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립중앙도서관(관장: 김천겸)에서 신경숙 작가를 초청해 "2021년 책과 음악,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북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북콘서트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선착순 예약을 받아 20명 인원의 참여로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많은 시민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당진시립도서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강연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북콘서트장 로비에는 신경숙 작가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네요.
'기차는 7시에 떠나네',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외딴방',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 수많은 작품이 있는데요. 작가의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은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있는 문체가 작품속에서 빛을 발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작가입니다.
신경숙 작가가 소설가가 되는데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작가는 반성문 한장으로 인해 소설가가 됐다고 합니다.
신경숙 작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공부할 수 있는 ‘산업체 고교’에 다녔다고 합니다. 당시 회사의 내부 사정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오랜 시간 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았는데 최홍이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도 재미가 없어 나가지 않는다는 어린 신경숙에게 최홍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냥 책을 읽고 싶다'고 말하자 '반성문을 써오면 책을 읽게 해주겠다' 고 해서 반성문을 쓰고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성문을 보고 선생님이 소설을 쓰면 어떻겠냐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그 순간 밤하늘의 모든별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아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고 합니다.
오늘 북콘서트에서는 신경숙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로 당진 시민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가는 올 봄 부산에서 출판사 주최로 열린 북콘서트 이후 독자와의 만남이 처음이라 여행오는 느낌으로 당진을 찾아 왔다고 합니다.
북콘서트는 공연과 함께 김신 작가와 신경숙 작가의 신작에 대한 토크를 통해 코로나블루로 지친 시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세상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찬란한 헌사’, '가족의 나이 듦을 비로소 바라보게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 라는 책표지의 띠지에 구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창비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책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아버지에 대해 작품을 구상하고 쓰려고 했을때 막상 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작품을 쓰면서 아버지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게 된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듯한 이 허름한 아버지는 처음 보는 아버지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아버지를 개별자로 생각하는 일에 인색해 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라고 말하며 말을 이어가기 힘들어 했는데요. 올해 8월에 작가의 아버지가 작고하셔서 이 작품이 아버지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책을 내고 아버지에게 건네자 쓰다듬으며 '경숙이가 책을 냈구나~' 하시던 모습에 '아버지가 이 책을 기다려 준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누군가의 인생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의 시간은 딸의 입장에서 가늠할 엄두도, 의지도 잘 생기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소설 속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어릴 적 부모를 역병으로 잃고 가장으로 힘들게 살며 열심히 일해 6남매를 대학 보내고,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 되는 아버지일 뿐입니다.
아버지가 남몰래 마음속에 담아둔 한과 후회로 오랜 기간 심각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자식들은 몰랐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왜 그런 선택을 해왔는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이 아픈 아버지 곁에 머물며 “나는 아버지를 한 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를 농부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작가의 고백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책이야기를 마치고 뮤지션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Q: 좋은 문장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글을 쓰실때 퇴고는 몇번 정도 하시나요?
A: 사람마다 갖고있는 고유성이 다 다르기에 한사람 하나 하나 모두가 고유한 문체라고 생각합니다. 쓰는일 보다 자신에 맞는 책을 찾아 읽는 일을 많이 하다보면 나의 문체가 형성되어 좋은 문장이 나옵니다.
글을 쓸때도 수없이 쓰고 퇴고하고, 쓰고 퇴고하기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책을 출간하고도 발견하면 수정하기도 합니다.
북콘서트를 마치고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Q: 작가님이 책을 많이 읽으셨는데 작가님에게 많은 영향이 있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A: 고등학교를 졸업 선물로 큰 오빠가 한국문학전집 60권을 사 줬어요. 책읽는게 좋아서 대학 입학하기 전 3개월동안 전집을 다 읽었습니다. 밤이 지나는게 아까워서 창문에 검은 도화지를 붙이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때 읽은 글이 텃밭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내가 관심있는 시대나 소재등을 총체적으로 섭렵하는 시간을 갖는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대학시절에는 학생들과의 토론을 준비하며 종로서적 5층에서 시대의 대표작들을 읽으면서 체계적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독후감을 쓰면서 수많은 책을 읽었던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작가남의 작품을 읽다보면 마음이 따뜻해 지는데 작품을 쓸때 인물의 선택 기준이 따로 있으신가요?
A: 내 글을 읽고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현실에서 있을것 같은 인물들에게는 나쁜역을 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싸우다가도 내 글을 읽고 싸움을 멈추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사이코패스 범죄같은 큰 사건이 회자될때마다 마음이 찢겨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작품속에 이와 반대되는 인물을 탄생시켜 다정한 일상을 사는 글을 쓰면서 마음이 회복되었습니다.
코로나블루에 지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자칫하면 한쪽으로 편향되기 쉬운데요. 예측핤 없는 변수가 많은 시대에 저울추 역할을 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Q: 다음 작품은 어떤 글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A: 아침에 일을 하러 가서 저녁에 집에 돌아오지 못한 여동생에 관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어느 노동자의 하루, 또 그와 얽힌 죽음의 문제를 쓰려고 합니다. 그동안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먼 남자에 대해 쓰겠다’고 답했는데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쓰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콘서트를 마치고 작가의 친필 사인도 받고 사진도 함께 찍었습니다.
독서의 달 9월에 신경숙 작가와 함께한 북콘서트를 통해 작가의 따뜻한 감성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