구 ‘공’을 쓴 겁니다.
전체 흐름의 내용을 보면 항상 무주상 보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주상 보시는 또 육바라밀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래서 조계종에서는 소의경전을 금강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소의경전이라 하면 수행의 지침서, 생활의 지침서 이런 뜻이 담겨져 있죠.
(부차, 수보리 보살어법 응무소주 행어보시소위부주색보시 부주성향미촉법보시 수보리 보살응여시보시 부주어상 하이고 약보살부주상보시 기복덕불가사량 수보리 어의운하 동방허공가사량부 불야세존 수보리 남서북방사유상하허공가사량부 불야 세존 수보리 보살무주상보시 복덕 역부여시불가사량 수보리 보살단응여소교주
復次, 須菩提! 菩薩於法, 應無所住,行於布施. 所謂不住色布施, 不主聲香味觸法布施.
須菩提! 菩薩應如是布施, 不住於相. 何以故? 若菩薩不住相布施, 其福德不可思量.
須菩提! 於意云何? 東方虛空可思量不? 不也, 世尊!須菩提! 南西北方四維上下虛空可思量不? 不也, 世尊! 須菩提! 菩薩無住相布施, 福德亦復如是不可思量. 須菩提! 菩薩但應如所敎住.)
용수보살은 반야 600부의서 주석서를 달았습니다. 대지도론이 백여 권이나 됩니다. 여기에서 보시는 재보시, 무외시, 법 보시 세 가지가 있다 했습니다. 재보시는 재물보시를 말합니다. 어른이 되면 입은 지퍼로 잠그고, 주머니는 자꾸 오픈해 베풀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보면 주머니는 딱 닫아놓고, 입은 열어서 잔소리로 보시 하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겠어요? 오늘 이 강의 들으신 분은 입은 딱 지퍼로 잠그고, 주머니는 자꾸 열어서 베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 가르침이고, 금강경 내용하고 통하는 겁니다. 주어도 주었다는 생각까지도 없어야 무주상보시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