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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1 - ‘무제’ 정현, 2013.
그러나 아무리 힘을 키운다고 해도 작품 1처럼 무거운 쇳덩이를 번쩍 들 수는 없을 거예요. 이 작품은 무게가 12t에 달하며, 거대하고 거친 느낌이 나는 쇳덩이예요. 아이언맨이라면 몰라도 사람 손으로는 조금도 들어 올릴 수 없지요. 이 작품을 보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그리스신화 에 나오는 시시포스입니다. 신의 노여움을 산 시시포스는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올려놓는 일을 하는 #형벌 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은 결코 한 번에 끝나는 성격의 일이 아니었어요. 꼭대기까지 힘겹게 가서 겨우 바위를 올려놓고서 '마침내 다 해냈다' 하고 허리를 펴며 만세를 부르기도 전에, 바위는 저절로 밑으로 굴러떨어져 버렸으니까요. 신은 시시포스가 성취감을 누리지 못하도록 벌을 내린 것이지요. 평생을 땀 흘려서 수고하기만을 반복하고 기쁨은 느낄 새도 없이 또 같은 일을 해야 하는 가엾은 인물, 그게 바로 시시포스랍니다.
▲ 작품 2 - ‘빛나는 독서’ 강애란, 2013.
시시포스를 반복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어떤 힘이 필요할까요? 지식과 정보의 힘이 요구됩니다. 작품 2를 보세요. 지식을 #상징 하는 책들이 빛으로 반짝거리고 있군요.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은 시시포스와 같은 암울한 운명을 지닌 인간에게 희망의 빛을 준 존재일 겁니다. 책에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진보해 온 과정이 담겨 있거든요. 사람은 문자를 발명해서 자기의 경험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한 세대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가 있었어요. 반면에 동물은 그런 능력이 없거나 인간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했을 거예요. 시시포스처럼 똑같은 걸 깨닫기 위해 처음부터 산을 다시 다 올라가야 했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경험을 지식으로 바꿔 쌓아가면서 사람들은 더는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됐지요.
문자 덕분에 하루하루 지식이 쌓여갔어요. 하지만 방대한 양의 책을 어떻게 하면 여러 사람이 나누어 보게 할 수 있을까요? 요즘엔 누구나 책을 수십 권 가지고 있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거예요. 원본을 한 자 한 자 손으로 옮겨 써야 했으니까요. 서양에서는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판을 만들어 인쇄하기 시작한 것을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본답니다. 우리나라는 자랑스럽게도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훨씬 앞서 금속활자로 불경을 찍기도 했지요. #인쇄술 발명 이전에는 몇몇 특권을 가진 사람만 지식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어요. 그들 중에는 지식의 힘을 등에 업고 무지한 사람을 지배하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쇄술 덕분에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정보 와 #지식 을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 같이 힘을 갖게 된 것이지요.
▲ 작품 3 - '강철변신', 리우포춘, 2012.
작품 3을 보세요. 밑에서 수많은 사람이 팔을 들어 바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 위에는 근육의 힘을 자랑하는 여러 겹으로 된 거인이 지금 막 탄생하고 있군요. 군중의 뜻이 하나로 모여 힘을 발휘하는 모습인가 봐요.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아주 작은 일밖에 해내지 못하지만, 수백만·수천만명이 하나가 되면 엄청나게 큰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군중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별 의미도 없는 곳에 힘을 쓰기도 하지요. 나쁜 집단이 약한 개인에게 위협을 주는 경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런 힘은 결코 아름다운 힘이라 할 수 없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오늘 '미술관에 갔어요'에서 살펴본 작품들은 '힘'과 관련된 작품들이었어요. 육체적인 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힘도 존재하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힘'이란 무엇인가요? 또, 여러분이 갖고 싶은 힘은 무엇인가요?
소마 미술관 (02)425-1077
이주은 | 건국대 교수(문화콘텐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